올해의 책 주요 추천인들의 ‘선택’과 ‘한 줄 평’(2)
2017년은 가지만, 2017년에 나온 책들은 2018년에도 읽힐 것이다. 12월 30일에 이어 크리스천투데이 '2017 올해의 책' 주요 선정위원들이 읽고 추천한 책들과 '선정 이유'를 살펴본다.
-이동준(푸른나무교회)
'책잘알' 중 한 명으로 선정되어 모 신문사에서 기독교 올해 열 권의 책을 추천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의뢰라니깐 뭔가 있어 보임 ;ㅁ;). 열 권을 추리면서 간단한 평도 달아주면 좋겠다고 하시길래 몇 자 적었는데, 어차피 글은 사장될 것이고 책 명단만 올라갈 것 같다. 하여 이 주옥과 같은 글을 사장시키는 건 한국 복음주의권에 사회적 손실이요 공공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포스팅을 올린다. 널리 공유되고 공유되어 나의 명성과 저자와 저서, 출판사가 나날이 같이 흥하는 상생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책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2016년 12월~2017년 11월 사이 출간한 기독교 관련 서적
-판매지수 같은 대중성은 제외. 오직 책 내용 가치만으로 평가
-기독교 관련해서도 분야별로 한 권씩만 추천
-한 출판사에 한권의 책만 추천 원칙
-출판일별 기준으로 소개
1. 욕망사회: 자본주의 시대 욕망의 이면
성정모, 홍인식 역, 휴(사회 분야)
욕망해도 괞찮다는 이 시대에 욕망의 본질은 무엇이며, 자본주의는 욕망을 매개로 인간을 어떻게 조정하며 불행한 개인과 구조를 만들어내는지를 담고 있는 작은 책. 2014년 서해문집에서 출간된 저자의 <시장 종교 욕망>이 학문적이라면, 욕망사회는 보다 에세이적이며 자전적이다.
지은이 한국계 브라질 신학자인 성정모와, 옮긴이 보니노 박사 지도 아래 학위를 받은 홍인식은, 한국에서 해방신학에 입문하기에 디딤돌로 삼기 좋은 인물이다. 사라. 세상에 존재했던 좋은 책들이 빛도 못보고 사장되듯이 이 책 또한 절판될 것이다.
2. 페어처치
이도영, 새물결플러스(교회 분야)
영국에만 레슬리 뉴비긴이 있고 미국에만 짐 윌리스가 있는 게 아니다. 한국에는 이도영 목사와 '더불어 숲 동산교회'가 있다. 우리도 이제 제대로 된 한국식 선교적 교회와 목사를 만나게 되었다.
선교적 교회의 공공성 이론과 실천, 신학과 목회가 한국인과 한국 현장으로부터 오롯이 녹아져 있는 이 책과 사역은 그 희소성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누구든 이 담론을 비평할 수는 있을지언정, 이 책과 현장을 언급하지 않고서 더 이상 선교적 교회를 논할 수 없을 것이다.
3. 나쁜 종교: 트럼프를 잉태한 탐욕의 신앙
로스 다우섯, 이진복·이항표 역, 인간희극(종교 분야)
언덕 위의 도시, 종교와 정치가 교묘하게 조우하는 미국의 역사와 정치를 눈여겨 보는 건 언제나 흥미롭다. 미국 헌법에 반영된 제퍼슨의 정교분리는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지 미국은 언제나 그 선을 넘나들었다.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을 뿐. 저자는 미국의 기독교가 지난 반세기 동안 어떻게, 그리고 왜 변했는지, 이러한 변화가 미국인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분석한다.
미국과 개신교의 관계와 역학을 다룬 이전까지 출간된 책들과 비교하자면, 종교와의 결별을 주장하는 여타 저자와는 달리, 가톨릭 신자인 로스 다우섯은 기본적으로 미국 기독교에 애정 어린 시선을 담고 있다. 기독교가 미국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수행해 왔던 역할의 혜택, 즉 공동체 통합과 평화수호의 공적인 역할, 국가적 탐욕에 재갈을 물리고 이상을 지속적으로 깨우쳐 주는 안내자가 되길 바라며 자신의 비평과 주장을 펼친다.
칼럼니스트답지 않게 의외로 글의 정서는 침착하며 사실과 근거에 충실하다. 신앙과 종교를 다루면서 드러나는 정치와 역사와 윤리에 대한 이해가 수준급인, 미국 기독교를 다룬 가장 최근의 종교사회학 서적. 일단 지르고 보는 정치 비평서와 또 다른 재미와 유익을 선사한다.
4. 요한복음
황원하, SFC(주석 분야)
목사라면 황원하처럼. 내가 이지성이라면 이 제목으로 책을 써낼 것이다. 한국 목사들은 전신에 칼빈만 존경하고 로이드 존스가 최곤줄 아는데, 신학+목회+지성+영성+감성+상식+위트를 모두 갖춘, 한국교회에 100년에 한번 날까 하는 황원하 목사님이 얼마나 귀한지 알아야 한다. 여타의 목사들처럼 이름이 많이 나지 않은 건 순전히 그분의 겸손 때문이다.
일전 모 교회에 있을 때 저자가 몇 주간에 걸쳐 사도행전 특강을 하러 온 적이 있는데, 그때 나눠준 강의안 자료를 보고 깜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 깊이가 있는 주해와 해설은 지금 당장 출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수준이었다. 회사에서 말하는 '세심하면서도 신속하게'라는, 말이 안 되는 문구가 말이 되는 현실을 경험하였다.
난 이 책이 다른 요한복음 주석과 어떻게 다른지 잘 알지 못한다. 요한복음도 잘 모르고 주석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한국 목회와 신학에 있어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는 건 안다. 걍 무조건 사야 한다. 목사가 성경공부 안하고 다른 거 백날 읽어봤자 뭐하겠는가? 2017년 열 권의 책이고 머시고 필요 없다. 걍 이거 사서 성경보고 은혜 받으면 된다. 그걸로 충분하다.
5. Refo 성경해설
박우택, 세움북스(성경 분야)
성경 개관서는 많다. 하지만 하나의 신학으로 일관된 관점과 해석을 펼쳐 보이며 성경 각 권의 핵심과 요점을 짚어주면서 무난한 은혜스런 적용까지 선보인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
'아이고 의미 없다' 류의 단순 정보나열식 개관서, '내가 신학이다' 류의 성경 좀 읽었다는 성도가 집필한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가진 개관서가 판치는 이 주제에, 이제는 안심하고 권할 수 있는 책이 한 권 생겼다. 이 책은 한국판 S.G. 더흐라프의 '약속과 구원'이다. 아니, 그것보다 더 낫다.
6. 한 권으로 읽는 기독교
알리스터 맥그라스, 황을호·전의우 역, 생명의 말씀사(신학 분야)
다작을 하는 맥그래스. 망작(亡作)도 많지만 대작(大作)도 많다. 한 권 안에 그리스도교의 역사와 신앙, 교파와 신학, 사회와 문화를 다룬 이 책은 내용과 구조와 전개에 있어 기독교 강요만큼이나 아름답고 황홀하다. 그리스도교를 이처럼 견실하고도 아름답게 서술할 수 있을까. 다채로운 화보와 자료 등은 팁이다.
그의 이력과 재능이 아름다운 꽃과 열매로 맺은 책들이 많지만, 대중성과 유익이라는 측면에서 맥그라스의 모든 책이 불에 타 사라지고 단 한 권의 책만이 그의 손에 남아야 한다면, 이 책이 들려져야 한다.
7. 루터의 두 얼굴
볼프강 비퍼만, 최용찬 역, 평사리(인물 분야)
2007년 '평양대부흥 100주년'으로 한국교회가 떠들썩할 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무게감 있는 <무례한 자들의 크리스마스>라는 책으로 그들만의 놀이터에 작은 짱돌을 던진 평사리 출판사. 한국교회와 보수신학의 민낯의 실상을 제대로 알려준 처음의 책이자 출판사였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이 되는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이자 명성교회의 헛발질로 한국교회 타락의 정점을 보여준 올해 또 하나의 짱돌을 만들어 던졌으니, 그 돌의 이름은 <루터의 두 얼굴>이다. 교회사와 인물을 서술하고 평가할 때 세속 역사가들과 교회사가들이 쉽께 빠지는 오류와 실수에서 균형을 잡으면서, 루터와 독일 개신교, 프로테스탄트를 면밀히 비평한 뒤 루터의 유산을 극복하고 제 2의 종교개혁을 나아갈 것을 주장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 한 권의 책을 추천하라면, 당연코 이 책이다.
8. 당신들의 신국: 한국 사회의 보수주의와 그리스도교
김진호, 돌베개(정치 분야)
믿고 보는 김진호 교수님의 글이 실린 책이 나왔다. 더군다나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에서 기획하고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가 엮었으며 돌베개에서 출판했으니, 불온한 것들은 다 모인 셈.
처음엔 단순히 현재 한국 보수 기독교 까는 최신작 정도로 생각했는데, 다루고 있는 소주제와 낯익지 않은 발제자들의 명단과 내공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용민의 <한국 개신교와 정치> 이후 간만에 나온 보수 기독교 비평집.
9. 칼뱅과 공동선
송용원, IVP(윤리 분야)
이 책의 출간을 보고 통탄했다. 첫째, 내가 써야 되는 주제를 누가 먼저 선점해 책을 써냈다는 점. 둘째, 이 주제로 이 정도의 깊이를 능가할 책이 나올 가능성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는 점이 나를 절망하게 만들면서도 경탄하게 만들었다.
이제 '복음의 공공성'의 신학적 토대 마련을 위해 개혁파 교회와 목사들은 더 이상 이 신학 기웃, 저 신학 기웃거리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프로테스탄트 사회윤리의 신학적 토대가 한국저자의 의해 연구되고 탄탄히 이뤄지게 되었음을 자랑스레 생각하라.
칼뱅의 사회참여와 사상에 대해 알고 싶은가? 김병환 박사의 논문이자 저서인 <사회복지사업 측면에서 본 칼빈 연구(목양)>와 이 책만 참고하고, 나머지 2·3차 자료에 불과한 잡다한 '카더라' 식의 짜깁기 책들은 다 버려라.
10. 인공지능과 기독교 신앙
한국교회탐구센터, IVP(과학 분야)
우리도 '신앙의 눈으로 본 ... 시리즈'에 필적할 만한 시리즈를 기획하고 펴낼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는 게 놀랍고 감사하다. 더군다나 지식의 최전선을 달리고 있는 과학 분야를 신앙의 눈으로 고찰한다는 건 여간 강심장과 내공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
이 시리즈가 없다면 많은 기독지성인들은 일반서적에서 얻는 일반은총과 신앙서적에서 받는 특별은총의 통합을 위해 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여야 했을 것이고, 이러한 난해한 주제에 평범한 독자들의 관심유발을 위해 얼마나 애써야 했을 것인가. 지금까지 뇌 과학, 외계인, 인공지능을 다루었는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책이지 시리즈.
-이영진(호서대 교수, <기호와 해석의 몽타주> 저자)
여기에 담은 '2017년 기독교 도서 베스트 9'는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출간된 책을 대상으로 하였다. 순서는 우선 순위와 관련이 없으며 성서(신약, 구약), 교회사, 인문, 실천 분야들 골고루 안배 하였다.
1. 처음 만나는 루터
우병훈, IVP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이라 하여 교계의 각종 이벤트나 출판물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 책도 그 중 하나이다. 그러나 단순 기념서를 넘어 저자의 다채로운 이력만큼이나 입체적으로 '루터'를 그려냈다. 구태의연한 역사서도 아니고 과장된 소설도 아니고 루터의 생애와 정신을 조화롭게 구성한 책이다.
특히 첫 챕터의 루터 초상화들은 매우 인상적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근엄한 루터의 모습 외에도, 당대 루터에게는 충분히 모욕적이었을 법한 가톨릭의 비방 선전물로 제작된 초상화도 포함시키고 있어 당시의 생생한 현장으로 잘 인도해준다.
2. 구조로 본 마가복음
이영재, CLC
복음이면 복음으로 읽어야지, 왜 구조로 본다는 것인가. 이런 읽기 방식을 꾀하는 분야를 성서신학이라 부른다. 마가복음은 가장 거친 필치로, 가장 짧게 기록해 낸 복음서다. 그래서 그것은 마치 다른 복음서에 비해 미완의 이야기처럼 느끼지만, 상대적으로 속도감 있게 읽힌다.
그런데 그 속도감을 형성하는 것이 바로 글의 구조라는 사실이다. 즉 마가복음은 미완의 작품이 아니었던 셈이다. 비단 마가복음서뿐 아니라 그 어떠한 성경 문헌도 구조가 없는 것은 없다. 그 구조를 장악할 때만이 해당 문헌의 가장 밑바닥에 깔려 있는 메시지에 집적할 수 있다. 일반 독자에게는 이런 성서신학 읽기가 다소 건조할 수 있으나, 이젠 일반 독자도 이런 성서신학 문헌을 읽을 때가 되었다.
3. 로마서
칼 바르트, 손성현 역, 복있는사람
책 한 권 저술로 인생이 달라진 사람이 꽤 있다. 칼 바르트도 그 중 대표적 인물이다. 스위스의 변두리 탄광촌의 목사로 있던 그를 세상에 알린 작품이 바로 이 로마서 주석이다. 이 책에 대한 저 유명한 찬사, "신학자들의 놀이터에 폭탄을 던졌다"는 표현에 나오는 신학자들은 '자유주의 신학자'를 일컫는 말이다.
자유주의 신학자들을 놀래킨 그의 신학과 사상은 이 책을 중심으로 두 번의 변화를 겪는다. 첫 번째 변화는 이 책의 초판본(1919)이 나왔을 때다. 거기 담긴 주된 내용은 하나님과 세상/인간의 질적 차이다. 그 이전에는 차이를 못 느꼈던 것일까? 우리 스스로 이 책을 직접 읽어보면 정말이지 정신이 확확 깨어나는 것을 체험한다. 하나님과 세속/인간의 질을 그간 얼마나 섞어놓고 신앙생활을 했는지 깨닫는 것이다.
그런데 칼 바르트는 이 책을 내고 난 뒤 또 한차례의 변화를 겪은 것 같다. 그나마 남아 있던 세상의 어떤 긍정적 요소, 세상에 내재된 하나님, 특별히 그의 나라 된 요소까지 아예 싹 부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와 같은 변화를 담아낸 것이 1922년에 발간한 개정판이며, 올해 한글로 번역된 이 책도 바로 그 개정판을 번역한 것이다.
학문적으로는 평가가 다르다. 개정판이 낫다는 학자도 있고, 초판에서의 신학이 더 완성도 있다는 평가도 있다. 어쨌든 이 책이 개정판 역본인 덕택으로, 칼 바르트의 로마서 실제 본 내용을 접하려면 무려 80쪽 이상은 넘어가야 한다. 개정판 편집자들의 부연이 많이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면 비로소 목차에 고스란히 앉힌 칼 바르트만이 이해했던 로마서 구조와 만날 수 있다.
"밤, 인간의 죄, 하나님의 의, 역사의 음성, 다가오는 날, 은혜, 자유, 영, 교회의 곤경, 교회의 직책, 교회의 소망, 거대한 방해, 사도와 신도들". 한 마디로 종말론적 리듬이다. 주석이란 대개 성서신학 작업으로 분류되지만, 이 주석서는 그런 주석과는 달리 한 문장 한 문장, 한 문단 한 문단..., 마치 폭탄을 제조해 날리듯 터뜨린다.
한글 번역으로는 이미 1990년대 말에 나온 것이 있기는 하나 다소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였고, 이번 역본은 게르트 타이센의 <역사적 예수>를 번역했던 손성현 박사가 맡았다.
4. 고전
루이스 카우언·오스 기니스 편저, 홍종락 역, 홍성사
기독교인이 되고 나서 한 1년을, 나는 본의 아니게 신앙의 책들만 집중적으로 접하였다. 그러고서 내린 결론은 이런 다짐이었다. '이제 난 앞으로 소설 따윈 절대로 읽지 않을 거야.'
소설은 그 장르 자체가 거짓말로 쓰기를 작정하고서 쓰는 기록이고, 오로지 천국과 지옥을 다녀온 간증 같은 기록만이 사실을 담은 참된 책이라 여겼던 것이다. 이 같은 독서 태도를 어디서 배웠을까? 분명 누군가로부터 배웠을텐데? 그 알 수 없는 누군가를 이 책 <고전(으로의 초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된 사람이 세속적 소설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 당신의 방, 거실 등 책을 두는 장소를 제가 방문한다고 해 봅시다. 거기에 무엇이 있을까요? 바이런, 스콧, 셰익스피어,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경솔한 말과 신성모독을 일삼는 저자들입니다(15쪽)."
바로 19세기의 위대한 전도자 찰스 피니가 한 말이다. 이 책의 저자 오스 기니스는 문화를 향한 이 같은 경멸의 태도, 즉 자신은 잘 받은 교육 덕택에 청중을 사로잡는 설교를 구사할 수 있었으면서도 문화를 경멸하는 그런 태도에 개탄한 나머지, 그것을 문화적 속물 근성(Philistinism)이라 지적한다. 훗날 나는 다행히 고전(classic)이 없는, 그리고 고전을 부정하는 무저갱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기독교인은 고전이 없는 천국을 전전한다.
그리스도 이전 시대의 고전 저술가들이 지금 천국과 지옥 중 어느 곳에 머무르고 있는지를 알려면 단테의 <신곡>을 읽어봐야 한다(17장). 그런가 하면, 단테가 그곳에 가서 그들을 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이 표지하는 중세신학의 여파이다(16장).
또 그토록 난삽해진 중세신학을 개혁해 내기까지, 그 개혁의 구심축이던 마틴 루터의 무기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알려면 <바벨론의 포로가 된 교회에 대하여> 같은 그의 대표작들을 읽어봐야 한다(22장). 그러면 그가 "1502년에 학사학위를 받자마자 수도원에 들어가 버리는 바람에 가족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던(197쪽)" 진정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알다시피 종교개혁은 1517년 10월 31일, 그 한 날 한 시에 이루고 마친 게 아니라, 지속적인 저술과 번역 작업을 유지했을 때에만 성공할 수 있었다. 루터는 10년 이상 수도원의 수도사 신분으로 있었는데, 현대인에게 수도원이란 신앙서적이나 신학서적만을 갖추고 있는 토굴 정도로 연상되기 십상이지만, 전통적으로 수도원은 고대의 다양한 인문 저술을 필사하고 보전하는 과업을 수행하는 곳이었다. 루터 같은 개혁세력에게는 일종의 병기고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즉 루터의 저력은 1512년에 받은 박사학위가 아니라 고전으로 다져진 인문학 저력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고전이 아니었으면 종교개혁도 없는 것이고, 기독교 수도원이 아니었으면 그 주옥 같은 고전들이 인류에게 전수될 수도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그 덕택으로 신학대학을 안 나온 찰스 피니 역시 영향력 있는 설교자가 될 수 있었다. 고전이 그를 교육했던 것이다.
이 책은 이와 같은 상호 관계에 관하여 중점적으로 다루되, 그 고전들을 무려 78개 이상이나 소화해내고 있다. 여기서 다루는 모든 책이 다 개혁자를 길러낸 고·중세의 고전들이거나, 그 개혁(자)들로 인해 달라진 이후의 근세를 담아낸 고전들이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있다. 이 책에서는 이 상호 관계와 연관성을 무시하는 기독교인의 태도를 가리켜 (문화적) 속물근성이라는 말을 쓰는데, 역자가 '속물근성'이라 번역한 이 필리스티니즘(Philistinism)이란 말은 본래 '블레셋 사람(philistine)'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어찌하다 기독교인이 블레셋인이 되었을까. 14세기 옥스퍼드의 한 주점에서 벌어진 대학생들과 주민들 간의 패싸움이 여러 날 이어진 끝에 주민들이 대학에 난입해 학생 6명을 죽이는 사건으로 번진 일이 있다. 이 일을 계기로 서구 미션스쿨의 교목들은 종종 "(삼손이여) 블레셋 사람이 당신에게 미쳤느니라(삿 16:12)"는 제목의 설교로 훈계를 하게 되었는데, 이 말이 오늘날 기독교인의 유물론적 근성을 꼬집는 말로 순환된 것이다.
지적(知的)으로 이미 삼손인 기독교인이 영적 이유에서 스스로 고전을 막아서는 태도는, 엄밀한 의미에서 영적이라기보다는 블레셋 사람의 유물론적 표지에 더 가까운 셈이다.
5. 예언자적 설교
월터 브루그만, 홍병룡 역, 성서유니온
현재 팔순을 훌쩍 넘긴 작가 월터 브루그만은 구약학의 거장이다. 그의 구약학 방법론은 '상상력 있는 해석(imaginative interpretation)'을 강조한다. 상상력을 동반한 해석(imaginative construal)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위로 경계를 넘어서는 어떤 방임된 상상이 아니라, 성서 속의 공동체가 체험하고 목격한 역사적인 것들을 현 시대 우리에게로 전수해오기 위한 역동성으로서의 상상력이다.
사회학적 문맥을 중요시하는 브루그만은 구약에서 선명한 두 줄기의 신앙 곧, '약자의 신앙'과 '왕조의 신앙', 이 극단의 신앙을 구약성서 전승 사조의 중요한 두 기둥으로 삼고, 그 중심선상에서 예언자적 상상력을 주문한다. 그와 같은 기반 위에 나온 책이 40여년 전 <예언자적 상상력>이었다. 금번 <예언자적 설교>는 그 실질적 응용으로서 설교 안내서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꼭 목회자가 아니더라도 구약신학 기반에서 메시지를 다루는 방법을 익히는데 유용할 것이다.
6. 도킨스의 신
알리스터 맥그라스, 김지연 역, SFC출판부
이 책의 저자 알리스터 맥그라스는 24살 나이에 옥스퍼드 대학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수재다. 그러나 그는 옥스퍼드와 캠브리지에서 신학을 공부한다. 전향한 것이다. 그 뒤로 그는 매우 다양한 분야의 글을 써왔는데, 교회사, 조직신학, 선교학 등 그야말로 기독교/신학의 전 방위 분야로 손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의 넓은 지평의 저술을 펼치고 있다.
그런 그가 자기네 나라의 저명한 무신론자 리처드 도킨스를 겨냥한 글을 안 썼을 리가 만무하다. 이 책은 2007년도에 <도킨스의 신(리처드 도킨스 뒤집기)>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초판의 개정판이다. 그 이전 해에 출간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에 대응하는 책이기도 하다. 아직 접하지 못한 독자는 (젊은이는 더더욱) 둘 다 접하여서 과학적 변증법을 익혀두면 유익할 것이다.
7. 로제타 홀 일기 5(셔우트 홀 육아 일기)
로제타 홀, 김현수·문선희 역, 홍성사
선교사 열전은 고통의 산물이다. 영웅열전이 아닌 것이다. 그들의 가족, 특히 배우자가 겪어야 하는 고난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이다. 윌리엄 캐리의 배우자 같이 미처 준비되지 못한 상태로 따라나섰다가 아들도 잃고 정신착란에 빠지는 극한의 경우가 있는가 하면, 로제타 홀 같이 결혼 전부터 남편과 함께 선교를 꿈꾸고, 함께 준비하고, 함께 선교지로 나서는 배우자도 있다.
하지만 극한의 상황이 누구에게만 골라 찾아드는 것은 아니다. 1892년 윌리엄 제임스 홀과 조선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의료사업에 매진하던 로제타 홀은 결혼한 지 2년 5개월 만에 남편이 죽어 그를 조선 땅에 묻는다.
보통 남편 선교사가 사망하면 영구 귀국하기 마련이지만, 그녀는 중단하지 않았다. 다시 조선으로 왔고, 이 조선 땅에서 가족 잃는 슬픔을 또 한 번 겪는다. 딸이 죽은 것이다. 그럼에도 사역을 중단하지 않았다.
그의 남편과 딸은 서울 양화진에 묻혀 있는데, 양화진에 본사를 둔 홍성사에서 로제타 홀 일기 시리즈를 지난 2015년부터 출간해 오다 이번에 제5권을 출간하였다. 이러한 일기들은 어떤 외국 여성의 수기집이 아니라, 사실은 우리 신앙의 뿌리이다.
8. 지렁이의 기도
김요한, 새물결플러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책이 한 권 있다. <지렁이의 기도>라는 책이다. 이 책 역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타이틀을 걸고 출간된 책인데, 의외로 역사서가 아닌 기도 관련 서적이다.
이 책의 저자는 계시를 통해, 한 지인의 태어날 아기가 딸이라는 사실을 하나님이 말씀하셨다고 한다든지, 그 다음 낳는 아기는 아들이라는 사실, 심지어 장차 남편이 아플 것이며 다른 지역으로 집을 옮기라는 성령의 감동까지 (당사자 대신) 받았다는 내용 등을 기도의 회복 주제로 제시하고 있다. 사실 이런 신비한 체험은 명시적으로 장려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우리 일상에서도 접할 수 있는, 딱히 신학적으로 설명하고 규정할 수는 없지만 체험할 수 있는, 그런 기도와 응답들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그런데 왜 논란이 일고 있느냐, 개혁신학 흐름 중 하나인 '은사중지론'에 반한다는 질타를 맞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논란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신사도 운동에 빠진 교회>라는 제목의 책이 구체적으로 실명까지 들어가며 '손기철 장로의 성령님은 어떤 분이신가?', '김하중 장로는 과연 하나님의 대사인가?', '송만석 장로의 이스라엘 회복 운동' 등을 한국교회의 뒤틀린 영성운동으로 지적한 일이 있는데, 다름 아닌 이 책 <지렁이의 기도> 저자가 그 책을 출간한 출판사 대표라는 사실에 쟁점이 있어 보인다.
현재 <신사도 운동에 빠진 교회> 저자는 은사중지론을 내세워 이 책의 심각한 문제성을 지적하고 있으며, 이에 <지렁이의 기도> 저자는 과거 <신사도 운동에 빠진 교회>를 출간하는 바람에 자사 출판물이 온누리교회 서점에 입점을 못하게 되었던 사실을 회고하며 해당 저자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온누리교회와 고 하용조 목사를 SNS에서 공개 비판한 일도 있다. 따라서 이 책은 '기도의 안내서'로서 보다는 현재 한국교회 저변의 출판 시장의 혼돈된 정체성과 상황을 살피는 안목에서 보면 좋을 것이다.
9. 영혼 사용 설명서
이영진, 샘솟는기쁨
이 책은 '2017년 기독교 도서 베스트 9' 목록에 넣지 않으려다가 넣었다. 내가 쓴 책이기 때문에 빼려 했고, 그러나 실상은 상기에 열거한 그 어떤 책보다 영혼에 가장 직접적으로/시급하게 필요한 내용이므로 다시 넣었다. 자세한 책 내용은 이 블로그 글을 참조(http://mimoonchurch.com/?p=3628).
-정한욱(비전케어 이사, 안과 원장)
#선정 기준을 키워드로 요약하면 평신도·망치·삶의 자리입니다. 즉 (1)평신도- 지나치게 전문적이지 않아 평신도도 충분히 읽고 유익을 얻을 수 있는 책 (2)망치- 한국의 평균적인 그리스도인이 지니는 고정관념에 균열을 일으키는 책 (3)삶의 자리- 2017년 한국교회의 삶의 자리에서 시의성과 적실성이 있는 책입니다.
#어쩌다 보니 첫 번째 책이 <나를 넘어서는 성경읽기>이고 두 번째 책이 <성서, 역사와 만나다>네요! 저는 리뷰를 쓸때 성경/성서, 하나님/하느님과 같은 명칭들은 저자가 쓰는 용어를 그대로 옮기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35년 이상 들어온 '성경'과 '하나님'이 더 편안하지만, 성서/하느님으로 표기된 책들도 꽤 접해서인지 '성서'와 '하느님'도 별 거부감은 없어요. 한국교회에서 이 용어들은 여러 이유로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일종의 정체성 표지(경계표지, boundary marker)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만, 저는 그냥 비본질적인 문제(아디아포라)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1. 나를 넘어서는 성경읽기
김근주, 성서유니온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서 구약을 가르치는 저자는 쉽게 풀어 쓴 성경해석 가이드라 할 수 있는 이 책에서 성경을 읽을 때는 '문자'를 숭배하기보다 문자의 배후에 있는 '정신'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며,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성경의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하는 해석의 원리는 '사랑의 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성경의 올바른 적용을 위해서는 개인 윤리에만 집착한 나머지 구조악에 무감각해지거나 하나님 나라의 공의를 구하는 삶에 소홀해지지 않도록, 성경뿐 아니라 상황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한 마디로 이 책은 근본주의와 복음주의를 가르는 '성경 해석의 리트머스 시험지'라 할 수 있다.
2. 성서, 역사와 만나다
야로슬라브 펠리칸, 김경민·양세규 역, 비아
금세기를 대표하는 그리스도교 역사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성서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고 번역되었으며 어떻게 제작되고 유통되어 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읽히고 이해되어 왔으며 어떻게 당대의 문화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인류의 고전으로 자리잡게 되었는지 흥미진진하게 서술한다.
서방교회(가톨릭과 개신교)뿐 아니라 동방교회와 유대교, 그리고 비기독교 세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와 문화 및 그리스도교 교파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저자의 박식함이 인상깊다. 한 민족의 경전이었던 성서가 모든 인류의 고전으로 자리잡아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낸 '성서의 문화사'다.
3. 로마서 13장 다시 읽기
권연경, 뉴스앤조이
신약학자로 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 교수인 저자는 로마서 13장이 하나님의 대리자로 세상의 정의와 질서를 수호하고 있는 정부 권력에 대한 복종을 말하는 것이지 불의한 정부에 대한 저항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는 않으며, 그리스도인은 불의를 자행하는 악한 통치 권력과 그들을 옹호하는 종교 권력에 대해 요한계시록 13장을 비롯한 여러 성서 본문의 가르침에 따라 제대로 된 통치 행위에 복종하는 바로 그 양심으로 저항을 감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이었던 로마서 13장, 더 나아가 정치권력과 그리스도인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최적의 입문서라 할 만하다.
4. 기독교 역사 속 술
성기문, 시커뮤니케이션
'기독교와 술의 역사적 관계'를 다루고 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기독교가 역사적으로나 신학적으로 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종교였으며, 음주를 죄로 여기는 한국교회의 전통은 증류주의 유행이나 깨끗한 물의 보급과 같은 역사적 변화와 함께 19세기에 불어닥친 세계적 금주 운동과 맥을 함께 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는 오랫동안 절대선과 절대악이 아닌 비본질적인 문제(아디아포라)로 여겨졌던 음주 문제에 대한 한국교회의 진지한 신학적, 목회적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직도 금주를 경건과 신앙의 바로메타인 양 맹신하는 한국교회에 각성을 촉구하는 책이다.
5. 중동 선교의 시작과 끝을 묻다
김동문, 대장간
목사와 선교사로 오랫동안 중동 지역에서 무슬림과 이웃해 살아왔던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교회를 휩쓸고 있는 '이슬람 포비아'의 광풍에 대해 우려하면서, '이슬람 지역'과 '무슬림의 삶' 그리고 '이슬람 선교'에 대해 버려야 할 태도와 가져야 할 자세를 자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인지상정(人之常情)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혐오와 배제의 태도를 버리고, 포용과 환대 그리고 인격적 복음 나눔으로 우리 곁에 와 있는 무슬림들과 마주할 것을 요청한다. '이슬람'과 '선교', 그리고 '중동 선교'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의 필독서, 곧 우리 시대에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필독서다.
6. 창조론 연대기
김민석, 새물결플러스
과학시대의 도전과 기독교의 응답
우종학, 새물결플러스
한국교회를 지배하는 반지성주의 장자인 '창조과학'에 대한 기독 지성계의 응답을 잘 담아낸 책. 둘 다 창조과학과 관련된 논쟁의 역사와 현재의 이슈들을 잘 요약하고, 창조과학의 과학적·신학적 문제점을 명쾌하게 지적하며, 하나님의 창조에 대해 그리스도인들이 가져야 할 바른 태도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저자들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성경과 과학이라는 두 권의 책을 주셨으며, 그리스도인들은 그 중 한 권으로 다른 책을 함부로 재단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창조론 연대기>가 친밀한 웹툰의 형식으로 이 주제를 탁월하게 요약하고 있다면, <과학시대의 도전과 기독교의 응답>은 해당 주제를 좀더 깊이 있게 다루는 이 분야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7.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
박흥식, 21세기북스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냉철한 역사가의 시선으로 종교개혁의 전 과정에 루터라는 인물이 끼친 영향과 그 공과를 차분히 살핀다.
저자에 따르면 초기 종교개혁의 성공은 '이신칭의'와 같은 새로운 신학적 통찰 때문이라기보다, 이 운동이 변화를 갈망하던 16세기 독일과 유럽 기독교 세계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했기 때문이었으나, 개혁이 진행되면서 당대의 정치권력과 밀착해 중세적 봉건질서에 안주하는 길을 택했던 루터는 더 철저한 개혁을 원하는 다른 개혁자 집단이나 민중들의 요구를 외면함으로서 결국 '미완의 개혁가'로 남을 수 밖에 없었다. 가슴을 뜨겁게 달구기보다는 머리를 맑게 해주는 균형 잡힌 루터/종교개혁 입문서다.
8. 포스트휴먼 신학
장윤재, 신앙과지성사
이대 기독교학과 교수인 저자가 모든 자연과 생명이 고통당하는 인류세(Anthropocene)의 삶의 현장에서 발로 쓴 글들을 모은 책. 저자는 4대강·핵발전소·동물학대·켈트 영성·기후변화에 대해 살피면서, 교회가 지독한 인간중심주의와 종차별주의에서 벗어나 '비인간 동물'을 포함한 모든 자연과 '동료 피조물'로 함께 공생하는, 여성적이고 생태적인 제2의 종교개혁을 일으켜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인간 신격화'를 낳은 근대 휴머니즘의 과오를 극복하고 신(神) 중심주의로 돌아가기 위해, 켈트 영성과 포스트휴먼 신학으로의 '회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류의 횡포에 고통당하는 자연과 생명을 품는 생태 · 포스트휴먼 신학의 인식과 실천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9. 종교신학 강의
정재현, 비아
연세대에서 종교철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다종교 상황에서 기독교와 타종교와의 관계를 다루는 종교신학의 핵심 주제인 배타주의와 포괄주의, 그리고 다원주의를, 각 영역을 대표하는 중요한 신학자들을 소환해 찬찬히 살펴 나간다. 그리고 우리의 태도를 '자기 동일성'에서 '구성적 상대성'으로 전환함으로서, 우리 안의 다름을 통해 남들을 만나고 그들을 봄으로서 우리를 고쳐나가자고 호소한다.
복음주의권의 금기에 속하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위험한' 책이지만, 다원화된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반드시 한번은 정직하게 대면해야 할 중요한 질문들을 던지는 '머리를 망치로 내리쳐 주는 책'이기도 하다.
10. 기독교 교리 핸드북
브루스 밀른, 안종희 역, IVP
목회자와 선교사, 그리고 학자로 활발하게 사역해온 저자가 복음주의 교의학의 정수를 명쾌하고 깔끔하게 요약해 낸 정평 있는 교리 교과서의 개정판. 전통적 조직신학의 체계와 순서에 따라 중요한 교리적 주제들을 간략하지만 빠짐없이 다루고 있으며, 최근 복음주의권이 직면하고 있는 중요한 실천적 이슈와 관심사에 대해서도 관심 있게 살핀다.
유용성과 품격, 균형감각을 두루 갖추었으며, '보수적이지만 꼰대스럽지 않은' 영국제 복음주의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교리에 관심 있는 평신도들이 홀로 혹은 함께 공부하기에 최적의 책으로 강력히 추천할 만 하다.
-이동식(총신대 기독서점)
1. 루터의 재발견
최주훈, 복있는사람
마르틴 루터에 관한 책이 유난히 많이 쏟아진 가운데, 가장 화려한 정점을 찍은 듯 하다. 깔끔한 디자인과 저자의 필력, 거기에 루터교단 목사님이 쓴 글은 비록 시각적 차이가 존재해도 제목처럼 루터와 종교개혁에 관한 관심과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
2. 글쓰는 그리스도인
김기현, 성서유니온
글, 언어는 칼과 같아 마구 휘두르면 남과 나를 다치게 한다. 그런데 기독교 쪽에는 마구 그 칼을 휘두르는 경향이 많다. 글도 사용법과 예절이 필요한데, 이 책을 꼭 읽으셨으면 한다. 특히 목회자 분들.
3. 기독교 신앙의 핵심
마이클 호튼, 조계광 역, 지평서원
부패한 신앙으로 인해 그 기본진리에 관한 것조차 외면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똥덩어리속에 있어도, 다이아는 여전히 보석이다. 부디 그 보석을 더럽다 외면하지 않기를.
4.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사
김중락, 흑곰북스
종교개혁에 1도 관심없던 내가 그 경로를 따라가다 보니 스코틀랜드까지 이른다. 믿음 때문에 저런 행동들이 가능할까? 과연 말 한 마디에 상처받고 집어치우는 내 신앙은? 단언코 종교개혁의 의미는 개인의 신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5. 사랑과 정의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홍종락 역, IVP
서로가 정의라 하고 그 정의를 이루기 위해 폭력을 마다 않는 이 시대, 저자의 '사랑과 정의'에 귀를 기울여 보는것은 어떨지.
6. 사도신경 십계명 주기도문 합본
코르넬리스 프롱크, 임정민 역, 그책의사람들
주문은 이승환의 '덩크슛' 노래를 부를 때나 필요하다. '하바라바~' 언제까지 우리의 신앙고백을 주문처럼 중얼거릴 것인가? 그 의미들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책! 주문 끝, 고백 시작!
7. 오스 기니스의 저항
오스 기니스, 김진선 역, 토기장이
언제까지 교회 안에서만 용감한 사자가 될 것인가? 세상을 향하여 담대히 저항하라.
8. 태양을 삼킨 섬
유승준, 홍성사
이판일, 이인재.... 임자도의 순교자들 이야기. 손양원, 주기철 목사님 말고도 이 땅에는 복음을 위해 순교한 많은 이들이 계시다. 이런 책은 대중에게 외면당한다. 읽을 게 쌓여서 관심도 없다. 그러는 당신의 헌신적이고 순교적 삶 또한 그 누구도 관심 없을 것이다. 이런 책들도 추천좀 해 주오~
9. 신학 공부를 위해 필요한 101가지 철학 개념
켈리 제임스 클락 외, 김지호 역, 도서출판100
쉽게 잘 정리되어서 신학도들에게 유용하다. 철학을 신봉할 것도, 무시할것도 아니지만, 어느 정도 알아야 요즘 똑똑한 성도들과 대화가 되지 않겠는가?
10. 땅의 것들
조 리그니, 손현선 역, 좋은씨앗
가끔 너무 순결하여 나조차 범접하기 어려운 신자들을 본다. 신자는 세상 것을 멀리해야 하나, 예수님처럼 사랑해야 하나? 그 개념은 무엇인가? 이런 충돌 속에서 이 책은 아주 흥미롭다. 성도들이 늘 힘들어 하는 문제 아니던가.
-이성구(출판인, 본지 서평가)
1. 부흥의 거장들
빌 존슨·제니퍼 미스코브, 이민경 역, 순전한나드(영성 분야)
두 번째 읽는다. 부흥을 일으켰고 일으키고 있는 13명의 목사님들의 성장 과정을 다룬 책이다. 읽으면서 가슴이 뜨거워지고 기도의 열정이 살아난다.
2. 교회를 깨우는 한밤의 외침
R. T. 켄달, 심현석 역, 순전한나드(영성 분야)
마지막 때와 재림에 대해 성경적으로 잘 풀어서 설명했다. '역시 켄달이다!'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3. 사막은 샘을 품고 있다
이승우, 복있는사람(에세이 분야)
문학계의 대작가 이승우의 에세이다. 아주 좋다. 이런 1급 에세이가 많이 나온다면 기독교 도서 시장이 확장되리라 본다.
4. 회심으로의 초대
리처드 백스터, 박문재 역, CH북스(영적 성장 분야)
이 책, 글이 거칠다. 이게 읽는 내내 걸린다. 하지만 나는 장점으로 읽힌 게 가공되지 않은 현장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저자의 의도를 더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한다. '회심'이란 주제를 가지고 조금의 타협도 없이 직진한다. 이미 나왔던 책이건, 앞으로 나올 책이건, '회심'에 관한 어떤 책도 이 책을 넘어서기 어려울 거다.
5. 오스 기니스의 저항
오스 기니스, 김진선 역, 토기장이(신학 분야)
토기장이 출판사에서 이런 책도 내는구나. 현대 사회에서 기독교에 대한 냉철한 창이면서 방패다. 아주 논리적이고 조금은 어렵지만, 시대와 현상을 읽는 통찰력이 놀랍다. 번역도 잘했다. 천천히 곱씹으며 읽어야 하는 책이다.
6. 세상이 흉내낼 수 없는 기독교
제라드 윌슨, 전병철 역, 생명의말씀사(영적 성장 분야)
기독교 옹호론, 신정론과 유신론을 현대적 용어로 잘 설명한다. 무엇보다 번역을 너무 잘 했다. 모든 장의 처음을 예화로 시작하는 것도 좋다.
7. 루터의 재발견
최주훈, 복있는사람(목회 분야)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루터와 종교개혁에 관련된 도서가 살포하다시피 쏟아지고 있는 2017년이다. 나는 이 책을 읽었다. 쉬우면서 어렵다. 루터의 삶을 신학적 필터로 잘 설명했다. 저자의 솔직함이 이 책의 매력이다.
8. 예수와 함께한 복음서 여행
데이비드 그레고리, 최종훈 역, 포이에마(소설 분야)
소설로 분류하는 게 맞겠다. 전작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의 저자다. 그걸 모르고 읽어도, 그 책의 저자임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차이점이라면 전작은 예수님이 현실에 오셔서 주인공의 궁금증을 해결해주셨고, 이번은 주인공이 사복음서의 주 무대인 1세기로 가서 해결한다는 점이다. 이야기의 힘을 느낀다. 이런 류의 책을 처음 읽거나 초신자들에게 좋은 책이겠다.
9. 지렁이의 기도
김요한, 새물결플러스(영적 생활 분야)
새물결플러스 대표가 쓴 기도서다. 영성과 신학의 중간 지점을 잘 찾아 썼다. 어렵지 않고 은혜가 된다. 무엇보다 신학전문 출판사인 새물결플러스에서 냈다는 게 놀랍다.
10. 쉽게 읽는 기독교 강요
존 칼빈, B. R. 우드 엮음, 스데반 황 역, 생명의말씀사(교리 분야)
버거운 <기독교 강요>를 강요하지 않고 읽게 한다. <기독교 강요> 초입에서 읽으면 아주 좋을 듯 싶다.
-강호숙(총신대 박사)
1. 페미니즘과 기독교
강남순, 동녘
페미니즘과 기독교 양립 가능성에 대한 신학적 이론과 실천을 다룬 책
2. 복음의 공공성
김근주, 비이토르
내면화, 개인화된 복음의 왜곡을 비판하며 구약과 오늘의 현실적 연결을 통해 공동체적이고 공적인 복음임을 드러낸 책
3. 페어처치
이도영, 새물결플러스
불평등과 불의, 사적이며 자기중심적인 교회에서 평등과 정의, 타자를 위한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선교적 교회를 위한 책
4. 어찌하여 그 여자와 이야기하십니까?
김순영, 꽃자리
성경의 이스라엘 여성들 이야기를 통해 남녀차별이라는 타락한 질서를 꼬집고, 남녀 모두를 존중했던 예수의 복음을 실천적 물음으로 도전한 책
5. 내 마음을 읽는 시간
변지영, 더퀘스트
치유와 위로의 메시지들이 넘치는 시대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나답게 사는 삶'의 실마리를 주는 책
6. 재편
이진오, 비아토르
더불어 아름다운 '건강한 작은교회'를 꿈꾸며 현실로 이뤄낸 책
7. 터닝 포인트
배덕만 외, 뉴스앤조이
종교개혁 정신에서 멀어져 가는 한국교회를 다섯 저자들의 시선으로 모색하여 전환점을 모색한 책
8. 루터의 재발견
최주훈, 복있는사람
전 생애를 바쳐 질문하고 저항하며 소통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위해 힘쓴 루터의 열정과 헌신을 재발견해준 책
9. 말씀 앞에 서는 용기
한주원, 이레서원
구약의 실패한 인물들을 통해 거룩한 말씀과 하나님 은혜 안에 살도록 안내하는 책
10. 십일조가 알고 싶다
윤상원, 넥서스CROSS
한국교회의 일그러진 십일조 관행에 대한 성경적 비판과 긍정적 희망을 담은 책
-조영민(나눔교회, <룻기> 저자)
1. 칼빈 기독교 강요 완전분석
장수민, 세움북스
기독교 강요를 읽는데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멋진 분석서
2. 마르틴 루터 대교리 문답
마르틴 루터, 최주훈 역, 복있는사람
종교개혁 500주년에 읽게 된 루터가 쓴 문답서. 펄펄 끓는 종교개혁자의 외침이 들리는 그런 특별한 교리 문답서
3. 신약을 읽다
데이비드 파머, 이대은 역, 죠이북스
'구약을 읽다'에 이어 신약을 조망할 수 있는 책. 책과 부록 둘 다 훌륭함.
4. 기독교 교리 핸드북
브루스 밀른, 안종희 역, IVP
복음주의 기독교의 기초가 되는 기본 교리를 적절한 분량과 깊이로 잘 정리하여 제시하는 친절한 교리책
5. 중동의 눈으로 본 예수님의 비유
케네스 E. 베일리, 오광만 역, 이레서원
저자의 다른 책들에게 약간 밀리는 느낌은 있지만, 예수님의 비유를 읽는 중동의 시선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시간
6. 야근하는 당신에게
이정규, 좋은씨앗
야근을 십계명의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과 연결함. 읽는 중에 야근하는 시대의 아픈 이들과 공감하게 되는 따뜻함도 누릴 수 있는 책
7.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
마크 존스, 오현미 역, 복있는사람
그리스도 한 분을 향한 저자의 사랑과 지식, 그리고 들려주고 싶은 열정이 마구 마구 느껴졌던 누구라도 읽을 수 있는 기독론
8. 오스 기니스의 저항
오스 기니스, 김진선 역, 토기장이
현대 사회를 읽는 탁월한 분석, 그 분석을 기반으로 성도가 살아가야 할 변혁적 삶에 대한 역설
9. 더 좋은 반쪽이 되는 법
릭 존슨, 채천석·조미숙 역, 그리심
남여의 성적 차이를 아주 진솔하고 선명하게 들려주며, 하나되어야 할 부부 안에 곧바로 실행할 수 있는 길을 보여준 카운셀러
10. 제자훈련, 기독교의 생존방식
김형국, 비아토르
제자훈련 무용론이 커지는 가운데, 결국에는 제자훈련이 대안이라는 저자, 그의 삶으로 증명된 하나님 나라 신학에 기초한 제자도의 핵심
11. 특강 종교개혁사
황희상, 흑곰북스(2016년 10월에 나온 책이군요)
종교개혁사를 이렇게 재밌게 풀어쓸 수 있다니, 거기다 종교개혁사를 읽는데 왜 오늘을 사는 우리네 모습이 계속 오버랩 되는지...
-박주신(목회자, 서평가)
1. 우리는 왜 이슬람을 혐오할까?
김동문, 선율
이슬람 전문가이면서 목회자이면서 저널리스트인 저자의 특별한 이력은 그의 저작들에 적잖은 신뢰감을 얹어준다. 그리고 그는 무엇보다, 왜곡되고 날조된 뉴스들의 뿌리를 찾아내 왜곡을 바로잡는 펙트체크 전문가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을 이미 여러 권 저술한 저자가 '혐오'라는 단어를 직접 제목에 사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적어도 기독교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세상에 혐오를 받아 마땅한 존재는 결코 있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기독교는 계속해서 벽을 높이 쌓아올리고, 배제와 혐오를 양산해 내고 있다. 이 작은 책은 이슬람을 바라보는 우리(기독교인)의 시각에 좋은 처방이 되리라 믿는다.
2. 하나님의 아픔의 신학
기타모리 가조, 이원재 역, 새물결플러스,
하나님의 영광의 신학, 하나님의 기쁨의 신학, 하나님의 섭리의 신학, 하나님의 언약의 신학 등은 많이 들어봤지만, 하나님의 아픔의 신학은 낯설다. 그러나 성경을 세심히 읽은 신자들에게 하나님의 아픔은 결코 낯설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은 끊임없이 아파하시고 신음하시며 슬퍼하신다. 그 하나님의 고통에는 이유가 있다. 저자는 무엇보다 '하나님의 마음'을 독자에게 전해주고 싶어한다.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다.
3. 하나님의 딸들
진 에드워즈, 임정은 역, 죠이북스
2009년에 초판이 나왔지만, 2017년에 다시 새롭게 찾아왔다. 여성은 교회에서 과연 잠잠해야 하는가? 교회는 남자 리더들의 전유물인가? 언제부터? 어떤 근거로?
이 책은 교회 안에서의 남녀 리더십이 어떻게 세워져야 하는지에 대한 단서를 성경과 역사 속에서 성실하게 추적해 간다. 보수적인 기독교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주지 않고 있으며, 나름의 성경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그 성경적 근거들에 대한 상세한 다시보기를 시도한다.
그리고 말씀과 역사에 비추어 좀 더 중요한 가치와 핵심적 대안들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남녀의 문제는 여간 민감한 것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딛고 넘어서야 할 큰 산이다. 하나님의 딸들은 교회와 세상에서 어떻게 부름받는지, 성경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길.
4. 용사들의 세대
이준·이진, 세움북스
선교사의 이야기다. 미국과 멕시코, 그리고 브라질에서 활동한(하고 있는) 이 선교사들은 진짜 용사들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몽둥이이고, 성령의 지팡이들이다. 이들의 사역은 억지스럽지 않지만, 읽는 이의 가슴과 머리와 눈가를 진동시킨다.
긴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선교에 아주 작은 관심이라도 있다면, 하나님이 살아계신다고 믿는다면, 이 책을 당장 사서 읽으라. 틀림없이 가슴에 불을 질러줄 것이다. 선교에 관심이 없다면, 하나님이 살아계신지 긴가민가 하다면, 이 책을 당장 사서 읽으라. 성경이 읽고 싶어질 것이고, 교회에 나가고 싶어질 것이며, 기도가 하고 싶어질 것이다.
5. 신학 공부를 위해 필요한 101가지 철학개념
켈리 제임스 클락 외, 김지호 역, 도서출판100
이런 요긴한 책을 출판해 주는 출판사에 마음 깊이 감사하게 되는 책이다. 작고, 가볍고, 비싸지 않지만 꼭 필요하고 유익한 책이다. 특히 신학생과 목회자들이 제발 이 책을 하루에 두세 장씩이라도 읽으면 좋겠다.
사전은 통독용이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책은 통독하기에도 만만할 뿐 아니라, 오히려 통독이 꼭 필요한 사전이라 할 수 있겠다. 자신이 설교를 하면서 사용하는(사용했던) 단어들이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정제된 표현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6. 바울과 편견
랜돌프 리처즈·브랜든 오브라이언, 홍병룡 역, 성서유니온
이 책의 첫 챕터 제목은 '바울은 얼간이였다'이다. 자, 이 책을 읽어보지 않겠는가?
바울에 관한 오해들에 대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바울서신들로 인해 생긴 기독교에 관한 오해들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바울서신은 어쩔 수 없이 기독교의 정신 세계를 이해하는데 핵심적으로 중요한 책인데, 이 바울서신에는 우리가 이해하기 어렵거나 지금 시대의 맥락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들이 상당히 등장한다.
그런데, 그런 내용들이 '성경'이라는 절대 권위의 책 안에 들어가 있음으로 인해 사람들을 힘들게 하거나 싸우게 하거나 불신하게 하기도 했다. 이 책은 그런 맥락 속에 있는 주제들을 상당히 빠른 템포로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7. 루터의 재발견
최주훈, 복있는사람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발간된 루터와 종교개혁 관련 서적들이 수도 없이 많다. 이 책은 그 많은 루터 관련 서적 가운데 하나인데, 이 책만의 강점이 있다면 그것은 저자 자신일 것이다.
저자는 '독일'에서 '루터를 전공'한 '루터학자'이면서, 현직 '루터교 목회자'로서 서울 한복판에서 루터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꽤 좋은 평가를 받는 '강연가'이고, SNS상에서 평소의 설교문을 공유하면서 글 쓰는 힘을 인정받아 온 좋은 '작가'이기도 하다.
학문적이고 목회적이며 찰진 글솜씨로 무장한 그가 루터를 새롭게 바라보자면서 (작심하고) 책을 썼다. 전문가들에게도 일반 성도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 2017년의 루터책 딱 한 권만 고르라면, 적어도 나는 주저없이 이 책이다.
8. 신학 논쟁
로저 올슨, 박동식 역, 새물결플러스
로저 올슨의 천재성에 반하게 되는 책이다. 쉽고 유익하며, 재밌으면서 가볍지 않다. 조직신학적 주제와 역사신학적 맥락이 잘 믹스된 책이면서 문학성도 뛰어나다.
매 챕터마다 꽤나 어려운 신학적 주제와 역사 속 인물들의 특징을 정리해 주는 저자의 설명은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고, 이해하기 좋다. 책 두께와 제목에 지레 겁먹지만 않는다면 이 책보다 괜찮은 평신도용 신학 입문서도 드물 것이다.
9. 사랑과 정의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홍종락 역, IVP
<정의란 무엇인가> 혹은 <죽음이란 무엇인가> 등의 책들이 인문서적의 베스트셀러로 꽤나 오랫동안 사람들의 손에 들렸다. 이 하버드 윤리학자들이 쓴 책들만큼이나 중요하고 통찰력 넘치며, 오히려 그 책들보다 더 깊이가 있는 기독교 윤리학 서적이 우리에겐 꽤나 많다.
월터스토프의 책들은 정확히 딱 그런 책이다. 사랑과 정의라는 주제는 하나님의 대표적인 속성에서 시작되지만, 동시에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두 덕목은 서로 충돌 혹은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바로 그 지점에 대해 깊이 천착한다. 사랑이 충만한 정의, 정의에 충실한 사랑. 이것은 과연 그리스도인의 삶에 작용할 수 있는가? 또 어떻게 작용해야 하는가?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에서부터 책이 시작할 줄 알았지만, 책은 그 주제로 마치고 있다. 책을 닫는 여운이 꽤나 긴 책이 될 것이다.
10. 마포삼열 자료집 1-4권
마포삼열, 옥성득 역, 새물결플러스
마포삼열 선교사는 우리나라 선교 역사 초기(1890)에 내한해 주로 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선교활동을 펼친 미국 북장로교 소속 선교사다. 그가 46년 동안 한국 땅에서 펼친 선교 사역들은 주로 교회 개척과 학교 설립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게 정리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일들을 했고, 참으로 놀라운 부흥의 역사를 일으킨 주역이었다.
마포삼열 선교사가 미국 선교회 본부와 주고받았던 서신들과 보고자료, 그리고 가족들이나 동료 선교사들과 주고 받았던 서신들이 선교사의 며느리인 마애란 여사에 의해 정리될 수 있었고, 그 자료를 옥성득 교수가 전부 번역했다. 이 자료집은 그 마포삼열 선교사가 남긴 자료들의 일부(절반도 안 됨)인데, 이 자료집을 천천히 읽어가는 것만으로도 살아있는 선교 공부가 된다.
선교사 준비하는 모든 예비 선교사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서신들의 내용도 탁월할 뿐 아니라 중간 중간 옥성득 교수가 풀어주는 초기 한국 기독교의 상황들이나 마포삼열 선교사의 사역에 대한 설명도 매우 상세하고 흥미롭다. 이 자료집이 갖는 가치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정말 엄청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