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은혜로 모교인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의 교수가 된 것은 나에게 기적 같은 일이었다. 가난한 집안 형편에 의과대학 진학 자체도 기적이었고, 아르바이트로 과외를 하며, 은행에서 대출 받아 등록금을 마련하면서 무사히 졸업한 것도 기적이었다. 기적이 연속되어 의과대학 교수로 부임한 후 어떤 날 저녁이었다. 모두가 퇴근하고 홀로 남아 일을 정리하면서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리면서 질문을 던졌다. "하나님, 의과대학의 그 많은 훌륭한 크리스천 교수들이 있는데 저를 선택하시고 교수까지 되게 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내 마음에 주신 하나님의 감동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나에게 시키실 일이 있어 여기까지 인도하셨다는 것이고, 둘째는 나를 사랑하고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 천대까지 은혜를 베푼다는 신명기 말씀이었다. 그 말씀은 교회 장로로서 충성된 일꾼이었던 할아버지께서 6.25 전쟁 중에 교회 앞에서 공산당에게 순교 당한 일을 두고 하신 것이라고 느껴졌다. 그때 나는 얼굴도 보지 못한 할아버지의 순교를 기억하시고 나를 축복해주시는 하나님은 정말 말씀대로 행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깊이 느끼게 되었다.
의대 교수가 되고 나서 나는 의과대학 기독학생회 학생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봉사도 하면서 감사와 기쁨으로 학생들을 섬겼다. 하나님께서 나를 의대로 보내셨으니 이런 섬김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또 다른 계획이 있으셨다. 당시 섬기던 교회에서 중고등부 교사를 섬기면서 학생들 위해 창조과학 세미나 강사를 초청하게 되었다. 학생들도 창조과학 세미나를 처음 들었고, 나도 처음으로 창조과학 세미나를 듣게 되었다. 학생들을 위한 세미나였지만 나에게는 인생을 바꾸는 세미나였다. 창조과학 세미나를 들으면서 한 번도 진화론이 거짓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4대 째 크리스천으로서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는데 조금만 생각해도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는 진화론의 허구를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 수치스러웠다. 또한 진화론이 하나님의 창조를 부인하고 기독교의 진리를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무지했던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이런 마음은 곧 바로 나처럼 진화론의 허구를 몰랐던 사람들에게 진화론의 정체를 알려주어야 한다는 강한 사명감으로 연결되었고, 이렇게 해서 1991년부터 나는 창조과학세미나를 섬기기 시작했다.
창조과학 사역을 할수록 창조과학에 대한 공부의 양도 많아졌다. 세미나도 진화론 비판 뿐 아니라 노아 시대 대홍수 심판의 증거까지 다양해졌다. 지금 생각해도 미흡한 부분이 많았지만 하나님께서는 세미나를 듣는 분들뿐 아니라 전하는 나 자신에게도 많은 은혜를 주셨다. 대학 교수로서 연구와 교육을 하면서, 교회를 섬기고 또 창조과학 사역까지 섬기는 것이 힘이 들 때도 많았지만 창조과학 사역은 나의 전문성을 강화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과학적인 자료에 대하여 잘못된 진화론적 해석을 알고 대처할 수 있었고, 창조론적인 바른 해석을 통해 과학 지식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 DNA의 95%가 진화과정 중에 축적된 쓰레기라는 게놈프로젝트 연구 결과가 2000년에 발표되었을 때 발표 내용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후 DNA에 대한 연구들이 발전하면서 과학자들은 DNA에 쓰레기 DNA가 가득하다는 교만한 주장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고, 인간 DNA가 얼마나 복잡한 조절체계를 갖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창조과학의 전문성과 대학교수로서의 전문성이 상호 유익을 주면서 함께 성장함을 더 깊이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노아 시대 대홍수 심판 사건은 지질학적인 격변의 증거가 많기 때문에 생명과학 분야와는 거리가 있는 주제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노아 홍수 대심판의 사건도 나의 전공분야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바로 므두셀라로 대표되는 창세기 족장들의 수명이 대홍수 전과 후 급격한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창세기 족장들의 수명 감소에 대하여 계속 생각하고 공부하면서 "어떻게 사람이 천살 가까이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 자체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왜냐하면 화석으로 발견되는 거대 동물들은 그 자체가 오랜 수명을 나타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악어와 같은 파충류는 살아 있는 동안 계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크기와 수명은 비례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대 악어가 지금의 악어보다 2배가 길고, 8배가 무거운 이유를 오래 살았기 때문이라고 과학자들이 쉽게 해석하는 것이다. 화석으로 발견되는 거대 동물들은 파충류만 있는 것이 아니라 포유류도 있기 때문에 대홍수 이전의 생명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장수를 누리고 있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대홍수 이전 거대 동물들이 장수의 증거라면, 함께 살았던 인간이 장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된다. 그래서 질문은 "어떻게 장수 했느냐?"에서 "왜 대홍수 이후 급격히 수명이 감소했느냐?"로 바뀌게 되었다.
이런 질문을 가지고 성경을 보면서 성경이 얼마나 정교한지를 더욱 깊이 느끼게 되었다. 대홍수 이후 노아는 950세까지 살았는데, 함께 살았던 첫 아들 셈은 왜 600세로 수명이 감소되었을까? 셈의 아들인 아르박삿은 438세로 수명이 더욱 감소하였다. 이런 급격한 수명 감소는 유전자 손상이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데 방사선 노출 등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홍수 심판 때 98세로 당시 나이로는 청년이었던 셈은 이미 600세가 된 노아에 비해 방사선에 의한 유전자 손상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셈의 아들 아르박삿은 셈이 100세 때 나은 아들인데 이미 유전자 손상을 받은 셈이 낳은 아들이기 때문에 수명 감소가 더 커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추정은 대홍수 심판의 지질학적 모델과도 일치하였다. 대홍수 심판 때 거대한 대륙이동이 일어났고, 이런 대륙이동 과정에서 엄청난 열이 발생하면서 거대한 화산폭발, 마그마 분출이 일어나 지하의 방사선이 지표면으로 많이 분출되었을 상황과 잘 맞아 떨어진다. 하나님의 보호하심으로 노아 방주가 안전하게 보호되었지만 방주에서 나온 노아와 노아의 가족들은 지표면에 분출된 방사선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고, 600세 된 노아보다 98세의 셈이 더 큰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노아 시대 대홍수 심판이 지질학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수명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의과대학 교수로서 대홍수 이전 건강하게 오래 살았던 족장들의 신비를 연구하고 싶은 열망이 더욱 커졌다. 이런 열망은 나의 연구도 바뀌어 놓았다. 직업병 연구가 중심이었던 나의 연구가 환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로 바뀌었고, 노아 시대 대홍수 모델과 연관된 건강장수 연구도 시작되었다. 2000년부터 시작된 창조과학적 건강장수 연구는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심지어 연구가 중단되기도 하였지만 하나님께서 열어주시는 길로 꾸준히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처음 기대하고 소망했던 것처럼 엄청난 연구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고, 노아 시대 대홍수 모델과 연관되었다고 생각한 건강장수 연구도 많은 한계가 있음도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조과학을 통해 나를 이끌어주신 하나님께 너무나 감사한다. 창조과학을 통해 창조주이시고 구원주 되시며 심판주 되시는 예수님을 더 깊이 알게 되면서 영적 성장을 가져왔고, 창조과학 세미나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은혜를 나누는 특권을 누리고 있고, 전공분야에서도 내 힘으로 이룰 수 없는 큰 발전과 성취를 이루도록 해주셨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므두셀라 969세의 신비를 조금이나마 열 수 있길 소망하며 연구를 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은혜로 그 신비를 조금 보여주시도록, 또한 함께 그 신비를 여는 모험에 동참하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많아지길 기도하면서...
이은일 박사(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온누리교회 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