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서평] 다음 세대 부흥, 누가 일으킵니까?
교회의 미래, 어린이 안에 다 있다
이병렬 | 생명의말씀사 | 224쪽 | 12,000원
"교회는 더 이상 소망이 없다", "감소만 안 해도 부흥이다", "교회는 성장하지 않는다", "교회는 쇠퇴하고 있다", "주일학교 성장은 전설일 뿐이다".
교회 안에 떠도는 절망적인 이야기를 대라면 아직 수도 없이 많습니다. 수년 전 3년 정도 노회 주일학교를 지도한 적이 있습니다. 주일학교 일로 만난 자리에서 목사님들의 한결같은 소리는 '주일학교가 사라지고 있다'였습니다.
실제로 필자가 예전에 사역했던 교회를 보면, 적지 않은 교회에서 주일학교가 현저히 쇠퇴하거나 사라졌습니다. 불과 20년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말입니다. 담임목사들끼리 모이면 하는 소리가 '제자리걸음만 해도 성장하는 거다'입니다. 이제 성장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며, 부흥이란 단어는 전설처럼 고대 문헌 속에서나 찾을 수 있는 단어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요? 어느 교회를 막론하고 모든 교회가 쇠퇴하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 살아있는 전설이 된 거창중앙교회가 있습니다.
이 책, 이병렬 목사의 <교회의 미래, 어린이 안에 다 있다>는 주일학교 부흥과 교회의 성장이 결코 오래 전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형'임을 보여줍니다.
거창은 넓은 들이란 뜻으로 지리산, 가야산, 덕유산이라는 큰 산 중앙에 자리 잡은 분지와 같은 곳입니다. 대구에서 광주로 이어지는 88 고속도로가 지나는 깊은 산지에 속하는 곳입니다. 지금은 4차선 도로가 만들어져 출입이 편리하지만, 예전에는 여간 접근하기 힘든 곳이 아니었습니다.
이병렬 목사는 늦은 나이에 신학을 시작해 오갈 데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거창중앙교회에 부임하게 됩니다. 도시 목회를 해 본 사람들은 시골에 대한 두 가지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무시이고, 다른 하나는 두려움입니다. 어쩌면 둘은 하나인지 모릅니다.
저도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지만, 시골 목회는 결코 달갑지 않으며 자신이 없습니다. 연로한 어르신들에게 설교한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보수적인 시골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한다 해도, 성장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병렬 목사는 포기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전도하기 시작합니다. 고작 5명이었던 주일학교 학생 수가 만 15년이 지났을 때 1천명을 이루게 됩니다. 현재 거창군 아이들의 숫자가 고작 4천명 정도인데 말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 사역을 시작하던 시절 생각이 납니다. 그때는 참 열심이었습니다. 무엇이든 잘할 것 같습니다. 20대 후반의 뜨거운 열정에게 딱 맞는 구호는 '세계가 나의 교구다' 였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태해지고 익숙해지면서, 소명의식은 점점 사라져 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병렬 목사님은 40대 후반에 거창 중앙교회에 부임하여 큰 부흥의 열매를 맺었습니다. 우리는 부흥의 방법을 말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사람'이란 결론을 내릴 것입니다.
산을 태우기 위해서는 담배꽁초 하나만 있어도 됩니다. 거창에 불어온 거대한 부흥의 물결은 이병렬 목사라는 단 한 사람으로 시작됐습니다. 성장할 조건은 하나도 갖추지 못한 교회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구령의 열정만으로 주일학교를 크게 성장시켰습니다.
주일학교에 매진하자, 시간이 지나면서 교회가 점점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많아진 아이들 때문에 1층 교육관으로 자리가 부족해, 드디어 2층 본당에서 주일학교 예배를 시작합니다. 주일학교를 위해 본당을 완전히 개조하고 수리한 것은 보수적인 교회로서 감히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거창중앙교회 장로님들도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주일학교 부흥은 담임목사 한 사람으로 되지 않습니다. 주일학교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눈물나도록 아름답습니다. 매 주일 수고로이 헌신하는 교사들이 없었다면, 거창중앙교회 주일학교 부흥은 상상도 못 할 일입니다.
더 놀라운 건 교사들 뿐 아니라 아이들까지 스스로 교육받고 리더로 세워졌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교사가 되고, 점점 주일학교가 조직을 갖춰 나갔습니다. 처음은 힘들어도 헌신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교회는 부흥하기 시작합니다. 주일학교가 부흥하자 학부모들이 교회에 관심을 갖게 되고, 결국 장년 부흥으로까지 이어집니다.
3장에서는 '다음 세대를 세우는 부흥의 원리' 7가지를 제시합니다. 몇 가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하나는 무학년제와 전 성도의 교사화입니다. 무학년제 원리는 전도한 교사가 담당 교사가 되어, 학년에 상관 없이 맡는 것입니다. 가슴으로 낳았으니 자신이 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전 성도의 교사화는 주일학교 중심의 교회를 뜻합니다. 이병렬 목사님의 목회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불꽃 목자'는 교사들을 지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학생들에게 주는 명예로운 호칭입니다. 혹독한 훈련의 과정 후 주는 것이기에 보람도 있고, 자부심 또한 대단합니다.
제가 보기에 일종의 어린이 제자훈련인데, 그 과정이 정말 혹독합니다. 교회에서 이런 과정이 과연 가능할지 궁금하기까지 합니다. 이 모든 훈련의 중심에는 '예수 생명' 정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마음에 가장 크게 와 닿았던 부분은 이병렬 목사의 '감동 코칭'이었습니다. 이곳은 노하우가 아닌 감동을 주는 사역 나눔이었습니다. 주일학교가 안 된다는 이야기는 핑계입니다. 안 된다는 마음이 자리잡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마음을 사로잡았던 부분은 어린이와 장년 중 먼저 어린이에 집중할 것과, 주일학교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주일학교가 안 된다는 말이 떠도는 1990년 중반 이후, 놀랍게도 주일학교 예산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마음이 가는 곳에 돈이 갑니다. 재정을 쏟아붓지 않는데, 어찌 부흥을 바라겠습니까? 주일학교 쇠퇴는 마음과 재정의 쇠퇴에서 오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부흥과 성장, 참으로 낯선 단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어느 교회에서는 현재형입니다. 우리는 거창중앙교회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부흥 뒤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부흥은 숫자가 아닌 사람이었습니다. 우리가 방법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동안, 주님은 오늘도 그 사람을 찾고 계신 것은 아닐까요? 다음 부흥을 일으킬 사람은 누구입니까?
정현욱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에레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