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권한위임’의 예술, 하이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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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배우는 경영사례]

하이디라오는 쓰촨성에 위치한 훠궈(중국식 샤브샤브) 집에서 시작된 기업이다. 하이디라오에는 2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게 다반사다. 하이디라오의 서비스는 정말 훌륭하다. 줄을 서 있을 때는 직원이 와서 신발 터는 것을 도와주고, 식탁 위에 앉았을 때는 손짓하기가 무섭게 직원이 달려온다. 그리고 직원들은 항상 미소 짓고 있다. 하이디라오는 이러한 고유의 특색을 밑거름 삼아 성장했다. 다른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너도나도 나서서 하이디라오의 서비스 방식을 모방했지만, 하이디라오의 성공까지 모방할 수는 없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의 경영학자 황티에잉은 하이디라오의 성공 비결을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한다."는 한 마디로 소개했다. 당시 요식 프랜차이즈 기업의 직원들은 대부분 지하 단칸방에 거주하면서 한 달에 700~800위안(약 12~13만 원) 정도의 임금만 받으면서 혹사당하고 있었다. 하이디라오는 이러한 업계 관행을 깨고 직원들을 위해 넓고 쾌적한 아파트를 숙소로 제공했다. 아파트에는 에어컨, TV, 냉장고, 온수기 및 인터넷 접속 시설도 갖춰져 있다. 보수 역시 한 달에 1,400위안(약 23만 원)으로 높은 수준이다. 하이디라오는 이처럼 직원 복지에 신경 썼다. 게다가 직원 가족까지 보살폈기 때문에 직원은 집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 하이디라오는 이렇게 '기업 + 직원 + 직원 가족'으로 구성된 황금의 삼각지대 경영 모델을 창조했다.

하이디라오는 풍족한 보수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원들에게 믿음을 보여주고 권한을 위임하여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끼도록 해주었다. 권한을 위임받는 대상도 위로는 부사장부터 아래로는 말단 서비스 직원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말단 서비스 직원도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고객에게 메뉴 하나를 무료로 줄 수 있고, 심지어는 한 테이블을 무료로 제공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것은 매우 현명한 권한위임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손님과 대면하는 것은 서비스 직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직원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권한을 더 많이 주면 손님의 만족도도 당연히 올라가게 된다.

현장 직원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하라."는 하이디라오의 가치관을 가장 잘 나타내는 요소이다. 물론 하이디라오의 이러한 과감한 시도는 부작용도 따랐다. 모든 직원을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권한을 위임하려면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직원이 계산원에게 한 손님의 식사비용을 면제해주기로 했다고 알리고는 실제로는 손님에게 식사비용을 받아 자신이 챙길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사례를 제지하지 못하면 직권 남용 현상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위험이 있다. 그래서 하이디라오의 경영 방식을 배우고자 했던 다른 요식업계 기업들은 무료 식사 제공 권한을 소수의 고위 관리자에게만 허용했고 결국 자사의 직원에게 하이디라오 직원이 느끼는 만큼의 업무 동기를 부여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렇다면 하이디라오는 이 문제를 어떻게 예방하고 있을까? 하이디라오는 이를 위한 성숙한 시스템을 마련했다. 우선 하이디라오 직원들의 원동력은 직위 상승이다. 즉,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하이디라오 특유의 임원 선발 제도다. 프로젝트 매니저와 재무 매니저를 제외한 하이디라오의 모든 임원은 현장 종업원부터 시작하여 승진한다. 그래서 직원은 하이디라오를 자신의 집으로 여기며 집이 잘되면 자신도 잘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식사비용을 자신이 챙기고 싶어도 다른 동료에게 발각될 것을 더 걱정한다. 두 번째로 하이디라오는 문제를 제보하는 직원의 비밀을 유지해주고 보상까지 제공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마지막으로 하이디라오는 성숙한 감사 프로세스를 갖췄다. 가령 매장 장부 오류가 정상 범위를 지나치게 초과하면, 분명 누군가가 식사비용을 뒤로 챙긴 것이다. 그러면 관리자가 나서서 종업원을 일일이 조사한다. 그리고 대부분 관리자의 의심이 맞았던 것으로 드러난다.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하되 꼼꼼하게 감사하는 것이다. 경영학 관점에서는 '현장 권한위임의 예술' 중 다음의 세 가지 요인을 중요하게 여긴다.

첫째, 직원을 믿고 과감하게 권한을 줘야 한다. 하이디라오는 직원을 신뢰했기에 권한을 위임할 수 있었다. 내가 먼저 타인을 배려하고 신뢰로 대하면 대부분 상대방도 진심과 신뢰로 보답한다. 하이디라오는 직원의 생각을 살피면서 직원을 신뢰했고, 관심과 존중을 표현했다. 그러다 보니 직원도 자연스럽게 기업을 위해 가치를 창출하게 되었다.

둘째, 각자의 능력에 맞게 권한을 분배해야 한다. 하이디라오를 보면 매니저가 할 수 있는 일, 점장이 할 수 있는 일, 직원이 할 수 있는 일이 모두 합리적으로 분배되어 있다. 하이디라오는 직원의 능력에 따라 합리적으로 권한을 위임하고 그것을 체계화한다.

끝으로, 직권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성숙한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이디라오의 회장 장융은 대다수의 종업원이 자율적 도덕성을 갖췄기에 권한을 남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여긴다. 만약 권한을 적절하게 분배하고 이를 잘 관리한다면 권한위임으로 인한 긍정효과가 폐단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하이디라오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이렇게 성숙한 감사 프로세스를 통해 직권 남용으로 인한 폐단을 줄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권한을 위임하기 전에 먼저 업무 목표와 책임 범위를 분명하게 설정하여 제도적으로 통제 가능하고 관리감독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직원에게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권력, 마이크로 파워』 중에서
(천훙안 지음 / 미래의창 / 390쪽 / 17,000원)<북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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