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개회식, 그리고 역사 속 ‘인면조’와 신화적 내세관

|  

[이영진의 기호와 해석] 침묵의 우둔함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한 인면조.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한 인면조.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한 '인면조'가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는 것 같다. 인면조란 무엇인가.

인면조(人面鳥),

말 그대로 사람 얼굴을 한 새의 형상이다. 고구려 무용총 벽화에 있다 하는데 이런 하이브리드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니다.

▲고구려 무용총의 인면조. ⓒ문화콘텐츠닷컴

▲고구려 무용총의 인면조. ⓒ문화콘텐츠닷컴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도 사람 머리를 한 새가 나오며(사이렌), 인간 존재의 한 원천으로 소개하는 이집트의 바(Ba)도 역시 사람 머리를 가진 새의 형상이며, 아시리아의 쉐드(Shed)도 기원전 800년에 등장하는 사람 머리를 한 조류이다.

아시리아의 쉐드는 어근이 히브리어 사드(שד)와 같다. 사드의 모음이 솨드(שָׁד)가 되면 유방이며, 쉐드(שֵׁד)가 되면 악마이다. 이는 인간이 죽으면 죽은 뒤에도 육체에 여전히 남아 있는 바(Ba)라는 존재성과 통한다. 카(Ka)는 영혼, 아크(Akh)는 정신성인 동안에 바(Ba)는 육체와 이어진 일종의 인격이기 때문이다. 다 내세/영혼과 관련 있다.

▲사르곤 2세 궁전 속 아시리아의 인면조.

▲사르곤 2세 궁전 속 아시리아의 인면조.

이는 신화적 내세관만이 아니라 실제 원시시대 매장 데코레이션에도 발견되는 도상이다. 일종의 동물 토템과 샤머니즘이 결합된 사상에 기인한 것으로, 인간과 동물의 특징을 결합함으로써 다양한 동물의 힘이나 속성을 통해 내세를 꾀하는 미개한 인간의 종교성이라 할 수 있다.

이집트 내세관에 있어 사람이란 카(Ka)·바(Ba)·아크(Akh)의 결합체를 일컫는 존재인데, 사람이 죽었을 때 부활이란 이 '카'가 '바'와 다시 합칠 때 '아크'로 부활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영혼이 (남아있는)육체성과 결합할 때 정신성이 된다는 것. 이때 바(Ba)라는 인면조/ 새(의 힘)가 작용을 일으킨다고 믿었던 것이다. 바가 없으면 부활을 못한다. 그래서 이 바는 파라오에게만 있는 것이었다.  

▲이집트의 바(Bar).

▲이집트의 바(Bar).

오디세우스는 사이렌을 통과하기 위해 부하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게 하고, 자신의 몸은 돛에 묶으라 시키고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자기를 풀어주지 말라 명령한다.

"내 노래를 들으면 너를 고향에 데려다 주겠노라~"고 유혹하는 인면조(人面鳥) 사이렌에게 속아 많은 배가 난파한 터이다.

그런데 오디세우스는 왜 딴 사람더러는 귀를 막으라고 했으면서, 자기는 귀를 안 막고 몸을 묶은 것일까?

▲오디세이아의 인면조.

▲오디세이아의 인면조.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는 이르기를, 사이렌은 이때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구태의연한 (노래를 들려주는) 전법을 바꾸어 침묵으로 공격을 했다는 것이다. 오디세우스는 그걸 갈파했다는 것.

미개한 인간은 대개 자기 귀를 막고 거기서 나오는 침묵으로 위기를 건너려 하지만, 오직 이성에 뛰어난 자만이 침묵의 소리를 '들으며' 위기를 건넌다.

침묵의 소리를 듣는 고통보다, 자기 귀를 틀어막은 침묵의 우둔함을 더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한 인면조.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한 인면조.

다시 말하면, 귀를 틀어막은 자들은 고상한 것 같은데 미개인이며, 오직 들을 수 있는 자만이 이성과 지각을 갖춘 자라는 것이다.

이집트, 아시리아, 이스라엘, 고구려.... 무덤에 분칠을 할 정도로 융성했던 그 모든 나라가 듣지를 못하는 우둔함이 창궐할 때 나라를 잃었다.

▲이영진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영진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영진
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 신학과 주임교수이다. 다양한 인문학 지평 간의 융합 속에서 각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보수적인 성서 테제들을 유지해 혼합주의에 배타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신학자로, 일반적인 융·복합이나 통섭과는 차별화된 연구를 지향하고 있다. '기호와 해석의 몽타주(홍성사)', '영혼사용설명서(샘솟는기쁨)', '철학과 신학의 몽타주(홍성사)', '자본적 교회(대장간)' 등의 저서가 있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에디터 추천기사

‘한국기독교 140주년 기념 한국교회 비전대회’

선교 140주년 한국교회 “건강한 교회 만들고, 창조질서 수호를”

복음은 고통·절망의 역사 속에서 민족의 희망 돼 분열·세속화 얼룩진 한국교회, 다시 영적 부흥을 지난 성과 내려놓고 복음 전하는 일에 달려가며 다음세대 전도, 병들고 가난한 이웃 돌봄 힘쓸 것 말씀으로 세상 판단하며, 건강한 나라 위해 헌신 한국교회총연…

 ‘AGAIN1907 평양대부흥회’

주님의 이름만 높이는 ‘제4차 Again 1907 평양대부흥회’

탈북민 500명과 한국 성도 1,500명 참석 예정 집회 현장과 이후 성경 암송과 읽기 훈련 계속 중보기도자 500명이 매일 기도로 행사 준비 1907년 평양대부흥의 성령 역사 재현을 위한 ‘AGAIN 1907 평양대부흥회’가 2025년 1월 6일(월)부터 11일(토)까지 5박 6일간 천안 호서…

한기총 경매 위기 모면

한기총 “WEA 최고위층 이단성 의혹 해명해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이하 한기총)이 WEA(World Evangelical Alliance) 최고위층의 이단성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다. 2025 WEA 서울총회 조직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한기총은 13일 입장문에서 “WEA 서울총회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WEA 국제이사…

김종원

“다 갈아넣는 ‘추어탕 목회’, 안 힘드냐고요?”

성도들 회심 이야기, 전도용으로 벼랑 끝에 선 분들, 한 명씩 동행 해결 못하지만, 함께하겠다 강조 예배와 중보기도 기둥, 붙잡아야 제게 도움 받지만 자유하게 해야 공황으로 섬기던 교회 결국 나와 책 속 내용, 실제의 ‘십일조’ 정도 정말 아무것도 없이 …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제42회 정기총회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새 대표회장에 권순웅 목사 추대

세속의 도전 속 개혁신앙 정체성 확고히 해 사회 현안에 분명한 목소리로 실시간 대응 출산 장려, 청소년 중독예방 등 공공성 노력 쪽방촌 나눔, 재난 구호… 사회 책임도 다해 총무·사무총장 스터디 모임으로 역량 강화도 신임 사무총장에는 이석훈 목사(백석) …

저스틴 웰비 대주교

英성공회 수장, 교단 내 ‘아동 학대 은폐’ 논란 속 사임 발표

영국성공회와 세계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Justin Welby) 캔터베리대주교가 아동 학대를 은폐했다는 스캔들 속에 사임을 발표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웰비 대주교는 12일(이하 현지시각) 영국성공회 웹사이트에 게재한 성명에서 “찰스 3세의 은…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