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학교가 위태하다. 신학생들은 교실을 뛰쳐나와 시위에 나서고 있다. 단식도 불사한다. 급기야 건물을 점거했다. 몸싸움이 났고, 용역까지 동원됐다. 학사 일정이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 캠퍼스는 검붉은 현수막과 대자보로 가득하다. '민주화'를 외치던 80년대의 기운이 감돈다.
왜 이렇게 됐을까? 학생들이 보기에 지금의 총신은 정상이 아니다. 특정인들, 정확히 표현하면 김영우 총장과 그에 동조하는 재단이사들이 전횡을 일삼는다고 본다. 교단에서 멀어지려는 듯한, 최근 일련의 ‘정관 개정’도 납득하지 못한다. 특히 김 총장에게 책임을 묻는다. 그는 지난 2003년 처음 총신대 재단이사가 된 이후 무려 12년 가량을 이사와 이사장으로 있었고, 지난 2015년 6월 25일 중도 사임한 길자연 목사에 이어 같은 해 8월 25일 총장으로 취임했다. 일종의 '보궐 총장'이어서 한때 잔여임기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그러는 사이 김 총장은 사표를 냈고, 재단이사회는 그를 다시 총장으로 뽑았다.
한 사람이 재단이사와 이사장, 그리고 총장을 이토록 오랜 기간 연거푸 한다는 건 누가봐도 정상이 아니다. 일반 사학에서, 설립자나 그의 가족이 상당 기간 요직을 맡는 경우는 더러 있다. 그래도 총신대처럼 부자연스럽진 않다. 더군다나 김 총장은 학교 설립자도 아니다. 얼마 전엔 배임증재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게다가 총신대는 비록 사학이나 그 성격상 공립에 가깝다. 새뮤얼 어스틴 모펫(Samuel Austin Moffet, 한국명 마포삼열) 선교사가 이러라고 학교를 세웠겠나?
교단(예장 합동)도, 겉으로는 정상화를 외친다. 하지만 그럴만한 능력도 없는데다, 그럴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오늘의 적이 내일의 친구가 되는 게 교단 정치판"이다. 이해관계에 따라 하루아침에도 얼굴을 바꾸는 게 그들이다. 알고보면 지금의 총신 사태를 있게 한 근본적인 원인은 학교와 교단을 그 따위의 판으로 만든 소위 '정치 목사'들이다. 교단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누군가 이번 총신 사태를 두고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학생들이 이렇게까지 나선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 한 끼를 굶어도 불우이웃 성금함에 돈을 넣는 게 총신대 학생들"이라고. 다소 과장된 감이 없지 않지만, "오죽하면 이러겠나"하는 심정만큼은 이해가 간다. 학생들로서는 그나마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김영우 총장이 결단해야 한다. 자진 사퇴를 촉구한다. 학생들, 아니 총신대를 가슴 아프게 바라보고 있는 모든 기독교인들을 위해 물러나라. 이것이 비록 늦었지만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