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보다 ‘온전한’ 마리아? 주객이 전도된 영화

김신의 기자  ewhashan@gmail.com   |  

[리뷰] 외경(外經) 참고한 ‘막달라 마리아’(下)

※본 리뷰에는 영화 ‘막달라 마리아: 부활의 증인’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편집자 주

성경은 부활 이후의 예수를 만나기 전, 부족한 제자들의 모습을 숨기지 않고 고발한다. 예수의 말에 동문서답 하거나, 예수를 버리고 도망치거나(마26:56, 막14:50), 예수를 부인하고 저주하는(마26:69~75, 막14:66~72, 눅22:54~62, 요18:25~27) 등의 모습 말이다. 그런데 영화 <막달라 마리아: 부활의 증인>(감독 가스 데이비스)의 제자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과 어딘가 다르다.

▲베드로(치웨텔 에지오포). ⓒ영화 &lt;막달라 마리아: 부활의 증인&gt; 스틸 이미지
▲베드로(치웨텔 에지오포). ⓒ영화 <막달라 마리아: 부활의 증인> 스틸 이미지

폭력과 봉기로 하나님 나라 이루려는 제자들

“랍비여 지금 시작해야 합니다!”

영화 속 제자들은 “예수님이 유월절에 뭘 할 것”이라며 “그러니 사람을 더 모아야 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예수(호아킨 파닉스)의 부활 이후에도 베드로(치웨텔 에지오포)는 마리아(루니 마라)에게 “다른 제자들에게 가르쳐주지 않은 비밀을 너(마리아)에게만 가르쳐주었냐”며 뭔가 큰 착각에 빠져있다.

한 마디로 영화 속 제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따르는 제자이기보다 봉기를 일으켜서 세상을 바꾸려는 세력에 가깝다. 특히 베드로는 “당신(예수)의 기적을 보면 다 봉기할 것”이라는 대사를 명확히 던진다. 유월절을 맞아 예루살렘에 들어간 모든 제자들은 “이제 죽은 자가 부활할 거다”, “때가 왔다”고 소리지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시위 분위기를 계속해서 고조시킨다.

반면 마리아는 “이해가 안 되도 예수를 따라야 한다”며 제자들과 대립한다. 그런 마리아에게 제자들은 “가나로 가든가 강제로라도 (예수를) 다른 데로 데리고 가야 된다”고 말한다. 이 같이 마리아와 제자들이 대립하는 구도는 예수가 부활한 이후, 영화가 끝나기까지 지속된다.

물론 성경에도 실제로 반란과 봉기, 정치적으로 세상을 바꾸려 했던 ‘열심당’이었던 제자가 있다. 셀롯이라는 시몬(눅6:15)의 셀롯은 공표된 열심당의 명칭이다. 열심당은 폭력항쟁으로 맞설 것을 주장한 유대의 종교적 민족주의 정치 운동으로 젤롯(zealot)당과 시카리당이라고도 불린다.

▲예수(호아킨 파닉스)와 유다(타하르 라힘). ⓒ영화 &lt;막달라 마리아: 부활의 증인&gt; 스틸 컷
▲예수(호아킨 파닉스)와 유다(타하르 라힘). ⓒ영화 <막달라 마리아: 부활의 증인> 스틸 컷

신약학자들에 의해 열심당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가롯 유다다. 영화 속 유다(타하르 라힘)는 성경과는 다른 면모가 부각된다. 그는 여자라는 이유로 막달라 마리아를 차별하는 제자들과는 좀 다르다. 유다는 막달라 마리아에게 말을 건네며,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은 슬픔을 전하는 등 ‘호감형 캐릭터’로 등장한다.

물론 유다 역시 다른 제자들처럼 잘못된 믿음이 얼마나 강한지 “이제 먼저 죽은 가족과 만날 수 있다”, “미루고 두려워만 하셨지, 오늘은 그가 시작할 거야. 정의가 부활할 거”라며 예수가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빨리 봉기를 일으키도록 예수를 팔아버리기까지 한다.

여기서 요한복음 12장에 “도적”인 유다와 요한복음 13장 최후의 만찬의 자리에서 유다가 조각을 받고 나가 곧 밤이 된 장면은 영화에서 아예 사라져버렸다. 대신 최후의 만찬 자리에 마리아가 예수의 가장 가까운 자리를 차지한다. 소설 ‘다빈치코드’를 비롯해 영지주의 문헌이 다시 한 번 떠오르는 순간이다.

물론 예수를 판 이후 유다가 생각한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를 본 유다는 마리아에게 “내 가족들에게 간다”며 자살을 하러 간다. 마리아는 유다의 가족이 이미 죽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살하려는 유다를 말리지 않는다. 이 장면도 기자에겐 다소 충격이었다.

나약한 예수와 온전한 마리아

▲영화 &lt;막달라 마리아: 부활의 증인&gt; 메인 포스터. 포스터에서조차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모습은 상반된다.
▲영화 <막달라 마리아: 부활의 증인> 메인 포스터. 포스터에서조차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모습은 상반된다.

성경에서 증거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은 참 인간(vere Homo) 참 하나님(vere Deus)이다.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래도 되기를 원하나이다”라던 겟세마네의 기도를 비롯해 그는 우리와 같이 고통을 느낌에도, 믿음을 잃지 않는 본을 보이고 하나님께 기도한다. 그런데 영화 속 예수의 모습은 어딘지 어색하다. 이런 모습은 죽은 사람을 살리는 기적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죽은 사람을 살리는 장면 직후 영화 속 예수는 “뚜렷이 보였던 것이 사라져 간다. 생명이 사라져가고 있다”며 무언가 힘들어 하며 흐느낀다. 이런 예수에게 마리아는 “당신도 여기 있고 나도 여기 있다”, “내가 같이 가겠다”며 예수를 위로한다.

겟세마네 기도의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가장 결정적인 십자가 자리를 앞두고 예수가 하나님이 아닌 인간 마리아에게 인간적 위로를 받기 시작한 것. 예수가 수건을 허리에 두르고 제자들의 발을 씻는 장면은 없는 대신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발을 씻는 장면이 나온다. 심지어 예수가 마리아의 무릎에 머리를 베는 장면도 펼쳐진다.

덧붙여 마리아가 던진 “그(예수)는 뭔가 두려워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다음에 무얼 요구하실지”라는 대사 또한 감독이 성경과 하나님, 삼위일체에 대한 오해를 가진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부분이다.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에서는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도 등장한다. 내내 심각한 표정을 이어왔던 예수는 이때 잠시 웃는 모습을 보인다. 성모 마리아는 “아들이 어밀 찾는데 이유가 있냐”며 하나님의 아들 예수보다 어머니인 마리아의 아들 예수에 초점을 둔다.

이에 더해 성모 마리아는 “예수가 어릴 때 친구들이 귀신에 들렸다고 놀렸는데, 예수는 맨날 울었다”며 “나에겐 온전한 아들이었던 적이 없다”고 말한다. 거기다 “너(막달라 마리아)도 나처럼 그를 잃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며 이미 예수의 죽음을 알고 예비하고 있다.

▲기근으로 어두운 상황에 처한 사마리아에서 어두운 집 사이 빛과 함께 들어오는 막달라 마리아의 모습은 마치 이 영화의 목적을 말해주는 듯 하다. ⓒ영화 &lt;막달라 마리아: 부활의 증인&gt; 스틸컷
▲기근으로 어두운 상황에 처한 사마리아에서 어두운 집 사이 빛과 함께 들어오는 막달라 마리아의 모습은 마치 이 영화의 목적을 말해주는 듯 하다. ⓒ영화 <막달라 마리아: 부활의 증인> 스틸컷

예수를 이렇게 그린 반면, 예수를 따르기 시작한 막달라 마리아는 어떠한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종합적으로 보면 막달라 마리아는 ‘죄인’이기보다 시대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아 ‘누명을 쓴 의인’, 그리고 ‘사도 중의 사도’이자 ‘예수가 의지했던 자’다. 이에 더해 부활한 예수는 마리아에게 “넌 이런 순간에도 두려워하지 않는구나”라고 증거한다. 십자가를 앞두고 힘들어 했던 예수와는 참으로 상반된 모습이다. 주객이 전도됐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서기 591년 그레고리 교황이 막달라 마리아가 창녀였다고 주장한 후 그 오해가 지금까지 이어져왔으나 2016년 교황청은 그녀를 사도 중의 사도로, 부활한 예수의 첫 증인으로 공식 인정했다”라는 글로 끝을 맺는다. 영화의 말대로라면 여성 사제를 인정하지 않는 교황청에 여러 의문도 생기나, 사실과 왜곡 여부를 떠나 적어도 영화 속 ‘막달라 마리아’를 높이는 목적만큼은 성공한 듯 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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