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서평] 기도, 그 자체가 축복입니다
기도를 시작하는 당신에게
강산 | 좋은씨앗 | 104쪽 | 6,000원
그래도 누군가는 기도해야 합니다. 세상이 절망에 쌓이고, 상황이 모호하여 어디로 갈지 모른다 해도, 기도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대개 고난 속에서 기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간증을 수도 없이 들어서인지 뇌리 속에는 '고난=기도'가 공식처럼 박혀 있습니다.
그러나 깊은 고난 가운데 있는 사람은 기도하지 않습니다. 아니 기도할 수 없습니다. 기도하고 싶어도 기도가 되지 않습니다. 참으로 이상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깊은 고난은 기도를 막습니다. 이럴 때 고난 가운데 있는 사람을 위하여 누군가는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는 자신이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기도를 통해 그 사람이 다시 일어날 힘을 얻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네 믿음대로 될지어다'라고 하시기도 하지만, 친구들의 믿음만 보시고 고쳐 주시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라는 찬양을 정말 좋아합니다. 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누군가 기도하고 있다는 것이 감사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널 위하여
누군가 기도하네
내가 홀로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 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누군가 날 위해 기도하네. 고난이 너무 심해 수도 없이 죽음을 생각하고 절망 속에 허우적거릴 때, 누군가 날 위해 기도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습니다.
책 제목을 봤을 때 단순한 기도 안내서로 생각했습니다. 맞습니다. 기도 안내서입니다. 그러나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 나가면서 저자의 마음이 절절하게 다가와, 뭉클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참으로 따뜻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자기 고백적 기도 안내서입니다. 들어가는 글에서 자신을 괴롭힌 민철이란 친구가 기도를 통해 갑자기 착해진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눈물 나게 아픈 문장이 뒤따릅니다.
"아쉽게도 그날은 제가 그 학교를 떠나는 날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자신을 괴롭혔던 친구를 위해 기도했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후 기도 응답이 되었는데 '그날은 민철이를 보는 마지막 날'이었던 것입니다. 마음이 얼마나 무너지던지, 울고 싶어졌습니다.
강산 목사가 곁에 있으면 이렇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왜 당하기만 하냐고, 왜 그렇게 무능하냐고. 그러나 저는 압니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고, 진정한 기도의 응답은 기도자의 변화에 있다는 것을. 그것으로 끝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도, 유학은커녕 초라한 상가 건물에 교회를 개척합니다. 교회를 개척해 본 사람들의 마음을 누가 알까요? 생존의 위기에서 하루하루 버텨야 하고, 한 명의 성도가 천군만마와 같다는 것을. 교회 개척은 곧 눈물의 기도가 시작되는 시점입니다.
그는 이론적인 기도가 아니라 삶의 무게를 지고 날마다 기도하는 기도자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이야말로 어떤 탁월한 기도 안내서보다 가장 위대한 기도 안내서라고 자부합니다.
저자는 5개의 주제로 분류했고, 마지막 조언을 첨가했습니다. 필자는 일단 첫 장인 '왜 기도해야 할까요?'를 주의 깊게 읽었습니다. 에스겔 36장 37절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주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셨느니라. 그래도 이스라엘 족속이 이같이 자기들에게 이루어 주기를 내게 구하여야 할지라."
하나님은 기도를 요구하십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요구하시는 기도는 '수동태'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께 '구하게 될 것이다(21쪽)'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이 부분을 '에스겔서 전체 속에서 계속적으로 사람들이 하나님께 기도할 수 없었던 상황이 해결될 것을 말합니다(21쪽)'로 해석합니다. 죄로 인해 이스라엘에게 고개를 돌리시고 귀를 닫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하나님께서 다시 얼굴을 이스라엘에게 향하시고, 귀를 열어 기도를 들으십니다.
'기도 자체가 축복(22쪽)'입니다. 기도는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어 주심으로 우리는 기도할 수 있습니다. 다니엘은 습관적으로 기도했습니다.
기도는 습관이어야 합니다. 습관은 일상이고, 평범함 속에 깃든 영광의 시간입니다. 다니엘은 습관적 기도와 성경 읽기를 통해 예레미야가 예언한 부분을 발견합니다. 칠십년 만에 포로생활이 끝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니엘은 기쁨의 잔치를 열지 않았습니다. 다니엘은 대신 기도했고, 금식하고, 베옷을 입고, 재를 덮어쓰고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그는 진정 기도의 사람이었습니다.
요한계시록 5장에 나타난 기도를 통해서는 기도가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하나님은 기도하라 하십니다. 아무런 힘도 없고, 무능해 보는 기도가 왜 필요할까요? 성도는 왜 기도해야 하나요? 하나님은 '기도라는 통로를 통해(29쪽)' 일하시기를 기뻐하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삶 역시 기도는 사역의 원천이자 방식이었습니다. 첫 장에서는 성경 속의 기도를 살핌으로 기도에 대한 성경적 정의를 내립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좋았습니다.
'왜 기도하지 않을까요?'에서는 뜨끔했습니다. 먼저 '기도하지 않음(34쪽)'이 기도를 방해하는 요소라고 말합니다. 또한 기도에 대한 믿음보다 SNS의 정보와 지인들에게 의지하려고 하는 것에 주의를 줍니다. 저의 이야기인 듯해 부끄러웠습니다.
실제로 기도는 무엇을 얻기보다, 기도하는 그 자체에서 큰 위로와 힘을 얻을 때가 적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기도하는 자들을 기뻐하십니다. 우리는 기도할 때 얻으려 하기보다 하나님을 만나기를 노력해야 합니다. 기도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저자는 중요한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이 책을 시작하면서 나눈 민철이의 이야기처럼 우리의 기도가 처음에는 분하고 속상하며 인간적인 요구로 시작되었을지라도, 기도가 깊어지면서 우리는 차츰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되고 그분의 지성소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면 그 미운 영혼이 차츰 불쌍하게 생각되는 것입니다(54쪽)."
기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어떤 것을 얻는 것이 아니라, 기도자의 변화에 있습니다. 기도는 목적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온전히 사로잡히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기도의 목적이 아닐까요?
그러고 보니 저도 처음에 누군가 미워 그를 어떻게 해달라고 시작했다가, 그 영혼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든 적이 몇 번 있습니다. 게으른 기도생활로 인해 영적 능력을 상실하고 있지는 않은지 제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요?'에서는 '삼위일체적인 기도'에 공감했습니다. 처음에는 제목이 미심쩍었지만, 읽고 나니 저자의 주장이 옳다고 확신했습니다.
삼위일체적인 기도는 기도의 시작을 성부 하나님을 부름으로, 기도의 마무리를 성자 예수님의 이름으로 마치는 것입니다. 그럼 성령 하나님은 어디 계시나요? 기도의 중간, 즉 몸통에서 성령 하나님이 필요합니다.
기도를 하다 보면 우리의 욕망으로 가득 찰 때가 있습니다. 아니 찰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우리는 성령의 음성에 귀 기울여야 하고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성령님께 의지해야 합니다(72쪽).' 저는 이 책에서 책을 마치면서 고백하는 강산 목사의 조언이 가장 크게 다가왔습니다.
"기도한 대로 살 수 있도록 기도하고, 그 기도가 실제가 되도록 성령님께 순종하십시오(96쪽)."
책을 다 읽고 나서, 한동안 책을 잡고 생각에 빠졌습니다. 저도 교회를 개척했지만 기도의 시간이 너무나 부족합니다. 아직 예배 처소가 없어 가정에서 예배드립니다. 그러다 보니 기도의 시간도 짧아지고, 공간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핑계로 기도에 소홀했습니다.
오래 전 기도할 공간이 없이 산에서 두 시간 이상을 기도했고, 집에서 수 킬로미터가 떨어진 교회에 홀로 걸어가기도 했던 생각에 부끄러워졌습니다.
그 많은 기도 안내서가 있음에도, 이 책은 기도 자체에 집중하게 합니다. 아마도 저자의 보이지 않는 기도생활이 책 속에 스며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참 좋은 목사님, 참 좋은 기도 안내서를 알게 되어 반갑고, 감사드립니다. 오늘부터 시간 시간을 늘리고 오래 기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현욱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에레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