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안 된다면서 교회 내 여성차별 묵과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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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 페미니즘과 동성애(1)

*본지는 한상화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가 지난 5월 4일 서울 양재 온누리교회에서 '젠더리즘,네오마르크시즘, 트랜스 페미니즘과 기독교'라는 주제로 열렸던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 영성포럼에서 '트랜스페미니즘과 동성애'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글을 매주 1회 연재합니다.

▲한상화 교수

▲한상화 교수

한국교회 내 여성 사역자에 대한 배제와 차별에 대한 애통(Lament)

저에게 주어진 제목이 "트랜스페미니즘과 동성애"이고 사실 본 세미나 주제인 "젠더리즘, 네오마르크시즘, 트랜스페미니즘과 기독교"라는 대주제 하에 주어진 정황을 볼 때, 그 의도는 트랜스페미니즘도 젠더 주류화(Gender Maintreaming)를 통해 동성애 및 성 소수자 인권 보호라는 미명 하에  네오마르크시즘적 혁명을 지향하는 정치 이데올로기에 연결됨을 밝히며 이에 대한 기독교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이해됩니다.

그러나 실제로 켈러의 트랜스페미니즘이 어떻게 네오마르크스주의와 연결되는지는 독립적으로 다루어야 할 주제이고 켈러의 사상적 배경이 마르크스적이라기보다는 화이트헤드의 과정 철학과 후기 구조주의 해체철학에 근거하고 있고 또한 기독교 신비주의 전통과 연결되는 부정 신학(apophatic theology)적 요소를 가지고 있어서 네오마르크스주의자들과는 사상적 계통이 다른 신학자임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켈러의 트랜스페미니즘이 확실히 주디스 버틀러의 사회학적으로 규정되는 젠더 개념을 포괄하면서 퀴어 이론과 연결됨은 사실이며 모든 사회적 약자와 피억압자의 연대를 추구하는 점에 있어서 성소수자(LGBT)를 포함하고 있고 더 나아가 동식물 포함 전 지구 생태계의 해방을 추구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트랜스페미니즘의 주제를 연구하고자 하는 관심의 초점은 특별히 동성애 주제와의 관련성 속에서가 아니라 여성차별 문제와 관련하여서이고 예나 지금이나 저에게 더 직접적이고 시급한 이슈는 여성차별의 문제이고 이 문제는 제 실존의 문제라서 더더욱 그러합니다. 혹자는 여성차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동성애 반대 운동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이 여성차별 문제에 대하여 기독교계가 본래 기독교 세계관과 하나님 나라 비전의 그림 가운데 참다운 기독교적 정신을 가지고 바른 원리로 접근하여 일관성 있는 행동을 보여줄 때 비로소 동성애 이슈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는 접근이 가능하고 비정치적 다수 시민의 이성에 호소력을 가질 목소리를 발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모든 종류의 성평등을 주장해야 비로소 여성평등도 이루어진다는 연결은 진보 진영의 논리로서 기독교적 시각에서 볼 때 원리적으로 어긋난 논리임에 틀림없기 때문에 그 논리적 프레임 안에서 성평등 안 된다고 부르짖으면서 여성차별을 묵과하여 일반인으로 하여금 기독교인은 차별주의자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하는 현재의 대응 방식은 지혜롭지 못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기독교 세계관을 세상 정치 논리 속에서 타락시키는 커다란 우를 범하게 됩니다. 이 점에 대해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주어진 제목에 대해 온전한 논문을 써서 발표하지 못하는 점, 즉 이렇게 특강 형식으로 발표하게 된 점에 대하여 죄송한 말씀드립니다. 여러 가지 개인적 변명은 생략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특강은 동성애에 대한 한국교회 대처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회복되어야 하는 남성과 여성의 바른 관계에 대하여 먼저 말씀드리고 앞으로 제가 논문으로 발전시키려고 하는 주제로서 현재 드루대학교에서 구성신학을 가르치는 케서린 켈러 교수의 트랜스페미니즘(transfeminism)에 대하여 소개한 후 동성애와 관련하여 몇 가지 제언을 드리려고 합니다.

앞으로 제가 쓰려고 하는 논문 제목은 "케서린 켈러의 트랜스페미니즘(transfeminism)에 대한 개혁-복음주의 신학(Reformed Evangelical Theology) 관점에서의 비평적 고찰"입니다. 이 논문은, 제가 필라델피아 소재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1996년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하여 ACTS에서 교수사역을 시작한 직후, 당시 막 새로 시작한 한국개혁신학회에서 발표했던 두 논문, "개혁주의 관점에서 본 여성신학과 여성해방"과 "복음주의 내에서의 여성문제에 대한 논의"의 후속 논문으로 기획한 것입니다. 앞의 논문은 당시 여성신학 상황을 개관하면서 로즈마리 류터(Rosemary R. Ruether)의 에코페미니즘을 다루었고, 뒤에 논문은 여성문제에 대하여 성경 해석을 둘러싼 세 신학적 입장들 즉 남성 리더십을 주장하는 전통적 입장, 상호복종주의, 여성 동등주의의 입장에 대하여 고찰한 논문입니다. 그 논문들을 쓸 당시와 20여년 지난 후인 오늘의 기독교 교계 속 여성 사역 환경은 크게 보면 다소 나아졌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보수 교계 내 지도자들의 봉건적 유교적 가부장적 사고방식에 결합된 해석학적 의식이 결여된 경직된 문자주의 성경이해와, 부유해진 교단 정치적 이권의 남성독식을 위하여 보수신앙이란 이름으로 여성을 탄압하는 불의한 세력의 결탁으로 인해, 보수 교계 내 여성 사역자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어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나빠진 모습으로 나타나서 하나님과 세상 앞에 부끄럽고 애통한 마음 가눌 길 없습니다. 더구나 한국 사회 이념의 양극화 현상의 영향 하에 오히려 더 반동적 보수(reactionary conservatism)로 일관하는 보수교회의 안타까운 모습 가운데, 목사자격 관련 교회 법안에 이전에 없던 "남성"을 삽입하여 여성 차별적 결의를 실행할 뿐 아니라, 여성 사역자들에게 혐오적이고 폭력적이라고까지 느껴지는 위원회의 보고서를 아무런 논란 없이 패스한 사실이 밖에서 볼 때 얼마나 문화적으로 무분별하고 해석학적으로 몰이해한 기독교 지도자들의 모습인지 같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참으로 애통할 따름입니다.

「"여성 목사(안수) 문제는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창조질서의 근간에 속한 문제이다. 성경은 여성을 목사로 세우는 것을 금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므로 우리는 여성 목사(안수)를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 위원회는 △교단 내 모든 교회에서 여성 목사를 강단·행사에 직·간접적으로 세우는 일이 없도록 한다. △교인이 다른 교회로 이명 해 갈 때 여성 목사가 목회하는 교회는 피하도록 한다. △여성 목사가 설교하는 집회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며, 여성 목사의 설교를 시청하거나 청취하는 것을 가급적 피하도록 권면한다. △교단 신학교 교수 임명 시 여성 목사 안수에 대한 의견을 확실히 묻는다. △타 교단에서 (...)으로 전입하는 목사에게 여성 목사 안수에 대한 생각을 확인한다. △(...) 여교역자와 목회자 아내는 담임목사 지도하에 교육·심방 사역에 참여할 수 있다. △목회자 아내가 목사 안수 받으면 그 목회자는 (...)에서 목회할 수 없다는 내용을 개교회에 제안해야 한다고 했다.」

총대들은 별다른 이견 없이 보고서대로 받기로 결의했다.

상기한 결의는 2017년 9월에 어느 교단 총회에서 내린 결의입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저러한 여성 목회자 배제의 논리가 성경 66권을 정확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고 성경의 본질과 성경 해석 원리에 따라 해석하고 적용하고자 했기 때문에 나온다는 것입니다. 또한 여성 안수가 창조질서의 근간이 된다고 보는 이 문제에 대한 과대한 문제의식도 문제이지만, 여성 안수 반대가 성경이 가르치고 있는 사실이 분명하다는 그 판단, 즉 인간의 오류 가능한 하나의 신학적 해석에 근거한 판단에 대해 신적 권위를 부여하는 것은 회개해야 할 지적 교만이라는 것입니다. 공산당 집회도 아니고, 교단 내에 어느 누구도 이 하나의 신학적 입장과 해석을 근거로 배제의 논리로 일관하는 이러한 보고서에 대해 이의제기 하는 사람도 없이 고민도 없고 논란도 없이 패스시켰다는 사실도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이러 저러한 논리적 원인을 찾기 전에 그 문건 및 교회법 개정의 정신이 참으로 반성경적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에 안타까운 일인 것입니다. 중세기 가톨릭교회도 성지 탈환이라는 종교적 열심을 이용해 십자군 전쟁을 일으켜 이슬람교도들을 그렇게나 학살했으며, 회심 전 사도 바울도 유대교에 대한 종교적 열심으로 그렇게나 기독교인들을 박해했고 예수님을 죽인 자들도 세속 정치인들이 아니라 유대 종교 지도자들이었다는 사실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경이 정말로 오늘날 21세기 대한민국 사회 속에 위치한 교회 사역에 있어서 여성들이 목사로 사역하는 것을 금하고 있습니까? 그야말로 남성과 여성의 위계질서가 창조질서에 따른 것입니까? 어디까지가 사회문화적이고 어디까지가 성경의 본질적인 가르침일까요? 성경을 보면 분명히 창세기 1,2장의 타락 전 남녀 관계는 한 몸 원리로서 연합의 기쁨과 찬양뿐이지 않습니까? 더구나 1장의 26-28절을 보면 하나님의 형상대로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셔서 그들에게 복 주셔서 생육하고 번성하는 생식의 축복과 땅을 다스리며 정복하라는 문화명령을 주시지 않습니까? 무엇보다 2장 18절에 남자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다는 창조주 하나님의 진리의 판단이 계시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여성과 남성의 동역이 이루어져야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것 아닙니까? 남녀의 위계적 관계야 말로 창조의 질서가 아닌  타락 후 하나님의 심판과 저주로 말미암아 생겨나게 된 권력 갈등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구속의 질서인 하나님 나라 질서를 더 분명하게 읽을 수 있는 구절은 갈라디아서 3장 28절의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의 말씀을 따라야 하는 것 아닐까요? 성경 해석에 있어서 선택적 문자주의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칼빈 선생님이 강조한 바와 같이 말에만 얽매이지 않고 말씀의 의도와 목적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율법 해석 적용의 지침을 상기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전 논문들에서 주장했던 바와 같이 오늘의 상황에서 말씀을 바로 적용하는 기준은 무엇이겠습니까? 배후 상황도 분명치 않은 사도 바울의 말씀의 한 두 구절 말씀의 문자적 적용이겠습니까? 아니면 성경 전체의 목적인 그리스도안의 구원과 하나님 나라 전파이겠습니까?

학회 포스터들만 봐도 보수적인 개혁신학회나 장로교 신학회들은 대체적으로 금녀구역처럼 보이는 현실이 교회의 건강을 위하여 좋지 못한 현상임에 틀림없습니다. 신본주의, 복음주의 신학을 강조하면서 저도 20년 전엔 하나님 나라를 위한 것이라면 어떠한 입장도 여성안수 찬성도 반대도 괘념치 않아야 한다고 했었지만 보수 교회가 점 점 더 반동적으로 폐쇄적으로 흘러가는 모습과 그러한 모습으로 말미암아 복음을 전파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복음을 가로 막아 많은 비판의식 있는 성도들과 젊은이들을 교회 밖으로 내몰고 있는 잘못들을 보면서 이제 와서 저의 이전 논문의 논지들이 기독교인 의식과 하나님 나라 사역 발전에 있어서 무능하고 무력한 것이었다고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눈물 없이 생각할 수 없는, 소외와 고난의 이중고를 껴안고 사역하는 수많은 동료 여성 사역자들 앞에 깊은 사죄의 마음이 앞섭니다.(계속)

한상화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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