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순교자의 소리, 추모예배 및 초상화 헌정 제막식
"중국 당국이 나를 매로 때려서 죽일 것 같아..."
아무도 그의 행방을 몰랐다. 다만 난징의 군병원은 "오늘 리 바이광이 죽었다"고 통보해왔다. 시신은 부검 없이 이튿날 화장됐다. 지난 2월 25일, 중국의 인권과 종교 자유를 위해 온 열정을 바치던 유명 변호사이자 독실한 크리스천인 리 바이광(Li Baiguang)은 그렇게 세상을 떴다. 지난 2017년 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중국 인권단체 '차이나에이드'(ChinaAid) 창립 15주년 기념식에서 "지금부터 중국의 인권은 가장 어두운 시기를 지날 것"이라며 중국의 대대적인 탄압을 예견하던 그가 병원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순교 2주 전에도 밥 푸(Bob Fu) 차이나에이드 대표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리 변호사는 중국 정부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힘듦을 토로했다.
늘 작은 성경을 소지하고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법률 조언보다 성경말씀으로 조언하길 기뻐하던 리 변호사의 죽음은 또 한 명의 그리스도인 순교자의 탄생을 의미했다. 또한 전 세계의 크리스천에게는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짐으로 무수한 열매를 거두는 부활 신앙을 다시 한번 간절히 소망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23일 서울 마포 한국 순교자의 소리 사무실에서는 순교자 리 바이광 변호사의 추모예배를 드리고, 명패와 초상화를 헌정하는 제막식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는 리 바이광 변호사와 12년 이상 각별한 관계였으며, 그가 '미심쩍은 죽음'을 맞이하기 2주 전 워싱턴DC에서 국가조찬기도회 및 20개 이상 단체와의 만남에 동행한 밥 푸 목사가 추도연설을 했다. 차이나에이드 이사장 더그 로비슨 박사(Dr. Doug Robison)와 아내 앤지(Angie)도 리 추모예배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에릭 폴리 한국 순교자의 소리 CEO는 이날 "리 변호사를 알고, 그를 만난 사람은 그가 인권변호사일 뿐만 아니라 중국과 북한을 위해 헌신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사람들과 나눴던 대단한 기독교인으로 기억한다"며 "영원한 것을 바라본다면, 그를 인권변호사로 기억하기보다 순교자라고 기억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그 로비슨 차이나에이드 이사장도 "우리가 기독교인이라면 리 변호사는 정말 신실한 하나님의 종이었다고 기억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며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리 변호사는 스스로 돕지 못하는 이들을 돕던 정말 정직하고 성실한 분으로 기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리 바이광 변호사의 삶을 통해 우리가 용기를 얻고, 원칙에 의해 사는 사람들, 옳은 일을 위해 일어서는 사람이 되기 원한다"고 말했다.
리 바이광 변호사, 그는 누구인가?
1968년 태어난 리 바이광 변호사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극심한 가난을 겪으며 자랐다. 중국 명문 베이징대학교에서 헌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법학 교수로 일했다. 중국 민주주의 반체제 인사 모임에 합류해 헌장 초안 작성에 법적 조언을 한 이유로 수없이 납치돼 고문당했고, 공교육을 위해 서구 자유주의 작가들의 책을 번역, 소개하는 출판업에도 손을 뻗었다. 밥 푸 목사에 따르면 "리 변호사는 17세기 프랑스 프로테스탄티즘의 핍박과 인내에 관한 책을 읽고, 악과 맞서는 힘, 정의, 사랑의 근원은 불변의 기독교 신앙 안에서 찾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2005년 그는 예수 그리스도께 삶을 드렸다"고 말했다.
밥 푸 목사는 "자유주의 지식인들이 가시적 대립과 저항을 논의할 때, 리 변호사는 '인권 변호'라는 합법적 절차를 통해 중국에서 인권과 자유를 하나씩 현실화시키는 '개미 전략'을 내세웠다"며 "그는 기꺼이 한 마리의 개미가 되기로 했었다"고 말했다. 정치적 슬로건을 외치는 대신 힘없는 이들의 종교 자유와 인권이 침해되는 수백 건의 사건을 맡아 적극 변호에 나선 것이다.
지난 2016년 4월, 중국 장백에서 순교한 조선족 출신 한충렬 목사의 사건도 그가 맡은 사건 중 하나였다. 리 바이광 변호사는 한국 순교자의 소리의 요청을 받고 장백에서 한충렬 목사 사건 관련 서류를 확인해주었다. 한 목사는 한국 순교자의 소리의 북한 사역 파트너였다.
폴리 현숙 한국 순교자의 소리 대표는 "중국 당국은 리 변호사의 간 상태가 악화되어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그의 주변인들은 그가 사망하기 직전까지 매우 건강한 상태였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폴리 현숙 대표는 "리 변호사가 저희와 12월까지 만났는데, 지난 10월 저희와 만나기 열흘 전에는 행방불명이 돼서 구타 당하고 길가에 버려지는 일을 겪었다"며 "우리는 리 변호사가 중국의 핍박받는 기독교인과 한충렬 목사님의 사건을 담당함으로써 순교당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초대교회의 순교자 스데반부터 시작하는 한국 순교자의 소리 '순교자 연대표'에는 리 변호사의 명패가 추가되고, 미국의 저명한 화가 하얏트 무어(Hyatt Moore)가 그린 리 변호사의 초상화가 걸렸다. 에릭 폴리 한국 순교자의 소리 CEO는 "우리는 순교자의 소리가 절대로 묻히지 않기를 원한다"며 "오늘 리 바이광 변호사의 추모예배와 명패 및 초상화 제막식을 연 것은 중국과 북한의 핍박받는 기독교인에 대한 그의 소리가 침묵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국 인권 변호사 100명의 체포된 '709탄압' 사건, 그 이후
이날 밥 푸 목사는 2016년 7월 9일 중국에서 100명의 인권 변호사가 체포된 '709탄압'이 발생한 지 22개월이 지난 2018년 5월 17일 현재까지 "322명의 인권 관련 변호사, 변호사 사무실 직원, 관련 종사자 및 가족이 당국으로부터 탄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322명 중 265명은 구금 혹은 강제 호출을 당했고, 41명은 출국금지를 당했으며, 25명은 구금 후 석방됐고, 14명은 형을 선고받았다. 기독교인이며 독학으로 변호사가 된 중국의 유명 인권변호사 가오즈성은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올랐으나, 2017년 8월 13일 이후 행방불명된 상태다.
밥 푸 목사는 "종교 자유와 법 인권, 미디어의 자유가 문화혁명 시대 이후 최악의 상태로 들어섰다"며 "한 예로 중국의 평범한 네티즌 장하이타오(Zhang Haitao)는 200개의 트위터 메시지, 89개의 위챗 메시지를 보낸 이유로 19년형을 선고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신장 지역만 보더라도 100만 명의 무슬림 위구르인이 강제수용소에 갇힌 것으로 보고된다"며 "벌써 인종청소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애드보켓코리아 사무총장 고영일 변호사는 '우리의 동료이자 형제인 중국의 인권변호사 리 바이광에 대한 살해행위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우리의 동료이자 형제인 중국의 인권변호사 리 바이광에 대한 살해행위를 규탄한다.'
언론을 통하여 올해 2월 26일 중국의 가난한 농민들을 위해 헌신하고, 당국의 박해를 받는 기독교 신자들을 위해 법률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중국의 인권변호사이자, 기독교인으로서 종교‧신앙의 자유 옹호에 헌신적이었던 리 바이광 변호사가 장쑤성 군병원에서 급사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평소에 지병도 없고, 사망하기 며칠 전까지 건강하던 리 바이광 변호사가 갑작스럽게 '간질환'으로 사망하였다는 군병원의 발표는 전혀 상식적이지 않으며, 이해할 수 없다. 이는 인권활동에 헌신하는 리 바이광 변호사를 반체제 인사로 판단한 중국 당국이 사실상 살해한 후 이를 감추기에 급급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아시아 및 전 세계 기독교 법률가들의 모임의 일원인 사단법인 애드보켓코리아는 전 세계 기독교 법률가들과 함께 인권수호를 위해 뜻을 같이하는 동료이자,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인 중국의 인권변호사 리 바이광 변호사에 대한 중국 당국의 살해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또한, 중국 당국은 인권활동가들에 대한 탄압 및 종교‧신앙의 자유를 박탈하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천부인권이자 누구로부터도 침해받아서는 안 되는 종교‧신앙의 자유를 중국 국민들이 마음껏 향유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사단법인 애드보켓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