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C. S. 루이스 컨퍼런스, 2일 남서울교회에서 개최
'인문학과 교회, 그리고 C. S. 루이스: 루이스를 통해 본 기독 인문학과 그 역할'을 주제로 '2018 C. S. 루이스 컨퍼런스'가 2일 서울 반포동 남서울교회(담임 화종부 목사)에서 개최됐다.
컨퍼런스에서 첫 발표에 나선 정정호 교수(중앙대)는 '루이스의 인문학적 상상력'을 발표했다. 그는 "루이스는 영문학 교수이자 문학비평가, 시인이자 공상과학 소설, 판타지 문학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교파를 초월해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기독교의 정통 교리들을 쉽고 재미있는 언어로 '번역'해 개신교의 복음주의자들을 포함한 전 세계 수백만 독자들을 감동시키고 있는 대중신학자"라며 "루이스를 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러한 그의 다면체적 정체성에 대한 경탄과 의문"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저는 루이스의 이러한 탁월한 다면체적 복합능력의 '수수께끼'에 대한 하나의 가설을 세웠다. "이 가설은 루이스가 어려서부터 철저하게 서구의 인문학적 전통에서 사유하고 훈련받고 교육받았다는 사실에서 나온다"며 루이스의 '인문학적 상상력'을 자서전 <예기치 못한 기쁨(1955)>을 중심으로 문학·역사·철학 등 세 부분에서 자세히 살폈다.
이후 결론에서 "영문학가·작가·기독교 변증가로서 루이스의 복합적 정체성의 비밀은 문학적 비전, 역사의식, 철학적 논증 등 3요소가 합력해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통합된 것"이라며 "기독교도 루이스의 '필생의 신앙적 목표'는, 루이스의 인문학적 상상력을 통한 통합된 감수성 안에서 기독교인으로서 항상 '새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루이스는 우리 각자의 작은 이야기들을 창조·타락·구원의 절대 서사시인 하나님의 '위대한 이야기'에 편입시키는 것이 새 사람 된 기독교인의 책무라고 했다"며 "저는 인문학도로서 루이스를 알게 된 후, 멀리서나마 그를 따르고자 보잘 것 없는 제 이야기를 하나님의 '위대한 이야기'에 끼워 미약하나마 하나님 나라의 건설에 동참해 믿음과 지식을 통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성욱 교수가 '<시편 사색>과 루이스의 성경관'을 발제했다. 그는 "루이스는 전문 신학자는 아니었지만, 성경과 다양한 신학적 저작들을 읽고 연구하고 섭렵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신학 세계를 형성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기독교 사상가이자 신학자였다"며 "이 말은 그가 자신만의 독특한 성경관이 있었고, 그 관점에서 성경을 읽고 이해하는 성경학자였다는 점이며, 그 모습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저술이 <시편 사색>"이라고 소개했다.
정 교수는 "루이스는 성경이 하나님의 자기계시이며 하나님의 말씀이고, 성경이 하나님의 간섭에 의한 초자연적 신성을 가진다고 봤다. 전통적 복음주의 성경관과 유사하지만, 성경의 '완전 영감과 전적 무오'와는 다소 달랐다"며 "그는 구약을 철저히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해석하고, 시편을 포함한 구약 본문들이 1차적인 문법적·역사적 의미를 넘어 2차적인 의미, 즉 숨겨진 또는 풍유적·비유적 의미를 가진다고 믿었다. 그는 이러한 해석이 현대인들에게 불신을 조장하고, 자의적이고 무분별한 해석을 산출할 수 있음을 인정했지만, 이런 방법을 전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루이스의 성경관이 전통적 복음주의 성경관과 차이가 있지만, 자유주의자들처럼 성경의 권위를 약화시키지 않았음을 기억해야 한다"며 "또 성경 본문의 2차적 의미에 대한 루이스의 통찰을 적절히 수용하고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루이스의 신중한 접근을 통해, 치우치지 않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전했다.
이인성 교수(숭실대)는 '나니아 연대기 중' 창조와 파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마법사의 조카>와 <마지막 전투>, <사자와 마녀와 옷장>을 중심으로 '루이스의 판타지 문학과 공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루이스는 나니아를 통해 우리의 세계와는 '다른 세계(an otherworld)'를 보여주고자 했다. 이 세계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에게 다른 관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라며 "즉 기독교인들의 삶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뿐 아니라, 신선한 통찰력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루이스는 독자들을 영의 세계로 인도하는 상징적 도구로 '다른 세계'를 활용하고 있다. 판타지의 핵심 특징 중 하나인 나니아의 이 '공간'을 통해 루이스는 자신의 자연관, 선과 악의 힘, 그리고 여러 주제들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자신의 판타지 문학에서 루이스는 독자들로부터 강렬하면서도 상상력이 풍부한 반응을 끌어내고자 했고,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상징적 의미를 '스페이스'를 통해 전면에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루이스에게는 비유적·상징적 의미 전달의 보고가 바로 '스페이스'였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스페이스'에 관심을 갖고, 루이스의 판타지 문학을 다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작품의 넓이와 깊이가 다르게 보이고, 작품이 새롭고 끝없이 다층적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그렇다면 루이스의 상상의 세계에 동참하고 공감하는 주요 통로(door) 역할을 하게 되고, 이 세계보다 작품 속 세계가 훨씬 더 넓고 크게 보일 것이다. 이를 통해 루이스가 체험한 것을 함께 보고 경험하게 될텐데, 이것이 곧 루이스 문학의 매력이자 마력"이라고 정리했다.
홍종락 번역가는 '사랑으로 진리를 말함의 몇 가지 측면: 루이스의 편지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그는 "그를 세상에 알린 <스크루테이프의 편지(1942)>, 마지막 작품인 <개인기도: 말콤에게 보내는 편지(1964)> 등 '편지'는 루이스의 저술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는 편지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고 생각을 전달하는 효과적인 매체로 여겼다"며 문학작품으로서의 편지가 아닌, 진짜 개인적으로 쓴 편지에 대해 살폈다.
홍 번역가는 "요즘 사람들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하듯 그때는 편지를 쓴 것일 뿐이니 딱히 대단할 것도 없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루이스는 편지쓰기를 취미활동으로 한 게 아니라 바쁜 와중에 손가락 관절염으로 괴로워하면서도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를 조금이라도 돕고자 시간을 내 한 자 한 자 써내려갔다"며 "그의 편지는 '사랑으로 진리를 말함(엡 4:15)'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진리를 말함'에 대해 "루이스는 기독교 변증가가 하는 일을 '영원한 진리를 오늘의 언어로 제시하는 것'이라고 했다"며 "한 마디로 번역인데,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면서 유행어나 주술적이고 친숙한 단어에 속지 않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가, 청중이, 학생이 알아들을 수 있는 평이한 한국어로 다시 번역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사랑으로 진리를 말함'에 관해선 "루이스는 '인위적으로 사랑의 감정을 만들어내려 애쓰는 것을 곧 사랑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착각'이라면서, '자신이 이웃을 사랑하나 사랑하지 않나 고민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그냥 그를 사랑한다 치고 행동하라. 그러면 사랑이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러나 자신을 과시하거나 감사를 받고 싶은 마음에서 남에게 잘해주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했다.
홍 번역가는 "루이스의 편지는 따뜻함과 유쾌함이 가득하다. 그의 조언은 신앙적이든 실제적이든 학문적이든 고압적이고 냉담한 조언이 아니라, 같은 길을 가는 순례자들에게, 동일한 고민을 하는 동료에게 전하는 따스한 위로와 격려였다"며 "그의 편지에서는 또 하나, 자신을 과시하고 드러내려는 거만함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루이스 편지의 이런 특징은, 그가 자신의 사상을 설파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데서 찾고 싶다. 그는 역사적 기독교를 객관적 진리로 믿고, 자신이 발견한 진리를 다른 이들과 나누고자 했다"며 "그가 조언하고 권고했던 것은 그에게도 격려와 조언이 됐고, 그도 순종해야 할 진리였다. 그가 나눈 경험과 지혜는 그가 오랜 궁구 끝에 발견하고 오랜 세월 삶으로 검증해 낸 객관적 진리였고, 그 사실을 그가 깊이 믿고 그에 충실하게 살았다는 점을 그의 편지에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이 외에 이종태 교수(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는 '아슬란의 노래: 루이스의 재주술화 비전', 심현찬 원장이 '기독 인문주의자 루이스'를 각각 발표했으며, 모든 발표가 끝난 뒤에는 모든 발표자들이 등단해 토론을 진행했다.
컨퍼런스를 주최한 워싱턴 트리니티 연구원(원장 심현찬 목사)과 큐리오스 인터내셔널(대표 정성욱 교수) 측은 "컨퍼런스의 목적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영광과 교회를 세우기 위해, C. S. 루이스를 통한 복음주의적 경건을 추구하는 신앙과 목회, 나아가 '성도-학자'와 '목회자-학자' 모델을 사모하는 한국교회 동역자와 차세대를 격려하고, 나아가 갱신과 개혁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