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어린이집 ‘찜통버스’ 사고, 재발 방지 위한 ‘체크리스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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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안전한 포구

▲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

'곤한 내 영혼 편히 쉴 곳과 풍랑 일어도 안전한 포구
폭풍까지도 다스리시는 주의 영원한 팔 의지해
주의 영원하신 팔 함께하사 항상 나를 붙드시니
어느 곳에 가든지 요통하지 않음은 주의 팔을 의지함이라(찬송가 406장)'.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립니다. 해마다 맞이하는 여름은 갈수록 더 뜨거워져, 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에어컨이나 선풍기, 그리고 요즘은 손에 들고 다니는 작은 선풍기까지 등장합니다. 인간의 지혜로 조금이라도 더위를 이겨보려 애쓰는 것이 참으로 딱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능력으로 제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 해도 결국 인간은 한계를 드러내며, 자연재해 앞에 그저 멍하니 하늘만 쳐다봐야 하는 긴 한숨의 슬픈 절망과 탄식뿐임을 곧 깨닫게 됩니다.

또 사고가 터집니다. 동두천 '찜통버스' 안에서 7시간 동안 방치돼 있던 4세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어른들도 차 안에서 에어컨을 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더위였는데, 어린아이는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며 참변의 괴로움을 안고 떠났을까요? 그리고 부모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생각만 해도 정말 아찔합니다.

유치원생 8명이 승차했으면 하차할 때 인원을 파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 앞에 할 말이 없습니다.

필자의 어린 시절 교과서에는 돼지 가족이 소풍을 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돼지 가족은 인원을 파악하면서 정작 본인은 세지 않아 계속 애를 먹었던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잠시나마 웃으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피어오릅니다.

인간은 연약하여 실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자연재해 앞에서는 손을 쓸 수 없기에, 인간은 그저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따름입니다. 찬송가 406장에도 나와 있듯, 주의 영원한 팔 외에는 안전한 포구가 없습니다.

어린아이들이 목적지에 도달하여 하차했을 때, 혹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떨어뜨리지 않았나 하는 확인이라도 했더라면, 이런 참사는 미연에 방지 할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아이들을 마치 짐짝처럼 안이하게 생각한 탓에 한 가족에게 큰 슬픔을 안겨준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더구나 요즘 같이 저출산으로 국가 미래까지 어두운 실정에서, 귀하고도 귀한 아이들을 잃는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입니다. 만약 통학버스에 자신의 아이나 키우던 애견, 하다 못해 금괴가 있었다면 철저하게 확인을 하지 않았을까요?

담당기사와 교사, 그리고 학원장의 세심한 확인 없이, 늘 평상시 하던 대로, 안이한 생각으로 행동하다 보면, 사고는 늘 도사리고 있습니다. 꼭 대형사고가 발생해야 수습은 물론 사고를 막기 위해 법을 제정하거나, 잠시 난리법석을 떨곤 합니다.

그러나 잠시 세월이 조금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람쥐 쳇바퀴 돌듯, 또 다시 대형 사고가 터집니다. 모두 과거를 쉽게 잊어버리고, 타성에 젖은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못된 습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성서에서는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했는데, 어째서 사고는 연일 터지는 걸까요.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에게 체크 리스트(CHECK LIST)가 필요합니다.

승용차를 탈 때는 사전에 승용차 주위를 돌아보고, 타이어 마모 여부와 압력도를 세심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운전석에서는 브레이크와 핸들 상태, 그리고 깜박이 등을 비롯해 각종 계기판과 라이트 시스템을 점검해야 합니다.

목적지까지 도달했을 때도 하차 후 다시 한 번 차 주위를 반드시 둘러보아야 합니다. 혹 타이어에 손상이라도 있지 않은지, 외부에 마모나 손상, 깨진 곳이 없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며, 체크 리스트대로 실행을 해야 합니다.

유치원 통학버스나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아침저녁에 승하차 하는 통학 버스에도 반드시 체크 리스트를 비치해야 합니다. 체크 리스트에는 탑승자 이름을 기입하여 오르고 내릴 때 인원을 체크하고, 담당 교사와 기사의 확인을 얻습니다. 원장은 이를 확인하고, 주 단위로 교육기관에 리스트를 제출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비도 들지 않으면서 시행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고의 근본 원인은 무사안일과 타성에 젖은 사고방식 때문에 안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때문입니다.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한다'는 옛 속담이 있습니다. '급해도 돌아가라'는 말도 있습니다.

급히 서두르다 보면, 사고를 불러옵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확인하는 습성이 몸에 배여야 합니다. 그것이 대형 사고를 막는, 인간으로서 최대의 지혜이며 방법입니다.

자연 재해는 신의 영역이므로 막을 수 없다 치더라도, 그 이외의 것들은 모두가 인간의 잘못으로 일어나는 참사이므로, 조금만 세심하게 관찰한다면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신앙인들에게 진정한 '안전'은 무엇일까요? 매일 같이 기도로 준비하고 찬양으로 주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 아닐까요? 기도는 하나님과의 호흡이요 대화입니다. 기도는 우리에게서 참으로 필요한 '안전한 포구'입니다.

통학버스 참사가 터지자, 또 다시 11개월 어린아이가 질식사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한 직장에서 같이 고생하면서 지내는 동료를 살해하고 시신을 소각하여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 참혹한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이거 어디 사람 사는 곳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까? 자신의 유흥비에 쓰려고, 동료에게 금전까지 차용한 뒤 사건을 덮기 위해 시체를 유기하기 위해 참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세상.

이 모두 신앙인들의 세상을 향한 역할이 매우 미흡했기 때문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성도가 1,200만명이라고, 기독교 신자 수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닙니다.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열과 정성을 다 쏟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고나면 터지는 각종 사건 사고 소식을 듣다 보면, 주님의 사랑이 어디 출타한 것 같기도 해서 매우 유감입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요 빛이라' 하신 주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시고 마음으로 감동하셔서, 세상을 향해 눈길을 돌려야 하겠습니다.

주님께서는 늘 고아와 과부, 연약한 노인들과 병자들을 직접 찾아가셔서, 사랑으로 치유와 천국의 기쁜 소식을 전하셨습니다.

우리 신앙인들도 주님께서 담당하셨던 그 수고들을 낱낱이 짚어보며, 자칭 신앙인이라고 자처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주님께서 걸으셨던 그 길을, 사랑에서 단절된 세상을 위해 우리가 주님으로부터 받았던 은혜와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신앙인들은 주의 팔을 의지하는 안전한 포구로 가까이 오시기를 축복합니다.

이효준 은퇴장로(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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