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동안에 매우 큰 에너지가 갑자기 방출되어 발생하는 대규모의 지질학적 현상을 격변(catastrophe)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격변은 자주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드물게 일어나는데, 노아의 홍수는 창세 이후로 현재까지 지구상에서 일어난 사건 중 가장 큰 격변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노아의 홍수와 같은 격변적인 대홍수가 지구 전체에서 일어나면, 그 흔적이 세계도처에 남겨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증거들이 많이 보존되어 있다면, 왜 대부분의 지질학자들이 노아의 홍수를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지 않을까?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는 격변의 증거를 발견할 수 있는 안목이 없기 때문이다.
대홍수는 천천히 흐르는 하천이나, 하천이 범람하여 발생하는 작은 규모의 홍수와는 매우 다른 침식, 퇴적 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그 결과로 만들어진 퇴적층, 침식지형 또한 매우 다르다. 그래서 홍수 지질학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홍수 지질학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대홍수의 증거를 보고도 지나치거나, 발견한다 할지라도 작은 규모의 사건이 오랜세월 진행된 결과라고 왜곡해서 해석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많은 양의 물이 짧은 시간 동안 만든 결과를, 적은 양의 물이 오랜세월 동안 만든 것으로 바꾸어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의 예를 들어 보기로 하자. 지구에서 일어난 홍수로서 과학계에서 인정하는 가장 큰 홍수는 미줄라(Missoula) 홍수이다. 과거 빙하기 때, 북쪽에서 내려온 빙하가 현재의 미국 몬태나주를 흐르던 강물을 막아 거대한 호수가 형성되었고, 그 빙하의 댐이 붕괴되어 호수물이 워싱턴주와 오레곤주를 휩쓸고 지나간 대홍수를 말한다.
이 지역은 엄청난 양의 용암이 흘러나와 굳어진 현무암층이 두껍게 쌓여 있는데, 미줄라 홍수로 인해서 그 현무암층 위에 거미줄처럼 여러 갈래의 깊은 계곡이 만들어졌다. 이 계곡들이 미줄라 홍수에 의해서 만들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는 여러 곳에 널려져 있지만, 그것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사람은 브레쯔(Bretz) 박사 한사람뿐이었다.
브레쯔 박사가 1923년에 미줄라 홍수설을 처음 발표하였을 때, 다른 지질학자들은 그런 홍수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느냐고 조롱하면서, 콜롬비아 강물에 의해서 오랜세월 침식당하여 이루어진 계곡이라고 무시했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30여년을 끈질기게 증거를 수집하고 연구한 끝에, 마침내 학계의 인정을 받게 되었다.
위에서 왼쪽 사진은 미줄라 홍수에 의해서 만들어진 워싱턴주의 프렌치맨 쿨리(Frenchman Coulee)라는 계곡이고, 오른쪽 사진은 오랜세월의 풍화에 의해서 부서져 이루어진 요세미티 공원의 데블즈 포스트파일(Devils Postpile)이다. 두 지역 모두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수직 절벽이 형성되어 있는데, 어떤 차이가 있는가?
Devils Postpile 밑에는 암석이 부스러져 쌓여진 테일러스(Talus)가 수북히 쌓여져 있지만, Fenchmen Coulee 의 절벽 아래에서는 별로 발견되지 않는다. 만약 현재 진행되고 있는 풍화와 빗물, 또는 하천에 의한 침식작용이 과거로부터 계속되어 이루어진 지형이라면, 그 현상과 결과가 지금도 그 자리에서 발견되어야 한다.
그런데 왜 프렌치맨 쿨리에서는 발견되지 않을까? 그것은 데블즈 포스트파일처럼 풍화가 현재까지 계속되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과거에 갑자기 일어났던 격변적인 사건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날카로운 모서리를 가진 수직 절벽이 만들어지려면, 암석이 무너져 내려야 하는데, 그것이 사라졌다는 것은 강력한 힘을 가진 홍수물이 부서진 암석들을 휩쓸고 지나갔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증거들을 발견하고, 브레쯔 박사는 미줄라 홍수설을 주장하였지만, 다른 지질학자들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비웃으며, 오랫동안 강물이 흐르고 침식하면 깊은 계곡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무시했던 것이다. 이처럼 증거를 보는 안목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그랜드캐년을 보라! 날카로운 모서리를 가진 수직 절벽이 많지만, 마치 최근에 물로 씻겨 내려간 것처럼 깨끗하지 않은가? 이것은 그랜드캐년 뿐만 아니라, 콜로라도 고원 일대의 침식지형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물론 부분적으로 약간의 암석 파편과 흙들이 쌓여 있는 곳도 있지만, 그 정도의 테일러스는 거대한 그랜드캐년이 풍화에 의해서 부스러지고 콜로라도 강에 의해서 침식되어 만들어졌다고 설명하는 증거로 결코 사용될 수 없다. 그 만한 양의 테일러스는 노아 홍수가 끝난 이후의 기간에도 얼마든지 생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로 수백만 년 동안 풍화에 의해서 암석들이 부서지고, 그것이 아래로 굴러 떨어져서 콜로라도 강물에 침식된 결과라면, 그랜드캐년은 현재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그랜드캐년 양쪽 사면을 이루는 암석들의 모서리는 마모되어 대부분 둥글게 변화되어야 하고, 콜로라도 강이 흐르는 아래 계곡에는 위에서 굴러 떨어진 암석으로 가득 채워져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랜드캐년을 이루고 있는 암석 중에서 사암이나 석회암은 강한 편이라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콜로라도 강에는 많은 양의 암석이 쌓여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 큰 암석들을 운반할 만큼 물의 양이 많지 않고 흐르는 속도도 빠르지 않다. 그랜드캐년의 크기에 비해서 너무나도 작은 콜로라도 강이 수백만년 흐르면, 그랜드캐년과 같이 광대한 계곡이 만들어질수 있다는 주장은 과연 과학적으로 타당한 것일까? 진리를 발견하려면 증거를 직시해야 한다. (끝)
박창성(세계창조선교회 회장, 서울대 지구과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