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저스웨거’ Cross K.C를 만나다
'쇼미더머니', '고등래퍼'를 비롯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서 다소 낯선 장르였던 '힙합'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 가운데 기독교 신앙을 가사에 담은 비와이가 음원 차트를 휩쓸고 우승까지 거머쥐며, 교계에서도 힙합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제 기독교 문화에도 새 바람이 부는 걸까?
“당신을 오해해서 미안합니다.
어른을 대표해서 사과할 테니
지금처럼 그 길을 가주세요.”
CCM 힙합 아티스트 CROSS K.C(크로스 케이씨, 본명 김동민)는 이 말을 듣고 엄청 울었다고 한다. 오해와 편견이 많았던 과거를 딛고 꾸준히 사역을 이어온 그는, 올해로 음악활동을 한지 17년째를 맞았다. 학생 시절, 지나가는 길에 본 ‘한국에도 힙합 음악이 시작된다’라는 신문의 문구가 그를 ‘힙합’의 세계로 이끌었다. 십자가, 즉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CROSS, 한국을 의미하는 K, 크리스천을 의미하는 C, 복음의 용병 래퍼인 CROSS K.C를 만나봤다.
- 긴 사역의 기간 동안 많은 사연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교회에서 환영 받지 못하는 일들이 많았죠. 저를 섭외하시는 분들이 대개 부목사님, 청소년, 부교역자 분들이셨는데, 목숨을 걸고 섭외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랩’, ‘힙합’이란 이유로 찬양사역을 한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있다 보니, 공연 중간에도 반대에 부딪혀서 전도사님이 몸으로 막고, 공연을 막은 경우가 있었죠. 비와이도 인터뷰 중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하던데, 전 그게 심할 때에요.
사역의 열매를 내려놓고 달려갔는데, 시간이 많이 흐르다 보니까 5-6년 전에 만났던 애들을 만나게 되요. 그 친구들이 제게 ‘고맙다’ 하지만 전 오히려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껴요. 활동하는 동안에 열매를 보게 되니 힘을 많이 받아요. 교회를 왜 다녀야 하는지 모르는 친구들을 보면 어떤 메시지를 담아 나눠야 할지, 소재에 대한 고민도 있어요. 어쨌든 애들이 신앙을 떠나서 힙합을 들어요. 그래서 이 길을 가게 하신 거 같아요.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이 ‘골든 타임’이란 생각으로 열심히 가고 있어요.”
- 어려운 상황에 사역을 이어올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인지.
“제가 올 수 있던 건 두 가지였어요. 첫째는 하나님은 다 아신다는 것. 둘째는 내가 이 길을 열심히 가면 다음세대들이 혜택을 볼 거란 생각 때문이었어요. 제 세대를 넘어서 다음을 봤거든요. 저 때는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지금에서야 대중화되고 오해가 없어지고 저도 감사하게도 활동이 많아졌어요. 제가 설 자리가 생긴 것이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다음세대가 계속 나올 텐데, 조금 더 풍요로운 조건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것에 감사한 것 같아요.”
- 대중문화 무대에서 활동하셨었는데, CCM 사역은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고등학교 때는 스쿨밴드를 하고, ‘힙합’을 접한 후 2002년부터 무대 활동을 시작했었는데, 가요 중에도 좋은 가요가 많고, 크리스천이지만 대중문화라는 필드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제가 걸어온 길이 음악적으로는 좋은 시간이고 스펙이 된 것이 사실이지만, 하나님과의 약속에 대해서 깜빡 잊고 제 욕심에 내가 잘 되고 싶은 음악을 했던 거죠.
대중적으로 활동하던 때, 어떤 찬양 팀이랑 한 캠프를 섬기게 됐어요. 거기서 초등학교 애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우연히 봤는데, 이제 4, 5학년 된 어린 학생들이 자기 인생을 걸고 너무 뜨겁게 기도하더라고요. 궁금해서 뭐라고 하는지 듣는데 ‘하나님께 쓰임 받고 싶다’, ‘저를 책임져달라’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잠깐 기도하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을 무릎 꿇고 엄청 열심히. 그게 큰 임펙트로 다가왔고, 중학교 때 음악을 통해서 찬양 사역을 하겠다고 했었던 제 서원기도 장면을 하나님께서 생각나게 하시더라고요. 그 어린 아이의 기도하는 모습을 통해서 저를 뒤집으셨어요. 큰 전환점이 됐어요. 먼저 이승철 밴드를 그만두겠다고 했죠. 그 뒤로 수입이 없으니까 한 달을 아르바이트 하고, 한 달은 믹싱 하면서 앨범을 내기 시작했죠. 지금은 더 상황이 좋아졌지만 그렇게 CCM 문화 사역을 하게 됐죠.”
- 신앙은 언제 어떻게 갖게 되었나요.
“목회자 집안에서 태어나서 자연스럽게 복음을 접했어요.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건 청소년 시절 캠프 현장에서였고요. 그래도 방황을 많이 했죠. 사역을 하면서도 방황할 때가 있었고, 중심이 흔들릴 때가 있었어요.”
- 한국교회 신앙전승률을 볼 때, 방황하는 자녀로 인해 고민하는 목회자 부모님들이 적진 않은 거 같습니다.
“교회 울타리 안에 있으면 안되고 세상으로 나가야 되는데 준비 안 된 채로 가는 게 문제인 거 같아요. 환경적인 부분, 교회에서와 다른 모습의 부모님, 목회자 자녀로서의 부담 여러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저는 부모님이 좋으신 분인데도 방황했어요. 결국 돌아왔지만, 하나님을 한 번 인격적으로 만났으면 이미 인치심을 받았잖아요.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하나님께서 용서하시고 기다리시니 거기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게 되요. ‘이런 자도 쓰시는구나’하고. 희망적인 것은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다시 돌아온다는 거예요. 이미 주신 것이 많은데, 감사하단 생각을 많이 해요.”
- 쓴 곡들 중 기억에 남는 스토리가 있다면.
“제게 있어 베스트 트랙은 ‘베테랑’, ‘Golden Time’, ‘Yeah! Yeah!’지만, ‘흔적’이란 곡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요. 제 노래는 신나는 곡이 많고 제 성향 역시 그런데, 이 곡은 가장 느리고 조용한 곡이에요. 평소의 저와 다른 차별화된 곡을 만들자 해서 나온 곡인데 지미선 씨가 피처링 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제 코드에 맞지 않아서 콘티에서도 빼고 MR도 지웠는데 사람들이 이 곡을 좋아하는 거예요. 감사하면서도 부끄러웠어요. 내가 낸 곡을 스스로 버린 거잖아요. 그때 깨달은 것이 하나님께 올려드린 곡은 사라지지 않는단 거예요. 이젠 AR로 틀어놓고 이 곡을 부르는데 매번 마음이 묘해요. 음악을 하지만 결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알게끔 하나님께서 인도하셨죠.”
- ‘Yeah! Yeah!’랑 ‘사람을 보며 세상을 볼 때’ 곡에서 어떤 상처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사람으로 세상을 볼 때’는 원래 어르신들이 많이 부르는 곡의 제목을 따왔어요. 어릴 땐 제목의 뜻을 몰랐는데 세월이 지날수록 그 의미를 알게 되는 거죠. 오랫동안 함께 했던 사람들, 같은 크리스천들에게 공격받은 후 쓴 곡이에요. 잠수 비슷하게 간 시기가 있었어요. 마음이 가장 힘들 때였는데, 가사를 쓰면서 하나님께서 계속 위로해주셨어요.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이 많아요. 제 얘기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겪은 일이구나 했죠. 곡은 밝은데 메시지가 들어보면 사실 무거우면서도 위로하는 곡이에요. 곡의 결론이 뭐냐면 진정한 위로는 위로부터 온다는 것이에요.
언제 한 번은 이 곡을 캐나다 코스타에서 부르고 나오는데, 나이 많으신 어르신 한 분이 콘서트 마치고 초콜릿이랑 손카드를 하나 주시더라고요. ‘그 동안 제가 하고 있는 음악에 대해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어른을 대표해서 내가 사과할 테니까 지금처럼 그 길을 가달라’고 하셔서 엄청 운 기억이 있어요. 결국 사랑을 기억하자. 그러면 어려워도 용서하게 되고. 그 곡을 부르면서 제게 잘못한 사람을 많이 용서했어요.”
- 크리스천인데 가사에 욕을 쓰는 래퍼들을 보면서 그래도 되는지 묻는 질문이 많다고 하던데요.
“그 질문을 받고 미안하다고 제가 대신 사과를 했어요. 분명 잘못된 거지만 성화의 과정이 있다는 거죠. 분명 그 친구도 하나님 만났는데 과정 중이라 분별력이 약할 수 있잖아요. 질문 받을 당시엔 안타까움에서 끝났는데, 지금은 더 나아가서 그 친구들을 위해 기도하고, 언젠가 분명 변화될 건데, 성숙할 때까지 기다려줘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또 CCM이 구별되는 건 하나인데, 장르가 아니라 마인드에요. 모든 장르의 음악을 가진 것이 컨템포러리 크리스천 뮤직이니까요. 크리스천이라면, CCM을 한다면 그 사람이 어떤 음악을 하든 CCM이 되는 거죠. 저는 전면적으로 CCM이라고 밝히고 가고 있지만, CCM가수라고 밝히지 않아도 마인드를 녹여내는 거죠. 윤복희 권사님의 여러분이라던가. 직접 얘기를 들었는데 그분은 본인을 가스펠가수라고 얘기하시고 그 곡 역시 그렇다고 얘기하시거든요.”
- 일부 장르에서 아직까지 선 사례가 많지 않아 세상을 통해 배우는데, 안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문화라는 거 자체가 그 시대 흐름을 담아내잖아요. 지금은 아무리 안 보려 해도 음악이나 영화 등 모든 것에서 변질된 것이 무수하게 나와요. 모든 사람이 거의 노출되어 있어요. 광고만 봐도 느껴요. 안 볼 수가 없어요. 결국 분별력을 길러야 해요. 예를 들어 영화에 ‘원나잇’이 너무 많아요. 그걸 보고 나서 저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있죠. 그런걸 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건 본인과 하나님의 교제를 통해 뭐가 맞는지 분별력이 있기에. 저도 지금 모든 음악을 다 듣는데, K-POP 듣고 필터링이 자동으로 되죠. 안 들을 수 있으면 좋지만 불가피하게 들어야 되고, 음악적 부분 때문에 들어야 된다, 그러면 분별력을 가지고 들어야 하죠.
중요한 건, 세상을 바꾸는 것은 문화가 아니라 ‘예수’라는 거예요. 저는 넌크리스천들을 많이 만나는데, SNS 등으로 소통을 하는 넌크리스천이 80%에요. 사람들이 예수를 믿는다고 해서 예수를 믿든 게 아니라, 각자 본인의 고백이 되어야 하는데, 제 메시지의 주인이 예수님이신데, 제가 무대 위에서 하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진짜 사역은 무대에서 내려와 시작 되요. 많진 않지만 소통하며 전도가 되는 경우도 있고, 가사에 성경구절이 많이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전할 수 있죠. 제가 하는 음악이 사실 힙합이란 장르가 아니라 이 음악의 뿌리인 복음이 중요한 거 같아요.”
- 과거와 달리 ‘힙합’이 점점 ‘인기 장르’가 되어가는 거 같습니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하자면.
“이 장르 자체가 가진 특성인 거 같은데, 스웨그가 너무 ‘쌔다’고 할까요. 찬양 사역을 한다 하지만 아직 자기 자랑을 내려놓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또 이 문화 안에서도 '디스' 문화가 있어요. 가사를 볼 때 안타까운 그런… 그 상처로 교류가 힘들기도 하죠. 무엇보다 무늬만 가지고 사역을 한다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지 않으실 거 같아요.”
-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힙합 장르가 아니어도, CCM자체에 관심이 많아요. 저 역시 너무 어렵고 힘들게 왔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제 나름대로 구체화 시켜서 해보고 있어요. 저도 정리 중이라서 쉽게 얘기하지 못하겠지만 앞으로 CCM음악을 하는 모두를 위한, 어떤 형태가 됐든, 축제든 프로젝트든 더 준비해보고 싶고 계속 시도해보고 있어요.
무엇보다 제가 부른 가사대로 살다 갔으면 좋겠어요. 제가 볼 때 이 사역을 시작했을 때의 마음, 초심이 가끔 흔들리 때가 있는 거 같아요. 그 마음을 지키려 애쓰는데, 완벽히 지키지 못하더라도 발버둥을 치면 반이라도 할 거 같아서요. 제 슬로건이 ‘골든타임’인데요. ‘골든 타임’이란 단어를 계속 쓰는데 제게 주어진 이 ‘골든타임’을 잘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