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에게 배우는 교회 세금 1] 지출시 유의점
현직 크리스천 세무사로부터 교회에서 실제적으로 필요한 재정과 세금 노하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 주
2018년 1월 1일 부로 종교인과세가 시행되었습니다. 그동안 목회자 과세는 금기시하던 부분이었는데, ‘소득 있는 곳에 세금 부과’라는 과세 형평성이라는 가치 아래 목회자도 예외 없이 납부 대상이 된 것입니다.
이는 그동안 투명하지 않아도 제재하지 않았던 교회 재정의 공개가 머지 않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교회 재정 투명화는 극소수 목회자의 일탈로 인하여 오래 전부터 교회에 요구해온 내용이며, 일부 교회는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곳도 있습니다.
교회 재정의 투명화는 물질로 인한 목회자의 일탈을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재정 사용이 가장 정의롭고 올바르게 사용해야 할 곳이 교회여야 한다는 점에서 크리스천과 비크리스천 모두 동의하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교회 재정의 투명화가 과연 옳은가’라는 질문에 반드시 ‘옳다’고만 외칠 수는 없습니다. 교회 지출 내역이 모든 교인에게 공개될 경우, 누구는 ‘교회가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되는데 왜 이 일에 적은 금액 밖에 사용하지 않는가’ 의구심을 가질 것이고, 다른 누구는 ‘교회가 영혼 구원을 위해 왜 이것밖에 안 쓰는가’ 라고 하는 등 각양각색의 이유를 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구심은 개인으로 보면 틀린 내용이 아니지만, 교회 공동체의 시각으로 보면 공동체를 어렵게 하는 생각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교회 본질(영혼 구원)에서 벗어나, 본질 아닌 일에 교회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때문에 교회 재정의 투명화가 반드시 옳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시대 흐름상 모든 영리 및 비영리 단체(교회 포함)들의 재정 투명성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교회에서는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해 분란을 최소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교회 내에 전문가(세무사, 회계사 등)가 있다면 이미 하고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교회가 더 많기에 지면을 통해 교회 재정 운영상의 주의사항을 알리고자 합니다.
누구나 알겠지만 교회 재정은 들어온 헌금보다 지출에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사용처가 불분명한 지출은 의도치 않게 목회자의 일탈(횡령 등)로 보기 쉽고, 이로 인해 선량한 교인들이 쉽게 시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회에서 지출을 결의할 때는 다음 사항들에 유의해야 합니다.
1. 교회 지출은 통장 안에서 거래
교회 헌금은 현금으로 보관하기도 하지만, 가급적 통장에 입금시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금으로 보관하여 사용하면 현금으로 지출하기 쉬운데, 현금영수증 같은 증빙 서류를 받아놓지 않으면 사용처가 불분명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교인들의 기부금 공제 내역을 통해 확인 가능한 총 헌금 금액과 교회 지출 내역이 차이가 클수록 잉여금이 커지는데, 해당 잉여금이 교회 통장 잔액에 없다면 그만큼 목회자는 횡령으로 의심받을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때문에 들어온 헌금은 안전하게 교회 통장에 입금하고, 지출도 교회 통장의 체크카드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2. 공식 기구(기획위원회 또는 당회)를 통한 지출
교회의 지출은 기획위원회 또는 당회 같은 믿음이 신실하고 교회를 사랑하는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교회 재정 관련 공식기구의 회의를 통해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는 특히 교회 건축 과정에서 필요합니다. 교회 건축에는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데, 목회자가 단독으로 처리하면 실상 본인의 재정을 더 지출하더라도 증빙이 어려워 본의 아니게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또 교회의 지출 중 상당수 차지하는 심방비와 어려운 이웃에 대한 구제 비용은 대부분 현금으로 지출되므로, 증빙이 어렵기에 공식 기구의 회의를 통해 회의록에 기재된다면 지출 내역을 증빙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해당 내역은 비공개로 교회 내에 보관한다면, 나중에 누군가 지출 내역에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당당하게 공개할 수 있습니다. 교인은 시험 들 일이 줄고, 목회자도 당당하게 사역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막대한 재정 지출(건축, 교회 행사 등)이나 현금 지출(심방 등)의 경우 공식 기구를 통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속>
이현진 세무사
공군 장교(대위) 예편 후
현재 삼성세무법인 이현진 지점 대표 세무사로 재직 중이며 둔산제일감리교회 집사(학생부 교사)로 있습니다.
저서로는 <골치아픈 세금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도서출판 어울림)>, <한 권으로 끝내는 2017 연말정산(도처출판 어울림)>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