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의 ‘연애는 다큐다’ 75] 사랑을 글로 배울 수는 없지만
나는 상담가는 아니지만, 종종 이성 간의 문제에 대한 질문이 들어온다. 그 중 가장 자주 묻는 질문은 무엇일까. 이것만 살펴봐도 오늘날 크리스천들의 생각과 상황을 조금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제일 빈도가 높은 세 가지 질문과 내가 주로 하는 답을 소개한다.
1. 그 사람의 외모가 마음에 안 드는데, 극복이 될까요?
주로 여성들, 아니 거의 모두 여성들의 질문이다.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가 있는데 외모가 이상형이 아니라든지, 외모는 아쉽지만 사람은 괜찮아 보여서 조금 아깝(?)다든지 하는 마음의 갈등을 품고 묻는 것이다.
물론 조언이나 대답을 듣고 그대로 할 사람은 없겠고, 이런 문제를 자주 다뤄 온 사람의 생각을 알고 싶은 것이리라. 이럴 때 매뉴얼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대략 이런 대답을 한다.
외모를 보는 것이 잘못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황금비율과 같이 안정된 형태와 비례에 대한 기준이 새겨져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외모가 좋게 보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가치는 얼마든지 있는데, 그런 것들보다 외모를 더 보는 것을 하나님이 미워하시는 것입니다.
모두가 준수한 외모를 원하는데, 그럼 서로 싸워야 할까요? 그리고 얼굴은 오래 살다 보면 크게 중요하지 않고, 조금 부족한 얼굴도 사랑스럽고 잘나 보이기 마련입니다. 사랑한다면 말이죠. 반면에 아무리 잘나도 사랑이 식거나 신뢰가 없으면 밉상으로 보입니다.
그러므로 사랑한다면, 그리고 좋은 사람이라면 외모를 조금 내려놓는 것도 좋겠습니다. 또한 옷이 날개라는 말도 있듯이, 어느 정도는 직접 환골탈태(?) 시키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요.
외모는 웬만큼만 보시되, 한 가지 꼭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눈빛’입니다. 눈이 살아 있지 않고 총기가 없는 사람은 아무리 잘생겨도 택하면 안 됩니다.
눈썹이 짙고 부리부리한 강렬한 눈매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눈에 정확한 초점이 있어서, 바른 생각과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지 살피라는 것입니다.
너무 강해도 좋지 않습니다. 선하면서도 분별력을 지닌 눈빛이 있습니다. 그런 눈빛과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라면 아마도 괜찮은 사람일 것입니다. ☆
2. 신앙을 택할까요, 매력을 택할까요?
1번만큼은 아니지만 이것도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묻는 질문이다. 어떤 사람이 좋은데 신앙이 없다든지, 두 사람이 있는데 하나는 신앙이 부족하지만 매력적이고, 하나는 신앙이 있지만 크게 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조언이 무색할 정도로 듣기는 듣지만 따르기는 힘든 부분이다. 대개 매력을 좇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도 대략 대동소이한 대답을 하게 된다.
사람의 매력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선 지금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그 사람의 매력이, 사회적으로 누군가에게 세뇌받은 획일적인 시선의 판단이 아닌지 살펴보세요. 나쁜 남자에 끌리는 마음이나 카리스마 우대, 미모 지상주의 등이 마음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은지 보아야 합니다.
물론 매력은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그 매력이 결혼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지금의 터프함이나 카리스마가 장차 태어날 아기들에게도 도움이 될까요? 그 사람이 지닌 매력이 장차 가정의 평화에 얼마나 기여할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만일 당신의 자녀가 그런 두 사람을 두고 고민한다면, 어떤 사람을 고르라고 조언하시겠습니까? 내 친동생이나 누나, 오빠가 갈등하고 있다면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요? 하나님은 나에게 뭐라고 귀띔하실까요? 바로 그 마음으로 선택하면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것입니다.
물론 좋다는 신앙이 늘 같지는 않을 수 있고, 매력 있다고 신앙 없으란 법은 없지요. 하지만 신앙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확실하다면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가능성을 볼 줄도 알아야 합니다. 제가 아는 장로님은 결혼 전과 신혼 때까지 일주일에 5일 술을 마시고, 어느 날은 냉장고 문을 열고 소변을 볼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 사모님에게 왜 결혼을 결정했느냐고 물으니, 이대로 살다 죽을 사람 같지는 않았다는 대답을 합니다. 그 분석은 적중했고요.
물론 이런 접근은 결과론적 뒷이야기이고, 위험부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고, 아니어도 감당하겠다는 각오가 있어 가능했던 것이겠지요. 결국은 자기 할 탓이며, 좀 어렵게 돼도 이렇게 상담한 사람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말입니다. ☆
3.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붙잡을 수 있을까요?
남성들은 질문을 보내오는 일이 여성에 비해 적지만, 이번 질문은 남자들이 주로 하는 질문이다. 상담자가 각기 다르고 그들이 고민하는 대상을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사로잡을 수 있는지 안다면 대단한 능력자일 테니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상대에게 어필하는 부분은 타고나는 것으로 봐야 하고, 매뉴얼도 없으며, 있다 해도 따라하다 봉변당하기 쉬운 일로, 사안마다 솔루션이 다 다를 것이다.
그래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조언을 한다.
이성의 마음을 얻는 일은 인간의 최대 관심사이자 숙제일 수 있습니다. 진화론에서는 이것이 유전자에 새겨진 종족 보존의 열망이라고도 합니다. 동물들의 모든 형태나 울음이나 자기표현이 모두 짝짓기를 위한 것이라고도 해석하지요. 하지만 그런 본성은 다산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첫 명령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성에게 어필하려는 마음이나 노력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그렇긴 해도 사람을 동물의 연속선상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이성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우선 아무나 걸리면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물론 진짜 ‘아무나’는 아니겠지만, 웬만큼 괜찮다 해서 사귀려는 마음을 가지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런 마음은 행동으로 드러나고 반드시 들킵니다.
그런 사람의 그 ‘아무나’ 중 한 사람이 됐다는 사실이 상대방 이성을 기쁘게 할까요, 부끄럽게 할까요? 상대방이 그런 대상이 된 것을 기뻐하는 수준이라면, 당신은 리스트를 잘못 뽑은 것입니다.
잘 모르는 상태에서 몇 사람에 대해 호기심을 가질 수는 있을지 몰라도, 어떤 작은 액션이라도 취하려 한다면 반드시 한 번에 한 사람만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퇴짜를 맞으면 바로 바로 옮겨가라는 뜻이 아니지 말입니다.
너무 진지 모드로 갈 필요는 없겠지만, 접근 자체가 너무 가벼우면 안 됩니다. 한 마디로 사랑을 찾아야지, 사람을 찾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어떻게 하면’ 이성을 사로잡느냐고 묻고, 소개팅에서도 ‘어떻게 하면’ 더 어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데요. 사실 이 고민은 ‘어떻게 되면’으로 바꿔야 해결이 됩니다. 그러니까 내가 어떤 사람이 되면 저절로 이성들이 나를 찾는다는 뜻입니다.
매너가 있고 사람을 존중하며, 바른 신앙에 힘쓰고, 인생의 진지한 고민을 하며, 위트 있고 유쾌하며 따스한 마음씨를 지녔으면서도 흐트러지지 않은…, 깔끔한 외모를 지닌 사람은 없어서 난리입니다.
그래서 저는 특히 남자 청년들에게 그렇게 조언합니다. 자꾸 무언가 해보려 하기 전에, 어떤 사람이 돼 보라고 말이지요.
문제는 성급함입니다. 무언가 찔러보고 시도하는 데는 큰 노력이나 시간이 안 들지만, 어떤 사람이 되는 데는 인내와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어떤 사람이 되는가는 그저 이성에게 매력적인 사람이 아니라, 사회에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야 이성도 좋은 사람들이 다가올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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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글로 배울 수는 없지만, 아마도 이 세 가지 고민은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계속될 질문이 아닐까 싶다. 아무쪼록 많은 의문과 궁금증을 품은 모든 이들이 건강한 해답을 찾아 아름다운 사랑을 이루고, 또 간직하며, 많은 열매와 결실을 거두기 바랄 뿐이다.
참고: http://woogy68.blog.me/221039279194
김재욱 작가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30여 종
www.woogy68.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