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삶의 우선은 하나님”

김신의 기자  ewhashan@gmail.com   |  

성결대 ‘잡 콘서트’서 기부·결혼 주제로 질의응답

▲가수 션이 청년들을 위해 행복한 삶과 진로에 대한 특강을 전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가수 션이 청년들을 위해 행복한 삶과 진로에 대한 특강을 전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좋은 아빠’ ‘좋은 남편’ ‘기부 천사’… 이렇게 좋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가수 션(노승환)이 18일 안양시와 함께하는 성결대학교 ‘잡 콘서트(Job Concert)에서 청년들을 위해 행복한 삶과 진로에 대한 특강을 전했다.

2004년 결혼하며 하루 1만 원씩 시작한 기부는 어느덧 후원 아동 900명을 넘어섰다. 션과 졍혜영 부부는 국내 최초 어린이 재활병원이 설립된 기적의 한복판에 서 있었고, 현재 루게릭 요양병원 건립도 앞두고 있다. 특히 이날 특강엔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준비됐다. ‘기부 천사’라는 별명답게 ‘기부’에 대한 질문과 또 청년들이 가진 ‘꿈’, ‘결혼’, ‘후회’ 등에 대한 질문들이 오갔다. 아래는 그 질의응답을 요약했다.

-기부를 어떻게 많이 할 수 있나요?

“많이 기부하려면 일단 돈을 벌어야겠죠. 근데 기부는 액수가 중요한 건 아니에요. 많은 사람이 ‘큰 돈이 없으니 기부와 나는 상관이 없어’ ‘돈을 많이 벌면 그때는 할 거야’ 하고 기부를 나중에 하려고 생각해요. 근데 기부받는 대상은 그 나중까지 못 기다려요. 당장 밥 한 끼가 없어 굶고, 신발 하나, 속옷 하나가 없는 사람은 나중에 누군가가 성공할 때까지 못 기다려요.

그렇다면 나의 주머니에 있는, 참 작아서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싶은 적은 금액이라도, 100원 동전 하나를 꺼내서 마음을 담아 누군가에게 나눴으면 좋겠어요. 이 마음을 모아서 우리 나라 전체 인구가 기부하면 50억이 되거든요. 기부는 크기에 상관없이 마음이에요. 또 ‘나중’이 아니라 ‘지금’이에요. 지금 당장 10원이라도 함께 나눌 때 기적이 일어나요. ‘많이’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나누다 보니까 ‘많음’이 된 것뿐이에요.”

-오랜 기간 바른 이미지로 사는데 힘들지 않은지.

“옛날에 그다지 좋은 이미지가 아닌 거 같았는데요(웃음). 여러분이 저를 알기 전 한참 힙합 할 때 전 바르게 살았는데, 이미지가 바르지 않았던 거 같아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했던 거라면 참 힘들었을 거예요. 알려지고 보이려는 삶을 살면 참 힘들어요. 나쁜 이미지인 사람도 그 나쁜 이미지를 유지하려면 힘들 거예요. 그 이미지가 자기 자신이면 별 상관이 없는데 나쁜 이미지를 유지하려면 힘들 거예요. 좋은 이미지도 똑같아요. 이미지로 유지하려면 제 삶은 힘들었을 거예요.

근데 그냥 이게 제 행복한 삶이에요. 제 행복한 삶이 그냥 보인 건데 그걸 좋게 생각해주시는 거죠. 연애도 뭐도 나중엔 잊혀져요. 션 정혜영 부부가 나중에 아무도 못 알아보고 아니면 어디 다른 데서 살 수도 있잖아요. 그랬을 때도 이 삶을 살아갈 거예요. 왜냐면 이것이 제게 있어 행복한 삶이기 때문이에요.”

-꿈이 뭔가요?

“우리가 보통 꿈을 얘기할 때 ‘어떤 직업을 갖자’, ‘뭐가 되어있자’라고 하는데, 방금 어떤 학생이 ‘다른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라고 꿈을 이야기했어요. 그건 어떤 직업을 가져도 가능해요. 우리가 살면서 꿈을 가지고 뭔가 가지며 살아요. 그런데 많은 경우 그 꿈, 어떤 직업을 갖지 못해요. 그러면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좌절하고 그런 경우가 많아요. 직업상의 목표도 있겠지만 방금 학생이 말한 것처럼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그 직업을 갖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 서 있는 어떤 곳에서 꿈을 이뤄가는 거예요.

제 꿈은 좀 더 단순해요. 예전엔 과학자였어요. 우리 어렸을 땐 그게 유행이었어요. 우리 어릴 때는 대통령, 과학자 그런 꿈을 많이 꿨어요. 전 실제로 상당한 재능이 있었어요. 외국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MIT 공대를 가려 했어요. 지금은 일단 MIT 공대를 못 가고 과학자도 못 됐어요. 그렇다고 실패한 삶인가요? 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그냥 다른 길을, 그런데 어쩌면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조금씩 되어가고 있지 않나 생각하죠.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고, 내일이 주어져서 또 오늘이 된다면 그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나의 가족과 이웃과 살아가는 거예요.”

-과학자가 되려는 것에서 언제 꿈이 바뀌셨는지.

“이건 신앙적인 거라 자세한 얘기는 생략할게요. 전 하나님을 만나고 나서 꿈이 바뀐 거 같아요. 그냥 교회를 다닌 게 아니라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면서 저의 꿈은 세상의 훌륭한 사람이 아닌 나의 오늘 하루 그분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그게 꿈이 됐습니다.”

▲션, 정혜영 부부. ⓒ션 공식 SNS

▲션, 정혜영 부부. ⓒ션 공식 SNS

-예비 신혼부부에게 조언을 하자면

“정말 신기해요. 이 사람이 너무 좋아서 이 사람 없으면 못 살겠다, 이 사람 없으면 죽겠다 해서 결혼하는데, 꼭 그렇단 것은 아니지만, 결혼하고 나면 이 사람만 없으면 살겠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많아요. 특히 요즘은 결혼에 대해 많이 부정적으로 됐죠. 남자 선배들은 결혼은 되도록 늦게하라 무덤이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저는 이제 결혼하고 14년 차인데, 살아보니 우리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지옥이 될 수도 있고 천국이 될 수도 있단 거예요. 그런데 그건 결혼 전도 똑같아요. 우리의 삶은 우리가 선택하기 나름인 거 같아요. 어떤 누구는 매일 불평하며 지옥을 살아요. 이건 돈이 있고 없고는 상관없어요. 우리가 부러워하는 돈 많은 사람이 하루하루 지옥을 살 수도 있어요. ‘More Money, More Problem’이에요. 없는 이는 부러워할 수 있지만 있는 사람은 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살아요.

딱 결혼하면서 눈의 콩깍지는 벗겨져요. 그래서 많은 커플이 결혼하고 신혼여행에서 싸운대요. 왜냐면 연애할 때는 다 좋아 보이고 장점이 더 보이다가 콩깍지가 벗겨지면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죠. 근데 사람은 누구나가 다 단점이 있고 장점이 있어요. 지금 장점이 더 많이 보이는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결혼하고 나서도 그 사람은 장점이 더 많은 사람이에요. 근데 어느 날부터 자꾸 단점이 보인다? 그럼 내 관점이 바뀐 거예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장점을 자꾸 끄집어내 주는 거죠. 이거 잘했다. 저거 잘했다. 자꾸 칭찬하는 거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그렇다면 나의 배우자는 자꾸 장점이 많은 사람으로 바뀌어요. 문제는 자꾸 반대로 한단 거예요. 장점이 많은 데 단점을 자꾸 지적해요. 그래서 싸움이 됩니다. 장점이 많은 사람에게 단점을 자꾸 지적하니 말이죠.

또 우리가 살며 대접받길 참 좋아합니다. 누구든 자기 위치에 대접을 받고 싶어 해요. 그건 결혼해도 똑같아요. 아내는 공주, 남편은 왕자 대접받고 싶어 해요. 누군가가 하녀 취급당하면 누군가는 공주나 왕자가 되지 못해요. 그런데 생각을 틀어서 먼저 서로가 남편, 아내를 왕자, 공주 대접하면 둘 다 왕자, 공주에요.

끝으로 중요한 것은 오늘 하루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거예요. 우리가 살면서 당연히 내일이 있다고 생각해요. 1년 10년 후를 계획하며 살아요. 그런데 어제 어떤 이유에서건 세상을 떠난 여러 사람도 오늘을 꿈꾸었을 거예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사는 오늘이 허락되지 않았어요. 내일 하루 더 살았으면 좋겠지만 나 또한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는 거죠. 만약 제가 어제 하루를 아내와 싸우고 잠들었는데, 오늘 아내를 만날 수 없게 됐어요. 그럼 후회할 거예요.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하고 산다면 오늘 내 배우자를 최선으로 사랑할 수 있어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산다면 결혼생활은 천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정말 화가 나는 순간에는 어떻게 하나요.

“3초만 여유를 가지려 노력을 해요. 정말 불의한 일은 화내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그런데 우린 화내야 할 일에 화를 안 내고 별로 화내지 않아도 될 일에 화를 내요. 공감하시죠? 어떤 일을 접할 때 3초의 여유만 있다면 어쩌면 우린 하루의 많은 화를 죽이며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부모가 되면 그렇게 아이들한테 화를 내요. 돌아보면 별일 아니라 후회하고 자책하고 힘들어하고 그래요. 그때 ‘하나, 둘, 셋’하고 ‘별일 아니었다’ 하는 거죠.

또 이영표 해설위원이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저랑 친한데, 보통 참을 만큼 참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화를 내는데, 정말 참을 만큼 참았는데 도저히 못 참겠다 하고 화내는데 참을 만큼 참은 건 누구나 다 하는 거예요. 내 옆에 사람도 참을 만큼 참았어요. 진짜 참는 건 참을 만큼 다 참고, 그 다음 한 번 더 참는 게 진짜 참는 것. 노력할 만큼 노력했다는 것도 누구나 다 하는 노력이에요. 그다음부터가 진짜 노력이에요. 많은 청소년 청년이 그 지점까지 못 가고 포기를 해서 진짜 뭔가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노력할 만큼 노력했는데 도저히 안 돼서 포기했어. 아뇨. 아직 노력 안 했어요. 그 지점부터가 진짜 노력이거든요. 물이 몇 도에서 끓는지 아시죠? 100도에요. 99도까지 간 다음에 ‘아직도 물이 안 끓네’하고 불을 끄면 물 끓는 거 못 봐요. 근데 우리는 살아가면서 90도 91도까지 해보고 안된다고 포기해요. 그래서 물 끓는 걸 못 봐요. 우리가 정말 물 끓는 걸 보려면 100도까지 가야 해요. 10km 어떻게 뛰는지 아세요? 9km 뛴 다음에 1km 더 뛰어야 10km에요. 9km 뛸 때 숨 가쁘고 죽을 것 같은데 1km 더 뛰면 10km 뛴 사람이 되는 거예요.”

▲가수 션이 청년들을 위해 행복한 삶과 진로에 대한 특강을 전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가수 션이 청년들을 위해 행복한 삶과 진로에 대한 특강을 전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오늘 하루가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산다고 하셨는데, 그 하루의 일과는 어떻게?

“우리가 살면서 우선순위가 참 중요한 것 같이요. 우선순위 없이 바쁘게만 살 때 우리가 헤매게 되요. 제가 신앙 있는 사람이고 교회를 다니기에, 딱 가장 먼저의 우선순위는 하나님이고요. 그다음 우선순위가 가족이에요. 제 스케줄이 들어오고 그럴 때 그걸 해치지 않는 상황에서 잡아요. 돈과 상관없이. 그런 하루하루를 계속 지속했더니 14년 만에 션 정혜영 부부 가족이 만들어졌어요. 만약 제가 이 우선순위를 무시하고 살았으면 더 많은 돈이 있었을진 모르지만 션 정혜영 부부의 가족 모습이 다를 수 있었을 거에요.

그 다음이 이웃이에요. 저 또한 어려서부터 난 사회에 봉사자가 되겠다 그런 게 아니었어요. 뭔가 작은 일을 매일 해왔더니 지금 많은 사람을 돕는 사람이 됐죠. 오늘 어떤 한 걸음을 걷느냐가 중요한 거 같아요. 오늘 하루가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우선순위를 두고 선택하면서.”

-후회하는 것이 있나요?

“궁극적으로 그것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믿어요. 그런데 그것 때문에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 수 있는 행동이었어요. 제가 16살 때 가출을 했어요. 가출을 안 했으면 아마 가수가 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제 행동으로 부모님에겐 아주 큰 상처가 남아 있어요. 그게 제 삶에서 가장 많이 후회되는 일이었어요.”

-과학자 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될 때는 없는지.

“전 없었어요. 근데 부모님은 좀 안타까워하세요. 제 세대만 해도 부모님들 안에 공부에 대한 열정이 있어요. 그리고 잘하고 똑똑해 보였으니까 세상에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크셨던 거 같아요. 지금은 어쨌든 예쁜 가정을 꾸리고 잘 사는 모습에 만족해 하시지만, 저는 직업이 변한 것에 대해선 전혀 후회가 없습니다. 대신 제가 좋아하는 숫자로 제 아내와 만난 날짜 세고 있어요(웃음).”

-가장 잘 선택한 것은

“혜영이하고 결혼한 거요.”

-롤모델은 누구인가요?

“성경에도 있고… 그냥 지금 제가 가장 롤모델로 보고 사는 분은 이재철 목사님이에요. 결혼 전에 그분의 책 '참으로 신실하게'를 읽게 됐어요. 교회 안 다니는 분들에게도 너무 좋은 책이에요. 삶을 바라보는 것, 제게 있어 모든 걸 바꾼 책이었어요. 그래서 ‘이분을 꼭 만나야겠다’ 하고 출판사에 전화했어요. 출판사에서 여쭤본 후 연락을 주겠다 했는데, 직접 목사님께 연락이 왔어요. 그때 목사님께서 책 집필하느라 사람을 안 만나던 때인데, 만나주셨어요. 그리고 목사님께 ‘제가 사귀는 여자친구가 있는데 한 번만 더 봐줄 수 있냐’고 했죠. 그리고 다시 만났을 때 목사님께서는 사모님과 함께 나오셨어요.

그때 목사님이 50대셨는데 정말 큰 감동이 있었어요. 사모님이 엄청 아프셨는데 목사님 아내에게 '내가 대신 아파줄 수 있으면 아파주겠는데' 이러시는 거예요. 50대 나이, 그것도 경상도, 부산분이신데 경상도 남자가 30대 청년들 앞에서 아내에게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두 분과 헤어지고 제 여자친구와 우리 결혼했을 때 저런 마음으로 살자고 했죠.

다음에 목사님과 또 만남을 갖게 됐어요. 이번엔 가족을 다 데리고 나왔어요. 10대 아이들. 근데 아이들이 아빠를 너무 존경하고 사랑해요. 완벽한 가정의 모습이었죠. 목사님께 4명의 아이가 있었어요. 그렇게 전 완벽한 4명의 아이를 꿈꿨죠. 그리고 4명의 아이를 갖게 됐어요. 그 정도로 큰 영향을 주신 분이에요. 가끔 목사님께 10명의 아이가 없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10명의 아이를 꿈꿨을 테니까요(웃음).”

-기부와 헌금 중 어느 걸 더 많이 하나요?

“헌금은 나에게 있는 모든 물질이 하나님으로부터 왔다는 걸 믿는다는 표시에요. 그리고 기부는 그 받은 것에 감사해서 나 혼자 사는 게 아니라 이웃과 함께 사는 세상이에요. 어느 게 먼저일까요? 만원은 구겨져도 그 가치가 변화되지 않아요. 살면서 자존심이 찢기고 여러 관계 안에 기분 상할 때도 있고 누군가 무시할 수도 있는데 한 사람의 가치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거 하나만 기억하세요. 이것만 기억하신다면 분명 성공한 삶을 살 거예요. 성공은 돈을 더 많이 버는 게 아니라 각자의 값어치를 알고 살 때 그게 성공한 삶인 거 같아요.

아까 말했듯 전 16살에 가출했어요. 많은 사람이 그런 청소년들을 다르게 봐요. 그런데 저의 값어치는 변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마 지금의 제가 있게 된 거 같아요. 어떤 일을 겪어 왔건 앞으로 어떤 일을 겪게 되건 세상에서 70억 인구 중 나 혼자만의 나만의 값어치가 있어요. 그걸 기억하고 산다면 아마 그 한 명 한 명을 통해 세상은 참 많이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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