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일꾼들 31] 황금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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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성경이 있는 정물’(Still Life with Bible, 1885)

▲반 고흐의 ‘성경이 있는 정물’(Still Life with Bible, 1885)

"태산을 넘어 험곡에 가도 빛 가운데로 걸어가면 (중략) 캄캄한 밤에 다닐지라도 주께서 나의 길 되시고, 나에게 밝은 빛이 되시니 길 잃어버릴 염려 없네..."(찬송가 445장 중)

아버지 사업이 안정되고 제가 하는 귀금속 액세서리 사업도 형편이 나아지면서 저희 집은 작은 방 두 칸을 확장했습니다. 당시 저는 매일 충무로, 명동에서 사업을 하다 노량진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시흥군 신동면 서초리(현 서초동)에 있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10시가 넘으면 시외버스가 끊겨 막차 시내버스를 타곤 했습니다. 이 버스는 동작 국군묘지 부근까지만 운행했습니다. 저는 할 수 없이 한밤중에 혼자서 찬송을 부르며 집까지 1시간 20~30분 간 걸어 왔습니다. 그때 많이 부른 찬송이 찬송가 445장 '태산을 넘어 험곡에 가도', 370장 '주 안에 있는 나에게', 384장 '나의 갈 길 다 가도록' 등입니다.

추운 겨울밤, 눈이 내린 날이면 집으로 가는 길은 온통 푸르스름한 눈밭으로 변하곤 했습니다. 희미한 달빛 아래 반짝이는 세상은 너무도 아름다웠지만, 눈이 덮여 사라진 길을 더듬어 갈 때면 위험하기도 하고 방향을 잃을 수도 있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럴수록 하나님을 꼭 붙들고 찬양하며 걸어갔던 기억은 지금 돌아봐도 주님과 동행하는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집에 도착하면 씻고 자정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성경을 보고 기도를 했습니다. 교회에서 들은 솔로몬의 일천 번제에 대한 설교가 제 마음에 와닿아서 매일 하루의 가장 첫 시간을 하나님의 것으로 구별하여 드리려 한 것입니다. 막차를 타고 걸어서 밤늦게 귀가할 때나 저녁 일찍 귀가할 때나, 아무리 피곤하고 어떤 상황이 있더라도 무릎을 꿇고 0시 예배를 드리곤 했습니다. 기도하는데 한 번씩 저도 모르게 기도 소리가 커진 적도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아랫집 어르신들이 "밤마다 혼자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가" 하고 물어오기도 하셨습니다. 몇 년 후 시편을 읽으면서, 그제야 새벽이나 한밤이나 다른 사람이 잠자는 시간에는 작은 소리로 조용히 말씀을 보고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당시엔 그런 지혜가 없었습니다.

어느 겨울날, 0시 예배를 드릴 때 출애굽기 31장을 펼쳤습니다. 피로가 몰려와 비몽사몽으로 자꾸 눈 앞에서 흐려지는 글씨를 붙잡으며 말씀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저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았던 것 같습니다. 순간 한 글자, 한 글자가 온전한 황금색으로 번쩍번쩍 빛나면서 제 눈앞에서 지구만큼 큰 글씨로 다가왔습니다.

바로 이 구절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영을 그에게 충만하게 하여 지혜와 총명과 지식과 여러 가지 재주로 정교한 일을 연구하여 금과 은과 놋으로 만들게 하며 보석을 깎아 물리며 여러 가지 기술로 나무를 새겨 만들게 하리라'(출 31:3~5)

피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마치 출애굽기 31장 18절에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친히 쓰신 증거판을 주신 것처럼, 제 눈앞에 환상으로 황금빛 말씀을 또박또박 써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때 본 글자의 받침 하나하나까지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이 경험은 제가 이후 기업을 경영하며 어려울 때마다 늘 다시 일어설 힘이 되었습니다. 당시 금은세공 관련 일을 하는 저에게 앞으로도 금속업을 하게 하실 것이라는 특별한 말씀의 계시와도 같았습니다. <계속>

이장우 일터사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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