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개혁은 자기 개혁부터, 자기 개혁은 교리 교육과 함께”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개혁신학포럼 ‘한국 장로교회, 무엇을 개혁해야 하나?’ 세미나

▲최더함 박사가 주제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최더함 박사가 주제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개혁신학포럼(대표 이경섭 목사) 제16차 정기세미나가 10월 29-30일 남양주 천보산민족기도원 선교센터에서 ‘한국 장로교회, 무엇을 개혁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세미나에서는 책임전문위원 최더함 박사(바로선교회)가 ‘한국 장로교회의 개혁과제들’을 주제발표했으며, 각 부문별 개혁과제 발표가 이어졌다.

최더함 박사는 “한국교회의 건전성과 도덕성 추락은 신뢰에 대한 심각한 위험신호를 던지고 있다. 여기에 장로교회(개혁교회)라고 예외일 수 없다”며 “가장 성경적이고 교리적 신앙의 체계와 신학과 정치제도로 발전한 정통 장로교회 혹은 개혁교회로서의 위상과 정체성을 잃고, 도저히 장로교회가 수용할 수 없는 비성경적 요소들을 받아들이는 등 오염되고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최 박사는 “개혁파 성도는 늘 개혁에 앞장서는 것이 자신의 시대에 살게 하신 하나님에 대한 본연의 책무이다. 무엇이 개혁인가?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로잡아야 하는가”라며 “교회 안에 침투한 비성경적 교리를 다시 바로잡고, 비성경적 제도와 기구와 단체 활동을 정비해야 한다. 신학연구에 더욱 헌신하고 신자의 개인적·공동체적 경건훈련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를 높여야 한다. 나아가 교리를 경시하거나 무시하는 모든 사이비적 행위들을 경고하고, 교회 안에서 사랑과 인내와 따뜻한 보살핌으로 정통 기독교회의 교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개혁의 시작에 대해선 “선조들이 물려준 신앙의 지침과 규범들, 즉 개혁교회의 교리들을 위반하는 일을 조사하고 분쇄하는 일이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교회 안에 만연한 교리 경시와 무시적 경향은 특별히 경계해야 할 일로, 이른바 ‘무교리주의자’들에 의한 교리 실종과 폐기 현상은 성도들의 신앙의 기초를 허물고 저질 신앙인을 양육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그럼에도 우리는 개혁의 출발점에 대해 교리 이전의 것을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작 중요한 부분, 즉 성경을 통해 하나님은 모든 개혁의 출발점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말씀하시기 때문이다. 주님은 이 개혁을 ‘자기 부인(Self-Denial)’이라고 하셨다(마 16:24)”고 설명했다.

최 박사는 “종교개혁의 선구자 마르틴 루터 역시 거대한 담론이나 단체의 힘을 업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도사로서 자기 안에 도사린 죄의 문제를 씨름하며 커져가는 죄의식의 구렁텅이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개인적 차원에서 개혁을 시작했다”며 “종교개혁을 완성시킨 존 칼빈 역시 <기독교 강요>와 여러 위대한 업적들 이면에 개인적 자기 성찰과 자기개혁의 진면목이 있었다. 그는 거짓 교회의 실상을 온 세상에 알리기 전 참된 자기 회심의 과정을 겪으며 서서히, 점진적으로 하나님의 사람으로 성화됐다. 청교도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오늘날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 현실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개혁의 첫걸음도 ‘자기 개혁’에서 시작돼야 한다. 이 일이 선행되지 않는 교회개혁, 장로교회 개혁은 의미도 없을 뿐 아니라 실효도 없을 것”이라며 “자기 개혁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할 단 하나의 일은 ‘오직 성경’이다. 모든 개혁의 답은 성경에 있고, 성경은 무오한 하나님 말씀이기에 성경과 함께 성령의 역사가 있고, 성령의 역사와 함께 영적 변화가 일어나고 영적 변화를 통해 회심이 있으며, 회심으로 자기 개혁이 시작되고 완성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자기 개혁에서 시작해, 시대를 바라보며 우리가 몸담은 교회의 실상들에 눈을 떠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를 늘 지켜보고 문제점이 무엇인지, 개선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개혁 과제들을 떠안고 살아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교회가 ‘통전적 관점(Holistic View)’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한국교회의 전체적 실상을 볼 때 시급한 과제는 정치적 구조부터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장로교회 총회의 정치적 실상은 충격적이다. 같은 총회 내에서 신학적 입장과 세계관과 교리와 성경 해석이 달라도, 아무런 갈등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최더함 박사는 이후 구체적 개혁과제들을 소개했다. 그는 “총회의 상회적 기능에 대한 정비는 시급하다. 호주자유개혁교회 경험을 소개한 허순길 박사는 개혁교회처럼 2년에 한 번씩 총회를 열고 ‘총회장’이라는 정치적 직분이 아니라 총회 때마다 선출된 의장의 회의 주관 하에 상정된 안건을 다루고, 파회되면 자동적으로 해산하는 제도를 제안한 바 있다”며 “장로교회는 철저히 개교회와 노회정치 중심으로, 총회는 총회장이 군림하고 통치하는 기구가 아니었다. 그러므로 지금처럼 실제적 권력을 갖는 총회장 제도와 총회의 상회적 운영을 중단하고 원래 장로정치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로운 개혁총회로의 통폐합’도 구상했다. 이에 대해 “지금 당장 각자 옳은 대로 행하는 것(삿 21:25)을 멈추고, 일치와 화합과 통일을 이루는 일에 합심해야 한다. 장로교회 간판을 달고 감독제 정치를 외치는 사람도 있고, 성경무오성을 확고하게 믿지 않는다. 같은 학교와 교수에게서 수학한 제자들의 예배 순서와 내용이 제각각이고, 예배모범은 한낱 장식품에 불과하다. 선교사들 역시 어떠한 교육을 받고 어떤 경로를 통해 나가는지 종잡을 수 없다”며 “신학과 예배와 사역의 일치를 이루는 새로운 총회의 등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업이자 가장 중요한 한국 장로교회 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장로학교’도 제안했다. 그는 “오늘날 ‘장로교회에 참된 장로가 없다’는 말이 회자된다. 세상 사람들 앞에서 장로들이 각종 부패와 부정과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어 뉴스에 나오고, 특히 교리적 지식에 해박한 장로를 보기 어려운 시절”이라며 “장로 봉직 중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실토한 장로도 있었다. 그러므로 장로들을 선출하기에 앞서 충분한 교육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최 박사는 “현재 신학교육이 목사 양성만을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칼빈의 교회정치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직분자들의 교육에도 영역을 확대해, 그들을 안수하여 항존 직분자로 세우기 전 필요한 지식들을 함양토록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며 “장로학교는 1년 과정으로 하되 기초적인 지식들, 특히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에 대한 교육을 통해 개혁 신앙에 철저한 장로가 되도록 인도해야 한다. 모든 당회와 노회는 반드시 이 과정을 이수한 자를 안수하는 절차를 명문화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럼 제공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럼 제공

‘신학자회의’ 구성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기독교회는 이단 사상들이 교회로 침투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교회회의’를 열고 신학자들로 하여금 기독교 진리를 방어하고 변증하도록 했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들이 신조와 요리문답과 신앙고백서들로, 개혁교회 역사는 신앙고백의 역사로 불릴 만하다”며 “불행히도 개신교회는 다시 여러 교파와 교단으로 분리·독립되면서 이 ‘교회회의(혹은 공의회, council)’라는 소중한 자산을 잃어버렸다. 그 결과 이단적 주장에 대해 하나의 목소리로 대응하지 못하고 사분오열과 중구난방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최 박사는 “따라서 한국 장로교회의 통일과 함께 중요한 현안 중 하나는 ‘교회회의’를 복원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이 교회회의는 주로 신학적으로 전문성을 지닌 사역자들에 의해 수행된 것이므로, 이를 ‘신학자회의’로 별칭하고 교단 통합 이전이라도 우선 이 회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며 “이 회의를 통해 전통적 교회회의를 회복하고, 교회에 대한 부당한 공격이나 압력, 그리고 성경적 교리의 왜곡 등에 신속·정확하게 방어하고 변증하는 일을 제도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최더함 박사는 “이렇듯 구비해야 할 것도 많지만, 잘못된 제도나 행위들을 과감하게 버려야 할 것들도 많다. 종교개혁은 한 마디로 교회 안에 침투한 비성경적 교리들을 청소하는 일이었다”며 “위클리프와 얀 후스와 츠빙글리와 루터와 멜랑히톤과 칼빈과 존 낙스 등 종교개혁가들은 모두 부패한 하나님의 백성들과 교회를 개혁하는 일에 헌신해 <기독교 강요>로 열매를 맺었지만, 어느 시대나 교회의 부패는 재발하므로 하나님은 어떤 방식으로든 개혁의 칼을 뽑아 드신다”고 했다.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들로는 △교리교육 강화 등 교회 직분의 남발 개선 △치유·예언 집회 참석 등 교회 안에서 은사의 남용과 오용 억제 △설교계획서 보고와 지역별 목회자모임 구성 등 확고한 목회자의 신학검증을 위한 제도적 정비 선행 △총회에서 작성한 재무제표 기준과 사역자들의 재산목록 보고 등 교회 재정적 체계 일원화 △우후죽순 난립한 각종 단체 정비 △교회 입교 절차 및 교육과정 일원화 △교인 이명절차 엄격 처리 등을 꼽았다.

결론에서 최더함 박사는 “앞에서 말했듯 개혁은 자기 부인이라는 자기 개혁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이에 대해 개인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치 않은 것은 아니나, 그 이전에 거듭난 사람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영적 생명을 유지하고 발흥시키는 것”이라며 “이 말씀을 체계적으로 먹고 맛보는 일이 바로 교리를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신자의 인격적 변화는 오직 교리에 달려 있다. 이것이 자기 개혁과 병행돼야 한다”고 정리했다.

최 박사는 “진정한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은 옛날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가장 성경적 신앙과 교회행정의 원형으로 돌아가자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보수는 문자적으로 보존하여 지키는 것이고, 개혁은 바르게 고치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보존하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가”라며 “신호섭 박사의 제언처럼 성경적으로는 하나님 말씀 제일주의, 신학적으로는 웨스트민스터 문서를 신앙하는 장로교주의, 역사적으로는 신사참배 반대의 항거정신이다. 이제 한국교회를 이끌어가는 장로교회의 희망을 노래하고, 새로운 한국 장로교회의 모습을 보고 주님의 품에 안기고 싶다”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이후 장대선 박사(가마산장로교회)가 예배 부문 ‘공중 예배를 중심으로 살핀 유스 디비눔(Jus Divinum)의 교회정치’, 이승구 교수(합동신대)가 정치개혁 부문 ‘교회 정치의 정상화를 위하여’, 최덕성 총장(브니엘신학교)이 신학교육 부문 ‘지형변화와 신학교육의 개혁’, 서문강 목사(중심교회)가 교회연합 부문 ‘로이드 존스의 <교회 연합론>이 한국교회에 주는 교훈’, 라은성 교수(총신대)가 교회교육 부문 ‘개혁교회 교육의 간략한 역사: 스코틀랜드 사례’를 각각 발표했으며, 토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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