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만 1천쪽’ 요한복음 주석의 ‘끝판왕’ <키너 요한복음 1>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고대 지중해 상황 초점 맞춰… 요한복음 저자는 ‘요한’”

키너 요한복음 1
크레이그 S. 키너 | 이옥용 역 | CLC | 1,008쪽 | 45,000원

크레이그 키너(Craig S. Keener) 美 애즈베리 신학교 교수의 대작(大作) ‘요한복음 주석(The Gospel of John: A Commentary)’ 첫 권이 <키너 요한복음 1>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키너 요한복음 1>은 구체적인 본문 주석에 앞선 서론만 담고 있는데도, 분량이 1,008쪽에 이른다. 본문 주석이 담긴 2권(1-10장)과 3권(11-21장)은 올해 내로 출간될 예정이다. 책은 분량에 비해 지나치게 두툼하거나 무겁지 않고, 트렌드에 맞게 각양장을 사용해 깔끔하다.

크레이그 키너 교수는 주석을 통해 요한복음의 유대주의적, 그리스-로마적 배경을 심도있게 탐구했으며, 관련 학자들의 모든 제안을 총망라하는 동시에, 그것의 장·단점도 잘 제시하고 있다. 참고문헌 목록만 130여쪽에 달해, ‘요한복음 연구서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약어표와 목차도 50여쪽이다.

키너 교수는 내러티브적 접근 방식에 더해, 자신만의 사회-역사, 사회-문화적 해석을 도입했다. 구약성경을 해석할 때 고대 근동의 문화 환경이 전제되는 것처럼, 신약 해석에 있어서도 당시 문화와 환경을 적용한 것이다. 복음서 저자들은 당대 헬라 문학, 그 가운데서도 전기와 역사 편찬 모두에 영향을 받았으며, 그 문헌들은 교훈 전달과 역사적 요소가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복음서 저자들은 단순한 상상이 아닌 역사적 사건들을 기록하면서 내러티브 방식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에 대해 “복음서를 그 사회-역사적 상황에 비춰 살펴봤고, 아직 복음서를 연구하는데 많이 사용되지 못했던 특정한 사회적 데이터(specific social data)를 제공했다”며 “고대 지중해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요한이 전제로 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환경에서 그의 이상적인 청중에게 줬던 메시지를 가능한 한 재구성해 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책 표지에 수록된 그림 저자 Giotto di Bondone의 연작 &lsquo;예수 그리스도의 생애(1305-1306)&rsquo; 중 &lsquo;Nativity of our Lord Christ&rsquo;.

▲책 표지에 수록된 그림 저자 Giotto di Bondone의 연작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1305-1306)’ 중 ‘Nativity of our Lord Christ’.

1장 ‘장르와 역사적인 문제들’에서는 요한복음이 양식과 본질, 즉 장르상 외경이나 영지주의 문서들보다는 공관복음(共觀福音, Synoptic Gospel)에 더 가깝다고 말한다. 그러나 공관복음 전승(tradition)에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으며, 공관복음과 비교해 요한은 ‘역사적(historical) 전승’을 사용하고 그것을 독특하게 말한다. 이러한 공관복음 전승으로부터의 독립성은 본질적 신뢰성에 문제가 되지는 않으며, 목격자의 진술에 의존한 ‘다큐멘터리’라는 의미에서 오히려 ‘역사적 예수’에 한 걸음 더 가깝게 만든다.

그러므로 요한복음의 저자가 예수님의 제자 요한인가, 아니면 일부 학자들의 주장대로 다른 요한 또는 요한 공동체인가 하는 ‘저자권(authorship)’ 문제가 중요해진다. 이에 대해 3장 ‘저자권’에서 키너 교수는 “많은 학자들은 공관복음을 ‘마태·마가·누가 복음’이라 부르는 것과 달리 요한복음을 그저 ‘제4복음서’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요한 저자권의 증거가 더 강하다”고 주장한다.

크레이그 키너 교수는 먼저 ‘내적 증거’로 “요한복음 속 ‘사랑하는 제자’는 목격자라고 주장하고(19:35), 복음서는 그의 직접적 주장을 기초로 한다. 또 요한복음 저자는 이 제자가 예수님을 가까이에서 따랐다고 주장하는데, 그 역할은 예수님의 핵심 제자가 아니면 쉽게 맡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사랑하는 제자’가 열두 제자 중 하나가 아니었다면, 도대체 어떻게 그가 그처럼 주님에게 특별히 가까울 수 있었으며 베드로의 경쟁 상대로 간주될 수 있었단 말인가”라고 반문한다.

‘외적 증거’에 대해선 “2세기 말부터, 요한복음은 사도 요한에게서부터 온 것으로 만장일치로 받아들여졌다. 요한복음의 저자권을 지지해 주는 많은 증거는 (고대의 저서들에 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외적 증거 대부분처럼) 이 복음서의 바로 뒷 세대에서부터(from the generation immediately following) 온 것이 아니고, 이것은 거의 일치된 견해”라며 “요한복음 저자권에 관한 분명한 기록자인 이레니우스(Irenaeus)는 요한의 제자인 폴리캅과 가까웠다”고 했다.

그러므로 “내적 증거와 외적 증거가 어느 정도로 세베대의 아들 요한을 제4복음서의 저자로 지지해 주는지를 알게 되면, 다소 놀랍다. 그는 아마 그의 제자 무리에 속해 있었던 한 명 혹은 여러 명의 서기관들을 사용했고 그들은 어느 정도 자유를 행사했겠지만, 그래도 전체로서 복음서를 저술한 사람은 한 명의 목격자라고 말할 수 있다”며 “요한의 저자권은 확실하게 주장될 수 있고, 제4복음서는 예수님에 대한 신학적 해석뿐 아니라 상당히 많은 추억담들(reminiscences)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책 표지에 수록된 그림 저자 Giotto di Bondone의 연작 &lsquo;예수 그리스도의 생애(1305-1306)&rsquo; 중 &lsquo;The Crucifixion of Our Lord Christ&rsquo;.

▲책 표지에 수록된 그림 저자 Giotto di Bondone의 연작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1305-1306)’ 중 ‘The Crucifixion of Our Lord Christ’.

5장 ‘유대교의 환경’에서는 “제4복음서의 1차적 종교 환경은 초기 유대 기독교이고, 이 시기 유대 기독교는 더 전통적인 유대교 신앙을 표현하는 많은 지도자들과 관계가 좋지 않았다. 요한의 반응은 그의 공동체의 유대성(Jewishness)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주장하는 것이며,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메시지를 거부했던 지도자들을 배척하는 것이었다”며 “요한은 그의 청중에게 그들이 유대교의 유산과 연속성을 갖고 있음을 확인시키고, 동시에 그들로 하여금 그들의 신학적 최우선순위로서 그리스도에 관해 헌신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요한복음은 마땅히 예수님을 받아들여야 했던 유대인들은 그를 배척하고, 비유대인인 사마리아인들은 받아들였던 사실을 환기시키면서 ‘진정한 유대인’에 대해 질문하는 등, 요한복음의 전개방식은 아이러니와 모호함의 수사적 효과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키너는 말한다.

이런 수사법을 분석, 키너 교수는 요한복음의 신학적 메시지는 풍자적 부분이 있고, 이러한 이중적 의미와 모호함 때문에 독자들은 수동적으로 본문을 읽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요한의 내러티브에 참여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 외에도 책에서는 요한복음만의 독특한 강화, 각종 비평에 대한 문제, 사회적 상황, 지식과 목격과 표적 등 계시의 모티프, 기독론과 기타 신학 등에 대해 상세히 논증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사도행전과 바울서신에 관한 주석에서 유대와 이방인 배경 둘 다를 광범위하게 다뤘던 반면, 요한복음과 마태복음과 요한계시록 주석에서는 유대 배경에 초점을 맞췄다”며 “그런 유대인의 사상은 사해 문서나 더 후대의 랍비 유대교에 제한돼 있지 않다. 1세기 유대교는 그것보다 훨씬 범위가 넓다. 그래서 가장 관련성이 높은 배경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가능한 한 더 넓은 시각에서 배경을 바라본다면, 우리는이 복음서의 첫 번째 청중들은 들었지만 우리가 놓칠 수 있는 점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평균적으로 볼 때 한국 목회자들은 성경 연구에 아주 뛰어나고, 아마 미국 교회 목회자들보다 더 훈련이 잘 돼 있을 것이다. 지금 한국 학자들과 학회들은 학문적으로 아주 중요한 업적을 이뤄가고 있다”며 “본서가 한국어로 번역된다는 사실을 매우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책 표지에 수록된 그림 저자 Giotto di Bondone의 연작 &lsquo;예수 그리스도의 생애(1305-1306)&rsquo; 중 &lsquo;The Lamentation&rsquo;.

▲책 표지에 수록된 그림 저자 Giotto di Bondone의 연작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1305-1306)’ 중 ‘The Lamentation’.

크레이그 키너 교수는 센트럴바이블컬리지(B.A., 하나님의성회신학교(M.A., M.Div.), 듀크대학교(Ph.D.)를 졸업하고, 후드신학교 교수를 거쳐, 이스턴대학교 팔머신학교에서 15년간 신약학 교수로 재직한 후 현재 미국 애즈베리 신학교(Asbury Theological Seminary) 성경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다양한 신학 분야의 저명한 저자이자 인기 있는 강사인 키너는 지금까지 신약 배경사와 성경 주석, 역사적 예수, 기적, 가정, 인종 화해 등의 주제로 20여권의 책을 저술했고, 70여편의 학술논문과 170여편의 대중적 소논문을 썼다.

키너 교수는 콩고공화국 난민 출신 메딘 무숭가(Medine Moussounga)와 결혼, 아내와 함께 미국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인종 화해 사역을 하고 있다. 그는 1991년 아프리카계 미국 교단에서 안수를 받고 필라델피아에 있는 아프리카계 미국 교회에서 협동목사로 사역하기도 했다. 최근 다양한 교단들과 연결되어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등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책을 옮긴 이옥용 번역가는 “요한복음은 사복음서 중에서 아마 가장 신학적인 책일 것이다. 그래서 요한복음을 수없이 읽은 사람일지라도, 아마 그 복음서를 철저하게 이해하고 있다고는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때문에 저자가 요한복음에 대해 제공해 주는 배경 지식과 본문 해설은 더욱 귀중하며 유익하다. 특히 신학을 진지하게 공부하는 신학생이나 목회자들에게 유용하고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성경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하는 일반 평신도들에게도 매우 유익한 지식의 보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사를 쓴 송태근 목사(삼일교회)는 “설교가 일차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일이라면, 텍스트는 설교의 출발점과 목적지가 된다. 설교자의 언어가 하나님의 말씀일 수 있는 조건 역시, 그것이 이미 기록된 성경에 기초한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설교자로 하여금 요한복음의 세계로 깊이 빠져들게 한다. 요한복음이 기록된 당시의 정치·사회·문화·종교적 정황들, 그리고 요한 문헌을 해석하는 다양한 해석자들의 견해는 본문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텍스트의 진의를 파악하게 하는 데 훌륭한 안내자가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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