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영적 자산으로서의 ‘학자-목사’ 박윤선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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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서평] 나침반 같은 책

나의 스승 박윤선 박사
정성구 | 킹덤북스 | 501쪽 | 30,000원

박윤선 박사에 관한 필자의 기억은 둘로 나뉜다. 하나는 청년 시절, 한성교회 주일 저녁예배 시간에 박 목사님의 설교를 들은 추억이다.

당시 한성교회 2대 목사는 박 목사님의 수제자 김진택 목사님이셨다. 이웃 일신교회에 출석하던 필자는 가끔 한성교회에서 김 목사님과 박 목사님의 설교를 들을 수 있었다. 열기와 진지함이 함께 느껴지는 예배 분위기 속에서, 회중은 박윤선 목사님의 가슴을 관통하는 화살 같은 메시지와 내면 깊이 스며드는 말씀의 맛을 경험하였다.

다른 추억은 73학번으로 입학한 총신대(당시에는 ‘총회신학대학’) 채플에서 접한 박 목사님의 메시지다. 설교 내용을 다 기억하고 있지는 못하나, 영적 내공이 느껴지는 외모와 독특한 음색, 그리고 성경 본문에 충실한 메시지를 잊을 수 없다.

필자는 박 목사님의 애제자인 정성구 박사로부터 칼빈주의와 개혁주의 설교학을 배웠다. 그러므로 이 책의 리뷰를 쓴다는 것은 특별한 감회가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 자리에서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나의 스승 박윤선 박사』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 『나의 스승 박윤선 박사』는 인간 박윤선을 이해하는 데 크게 유익한 책이다.

저자가 밝히고 있듯 “이 책의 내용은 순전히 박윤선 목사님과 필자와의 개인적인 관계에서 있었던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자연히 박윤선 목사님의 삶과 박윤선 목사님을 멘토로 하여 그의 삶을 따라 가려던 필자와 얽힌 뒷이야기를 어쩔 수 없이 많이 하게 되었다”. 그것은 저자의 삶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다.

저자는 박윤선 박사의 주례로 가정을 이룬지도 꼭 50년이 되었다. 박 박사는 저자의 스승이요 멘토였다. 그러므로 이 저작은 단순히 역사적 자료를 정리한 전기적 기록물이 아니다. 박 박사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바탕이 되어 기록한 추억담이기도 하다.

저자는 지근거리에서 박 박사를 모셨고, 보았고, 그리고 본받았다. 이러한 경험을 배경으로 박 목사의 삶과 신앙을 서술하는 글들은 그 분을 이해하는 데 유익하다. 진솔한 내용들은 그 어떤 수필이 주는 감동보다 진하다. 특히 그릇된 정보로 오해를 갖고 있는 분들이 박 목사님의 진면목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책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둘째, 이 책은 학자-목사인 그 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박 목사님은 무엇보다도 성경 영감을 믿는 바른 신학을 평생 일관되게 지니면서, 성경주석을 쓰는 일에 헌신하셨다. 박윤선 목사님의 성경 주석은 교파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애독하였다.

저자에 따르면, “박윤선 목사님은 교회 정치를 잘 모르시고, 오직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주석하고 가르치며 설교만 하시던 순수한 학자셨다”. 저자는 1960년대 초부터 1979년 박윤선 목사님의 주석 완간 기념예배까지 약 20여 년 가까이 박윤선 박사님의 주석 교정을 했었다고 한다.

“박윤선 목사님은 영적 확신과 진리의 깨달음이 오기까지는 아침 식사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진리가 깨달아지고 영적으로 뜨거워지면, 그제서야 건너 방에 계신 사모님을 향해 ‘여보! 밥 가지고 오라요’하고 외쳤다. 한 번은 설교하시면서 목사가 설교하는 방법에 대해서 말씀한 적이 있다.”

박 목사는 설교란 마치 굵은 대못을 나무에 박는 것과 같다고 했다. 처음, 나무에 대못을 박을 때는 가볍게 슬쩍슬쩍 두드리다가, 어느 정도 못이 자리 잡고 중간쯤 들어갔다 싶으면 힘껏 내리쳐서 기어이 못이 완전히 들어 갈 때까지 쳐야 한다는 것이다. 설교가 대못을 박는 것처럼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설교의 서론과 본론에서 말씀을 해설하고 진리를 해설하고 변증하는 과정이 있으면 그 다음은 확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확신을 위해서 온 힘과 마음과 정열을 다 쏟아 청중들이 하나님의 말씀 곧 진리를 받아들이도록 마지막 정열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박윤선 목사님의 설교론이다(200-202쪽 참고)”.

설교자로서 박윤선 목사는 ‘생명을 건’ 진리 선포자였다. 그는 “오직 위에서 주시는 성령의 지혜로” 성경을 해석하려 했다. “박윤선 목사님이 주석을 쓰실 때, 필자가 곁에서 본대로 들은 대로 말하면 그는 늘 울부짖어 기도하고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고, 성경에서 복음의 진리를 깨우치고 칼빈주의적 사상, 즉 하나님 중심 사상을 바로 알도록 한 평생 그 주석을 쓰는데 사력을 다했다(123쪽)”.

저자에 의하면, 통일교 문선명의 측근이었던 이화여대 최신덕 교수는 거창고등학교 전영창 교장의 소개로 동산교회를 출석했다. 전영창 교장이 최신덕과의 긴 격론 후 “바른 신앙을 갖기 원한다면,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있는 동산교회를 찾아 가서 박윤선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라”고 권면했기 때문이다.

최신덕은 말하기를 “박윤선 목사님께서 하시는 설교를 듣고 있지만, 아직은 개혁주의 신앙에 대해서 이해하기 어렵고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만약 박 목사님의 말씀이 진리가 아니라면 저토록 설교 때마다 생명을 걸 수 있을까”라고 고백했다.

그 후 최신덕 교수는 서서히 신앙이 깊어지고 드디어 동산교회 집사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들과 딸도 중고등부에 나왔다. 아들 이름은 주동린 군으로 고등부 학생회장이 되었고 딸은 주순희로 정성구(당시 전도사)와 함께 일하게 되었다. 박윤선 목사님의 생명을 건 진리 선포가 최신덕 교수를 이단에서 탈출케 하고 참 신앙인으로 만든 것이다.

셋째, 이 책은 평생학습자로 사신 박윤선 목사님을 상기시킨다.

저자에 따르면, “박윤선 목사님은 책이라야 서재의 한쪽 벽에 책장 하나 정도밖에 없었다. 그래서 고신에 계실 때는 고신대 도서관에서 늘 책을 빌려 보셨고, 총신에 계실 때는 총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가셨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총신 도서관에도 박윤선 목사님의 주석에 참고할 만한 것이 많이 없었다. 특히 화란어로 된 참고 주석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장서가인 명신홍 박사의 책을 늘 빌려 보셨다. 그때 나는 명신홍 박사님과 박윤선 박사님의 집을 오고 가면서 책을 빌리고 반납하고를 반복했다(120쪽)”.

박윤선 박사는 철저한 칼빈주의 신학자이자 성경 원어의 전문가이다. 박윤선 박사의 평양신학교 졸업장에는 히브리어, 헬라어를 동시에 이수한 졸업장이 있다. 평양신학교를 졸업했다고 모두 이런 졸업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는 ‘헬라어’ 이수자로, 어떤 이는 ‘히브리어’ 이수자로 분류되고 대부분은 이런 표시가 없다. 당시 히브리어와 헬라어를 동시에 전공하여 이수한 분은 박윤선 박사가 거의 유일하다.

저자는 “박윤선 박사는 성경 해석의 자격 요건을 처음부터 잘 갖추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1934년 미국 필라델피아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석사(Th.M.) 과정을 하면서 당대 최고의 칼빈주의 신약학자이자 헬라어의 대가인 메이첸(G. S. Machen) 박사 아래서 공부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박윤선 박사는 “자유주의 신학과 인본주의와 불신앙 운동에 대해서는 말과 글로 비판하면서도, 광범위한 복음주의 부류의 사람들에게 늘 마음이 열려 있었다. 그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배우려 했고 물어보고 또 물어 보았다(276쪽)”.

박윤선 목사는 특별히 개척교회 목사나 전도사들의 체험과 간증 듣기를 좋아했고, 또 그 분들을 개인적으로 면담하면서 개척교회를 하는 중에 경험한 하나님의 특별한 위로와 은혜가 무엇인지, 간증거리가 무엇인지를 물어보곤 했다.

저자에 의하면 박 박사는 학생들의 의견도 소중히 받아들일 뿐 아니라 스쳐가는 말도 메모해서 설교 자료로 사용하곤 했다.

한 마디로, 박 목사님은 어린아이 같은 단순함을 지니신 신자, 진정한 개혁주의(칼빈주의) 정신을 몸으로 실천한 신앙인, 그리고 한국교회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헌신한 학자요 평생학습자였다.

안인섭 박사(총신대 신대원)는 이 역작을 ‘가슴으로 읽고 삶으로 이어갈 저서’라고 소개하면서, “신학과 삶, 학문과 경건의 일치가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이 시대의 간절한 바람에 대해서 박윤선 박사의 전기는 더운 여름에 가슴 시원한 냉수와도 같다. 그러므로 본서는 이 시대의 후학들과 기독교인들이 가슴으로 읽어서 삶으로 이어가야 할 귀중한 저서임을 확신하게 된다”라고 추천했다.

이 책을 쓴 저자의 소원은 “한국 개혁교회, 특히 장로교회에서 박형룡, 박윤선 박사의 바른 신학과 신앙, 경건의 전통을 잘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진리가 혼탁하고 신학이 방향을 잃어버린 이 시대에 『나의 스승 박윤선 박사』는 나침반 같은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성경적 신앙과 칼빈주의적 신학과 세계관에 충실한 박윤선 목사님을 만날 수 있다. 또한 한국교회가 이어받고 물려주어야 할 영적 자산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의 모든 기독교인이 손 가까이 두고 읽어야 할 책으로 강력히 추천한다.

송광택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고문, 바울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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