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열 교수, ‘더 좋은 추수감사의 축제’ 제안
<냄새 나는 예수>, <레위기의 신학과 해석>의 저자이자 구약학자인 김경열 교수(총신대)가 지난 14일과 17일 SNS를 통해 ‘추수감사주일이 엄밀히 성경적이 아닌 이유’와 함께 ‘더 좋은 추수감사의 축제’를 제안했다.
김경열 교수는 지난 14일 “추수감사일은 미국의 기독교 명절이지 성경적 근거는 전혀 없다. 북아메리카 땅에 최초로 정착에 성공한 청교도들이 최초로 농사에 성공을 거두고 수확물을 바친 데서 유래한 명절”이라며 “당시 인디언들의 도움을 받아 농사에 성공을 거두어 정착할 수 있었고, 굉장히 의미있는 날인 만큼 명절이 될 만 하다. 이 11월 셋째 주일의 미국 청교도의 전통이 미국 선교사님들과 더불어 한국에 건너오게 돼 한국교회의 전통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런데 이걸 성경적으로 따지면, 문제가 달라진다. 제 책 <레위기의 신학과 해석>에도 상세히 설명해 놓았는데, 간단히 추려서 말씀드리겠다”며 구약성경 3대 절기인 유월절(무교절), 칠칠절(오순절), 그리고 초막절(수장절)이 모두 추수와 관련돼 있다고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1. 유월절 이 기간은 보리 추수 시기로 그 주간에 ‘보리의 초실절’을 축하합니다. 음력 1월 14일부터 시작되는 유월절 주간 내의 ‘안식일’ 이튿날이 ‘보리의 초실절’입니다. 그 안식일은 7일 주기의 정규 안식일이 아닌 유월절 다음날 시작되는 무교절의 첫날, 즉 음력 1월 15일의 노동을 쉬는 ‘절기 안식일’이므로 이튿날인 16일이 ‘보리의 초실절’이죠. 기독교인에게는 이 날이 사실 부활의 첫 열매인 예수님이 부활한 날이라 엄청 중요하죠(바로 그 해에 절묘하게 무교절 첫날인 1월 15일에 정규 안식일과 절기 안식일이 겹친 것으로 추론됩니다. 그래서 ‘안식일 후 첫날’ 예수님이 부활하는데, 그날이 바로 보리의 ‘초실절’인 음력 1월 16일이었던 것이죠). 그런데 유대인들은 밀이 더 중요해서 오늘날 더 이상 보리의 초실절은 지키지 않고 칠칠절, 즉 밀 농사 축제를 주요 명절로 지킵니다. 2. 칠칠절 음력 1월 16일 초실절을 기점으로 50일 뒤인 칠칠절(오순절)은 밀 추수 시작을 기념하죠. 그날은 음력 3월 6일로 ‘밀의 초실절’입니다. 한글 성경들이 모두 출애굽기 23장 16에서 ‘맥추절을 지키라’로 번역하고 출 34:22에서 개역(개정)이 칠칠절(오순절)을 ‘맥추의 초실절’로 번역했는데, 정확히는 ‘밀의 초실절’을 의미하므로 오역입니다(공동번역, 새번역은 여기서는 정확함). 한국교회에서 지키는 ‘맥추절’도 사실 성경적 유래는 이 ‘밀의 초실절’인 겁니다. 유월절/무교절은 음력 1월 14-21일, 오순절은 음력 3월 6일, 양력으로 환산하면 각각 양력 4월 중순, 6월 초가 됩니다. 한국교회는 7월 초에 맥추감사주일을 지키죠. 따라서 이것은 한국의 기독교 초기에 보리 농사에 대한 감사의 절기로 토착화된 절기라 볼 수 있습니다. 밀 농사는 매우 제한적이었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리 첫 이삭을 바치는 보리의 초실절과 밀(맥추)의 초실절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성경 번역이 혼란을 초래했죠. 한 가지 추가하면, 여러 주석과 학자들은 칠칠절(오순절)은 밀 추수를 마치고 기념하는 절기라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 날은 밀 추수의 시작을 기념하는 날이고 그래서 출애굽기에서도 그것을 ‘밀(맥추)의 초실절’이라 부른 겁니다. 이건 이스라엘 대사관이나 문화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따라서 밀 추수의 마무리는 6월 말 경이므로 7월 초의 <맥추절>의 한국 교회 전통은 성경의 밀의 초실절의 절기에 시기적으로 부합한 겁니다. 다만 성경은 밀 추수 시작할 때 음력 3월 5일 곧 양력 6월 초에 축제를 벌이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흥미롭게 한국에서는 ‘보리’ 수확의 마무리가 팔레스타인 지역보다(5월 말) 늦은 양력 6월 말 경입니다. 그러니 ‘맥추절’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습니다. 결국 성경적 근거와 한국 교회 전통이 뒤섞인 이름이죠. 3. 초막절 마지막으로 초막절(수장절)인데 이것은 가을의 과일 추수를 기념하는 날이에요. 앞서 제시해 드린 절기의 날짜를 포함 세 절기의 날짜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월 14-21일: 유월절과 무교절 기간: 1월 16일이 보리의 초실절 3월 6일: 칠칠절(오순절): 1월 16일이후 50일 뒤 밀의 초실절. 7월 15일: 초막절(수장절): 가을 과일 추수를 기념 여기서 이 날짜는 모두 음력임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성경에서 날짜가 나오면 무조건 100% 음력입니다. 다만 안식일 주기는 태양력을 따릅니다. 그래서 우리와 똑같은 전통이 생겼습니다. 설날인 음력 1월 1일이 매년 양력으로 날짜가 달라지듯, 이들의 절기의 날짜는 매년 양력 날짜로는 날이 바뀝니다. 첨부해 드린 도표(아래)를 보세요. 제가 일일이 찾아서 정리한 현대의 이스라엘의 명절들인데 저의 <레위기> 책에 수록한 도표입니다. 도표를 보면 양력 날짜로 계속 바뀌죠? 동양(한, 중, 일, 동남아)의 전통과 똑같지요. 다만 동일한 달력인데 계산법으로만 한달 차이가 납니다. 이를 테면, 음력 1월 14일은 동양에서는 음력 2월 14일, 음력 7월 15일은 이쪽에서는 8월 15일이죠. 그러면 계산 떨어지지요? |
그러면서 김 교수는 “성경의 음력, 그리고 오늘날에도 이스라엘에서 명절로 지키는 초막절(수장절)인 음력 7월 15일은 이쪽 동네에서는 음력 8월 15일이다. 바로 ‘추석’”이라며 “추석은 추수를 감사하는 날이다. 다만 동양에서는 과일 수확도 감사의 품목들이지만, 가을에 쌀 수확을 하기에 주로 곡식 수확에 대한 감사의 절기이다”고 밝혔다.
김경열 교수는 “그러니 음력 8월 15일 추석은 날짜로는 완벽히 성경적이다. 다만 추수에 대한 감사의 대상이 조상님들이라 문제가 된다. 추수를 주관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저는 추석에 맞춰 가을 추수를 기뻐하는 ‘추수감사주일’을 지키는 것이 매우 성경적이고 우리 전통과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11월 셋째 주는 아메리카의 추수에 맞을지 모르나 우리 전통으로는 너무 늦은 추수 감사이고, 가을 추수의 시작을 기념하는 추석이 우리 전통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다만 현실적으로 추석 때 모두 고향으로 떠나 교회가 텅 빈 경우가 많으니, 추수감사주일은 추석 후 첫 번째 주일로 잡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본다”며 “그러면 추석의 명절 분위기를 교회에서도 이어가 성경적으로 진정한 추수 감사를 하나님께 올릴 수 있다. 실제로 한국기독교장로회 같은 진보 측 교회 일각에서는 그렇게 하는 교회가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저는 날짜가 언제냐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그러니 11월 셋째 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예수님의 오심과 성령님의 강림 후 신약 시대가 시작되면서 구약의 모든 절기들은 모두 성취됐기에, 더 이상 날짜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며 “바울도 그렇게 말했다. ‘어떤 사람은 이 날을 저 날보다 낫게 여기고 어떤 사람은 모든 날을 같게 여기나니 각각 자기 마음으로 확정할지니라(롬 14:5)’”고 했다.
김경열 교수는 크리스마스도 엄밀히 12월 25일이 아니다. 이 날은 분명 로마의 가장 큰 명절인 태양신 숭배일이었고, 어쨌든 신약 시대 이후로 이제 그런 엄격한 날짜들은 날짜 자체로는 거의 의미가 없다. 대신 그 날짜가 담는 ‘의미’가 중요하다”며 “그래서 지금 11월 셋째 주의 추수 감사 주일 전통도 별 문제는 아니다. 다만 바꿀 수 있다면 이왕 성경적으로 가깝게 추석 이후 첫 주일이 가장 의미가 있고 또한 시기상으로도 좋지 않을까”라고 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이제는 농경 사회가 아니니 더 이상 맥추절, 추수 감사절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시는데, 일리가 있고 타당한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곡식과 과일의 추수 감사에는 한해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모든 경제 활동과 수입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이해해야 한다. ‘추수’를 현대의 산업 사회에서 경제 활동의 ‘수확’으로 의미를 재해석하면 된다. 인간 생존의 가장 근본의 수단은 여전히 농사를 통한 ‘추수’이므로, ‘추수 감사’란 말은 유지해야 타당하다”고 전했다.
이후 17일 김경열 교수는 ‘더 좋은 추수 감사의 축제, 이건 어떨까?’라는 제목의 글을 추가로 게재하면서, 추석 다음 주일을 추수감사절로 삼자는 주장을 구체화했다.
김 교수는 “날짜는 전혀 중요하지 않으니, 현재의 교회 전통을 고수해도 무방하다. 다만 바꿀 수 있다면, 저는 추석 이후 모두가 귀성을 마친 후 본 교회로 돌아와 첫 번째 주일을 추수 감사 주일로 지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하지만 구약 율법으로 돌아가자는 의도로 드리는 말이 아니다. 이왕 우리 고유의 추석 명절이 그런 의미를 담은 날인데, 묘하게 구약의 가을 추수 절기와 맞아 떨어지니, 훨씬 의미있게 그 날을 추수감사주일로 지키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 해의 추수의 시작을 기념했던 추석 명절의 분위기를 교회까지 이어가는 효과도 있고, 아름답고 의미있는 ‘추수감사주일’이 될 것 같다. 전 교인 윷놀이 대회도 하고”라며 “현재 11월 셋째 주 전통도 상관은 없지만, 교회법으로 정해 놓은 건 없으니 각 교회에서 한 번 시도봄 직하다. 한 가지 추가하자면, 댓글 주신 분 의견처럼 추수 감사의 의미가 이웃에게 확대되면 더욱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김경열 교수는 “그 분에 따르면 미국 청교도들이 생소한 질병과 기후와 싸워가며 엄청나게 죽어가면서 아메리카 정착에 성공할 때, 원주민(인디언)들이 결정적 도움을 줬다. 그들이 농사법과 생존법을 가르쳐 주고 물질적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며 “덕분에 그들이 옥수수 농사에 드디어 성공해 최초의 감격스런 첫 추수를 하게 됐다. 그래서 최초의 추수 감사는 바로 그 원주민들에게 감사하며 함께 축제를 벌인 것에서 유래했고, ‘하나님께 감사’는 후예들이 덧붙인 의미라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것은 ‘추수 감사’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 같다. 물론 저는 이 분과 달리 분명 청교도들은 모두 신앙이 돈독한 사람들이었기에, 숱한 희생과 더불어 거듭된 정착 실패 후 드디어 식량 자급을 하게 된 것에 하나님께 ‘먼저’ 무한 감사를 표현했으리라고 본다”며 “하지만 그분의 지적대로 그들이 동시에 원주민들에게 큰 감사의 마음을 표했을 것이다. 이는 우리의 추수감사절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인간에 대한 감사의 부분도 놓쳐선 안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농사나 사업은 나 혼자의 능력으로 되지 않는다. 인간사가 다 그러하다. 주변의 숱한 도움 없이 우리는 추수를 할 수 없다”며 “농사꾼도 주변의 많은 도움을 받아야 대작을 기대할 수 있고, 사업도 나를 믿고 손 잡아주는 분들이 없다면 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물론 연말연초에 한 해를 보내며 우리는 특히 많은 신세를 진 분들에게 그런 감사를 표시한다”며 “하지만 가을의 추수 감사를 맞아, 연말이 되기 전 하나님께 대한 감사를 확장하여 도움을 준 사람들도 기억하며, 고마운 마음으로 그 날을 기념하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