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박한 신앙인들
산을 오르다 보면 크고 작은 풀들과 피어있는 꽃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저마다 풍기는 향기에는 계절을 따라 세상을 창조하신 그 분을 찬양하고 싶어져 견딜 수 없습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닿지 않음에도,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소박한 외로움에도, 자신의 존재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 있는 듯, 그 작은 풀잎들과 피어있는 작은 꽃들 앞에서 절로 탄성이 멜로디처럼 다가오는 호젓한 산길입니다.
흔히 우리 신앙인들의 삶에서 만나게 되는 자신만의 두려움과 약함들, 상처로 인해 얼룩진 경우, 온전히 살지 못하고, 적당하게 또는 소위 안전한 방법을 선택하며 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우리 신앙인들은 이도저도 아닌, 한 순간 바스러질 것만 같은 삶을 위태롭게 견디며 살아갈 때가 많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더한다 해서, 충만하거나 행복한 순간이 찾아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욱 불안만 고조시킬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 내면에서 스스로는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시간도 아니고 내가 아닌 것들을 그저 채워 놓은 시간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믿음의 길에는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다하는 것 아니면 아무것도 내어놓지 않는 것, 그 밖의 길은 없어 보입니다. 오직 그 분을 향해 가까이 가는 길 외에, 다른 방법과 다른 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소박한 복음에는 오로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 자신의 욕망, 그리고 자신의 판단, 이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러기에 이 모든 것을 버리지 못하면 결단코 하나님을 소유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채워지지 않은 곳에 들어갈 자리는 없습니다. 자신의 것으로 가득한 이의 삶에 그리스도의 향기는 머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회는 지극히 작고 소박한 이들이 주님 때문에 죽음도 불사하고 자신을 내어 놓는,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이 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주님 앞에 생명을 내어놓음으로 인해, 자유와 생명을 맛볼 수 있는 소박한 신앙인들은 오로지 하나님만으로도 행복을 만끽하는 그 분들이 천국을 차지하는 자들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교회를 반성하고 성찰하는 목소리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슈는 ‘성직자 중심주의’입니다. 소박한 신앙인들을 위한 평신도 중심이 돼야 함에도, 교회는 당회 중심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더는 발전하는 것에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구약 시대나 예수님 시대에 제사장 중심으로 예배를 드리므로 오래도록 발전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교회가 교회다워야 하는데 지도자들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마는 곳에는 분명 마귀들의 역사가 활개를 칠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신도 중심주의는 아직까지 먼 나라 이야기인 듯합니다. 계속해서 성직자 중심, 그리고 장로중심에서 하루속히 탈피하지 않으면, 기독교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주일을 밤낮으로 수고하며, 오로지 주일예배를 위해 하루는 쉼을 통해서 하나님께 예배하고, 믿음 안에서 함께 친교하는 거룩한 주일을 소박한 신앙인들이 누리는 행복의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많은 취미생활, 그리고 자신만의 명예를 얻기 위해 많은 모임에 수장 노릇을 위해 고군분투하시는 분들, 주님은 교회에서 간 곳이 없고 오직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 누리려고 온갖 거짓투성이 지도자들 때문에 평신도들의 소박한 믿음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것임을 그들은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신앙생활이 주가 되고, 이후 순위는 사회봉사가 돼야 하겠습니다. 아름다운 봉사는 주님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님이 안 계시는 봉사는 울리는 꽹과리가 될 뿐입니다.
그러므로 내 안에 주님을 깊이 모신다면, 먼저 나를 성찰해 보아야 합니다. 내가 살아있고 안주하다 보면, 신앙은 퇴색되어감을 알아야 합니다.
소박한 신앙인은 전적으로 주님을 향한 나의 신뢰와 믿음을 주님과 함께 해야 합니다. 세상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거나 그들에게 맹종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가 부러워하고 사랑해야 하는 것은 올바른 믿음의 깊이요 부피요 무게인 것임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소박한 신앙인이라면, 절대로 교만해서는 안 될 것이며, 나를 비롯하여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이웃에게 베풀며 배려하는 삶으로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바로 소박한 신앙인들임을 깨닫고, 지금 이 순간을 포착하여 나를 반성하고 회개하는 귀한 시간을 만들어 주님 주시는 참 평안을 누리는 소박한 신앙인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앵무새처럼 입으로만 떠드는 신앙인들이 아니라, 믿음으로 바라는 실상들이 되기를 고요하게 다짐하는 귀한 시간들이 되기를 축복하며, 계절을 따라 피어나는 풀들과 꽃들의 아름다운 소망을 머금고, 풀들과 꽃들이 시들 때까지 충직하게 맡은 사명을 잘 감당하는 귀한 신앙인들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이효준 은퇴장로(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