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과 동성애, 그리고 라이히의 성해방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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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의대 정신과 명예교수 민성길

▲연세의대 정신과 명예교수 민성길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는 비엔나의 정신과의사로서 정신분석 이론을 창시하고, 노이로제의 원인을 설명하였고 또 치료하였다. 그는 동성애도 노이로제와 같은 방식으로 설명하고 정신분석으로 치료하려 하였다. 그의 여러 저술을 종합하면 그는 동성애를 정신성 발달의 정지(developmental arrest)의 한 징후로 보았다. 즉 무의식적 성적 본능(리비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 거세공포, 어머니에 대한 공포, 남근 선망(레스비언의 경우) 등 정신적 갈등이 정상적인 섹슈얼리티의 발달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정신분석이론은 노이로제라는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성적 억압에서 해방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암시하였다. 프로이트는 인류 문명은 인간들이 본능을 억제함으로 발달하였으므로, 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불만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무의식에 대한 통찰(깨달음)을 얻어 일단 노이로제에서 해방된 후, 이 성적 에너지를 절제하면서, "승화"(sublimation) 같은 바람직한 방어기제를 통해 사회적으로 창조적인 활동으로 표현하는 것을 권고하였다. 그는 궁극적으로 이성주의자였다.

따라서 정신분석이 전통적(주로 기독교적) 가치를 해제시키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성해방 운동에 기여하였다는 것은 문화비평가들의 과장된 견해이다. 이후 다수 프로이트의 계승자들도 억압된 욕망에 대한 통찰과 이성적인 통제를 기초로 정신분석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프로이트의 딸 안나 프로이트(Anna Freud 1895-1982)를 비롯한 지도적인 정신분석가들은 현재까지 동성애를 병으로 보고 "성공적으로" 정신분석 치료를 하였고, 그들의 경험을 수많은 저술로 남겼다. 그 대표적 정신분석가들은 빌헬름 슈테켈(1868~1940), 산도르 페렌치(1873-1933), 아브라함 브릴(1874~1948), 멜라니 클라인(1882~1960), 헬렌 도이치(1884~1982), 산도르 라도(1890~1972), 에드문트 버글러(1899~1962), 어빙 비버(1909~1991), 찰스 소카리데스(1922~2005), 죠셉 니콜로지(1947~2017) 등이다.

특히 라도가 유명한데, 그는 동성애를 과잉보호적 내지 유혹적 어머니와, 공포스러운 또는 냉담한 아버지와 연관된 근친상간적 충동에 대한 죄의식으로 인해 생겨난 거세공포로부터 도피한 결과로 해석하였다. C. G. 융(1875-1961)은 프로이트의 성욕이론을 비판하였으나, 그 역시 동성애를 병으로 보고 자신의 분석심리학 특유의 기법으로 치료하였다.

정신분석은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학적 도구 중 하나이다. 노이로제를 발병시키는 무의식에 억압된 욕망이란, 자신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내면의 죄와 비슷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신과의사 앞에서 "죄"를 통찰(깨닫는 것)하는 것은, 기독교인이 하나님께 죄를 고백하고 죄 사함을 받는 것과는 다르다. 그래도 모르고 있던 내면의 죄를 깨닫게 하는 정신분석적 방법은 목회상담에서도 훌륭하게 응용될 수 있다.

그러나 프로이트의 추종자 중에는 이단자도 있었다. 성혁명 또는 성관련 좌파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인물로는 오토 그로스와 빌헬름 라이히가 유명하다.

오토 그로스(Otto Gross 1877~1920)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일반인 "자칭" 분석가로서 프로이트를 따르다가 나중 무정부주의자, 그리고 성 해방론자가 되었다. 그는 정신분석(심층심리학)의 무정부주의 형태를 연구하였고, 원시 페미니즘(proto-feminism), 및 신이단 이론(neo-paganism) 등을 수용하여, 계급 없는 황금시대(golden age)의 문명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이론을 만들었고, 성자유(free sex)를 주장하여 20세기 반문화 운동의 창시자 중 한사람이 되었다. 그는 주류 정신분석 운동으로부터 추방되었고 정신분석 역사에서도 제외되었다. 그는 약물중독자로서 가난 하게 살다가 죽었다.  

빌헬름 라이히(Wilhelm Reich. 1897-1957)는  비엔나의대 출신 의사 정신분석가이면서 공산주의자이며, 바이마르공화국 시대에 가장 영향력이 컸던 성혁명가 중 한 사람이었다. 그가 14살 때 어머니가 자살했고, 그 몇 년 후 우울증이 있던 아버지가 죽었다. 그는 1908년 프로이트가 창설한 비엔나 정신분석학회(Vienna Psychoanalytic Society)에 가입하여 프로이트의 제자 중 한 사람이 되어 수련을 받았다.

그의 초기 성격무장론(character armor)은 훌륭한 이론이었다. 그러나 그는 오르가즘 이론(orgasm theory)을 제안하면서 정신분석 그룹에서 이탈하기 시작하였다. 당연히 정신분석학회에서 축출되었다. 그는 공산당에 입당하였다. 그는 프로이트의 리비도이론을 단순화하여, 건강한 혁명의 시민으로서 계급 사회를 건설하기 위하여 사람들은 동성이든 이성이든, 파트너를 자주 바꾸더라도, 주 3회 오르가즘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의무적 결혼" 또는 "의무적 가족"은 없어져야만 했다. 그는 "가부장적 가족제도는, 모든 권위주의적 원칙에 근거한 모든 사회적 질서들의 구조적 및 이데올로기적 근거이다." "6,000년간의 성 억압은 전 세계에 걸쳐 인간을 병들게 하였다." "성적 욕망을 만족시켜라, 그러면 당신은 지상에 낙원을 창조할 것이다"하고 말하였다.

이는 이후 60년대 히피 슬로건인 "사랑하라, 전쟁 말고"(make love, not war)의 선구였다. 라이히는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이 성적으로 활발하면서도 어떤 권위에도 저항하기 때문에 타고난 혁명가들로 보고, 그들부터 성적 억압과 가족적 연결로부터 해방하려 하였다. 그는 청소년들에게 "금욕의 해로움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으로 자위와 성교를 권장하였다. 그는 문화의 성화(sexualization)가 결국 교회와 전통 국가를 파괴할 것으로 보았고 그것이 그의 목표였다.

이런 생각들이 그가 공산당에 가입한 이유였는데, 결국 너무 과격하다 하여 1933년 공산당에서도 축출되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을 전전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갔다. 거기서 라이히는 "오르곤 축적기"(orgon accumulator)라는 "생명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계를 만들어 판매하다가 사기라는 유죄판결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중 사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성해방의 이론은 "프랑크푸르트 학파"(Frankfurt school)의 이론의 일부로 재포장되었다. 그로스와 라이히의 성해방 이론은, 동성애를 장애로 보고 전환치료하는 정통 정신분석과는 거리가 멀다.

연세의대 정신과 명예교수 민성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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