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박사’ 유중근의 40주 임산부 코칭 「WOW! 임신했어요」
임신 4개월-만 3세 애착 관계, 뇌 발달에 결정적 영향
임산부들, 아이 위해 일관성 있는 생활 패턴 유지해야
나쁜 생각 했다면, 일부러라도 좋은 생각으로 균형을
WOW! 임신했어요
유중근 | 샘솟는기쁨 | 236쪽 | 14,500원
결혼도, 임신도, 육아도 평생 처음 해보는 것이다. 소중한 우리 가족을 돌보는 일이지만, 지나치게 바쁜 현대 사회에서는 연습할 수도 없고 그럴 시간도 부족하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에게 신앙적으로 자녀를 양육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따라할 만한 곳조차 많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발간된 「WOW! 임신했어요」는 임산부가 알아야 할 상황이나 심리적 주제들을 선정해 매주 읽을 수 있도록 임신기 40주에 맞춰 코칭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애착 이론을 바탕으로 임신기 태아의 환경과 임산부의 다양한 심리 변화를 다루면서, 태아와 양질의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도록 돕기 위해 임산부들에게 꼭 필요한 주제들을 선정했다. 다음은 이 책의 저자인 한국애착연구소 소장 유중근 박사와의 인터뷰.
-책을 쓰게 되신 계기가 무엇일까요.
“제 전공은 엄마와 자녀의 관계에 따라 그 사람의 심리적 환경이 조성된다는 내용을 주로 하는 ‘애착 이론’입니다. 10년만에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와 보니,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사회에 어떤 부분을 기여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엄마와 자녀의 관계에 대한 심리상담이 많이 들어오는 편인데, 아이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가정환경의 영향으로 생긴 문제들이 엄마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엄마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연구를 계속하다 보니, 결국 임산부에서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임산부들이 임신 기간을 그냥 보낼 것이 아니라, 태아 상태이지만 아이를 인격체로 생각하면서 관계를 잘 맺도록 돕고 싶습니다.
엄마와 자녀와의 관계를 지금부터라도 잘 해야, 한국 사회가 더 밝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현재 엄마와 자녀들도 관심을 갖고 도와야 하지만 그런 부분에서는 도울 분들이 있으니, 저는 미래를 위해 어린 자녀들과 임산부들을 대상으로 소통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신을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분의 임산부 40주 코칭 책인데요.
“아내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내도 둘을 낳고 키우면서 일찍부터 중요성을 알게 됐습니다. 저희가 그 중요한 기간을 잃어버렸더라고요. 정말 중요한 기간이고 정보들이라, 아빠인 제가 알았어도 아내를 도울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제가 아내 임신 당시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부할 때였는데, 제 할 일만 열심히 할 것이 아니라 아내를 좀 더 도왔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중요한 시기인데 아이가 엄마와 조금 더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왔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산부인과 남성 의사 분들도 임신을 해 본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웃음)? 저도 연구하고 자료를 찾다 보니, 나눌 수 있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섬기는 교회에서는 프로그램도 하고 있고, 세미나나 특강 요청도 응하면서 애착에 대해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다른 측면에서는 남성 분들도 같이 알았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아내 혼자 자녀를 키우는 것은 굉장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너무 힘들어서 상담을 하러 오시는 분들로부터 많은 부분들을 알게 됩니다. 남편들도 같이 알고 공유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애착 이론이 정확하게 무엇인가요.
“임신 후 4개월부터 만 3세까지 아이와 엄마의 애착 관계가 뇌 발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이는 뇌과학이나 두뇌신경 계통 의학의 발달로 많은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애착 이론은 실제로 뇌과학과 연계 발전하고 있고, 애착 유형은 4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학문적으로 말하자면, 물리적 거리나 정서적으로 아기가 생존하기 위해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사람에게 가까이 가려는 본능적 행동 체계입니다. 일반적으로 ‘애착’이라고 하면 아이와 부모, 특히 엄마와 친밀감을 형성하는 관계를 뜻합니다.
중요한 것은 애착 관계를 통해 엄마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앞으로 자라나면서 자녀가 다른 사람들과도 같은 관계의 패턴을 해 나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애착 이전에 모성애가 있지 않나요.
“기본적으로 엄마들에게는 모성애가 있지만, 강하고 약한 차이가 있습니다. 아기가 울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엄마가 있고 덜 그런 엄마가 있습니다. 아기를 일관되게 잘 돌보는 엄마가 있지만, 그런 점에서 부족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출산 후에는 엄마도 힘들기 때문에, 아이보다 본인을 먼저 챙길 수 있습니다.
애착 관계는 말씀드렸듯 임신 4개월부터 3년까지이지만, 그 중에서도 출생부터 1년까지가 중요합니다. 그 시기에 두뇌가 가장 빠르게 발달하기 때문입니다. 아기에게도 감정을 사용하는 방법이나 행동에 있어 중요한 시기이지만, 엄마도 산후 회복하는 시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애착 관계를 맺어야 할 시점에는 엄마도 아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육아를 엄마만의 몫으로 떠넘겨선 안 됩니다. 아빠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애착 관계 형성을 위해 임산부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웃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생활 습관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잘 먹고 잘 자야 합니다. 단순한 것 같지만, 이 규칙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많이 먹고 많이 자라는 말이 아니라, 일관성 있게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태아가 엄마 몸 속에서 패턴을 배우고 있기 때문에, 엄마가 일관성 있는 규칙을 갖고 임신기를 보내야 합니다.
육체적 측면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원리이지만, 정서적 측면에서도 동일하게 규칙을 만드는 일이 중요합니다. 임산부들이 긍정적 감정만 갖고 살 순 없습니다. 부정적 감정은 나도 모르게 튀어나옵니다. 걱정을 할 수도 있고,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일부러 생각하지 않아도, 알아서 떠오를 만큼 우리는 부정적 감정에 익숙합니다.
그래서 임산부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일부러라도 좋은 생각을 함께 떠올리면 좋겠습니다. 하루 일과에서 감정 체크를 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이 부분에서 놀라게 됩니다. 하루 가운데 느꼈던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을 체크해 보면, 나쁜 감정만 있을 줄 알았는데 좋은 감정도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일부러라도 균형을 맞춰서, 임신기에는 아이가 균형 잡힌 발달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요즘에는 핵가족화로 ‘독박 육아’를 하다 보니 양육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부모 양육보다 조부모 양육이 늘고 있습니다. 대가족이었을 때는 보고 배우면서 부모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부모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릅니다.
그래서 부모 교육이라는 개념도 이제 막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이것을 챙겨 들을만큼 여유가 있진 않습니다. 그런 부분 때문에 조부모 양육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고요.
그런 점에서 부모 교육뿐 아니라, 조부모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도 필요합니다. 단순히 돌보는 게 아니라 아이의 특성을 알고 돌보는 차원이 된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특히 교회들이 이런 부모 교육에 관심을 많이 가져준다면, 신앙인들이 자녀와 관계 맺는 모습들을 보고 주변에서 ‘뭔가 다르구나’를 느끼기 시작하고 확산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각 교회에서 부모 교육이나 양육 세미나 등이 확신돼야 한다고 봅니다.
실제로 교회는 엄마들이 모일 수 있는 좋은 장소에 해당합니다. 그런 차원에서라도 교회가 나서야 할 것입니다.”
-교회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요.
“뭔가는 해야 합니다. 사회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저출산을 해결할 수 없다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발버둥치면서 이런 것들을 해 보자고 말씀드리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는 가정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태어난 아이들이 이 시대를 살면서 사회를 이끌어야 하는데, 교회가 ‘저출산은 어쩔 수 없다’며 손을 놓을 것이 아니라 이 적은 분들에게라도 부모 교육 등을 제공하고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요.
임산부 교육, 영아부 부모 교육 등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참여하시는 분들은 많은 것을 얻어가고 유익했다고 말씀하십니다.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착 이론은 결정론적인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 애착 이론은 심리학적으로 진화론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착 자체는 엄마의 역할을 ‘안전기지’라고 표현합니다. 저는 이것이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을 돌보실 때의 역할과 거의 같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성경적 맥락에서도 얼마든지 바라볼 수 있습니다. 저도 기독교적으로 재해석해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것을 종교적 측면에서 연구한 것이 신 애착(God attachment)입니다. 이런 연구를 보면, 개인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우리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인간적 측면에서는 보다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만드는 적용점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진화론에서 출발했다 해서 진화론적 입장에서만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창조신앙으로도 얼마든지 재해석할 수 있습니다. 저는 과학도 충분히 기독교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과학적 이론도 보다 입증 가능하고 정확한 진리에 가까이 도달할 수 있는 것이 나오면 자연히 사라집니다. 그런 기독교적 요소가 있는데, 지금 과학은 저쪽으로 넘어가 있어 아쉽습니다.”
-요즘 자녀들의 스마트폰 문제로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스마트폰보다는 스크린 자체가 문제입니다. TV나 컴퓨터, 태블릿PC 등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뇌의 후두엽으로 모든 정보가 모이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스마트폰이든 뭐든 생각을 요하는 게 아니라, 빨리 빨리 처리해서 손으로 옮기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생각 대신 감정만 앞서고 판단력이 부족해집니다. 화내니는 것이 옳은지 생각하지도 않고, 언제 그만둬야 하는지 판단이 안 서게 됩니다. 미국에서 TV 보급 전후 살인률을 비교했더니, 보급 이후 굉장히 높아졌다고 합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감정적 충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목회를 꿈꾸다 상담심리를 공부하신 계기가 있으신지요.
“대학원에서 들은 선택과목인 ‘정신병리학’이 제 인생을 바꿔놨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좀 더 깊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그 마음이 형성되는 때가 어린 시절임을 알게 됐습니다. 다행히 학교에 애착 전문 교수님이 계셨고, 여러 과목을 듣고 배우면서 이것이 한국에서도 필요한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것도 목회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은 기존 교회를 섬기면서 그 교회를 세워갈 수 있는 목회를 하라는 것입니다. 저를 찾아오시는 성도님들이 상담을 받은 뒤 회복되고 나아진 마음으로 교회에 돌아가면, 그 분들을 통해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한 분을 도와드렸지만, 그 교회에서는 더 많은 분들이 건강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성도님들을 도울 수 있는 특수 형태의 목회라고 봅니다.
다른 비전이 있다면,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싶습니다. 엄마와 자녀들이 구체적으로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과학 이론들도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 좀 더 좋은 것들이 있으면 적용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탈북민들을 위한 상담사 양성도 계속 할 것입니다.”
저자 유중근 박사는 임산부 및 영아기, 유아기 부모들을 위한 애착코칭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면서 자녀와의 애착관계를 부모들이 실천하도록 돕고 있다. 미국 리버티대학교 목회상담학 초빙교수, 침례신학대학교 상담심리학 초빙교수, 하이패밀리 상담심리학 초빙교수 등을 맡고 있으며, 온라인 기반 상담코칭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카운메이트 인터내셔널 온라인 심리코칭센터(www.counmate.net)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