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조던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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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집중하는 것이 모든 변화의 진정한 출발점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캐나다 출신 조던 피터슨(Jordan B. Peterson)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에 대한 진규선 목사님의 서평을 소개합니다. 이 책은 원서 출간 6개월 만에 200만부를 돌파했으며, 전 세계 39개국에서 출간됐습니다. 그의 유튜브 구독자는 151만명입니다. -편집자 주

12가지 인생의 법칙
조던 B. 피터슨 | 강주헌 역 | 메이븐 | 552쪽 | 16,800원

조던 피터슨은 캐나다의 임상심리학자이자 인생의 멘토로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필자 역시 유튜브를 통해 그의 여러 토론 영상을 보았다. 특히 그 유명한 캐시 뉴먼과의 인터뷰 영상은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우연히 스위스 바젤의 한 커피숍에서 잡지 ‘다스 마가진(Das Magazin)’을 보았는데, 표지 모델이 바로 저 조던 피터슨이었다. 그가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슈의 인물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가 쓴 <12가지 인생의 법칙: 혼돈의 해독제(12 Rules for Life)>는, 언뜻 보기에는 용기를 심어주는, 때로는 진지한 혹은 유쾌한 말들로 이루어져 있고, 법칙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구체적이다(그 이유는 서론에 나온다. 본래 이것은 질문과 응답을 교환하는 웹, Quora에 머리를 식힐 겸 쓴 대답들을 다듬은 것이기 때문이다). 12가지는 다음과 같다.

법칙 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법칙 2. 당신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
법칙 3.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법칙 4.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당신하고만 비교하라
법칙 5.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라
법칙 6.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법칙 7.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
법칙 8.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
법칙 9.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당신이 꼭 알아야 할 것을 들려줄 사람이라고 생각하라
법칙 10.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라
법칙 11.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
법칙 12.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

책을 읽기 전 이해하면 좋은 사실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그는 표면적으로는 칼 융,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니체, 특별히 도스토옙스키 등을 매우 자주 인용하지만(그 외에도 많은 과학자들과 철학자들과 문학자들, 특별히 성경을 적지 않게 인용한다), 단언컨대 그가 쓰는 언어는 칸트의 것과 닮았다. 이것을 증명하려면 또 다른 분석적인 글이 필요하겠지만, 아마 피터슨에게 직접 물어보면 부인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둘째, 그는 명백하게 학문의 종합을 추구한다. 그리고/ 그래서 단순한 해석을 거부한다. 그래서 실제로 그가 종종 쓰기도 하고, 또 그를 대표하기에 적당한 표현이 있다면, “그것은 복잡합니다(it's complicated)”일 것이다.

비록 12가지 법칙이지만, 몇 가지 문장으로 그의 사상들을 나열할 수 있다.

“인간은 생명체이다”, “인간은 진화의 산물이다”, “의미란 존재한다”, “도덕은 존재한다”.

조금 더 나아간다면,

“역사, 인생, 세상은 너무도 복잡하다”, "개인이 집단보다 훨씬 중요하다”,

“따라서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 모든 변화의 진정한 출발점이다”.

등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챕터들인(피터슨이 제시하는 12가지 법칙 모두가 유익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지만) 법칙 1, 법칙 8, 법칙 11만 다루어보도록 하겠다.

▲잡지 &lsquo;다스 마가진(Das Magazin)&rsquo; 표지모델 조던 피터슨. ⓒDas Magazin 홈페이지 캡처

▲잡지 ‘다스 마가진(Das Magazin)’ 표지모델 조던 피터슨. ⓒDas Magazin 홈페이지 캡처

법칙 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법칙 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에서 피터슨은 랍스터 이야기를 들려준다. 랍스터는 아주 단순한 생명체지만, 그들도 안전한 서식처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부족한 안전한 서식처를 두고 본능적으로 결투를 한다. 당연히 승패가 갈리게 된다.

그의 이 랍스터 이야기는 많은 사람에게서 소비된다. 사실 피터슨은 랍스터뿐 아니라, 다양한 자연 세계의 이야기를 한다. 핵심은, 자연은 모든 생명체에게 넉넉할 정도로 필요한 것들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결국 생명체들은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혹한 경쟁은 승리자에게도 유익하지 않으므로, 생명체들은 지나치게 잔인하지 않게 승패를 결정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을 본능으로 익혔다. 예를 들면, 피터슨은 이렇게 얘기한다.

“서열 싸움에서 패한 늑대는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 승리자에게 목을 드러낸다. 이때 승리한 늑대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패자를 무시한다. 승리자가 된 늑대도 사냥하려면 협력자가 필요하기에 서열 싸움에서 패배한 적이라도 협력자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행동은 생명체 세계에서는 흔한 현상이다.”

그런데, 승리한 랍스터와 패배한 랍스터 사이에는 화학적 차이가 생겨난다. 실은 피터슨이 랍스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피터슨에 의하면, “승리하면 세로토닌 비율이 높아지고 패배하면 옥토파민 비율이 높아진다”. 이것은 외적으로 나타나는데, 승리한 랍스터는 위풍당당하고 패배한 랍스터는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

이것은 실제로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즉 세로토닌 비율이 높고 옥토파민 비율이 낮을수록 외적으로 당당하며, 또 다시금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이런 생명체의 작용으로부터 인간은 자유롭지 않다.

비록 인간이 문화적인 존재라도, 엄격하게 자연으로부터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러한 자연적인 토대 위에 인간 문화가 구성되었다. 그래서 피터슨은, “서열 구조를 사회적 특성이나 문화적 특성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왜나하면 그것은 “어림잡아 5억 년 동안 존재해 온 생명체의 특징”이고, 따라서 사실상 “자연이 만들어 낸 영속적인 특성에 가깝기 때문”이다.

피터슨은, “패배나 실패를 경험한 인간은 서열 싸움에서 진 랍스터와 비슷하게 행동”하고, 결국 그것은 패배자라는 것을 사인을 보내는 것이므로 역설적으로 또 다시 “강자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기 쉽다”고 지적한다.

피터슨은 실제 지는 사람들에게는 ‘힘’이 없기 때문에 진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더 중요한 것, 혹은 더 “흔한 이유는 맞서 싸울 생각이 없기 때문”임을 지적한다. 그리고 “공격적인 행동은 무조건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리고 인간은 본래 선하다는 것을 피터슨은 거부한다. 피터슨은, 오히려 얘기한다. 세상은 만만하지 않고, 살아가는 세상 속의 인간도 마찬가지라고.

그래서 피터슨은 말한다. 스스로를 변화시키라고. 패배자처럼 하고 다니지 말라고. 먹잇감이 되지 말라고. 그렇다면 누군가는 물을 수 있겠다. 어쨌거나 진 쪽은? 피터슨의 메시지는 이긴 자가 독재자가 되라고 하지 않는다. 즉, 이것은 자세를 교정하라는 뜻만은 아니다. 피터슨을 길게 인용해보겠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선다는 것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삶의 엄중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선다는 것은 혼돈을 질서로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인간의 유한성과 죽음을 모르던 어린 시절의 낭만이 끝났음을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생산적이고 의미있는 현실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선다는 것은 방주를 지어 홍수로부터 세상 사람들을 지키고 폭정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이끌고 사막을 건너겠다는 의미다. 안락학 편안한 집을 떠나겠다는 뜻이고, 과부와 어린아이를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예언을 전하겠다는 의미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선다는 것은 옳은 것과 편한 것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십자가를 짊어지겠다는 뜻이다. 폭압적이고 엄격해서 죽은 것과 다름 없는 질서를 원래의 출발점인 혼돈으로 되돌리겠다는 뜻이며, 그 결과로 닥치는 불확실함을 견뎌 냄으로써 궁극적으로 더 의미있고, 더 생산적이고 더 좋은 질서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자세부터 반듯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구부정하고 웅크린 자세를 당장 버려라. 당신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라. 바라는 것이 있으면 그런 권리를 가진 사람처럼 당당하게 요구하라.

다른 사람들이 가진 권리만큼 나에게도 그런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라. 허리를 쭉 펴고 정면을 보고 걸어라. 좀 건방지고 위험한 인물로 보여도 괜찮다. 세로토닌이 신경회로를 타고 충분히 흐를 것이고, 그러면 두려움도 사라질 것이다.”

피터슨의 메시지는 기본적으로 세상의 약자들을 향한다. 강자의 정당화가 결코 아니다. 그가 임상심리학자이자 환자들을 격려하는 상담가임을 잊지 말자.

▲조던 피터슨. ⓒ출판사 제공

▲조던 피터슨. ⓒ출판사 제공

법칙 8.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

‘법칙 8.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에서 피터슨은 자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언젠가 그는 자신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충격적인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자신이 하는 말, “대부분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논쟁에서 이기고 일자리를 얻고 싶고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 것 등 때문이다. 그리고 합리화도 많았다. 그는 그때부터 거짓을 말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고 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할까? 그 이유는 큰 착각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 현재의 지식으로 선별한 ‘좋은 것’들이 미래에도 계속 좋을 것이라는 착각.
둘째, 현실은 그대로 두면 견디기 힘들고 얼마든지 조작하고 왜곡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

이런 사람은 현실을 모르는 사람이다. 풍차에 달려드는 돈키호테와 같다. 피터슨은, 이러한 거짓말 중 가장 나쁜 것 중 하나가 “지나친 단순화의 왜곡”이라고 한다. 구호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행위다(정부는 나쁘다, 이민은 나쁘다, 자본주의는 나쁘다, 가부장제는 나쁘다 등).

그리고 일상도 마찬가지로 망가진다. 만약 필요할 때 자기 의견을 개진하지 않는다면 자기를 잃어버리게 된다. ‘아니오’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비극이 찾아온다.

“속마음을 감추고 거짓을 말하며 가식적으로 행동하면 의지가 약해진다. 의지가 약한 사람은 역경을 이겨내지 못한다. 역경은 삶의 과정에서 필연적인 것이다.”

비전은 가질 수 있다. 문제는 현실도피다. “의도적 무시다.”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모른 척한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거짓말은 사람을 타락시킨다. 개인의 타락은 결국 사회의 타락에 이바지 할 수 밖에 없다.

거짓을 말하면 안 되는 또 다른 이유는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다. 어제 효과가 있었다고 해서 오늘도 효과가 있으라는 법은 없다. … 거짓이 성공을 거두면 그 후에는 교만과 우월 의식이 따라온다. … 지옥은 나중에 닥친다.”

그러므로 진실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진실은 광고의 상업적 구호도, 누군가를 선동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슬로건도 아니고,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자신의 진실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

법칙 11.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

‘법칙 11.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 이것은 상당히 구체적인 법칙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위험을 피하는 것이 안전이 아니라, 위험을 능숙하게 다루는 것이 진정한 안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인간은 심리적으로 안전해지면 위험해지고 싶어하는(위험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법칙 11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단순히 도전을 즐기라는 내용이 아니다. 매우 무거운 심오한 문제를 다룬다. 개인적으로 만약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단순한 자기계발 도서가 아닌 논쟁적인 책으로 만드는 장이 있다면, 바로 이 법칙 11을 다루는 장이 될 것 같다.

인간의 저러한 도전 정신은 인간이 지금까지 극복해온 것들이 얼마나 위험한 것들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인간은 그만큼 위대하다. 인간은 영국의 동물학자 데이비드 에튼버러나 로마클럽의 주장처럼 지구의 암적 존재가 아니다.

피터슨은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오직 사회적인 것으로만 보면서, 또한 전력을 다해 경쟁하는 구조를 꺾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고 본다. 그것은 일종의 도전 정식과 위험을 다스리려는 태도를 꺾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로 인해 더욱 심해졌다. 나아가 가부장제는 생물의 역사와 문화의 역사에 대한 왜곡이다. 왜냐하면 문화는 남성의 창조물이 아닌, 인류의 창조물이고 그것은 생물학적 역사라는 토대 위에 세워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터슨은, 인도 한 가난한 가정의 남편인 무루가난탐이 온 가족이 마실 우유를 사기 위해 생리대로 더러운 천을 사용하기로 스스로 결정했던 아내를 위해, 값싼 생리대를 개발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도의 평범한 가장, 무루가난탐의 노력을 가부장제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을까? 분만시 고통을 덜기 위해 마취제를 개발한 제임스 영 심프슨, 삽입용 생리대를 개발한 얼 하스, 피임약을 개발한 그레고리 굿윈 핑거스 등은 어떠한가?

실제 여성 해방에 큰 도움을 준 것은 이러한 기술개발이고, 이것의 동기는 명백히 여성의 지배나 도구화가 아니라, 고통에 대한 공감이었다고 피터슨은 생각한다.

그렇다면 여성학이나 젠더 학문은 어디로부터 온 것인가? 그 핵심 철학은 여러 곳에서 왔지만, 특별히 마르크스주의 인문학자들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피터슨은 평가한다(막스 호르크하이머, 자크 데리다 등).

그런데 실제 20세기 마르크스주의의 실험 결과는 비참했다. 대표적인 예가 캄보디아 킬링필드, 소련의 쿨라크(Kulak)이다. 이를 풍자한 것이 바로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이기도 하다.

솔제니친이 <수용소 군도>를 발표한 뒤 누구도 공산주의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지식인들에게는 일종의 환상이 남아있었다고 피터슨은 평가한다.

피터슨이 이들을 경계하는 이유는 상당히 학술적이다. 왜냐하면, “단 하나의 인과관계로 모든 것을 해석할 수 없고”, 만약 “그런 해석을 제사하는” 사람이 있다면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평등이 문제라는 사실을 피터슨이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부작용 없이 부를 재분배하는 방법은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유토피아적 이상으로 무언가를 제시하는 것은 위험하다. 피터슨은 오류가 많은 이론과 방법론을 근거로 내세우며 특정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서 성별 임금 격차가 하나의 실례로 등장한다. 바로 캐시 뉴먼과의 대화도 바로 이 성별 임금 격차 문제로 유명해졌다. 피터슨은 ‘동일 노동 동일 동일 임금’이라는 구호를 부정하지 않는다. 도리어 그는,

“어떤 노동이 동일하다는 것을 누가 결정하는가?”를 묻는다. 시장이 존재하는 이유를 성별임금 격차 해소라는 슬로건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피터슨의 입장이 등장한다. 피터슨은 개인 정체성보다 집단 정체성을 내세우는 것을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실제로 집단 정체성이란 결국 개인 정체성까지 나눠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남과 여로 나누고, 백인 여성과 흑인 여성으로 나누고, 이런 것은 끝까지 간다.

▲원서.

▲원서.

예를 들어 미국 국립보건원은 인종을, “아메리카 인디언, 알래스카 원주민, 아시아인, 흑인, 히스패닉, 하와이아 태평양 섬 주민, 백인으로 구분”하지만, 아메리카 인디언은 500개가 넘는 부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문제를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제대로 실증적으로 논의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피터슨은 지적한다.

심지어 교육이 소득 수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확인된 바 없지만, 이들은 이 역시 자신들의 하나의 주장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피터슨은 되묻는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는 가장 성평등 지수가 높은데, 거기서는 오히려 더 극단으로 남녀의 직업 선택에서 차이가 있다. 스칸디나비아가 이상은 아니지만, 성평등을 추구할수록, 평등한 기회가 주어질 수록 극단적인 선택이 드러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때, 여전히 보이지 않는 차별이나 억압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선택은 무엇일까? 50대 50이어야 만족할까? 혹은 관심이 없어도 여성은 공학을, 남성은 인문학을 더 배워야 할까?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억압이고, 그것을 잘 보여주는 극단적 예가 마오쩌둥의 문화혁명이라고 피터슨은 주장한다.

다시 ‘법칙 11’로 돌아가자. 과잉보호는 아이를 망친다. 공격성은 학습되는 것이 아니라 본래 선천적인 것이므로, 다듬어져야 한다. 남자든 여자든 공격성이 나타나지만, 남자는 물리적인 방식으로, 여자는 언어적인 방식으로 표출한다. 여성 중심 사회는 보다 평화롭다는 것은 ‘미신’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 고고학자 마리야 김부타스는 여신과 여성 중심의 평화로운 문화가 한때 신석기 유럽의 특징이었다고 주장해 명성을 얻었다. 김부타스는 그런 문화가 침략적이고 호전적인 계급문화로 대체됐고 현대 사회의 기초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의 예술사학자 멀린 스톤은 <하나님이 여자였던 시절>에서 똑같은 주장을 펼쳤다. 이런 원형적이고 신화적인 개념들이 훗날 여성 운동과 1970년대 페미니즘 모권에 대한 신학적 연구의 기준이 되었다. 신시아 엘러는 <원시 모권제의 미신>에서 이런 생각들을 ‘고결한 거짓말’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피터슨에 의하면 현 시대는 남성이 강한 남성이 되는 것을 막는다. 소위 남성적 성향을 여성적 성향으로 완화시키려 한다. 반대로 여성적 성향을 극대화하고 남성적 성향을 막으려 한다. 그러나 그것은 좋은 풍조가 아니다.

피터슨의 ‘법칙 11.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는 자녀 훈육 방식에 대한 조언일 뿐 아니라, 이와 같은 특정 학문(포스트모던니즘, 신마르크스주의, 래디컬 페미니즘 등)을 향한 경고이기도 하다.

사회 구조 변화? 자신이 구조적 희생자라는 부정적이고 편협한 시각 교정부터

이상 길지만, 그의 서적 일부를 살펴봤다. 개인이 모든 변화(심지어 사회를 포함한)의 중심이라는 그의 사고 방식은, 임상심리학자로써 당연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거짓을 말하지 말라는 것, 인생의 의미를 찾으라는 것, 인간관계를 제대로 맺으라는 것, 아이들을 엄격하게 키우라는 것 등 12가지 법칙은, 얼핏 보면 대단히 보수적이고 이전 세대에는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던 것들을 이야기하는 듯 하나, 그러한 과거의 주장들이 다소 낡은 것으로 치부되는 시대에, 여러가지 실험 결과들과 문학과 철학과 역사 등을 동원하여 그것들을 다시 격상시키는 책이기도 하다.

그의 포스트모더니즘, 네오마르크스주의 혹은 공산주의, 여성학 혹은 (레디칼) 페미니즘, 정치적 올바름 등에 대한 비판은 직접적이다. 때로는 경멸적이기까지하다.

그것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 20세기 사건들에 대한 그의 해석이다. 과학 발전,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과 그 저변에 흐르는 이데올로기 전쟁 등이 그러한 것이다. 아마도 당연히 이런 그의 입장을 불편해할 사람은 많을 것이다.

또한 피터슨은 칼 융을 존경하고, 진화심리학적 태도, 심지어 기후 변화에 대한 불분명한 태도 등으로 인해 그 전문 지식에 의심과 비판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유익하다. 사회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은, 자신을 사회 구조의 희생자로만 보는 부정적이고 편협한 시각을 교정할 때 보다 정확하고 힘있게 발휘될 수 있다. 후자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필자는 조던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이라고 생각한다.

유튜브 강연과 토론과 인터뷰 등은 너무 많다. 피터슨 스스로 업로드한 것만 300편이며, 편집된 것은 너무 많다. 피터슨은 하루 45분 쓸데없이 아들을 재우느라(제대로 교육하지 못해) 씨름하는데, 그렇게 몇 년이나 살았던 사람 이야기를 들려준다. 매년 1.5개월을 낭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 시청 시간은 어떨까? 물론 피터슨의 책은 두껍다(원서로 약 450페이지, 번역서로도 약 550페이지다). 하지만 올해를 마무리할, 혹은 내년을 시작할 책으로 하루에 한 편씩 읽으면서 2주 정도를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진규선 목사(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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