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닮아야 할 초대교회, 부흥과 폭발적 성장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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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서평] 교회, 생명을 품고 함께 세상으로

함께 세상으로: 사도행전
마이클 와겐맨 | 이여진 역 | 이레서원 | 120쪽 | 8,000원

교회는 항상 초대교회 시절을 갈망한다. 현대 교회는 모순과 갈등, 반목과 타락이 교회 안에 가시처럼 박혀 있다.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적절한 대안이 있다면 초대교회로 돌아가는 것이다.

오순절 성령강림으로 인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교회, 핍박과 역경 속에서 부흥했던 교회. 우린 그런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은 ‘초대교회로 돌아가자’고 외친다.

그러나 현대교회가 다시 초대교회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초대교회는 역사의 한 시간 속에 흔적으로 남은 화석과 같은 상상의 시대로 고착된 것일까?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다. 먼저 초대교회에 대한 환상을 지운다. 초대교회가 어떤 교회였는가 다양한 관점에서 탐색한다.

두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대교회가 초대교회일 수 있었던 이유를 밝힌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오직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생명’이다. 그 외의 단어로 초대교회의 핵심과 포괄적인 의미를 담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한 단어가 남겨져 있다. 그 단어는 이 글의 마지막에서 언급할 것이다. 이에 이 책의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저자는 캐나다 웨스턴대학고 신학대학원 교수인 마이클 와겐맨(Michael R. Wagenman)이다. 현대 학자들에게 생소한 필자에게 저자는 생경(生硬)하다.

지금까지 ‘일상을 변화시키는 말씀’ 시리즈는 실망시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이 책은 유독 낯선 풍경처럼 어색하면서도 긴장과 흥미를 동시에 유발시킨다. 이런 형식의 글쓰기는 어떻게 탄생했는지 저자에게 묻고 싶을 지경이다.

서론부터 마지막 장까지 합해도 1백 쪽을 넘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도행전의 곰삭은 깊이를 체험하도록 도와준다.

1장은 사도행전의 전체적인 의미를 피터르얀 헤이스의 ‘녹슨 강철빔으로 만들어진 교회’를 통해 기막힌 방법으로 설명한다.

“어느 각도에서는 이 작품 뒤쪽에 자리한 근처 도시도 보이는데, 그 도시 중심에는 오래된 교회 하나가 있다. 지역사회 중심에 있는 교회와 지역사회와는 물리적으로 단절되어 있는 거의 보이지 않는 교회, 이 둘 중 어느 것이 오늘날 교회의 위치를 대변하는가(11쪽)?”

지역에 있으나 지역과 소통하는 교회가 있는 반면, 지역과 단절된 교회가 존재한다. 지역 사람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는 비밀집단 같은 교회는 교회로서의 존재 의미를 상실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규모가 작아도 사람들의 화제의 중심에 있으며 위로가 된다면, 그 교회는 ‘세상 속에 존재하는 교회’이다.

바로 그 지점, 교회가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교회가 직면한 쟁점과 의문 대부분이 교회가 시작한 이래로 변함이 없다는 것(12쪽)’을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교회는 사람들을 ‘증인’으로 부르시고, 다시 세상으로 보내신다. 사도행전은 바로 그런 이야기이다.

3장부터 5장까지는 책의 본론이자, 저자가 분석한 사도행전의 민낯이다. 환상이 지워진 초대교회는 어떤 교회였을까? 저자는 단박에 ‘불완전한 교회’라고 증언한다.

초대교회는 ‘갈등’이 있는 교회다. 사도행전에서 도드라지는 갈등은 세 가지다. 유대교 지도부와의 갈등, 로마 제국과의 갈등, 그리고 교회 내부적인 갈등이 있다(59쪽).

비록 초대교회는 갈등의 바람이 일었지만, 그로 인해 더 빨리 나아간다. 유독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제국과 교회와의 갈등이다.

그런데 저자는 아이러니하게 10장의 고넬료 사건을 통해 ‘힘의 실체’를 폭로한다. 로마 제국을 상징하는 고넬료, 그에게는 ‘돈, 힘, 수단이 있었다(72쪽)’. 그렇다면 베드로는 무엇이 있었는가? 아무 것도 없었다. 오직 단 한 가지, ‘예수께 받은 메시지(72쪽)’가 있을 뿐이다.

▲기독교인들의 화형 장면을 즐기는 네로 황제와 로마 귀족들의 모습. 고대 로마 제국에서 기독교는 오랜 기간 동안 로마의 “religio”에 저해된다는 이유로 극심한 박해를 받았다.

▲기독교인들의 화형 장면을 즐기는 네로 황제와 로마 귀족들의 모습. 고대 로마 제국에서 기독교는 오랜 기간 동안 로마의 “religio”에 저해된다는 이유로 극심한 박해를 받았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고넬료에게 베드로는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고넬료의 집에 도착한 베드로는 무례하기까지 하며, 자신을 초대한 고넬료에게 오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고 밝힌다. 사건의 해결은 오직 복음 선포다. 이것이 교회의 답이기도 하다.

“교회는 힘의 역학 관계에 대해 뒷걸음질 치거나 방어태세를 갖추지 않았다. … 오히려 교회는 상황에 따라 복음, 즉 타락한 인류가 직면한 모든 문제에 말을 건넬 수 있는 복음을 선포함으로써 담대하게 믿음으로 대답했다(74쪽)”.

복음이 말하는 핵심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다. 복음 선포는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것이다. 압제와 지배하는 세상 권력에 대한 대안은 ‘인간의 반역성을 고치시고, 풍성하고 충만한 삶으로 인도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가능하다(75쪽)’.

저자는 모든 갈등 과정이 난해하고 복잡하지만, 결론은 창조적이었다고 선언한다. 갈등으로 인해 하나님의 영광과 복음이 분명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것이 초대교회의 힘이었다.

왜냐하면 그들 가운데 ‘세상의 창조자이시고, 구원자이시며, 보존자이신 하나님이 현재 적극적으로 임재(85쪽)’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교회는 하나님이 집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룩한 장소이다. 장소는 지정학적인 동시에 영적이다.

갈등의 진원지는 사람들이다. 사도행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인물 연구’이다. 저자는 3장에서 사도행전에 등장하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분석한다.

사도행전을 즐겨 읽는 필자지만, 저자의 분석을 읽는 순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각지 못한 몇 가지 해석들을 접할 수 있었다.

사도행전을 ‘목격자의 증언으로서 실제 사람과 실제의 일어난 사건에 대한 책(37쪽)’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후에 다뤄질 갈등도 사람들로 인한 것이다.

우리는 갈등과 인물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이해한다. 저자는 사도행전에 출몰하는 다양한 군상들의 이미지를 분석하며, 그들이 갖는 독특한 성향과 의미들을 들려준다.

‘유대인들’의 경우 약간의 예외가 있지만, 대부분은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메시지를 거부하는 자들(38쪽)이다’. 또한 유대인들은 ‘민족이 아니라 종교를 지칭하는 말(39쪽)’로 사용되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유대인들이 집합적이라면, 로마인들은 개별적이다. 복음에 무관심한 로마인, 적대적인 로마인, 그리고 복음에 ‘마음이 끌린 로마인(43쪽)’들도 존재했다. 한 명이 바로 고넬료다.

고넬료의 회심 이야기는 모든 것을 소유했음에도 완전한 평화를 누리지 못해 주님이 필요한 로마인에 대한 표상이다. 그는 ‘전에는 로마 제국에 충성을 다했지만, 이제는 하나님 나라에 충성을 다한다(43쪽)’.

하나님께서 역사의 주인이시다. 아니, 모든 사건의 창조주이시다. 하나님은 유대인들과 로마인들, 그리고 사도들과 다양한 사람들을 기꺼이 사용하심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시킨다.

저자는 마지막 6장에서 오늘날 어떻게 사도행전을 읽어야 하며 삶에 적용할 것인가를 술회(述懷)한다. 하나님은 개별적 사람을 사랑하시고 구원하신다. 그러나 공적 교회 안으로 부르시고, 다시 세상 속으로 보내신다.

교회는 생명을 담지하며, 선사한다. 교회가 생명을 나누는 사역을 ‘선교’라 부른다. 사도행전은 예수님의 부활과 몇 명의 증언자들로 시작한다.

그러나 사도행전이 마무리될 즈음이면 복음은 몇 명이 아닌, 수많은 증인들이 무리를 이룬다. 그들은 풀뿌리처럼 고난과 역경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함께’ 기꺼이 복음을 선포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현대교회가 본받아야 할 부분, 현대교회가 닮아야 할 초대교회는 부흥과 폭발적 성장이 아니라 ‘생명’과 ‘함께’가 아닐까?

우리가 ‘초대교회가 돌아가자’라고 말할 때, 그의 의미는 진정한 교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라 확신한다.

짧지만 강력하고, 단순하지만 깊은 저자의 사도행전 분석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마지막으로 책의 마지막 문장을 함께 읽어보자.

“우리는 증인이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충성스러운 시민과 함께, 그리고 성령의 임재와 더불어 증인의 일을 한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우리는 결코 우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않으시겠다는 약속을 받는다. 그 왕의 이름이 우리와 함께하시는, 또 우리를 통해 세상과 함께하시는 임마누엘의 하나님이기 때문이다(116쪽).”

진실로 아멘!

정현욱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에레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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