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용어, 문재인 대통령 3.1절 연설대로 친일 잔재인가

|  

[이영진의 기호와 해석] 광복 직후 ‘빨갱이’ 용법

▲3.1절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관계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

▲3.1절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관계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

“일제는 독립군을 ‘비적’으로, 독립운동가를 ‘사상범’으로 몰아 탄압했습니다. 여기서 ‘빨갱이’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사상범과 빨갱이는 진짜 공산주의자에게만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민족주의자에서 아나키스트까지 모든 독립운동가를 낙인찍는 말이었습니다.

좌우의 적대, 이념의 낙인은 일제가 민족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사용한 수단이었습니다. 해방 후에도 친일청산을 가로막는 도구가 됐습니다.

양민학살과 간첩조작, 학생들의 민주화운동에도 국민을 적으로 모는 낙인으로 사용됐습니다. 해방된 조국에서 일제경찰 출신이 독립운동가를 빨갱이로 몰아 고문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빨갱이’로 규정되어 희생되었고 가족과 유족들은 사회적 낙인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빨갱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고,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 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잔재입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1절 10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위 발언처럼 “빨갱이”라는 호칭이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면서, “하루 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 잔재”라고 밝힌 바 있다.

빨갱이는 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 사전적 의미로는 ‘공산주의(자)를 속되게 이르는 표현’이며, 파르티에서 유래한 파르티잔이 라는 프랑스 어휘가 ‘빨치산’으로 변형되다가 최종적으로 빨갱이가 됐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보다 실용적인 용례는 그 시대에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살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은 광복 직후에 사용된 ‘빨갱이’ 용법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빨갱이’란 말이 유행이다. 이는 공산당을 말하는 것인데 수박같이 겉은 퍼렇고 속이 빨간 놈이 있고 수밀도 모양으로 겉도 희고 속도 흰데 씨만 빨간 놈이 있고 토마토나 고추 모양으로 안팎이 다 빨간 놈도 있다.

어느 것이 진짜 빨간 놈인지는 몰라도 토마토나 고추 같은 빨갱이는 소아병자일 것이요. 수박같이 거죽은 퍼렇고 속이 붉은 것은 기회주의자일 것이요. 진짜 빨갱이는 수밀도같이 겉과 속이 다 희어도 속 알맹이가 빨간 자일 것이다.

중간파나 자유주의자까지도 극우가 아니면 ‘빨갱이’라 규정짓는 그 자들이 빨갱이 아닌 빨갱이인 것이다. 이 자들이 민족분열을 시키는 건국 범죄자인 것이다. …”

위 본문은 광복 직후 창간한 <독립신보>라는 2면짜리 타블로이드판 1947년대 가을호 지면의 일부이다.

이 내용에 따르면 극우가 아니면 빨갱이라 부른다 하여 지금처럼 격정을 토로한다.

하지만 실상은 이 매체가 당시 대중에게 극렬 좌익지로 인식되었던 매체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 신문의 논조는 시종일관 극좌익만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신탁통치안을 적극 지지하고, 당시의 일반적 표기였던 ‘제주도 폭동’을 벌써부터 ‘제주도의 궐기’로 표기하여 긍정적 의미로 선호했는가 하면, 특히 남한만의 단독선거안에 대하여 극렬히 반대하였다.

따라서 이 신문의 논조에 준거하면 ‘빨갱이’란 전통적으로 극좌익 노선 층에서 듣기에 불편한 용어였던 셈이기에, ‘빨갱이’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 잔재”라고 언급된 3·1절 100주년사 속 해당 문맥이 적절한지 유의할 필요가 있다.

광복 직후인 1946년에 장순각(張洵覺), 고경흠(高景欽), 서광재(徐光齋) 등에 의해 창간된 이 극좌익 매체는 1948년에 휴간 또는 종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에디터 추천기사

10월 3일 오전 은혜와진리교회 대성전(담임 조용목 목사)에서 ‘제2회 한국교회 기도의 날’이 개최됐다.

“한국교회, 불의에 침묵 말고 나라 바로잡길”

대통령의 비상계엄, 자유민주 헌정질서 요청 목적 국회, 탄핵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증거도 기사뿐 공산세력 다시 정권 잡고 나라 망치도록 둬야 하나 12월 20일 각자 교회·처소에서 하루 금식기도 제안 대한민국기독교연합기관협의회, (사)한국기독교보…

이정현

“이것저것 하다 안 되면 신학교로? 부교역자 수급, 최대 화두 될 것”

“한국 많은 교회가 어려움 속에 있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결국 믿음의 문제다. 늘상 거론되는 다음 세대의 문제 역시 믿음의 문제다. 믿음만 있으면 지금도 교회는 부흥할 수 있고, 믿음만 있으면 지금도 다음 세대가 살아날 수 있고, 믿음만 있으면 앞으로도 교회…

김맥

청소년 사역, ‘등하교 심방’을 아시나요?

아침 집앞에서 학교까지 태워주고 오후 학교 앞에서 집이나 학원으로 아이들 직접 만나 자연스럽게 대화 내 시간 아닌 아이들 시간 맞춰야 필자는 청소년 사역을 하면서 오랫동안 빠지지 않고 해오던 사역이 하나 있다. 바로 등하교 심방이다. 보통 필자의 하루…

윤석열 대통령

“탄핵, 하나님의 법 무너뜨리는 ‘반국가세력’에 무릎 꿇는 일”

윤 정부 하차는 ‘차별금지법 통과’와 같아 지금은 반국가세력과 체제 전쟁 풍전등화 비상계엄 발동, 거대 야당 입법 폭주 때문 대통령 권한행사, 내란죄 요건 해당 안 돼 국민 상당수 부정선거 의혹 여전… 해소를 6.3.3 규정 지켜 선거범 재판 신속히 해야 수…

한교총 제8회 정기총회 열고 신임원단 교체

한교총 “극한 대립, 모두를 패배자로… 자유 대한민국 빨리 회복되길”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김종혁 목사, 이하 한교총)이 2024년 성탄절 메시지를 통해 국내외 혼란과 갈등 속에서 평화와 화합을 소망했다. 한교총은 국제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계속되는 상황과 더불어, 국내에서는 정치권…

차덕순

북한의 기독교 박해자 통해 보존된 ‘지하교인들 이야기’

기독교 부정적 묘사해 불신 초래하려 했지만 담대한 지하교인들이 탈북 대신 전도 택하고 목숨 걸고 다시 北으로 들어갔다는 사실 알려 북한 군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다 체포된 두 명의 북한 지하교인 이야기가 최근 KBS에서 입수한 북한의 군사 교육 영상, 에 기…

이 기사는 논쟁중

윤석열 대통령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광분하는 그대에게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광분하는 사람들 잘 알려진 대로 빙산은 아주 작은 부분만 밖으로 드러나고, 나머지 대부분은 물에 잠겨 있다. 그래서 보이지 않고 무시되기 쉽다. 하지만 현명한 …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