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깊이 뿌리박힌 조나단 에드워즈의 성령론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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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서평] 청교도와 현대신학의 가교

조나단 에드워즈의 성령론
이상웅 | 부흥과개혁사 | 471쪽 | 20,000원

세기에 남을 걸출한 교회사 인물 중 한 명이 조나단 에드워즈다. 조지 휫필드와 함께 뉴잉글랜드의 대각성운동을 일으킨 주역인 동시에, 목회자요 철학자였다.

조나단 에드워즈의 가장 잘 알려진 설교는 <진노한 하나님의 손에 붙들린 죄인들>일 것이다. 미국 교과서에도 실린 적이 있다는 이 설교는 부흥운동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 설교는 조나단 에드워즈의 수많은 저작 중 하나일 뿐이며, 조나단 에드워즈를 대표할 만한 설교도 아니다. 그럼에도 부흥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설교인 것은 분명하다. 이 설교는 생명의말씀사에서 번역하여 출판한 상태다.

교회사에서 조나단 에드워드의 위치는 청교도와 현대신학을 이어주는 가교와 같다.

뉴잉글랜드에 청교도들이 이주하여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 속에서 청교도 정신은 쇠퇴한다. 교회의 세속화는 시대의 조류처럼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급속하게 일어났다.

이러한 쇠퇴기에 새로운 도약이 일어난다. 이것이 바로 조나단 에드워즈가 주도한 대각성운동이다. 이후에 몇 번의 대각성운동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전통적 대각성운동은 조나단 에드워즈가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필자가 느끼기에 조나단 에드워즈의 공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성령에 대한 에드워즈의 분석은 친절하고 조밀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조나단 에드워즈 이후 미국 신학은 세속화의 밀물 앞에 좌초된다. 이에 맞서 구프린스톤과 웨스트민스터 신학교는 고등비평의 적을 무찌르기 위해 변증학으로 맞선다.

전통적 조직신학과 변증학은 당시로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핫지의 조직신학, 반틸의 변증학 등은 성경의 교리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몸부림이다.

문제는 보수 신앙을 지키기 위해 조직신학과 변증학에 힘을 실었지만, 불가피하게 성령론을 도외시한다. 핫지와 워필드의 글들을 읽어보라. 그들에게 성령은 창조와 구원에 관여하는 능동적 존재일 수는 있으나 구원 받은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러한 성령에 대한 협소한 이해는 최근까지 신학생이 필수 과정으로 배우는 벌코프 조식신학에도 담겨있다. 협소한 성령론은 새롭게 일어난 오순절주의자들에 의해 왜곡된 형태로 채워진다.

그러나 조나단 에드워즈는 풍성한 성령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다. 조나난 에드워즈는 조직신학을 저술하지는 않았지만, 체계적인 그의 저술 전반에 걸쳐 전통적 성령론을 전제하면서 부흥운동 당시에 일어났던 다양한 성령의 현상들을 들려준다.

이 책은 이상웅 교수가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제출한 논문이다. 성령론은 곧 ‘칼뱅의 성령론’이라 할 만큼 칼뱅에게 집중되어 있다.

칼뱅이 개혁주의적 성령론의 터를 잡았다면, 청교도들은 그 터 위에 더욱 풍성하고 다양한 성령론을 전개한다. 칼뱅이 구원에 관여된 지적 성령론에 집중했다면, 청교도들의 성령론은 삶과 깊게 연관된 성화론적 성령론에 집중한다.

조나단 에드워즈는 칼뱅의 성령론을 전제하면서, 청교도들의 성령론을 대부분 수용하며 계승한다. 이상웅 교수는 이것을 ‘체험적인 성령론(17쪽)’으로 표현한다. 즉 지적으로만 이해하는 성령이 아니라 실존적 의미에서 성령론을 발전시킨 것이다.

칼뱅과 청교도들의 성령론에 대한 차이는 그들이 처한 상황 때문이다. 칼뱅이 구원에 개입하는 성령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었다면, 청교도들은 구원받은 성도의 삶, 즉 성화의 문제에 있어 성령에 대한 연구가 요구되었다.

조나단 에드워즈의 성령론은 청교도들의 성령론과 맥을 같이하면서, 부흥운동의 여파로 인해 생겨난 성령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바른 성령은 어떤 사역을 하는지를 소개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저자는 1-2장에 논문의 개요를 밝히면서, 조나단 에드워즈의 역사적 배경을 살핀다. 3장부터 6장까지는 몇 가지의 주제로 조나단 에드워즈의 성령론을 전개한다.

7장에서 저자는 조나단 에드워즈의 성령론을 ‘삼위일체 3위이신 성령의 사역을 매우 중시했던 삼위일체론적 신학자(429쪽)’로 평한다.

에드워즈는 삼위일체적 성령론을 전제하고 그 위에 구속사(4장)와 개인 구원사(5장)에서의 성령의 역할을 다룬다. 6장에서는 부흥 운동 안에서 나타난 성령론을 다룬다.

부흥 운동과 관련된 에드워즈의 성령론은 독특하고 조나단 에드워즈의 핵심이라 할 만하다. 저자는 에드워즈의 <균형 잡힌 부흥론>을 세밀하게 분석하여, 참된 부흥은 ‘오로지 성경만이 유일한 기준(432쪽)’이 되어야 한다고 결론내린다.

조나단 에드워즈의 성령론은 니케아-콘스탄틴노플 회의에서 선언된 정통적 성령론을 따른다(137쪽). 그러나 그는 전통적 전개방식을 벗어나,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성향’으로서의 삼위일체를 강조한다.

에드워즈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선하심과 풍성하심과 지혜와 의와 진리 등을 나타내고자 하는 성향을 가지였으며, 자기 자신을 밖으로 전달하려는 성향을 가지셨다(140쪽)’고 믿는다.

에드워즈는 삼위일체의 기본적인 사항을 논한 다음, ‘사랑과 기쁨으로서 뿜어져 나오는 신성의 3위인 성령에 대해 논증해(142쪽)’ 나간다.

에즈워드는 성령이 ‘성부와 성자간의 사랑(145쪽)’이라고 단언한다. 사랑으로서의 성령은 경륜적 삼위일체를 통해 세밀하게 그려진다.

“성부는 그의 무한한 기쁨의 대상인 성자를 내어 주신 분이고, 성자는 자신을 내어 주사 자기 목숨을 구속의 대가로 지불하신 분이다. 그리고 성령은 구속에서 주어진 유익 자체다(149쪽).”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조나단 에드워즈는 세상의 종말이 있기 전, ‘암흑 시대가 먼저 임하게 될 것(188쪽)’이며, 그 직후 교회의 영광이 시작되는 시대는 하나님의 영이 부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견해는 계시록에서 기록된 천년왕국을 문자적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천년왕국이 끝나는 시기에 세상이 파괴될 것이라는 확신이다.

조나단 에드워즈의 ‘세상 파괴설(194쪽)’은 설교뿐 아니라 1742년 출간된 <균형 잡힌 부흥론>에서도 발견된다.

저자는 이러한 에드워즈의 주장을 ‘개혁주의 입장과는 다른 입장이고 오히려 루터파의 견해와 가까운 입장(194쪽)’이라고 밝힌다.

저자는 5장으로 넘어가, 조나단 에드워즈가 개인에게 있어 성령의 사역을 어떻게 말하는지 다룬다.

“성령의 구원하시는 은혜가 한 개인 심령에 처음 적용될 때 회심이 일어나며, 그 이후 믿음이 역사가 일어나며, 그 결과 칭의를 받게 되며, 회심에서부터 주어지기 시작한 거룩함의 원리는 성도의 구체적이고 평생에 걸친 삶의 과정을 통해 성화의 과정을 밟게 되고, 마지막에 영화로 종결되는 것이다(223쪽).”

조나단 에드워즈는 ‘회심과 중생이라는 두 개념을 동의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224쪽)’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회심은 ‘하나님께로 방향을 바꾼다(225쪽).’ 본성이 바뀌고, 거룩하고자 하는 욕망을 갖게 된다.

이러한 욕망은 인간의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오는 힘이며,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람들의 마음에 역사하는 하나님의 어떤 강력한 역사(225쪽)’이다.

에드워즈는 ‘성령의 주입 혹은 내주로 말미암아 한 영혼이 회심 또는 거듭나게 되어 영적인 사람이 된다(246-247쪽)’고 말한다.

저자는 에드워즈의 성령에서 회심론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어느 장보다 가장 많이, 그리고 상세히 다룬다.

에드워즈에 의하면 성령은 구원의 서정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관여한다. 때문에 인간이 개입할 여지는 사라진다. 이러한 주장은 에드워즈가 ‘개혁주의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320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조나단 에드워즈의 성령론은 구원의 서정보다 ‘부흥과 대각성의 영’에 초점이 맞추어 있다고 본다.

에드워즈의 모든 저작들을 아우르는 한 단어는 바로 ‘대각성’이다. 에드워드의 초기 번역서 중 가장 중요한 책은 다름 아닌 <신앙과 정서>이다. ‘정서’를 ‘감정’으로 번역한 출판사도 있다.

저자는 1742년 출간된 <균형과 잡힌 부흥론>을 분석한다. 이 책은 성령의 역사로 일어나는 사람들의 다양한 현상들을 성경에 근거해 분석하고 설명한다. 참된 부흥의 결과는 무엇일까? 저자가 인용한 조나단 에드워즈의 주장을 직접 들어보자.

“진지한 마음의 고양, 영원한 세상일들에 대한 진지한 숙고, 이런 일들에 대해 주의 깊고도 열린 마음으로 귀를 기울이는 경향, 신앙인들을 엄숙하고 아주 중요하게 다루는 경향, 이런 일들을 대화의 주제로 삼는 성향, 선포되는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가능한 모든 기회를 포착하는 경향, 더 엄숙하고 점잖은 태도로 하나님에 대한 공적 예배와 밖으로 드러나는 신앙 의무들을 행하는 경향이 그것들이다(366쪽).”

핵심은 이것이다. 회심이 일어났다면, 인간의 본성이 바뀐다. 죄를 사랑하는 성향에서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삶의 성향을 우리는 ‘성화’라 부른다. 성화는 회심한 자들이 삶에서 맺는 열매이다. 비록 부흥을 통해 다양한 부작용이 일어나지만,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조직신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개혁주의 성령론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릇된 성령론의 영향을 받는 한국교회에, 바른 영성을 위해 조나단 에드워즈의 성령론을 소개한다.

교의학자의 관점에서 조나단 에드워즈의 성령론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이전에 맛보지 못한 성령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다.

조나단 에드워즈란 한 사람이라는 한계를 갖기는 하지만, 몇 가지 점에서 매우 탁월하다. 조나단 에드워즈의 성령론을 비평적으로 접근함으로써, 현대교회가 오해할 수 있는 그릇된 교리들을 접할 수 있다.

또 성령론의 역사와 흐름을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구원 서정에 있어 성령의 다양한 역할을 볼 수 있다. 특히 5장에서 다루는 다양한 주제들은 기존의 조직신학적 성령론을 넘어, 현대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철학적 사유에 능했던 에드워즈의 성령론은 독특하며 신선하다. 다음의 문장을 읽어보자.

“이처럼 에드워즈에 따르면 거룩이란 곧 아름다움이요, 도덕적 탁월성이며, 참된 덕이요, 그리고 곧 그것은 사랑이다. 이 모든 것이 같은 원리에서 나왔으니 바로 성령이시다. 성령은 거룩의 영이시자, 사랑의 영이시기 때문이다(273쪽).”

오랫동안 에드워즈를 연구하고 탐색한 저자는 일반 독자들이 볼 수 없는 에드워즈의 핵심을 간파해낸다.

‘거룩한 성도의 열두 가지 표지’에서, 저자는 1746년에 출판된 <신앙감정론>을 잘 요약해 준다. 교의신학자라는 저자의 성향은 개혁주의적 성령론을 덤으로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럼에도 몇 가지 점에서 한계를 느낀다. 먼저 박사학위 논문이라는 점에서, 딱딱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그렇기에 조나단 에드워즈의 성령론을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는 점이다. 저자가 과제로 언급한 것처럼, 조나단 에드워즈의 영향과 후대의 성령론과 비교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1970-80년대에 성령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한국교회는, 현재 성령뿐 아니라 진리에 대한 관심조차 사라지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그릇된 성령론에 의한 결과라고 하지만, 현 시대적 정서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조나단 에드워즈가 대각성운동을 시작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금이야말로 다시 한국교회가 성령에 관심을 갖고 진정한 부흥을 체험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이 책을 읽고 도전을 받기를 바란다. 다음 인용문은 이 책의 중요한 주제이자, 조나단 에드워즈의 성령론을 잘 반영하고 있다.

“성령의 내주로 말미암은 참된 회심의 주요 결과인 인식의 원리의 변화(마음의 감각)와 행동의 원리의 변화(성향의 변화)는 에드워즈에게 있어 참된 성도다움의 출발점이 되고, 온전한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하여 분투, 노력하는 성화에의 노력은 성도다움의 실현 과정이 된다(106쪽).”

성경에 깊이 뿌리박힌 조나단 에드워즈의 성령론을 이해하고 싶다면, 기꺼이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어야 한다.

정현욱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에레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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