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진화론’은 기독교 신앙과 양립할 수 있을까?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기독교학술원, ‘유신진화론 비판’ 주제로 월례포럼

▲‘유신진화론 비판’이라는 주제로 기독교학술원 월례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유신진화론 비판’이라는 주제로 기독교학술원 월례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이 15일 오후 과천소망교회(담임 장현승 목사)에서 '유신진화론 비판'이라는 주제로 제75회 월례포럼을 개최했다.

먼저 조덕영 목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가 경건회에서 설교했고, 김영한 박사(원장, 샬롬나비 대표, 숭실대 명예교수)의 개회사에 이어 한윤봉(한국창조과학회장, 전북대 교수)·김병훈(합동신대 교수)·우병훈(고신대 교수) 박사가 발표했다. 논평은 조덕영 목사와 허정윤(기독교학술원) 박사가 맡았다.

"타협이론, 성경의 권위와 무오성 부인"

'타협이론에 대한 과학적 비평'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발표한 한윤봉 박사는 "타협이론은 인간의 이성주의와 과학주의 때문에 창세기의 내용을 기록된 대로 믿지 못하고, 진화론과 타협함으로써 창조사실을 부정, 왜곡, 변질시키는 일체의 이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타협이론은 기본적으로 창조론과 진화론을 혼합한 것으로서 '하나님이 천지만물을 창조하실 때 진화와 빅뱅을 사용했으며, 지질시대표의 순서대로 장구한 기간 동안에 멸종과 진화가 반복적으로 일어났다'는 주장을 한다"면서 "타협이론은 성경의 권위와 무오성을 부인하는데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특히 한 박사는 "기독교 신앙의 기초는 창조주 하나님이 천지만물을 6일 동안 창조하셨음을 믿는 창조신앙"이라며 "6일 창조를 믿지 못하면, 기독론의 핵심인 예수님의 탄생, 십자가의 죽으심과 부활, 그리고 재림을 성경에 기록된 대로 믿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진화론과 지질시대표,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측정법, 빅뱅우주론의 과학적 문제점을 지적한 한 박사는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올바른 지식으로 성경적 창조신앙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주는 그리스도시요, 하나님의 아들'임을 고백할 수 없게 된다"며 "다음세대들의 믿음을 지키고 교회를 다시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성경적 창조신앙의 회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진화론 지식 때문에 신앙적으로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타협이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그럴듯하게 들린다"며 "그러나 이런 주장의 결과는 기독교 교리와 복음의 본질을 심각하게 왜곡시키며, 오히려 다음세대들을 교회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한다. 유신진화론을 받아들여서 몰락한 유럽 교회의 역사가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신진화론의 결국은 범신론 또는 만유재신론"

다음으로 김병훈 박사가 '유신진화론에 대한 성경적, 신학적 비평'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김 박사는 "전통적 창조론은 하나님이 '직접적으로' 창조하셨음을 말한다. 반면 유신진화론은 '하나님이 물질을 창조하셨고, 그 물질이 자체에 담긴 속성에 따라 생명체를 낳았다'는 주장을 한다"며 "곧 하나님께서는 생명체를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생명체를 진화의 방식으로 발전해내는 물질을 창조하신 것이다. 하나님이 '간접적인' 창조주이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교회는 니케아 신경에서 보듯이 초대로부터 하나님이 '하늘과 땅, 그리고 보이는 모든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의 창조주이심을 고백했다"며 "이를 통해 교회가 이해한 것은 하나님이 온갖 종류의 식물들과 동물들을 직접 종류대로 창조하셨다는 것이다. 교회는 하나님이 단지 무생물적인 최초의 물질만의 창조주이시며, 생명체들이 진화라는 순전히 물질의 작용에 의해 발전해 나왔다는 식의 이해를 거부해 왔다"고 했다.

그는 "교회가 하나님의 직접적인 창조를 분명하게 고백한 까닭은 그것이 성경의 교훈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유신진화론은 성경이 하나님께서 우주에 창조의 기능을 부여한 사실을 말할 뿐이며, 창조된 실체들을 직접 창조했음을 말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박사는 "유신진화론은 매우 제한적 의미에서만 하나님을 일차 창조의 실행적 원인으로 인정한다. '완전한 능력을 갖춘 우주'를 창조하는 일차 창조에서만 하나님은 창조자로 역할을 한다. 더 이상의 일차 창조는 없다"며 "단지 그 우주가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진화로 설명하는 제2 원인들의 활동만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여기서 하나님은 이차 창조의 실행적 원인으로 작용을 하시는 것이 아니"라며 "하나님이 아닌 자연의 원리들이 실행적 원인이 되며, 또한 질료적 원인이 된다. 질료가 스스로 실행의 주체가 되어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것을 반 틸은 '자기조직화'이며 '변형'이라고 일컫는다. 이것의 결국은 무신론자에게는 승리한 유물주의의 영광일 뿐이며, 유신론자에게는 범신론 또는 만유재신론의 수치를 줄 뿐"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한윤봉 박사, 김영한 박사, 김병훈 박사, 우병훈 박사 ⓒ김진영 기자

▲(왼쪽부터 순서대로) 한윤봉 박사, 김영한 박사, 김병훈 박사, 우병훈 박사 ⓒ김진영 기자

"전통적 기독교 신앙과 조화될 수 없다"

끝으로 '유신진화론의 아담론 비판: 데니스 알렉산더의 견해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우병훈 박사는 창세기 1~3장 해석과 관련한 유신진화론자들의 주장을 △아담과 하와가 첫 번째 인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담과 하와는 인간 부모로부터 출생했다 △아담은 하나님께서 '땅으로부터의 흙'(창 2:7)에서부터 직접 창조한 사람이 아니다 △하와는 아담의 갈빗대(창 2:21)에서 나온 사람이 아니다 △아담과 하와는 처음으로 죄를 지은 사람이 아니었다 △인간의 죽음은 아담의 죄의 결과가 아니다 △아담과 하와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등으로 정리했다.

그러면서 이런 해석들이 "전통적인 성경해석, 다시 말해 교부시대부터 중세를 거쳐, 종교개혁기까지 이어지는 전통적인 성경해석과는 매우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우 박사는 전통적인 성경해석을 △아담과 하와는 첫 번째 인류이며, 모든 인간들의 '공통조상'이다 △아담은 하나님께서 '땅의 흙'에서부터 직접 창조한 최초의 남자이며, 하와는 아담의 갈빗대에서 지음 받은 최초의 여자이다 △아담과 하와는 원래 죄가 없었으나 선악과를 먹지 말라는 금지 명령을 어김으로써 타락하게 되었다 △아담과 하와의 타락으로 인해 이 세상에 죽음 및 온갖 종류의 불행이 처음으로 발생하게 되었다 등으로 요약했다.

그는 "오늘날 복음주의권, 개혁주의권 내에서 많은 이들이 유신진화론이 마치 기독교 신앙과 조화될 수 있는 이론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여긴다"며 "하지만 유신진화론은 전혀 전통적 기독교 신앙과 조화될 수 없다. 그들의 아담론이 성경 및 전통적인 기독교와 양립될 수 없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판은 하되 귀담아 듣는 자세도 필요"

이후 논평한 조덕영 목사는 "창조론은 변증이 아닌 창조주 하나님의 위엄이 본질"이라며 "초월 계시인 창조를 아래로부터의 내재적 자료로 증거한다는 것은 논리적 제한성을 갖는다. 본질적으로 유한은 무한을 담는데 한계가 있다. 대중을 상대로 창조과학으로 계시를 계몽한다는 생각 이전에 하나님의 말씀 앞에 겸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 목사는 "피조물인 인간의 창조 해석은 '아디아포라'(adiaphora, 성경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것-편집자 주)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위엄'이 성경적 창조 신앙의 본질"이라며 "창조에 대한 전문학자 간 서로 다른 이론이 복음주의와 개혁신학 내부에 공존함을 이해하고, 우리 안에 발생 가능한 비방과 분열을 절대적으로 막아 서로를 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 목사는 "유신진화론자들의 견해를 비판은 하되 복음 안에서 그들의 주장을 귀담아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논쟁해야 한다. 그래서 창조주 하나님께서 주시는 바른 성경적, 과학적 해석이 무엇인지를 치열하게 탐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논평을 맡은 조덕영 목사(왼쪽 세 번째)와 허정윤 박사(맨 오른쪽) ⓒ김진영 기자

▲논평을 맡은 조덕영 목사(왼쪽 세 번째)와 허정윤 박사(맨 오른쪽) ⓒ김진영 기자

"기독교 창조론, 진화론 반론에 실패"

이어 논평한 허정윤 박사는 "유신진화론을 비판하는 신학적 관점에 대해 논평자도 신학자의 입장에서 대부분 동의한다"며 "다만 창조론은 교회 안의 신자들보다 교회 밖 일반인들을 선교하는 데 더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 저자(김병훈)의 논문이 교회 안에서 기독교인들을 상대로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없을지라도, 교회 밖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하는 경우에는 상당한 반론과 질문들에 대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허 박사는 "사실 교회 안에 존재하는 유신진화론은 기독교 창조론이 진화론 반론에 실패함으로써 일부 신자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으로, 기독교의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며 "따라서 유신진화론은 창조론이 무신진화론에 승리하는 때에 저절로 소멸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기독교 창조론은 무엇보다 창조자이신 하나님의 존재와 그의 종류별 창조까지 믿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창세기 기사는 과학적으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이 판명되었다"며 "그럼에도 이를 무시하면서 창세기를 일점일획도 틀리지 않고, '문자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기독교에 무슨 유익이 된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유신진화론의 하나님, 전혀 성경적이지 않아"

앞서 개회사 한 김영한 박사는 "유신진화론의 신은 성경이 증언하는 인격적 하나님이 아니라 자기 조직력을 가진 우주나 세계와 동일시 되는 범신론적 표상이 강하게 풍겨난다"며 "유신진화론은 신의 창조 행위를 언급하나 세상을 일단 창조한 후에 더 이상 간섭하지 않고 자연법칙에 모든 것을 맡기는 자연신론(이신론)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우주의 과정에 얽매이는 만유재신론의 표상을 강하게 함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박사는 "유신진화론자들은 진화론과 복음주의 기독교 신앙이 양립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이들의 이론이 함축하는 하나님은 전혀 성경적이지 않고, 인간이 계몽주의 이래 도출한 여러 가지 참된 기독교 신앙을 훼손하는 하나님을 그려내고 있다"며 "지식을 추구하는 자는 측량할 수 없는 창조질서에 직면해 항상 겸허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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