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간직하며 사는 삶은 더 중요해

|  

[크리스찬북뉴스 서평] 은혜를 보존하는 거룩한 일상

은혜에서 미끄러질 때
김남준 | 생명의말씀사 | 240쪽 | 13,000원

바쁜 시대에 살고 있다. 시급은 오르고, 근무시간은 짧아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분주하다. 분주함은 환경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질에 속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오래 전, 어느 회사는 디스크 한 장에 사람의 키보다 더 높이 쌓은 신문을 저장할 수 있다고 광고했다. DSLR 사진 한 장에 10MB가 넘는 것이 있고, HDD 저장장치가 테라바이트(Terabyte, TB)를 넘는 것들이 다수인 시대에, 1.4MB 플로피 디스크를 그렇게 호들갑 떨게 광고했다는 것이 우습기만 하다.

가물가물한 기억이지만 광고 오른쪽 하단에 사람이 며칠 동안 일할 수 있는 것을 몇 시간만에 할 수 있다는 문구도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 시대가 오고 있으니 곧 엄청난 여가가 주어질 것이라고 착각했다. 그러나 삼십 년이 지났지만 그때보다 지금이 더 바쁘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차가 500km로 달린다 한들, 삶의 질이 좋아지리라 확신할 수 있을까. 아침은 서울에서 먹고 점심은 부산에서 먹을 수 있다는 전국 일일 생활권을 자랑하던 고속도로 개통 이후, 우리나라는 더 좋아졌는가?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과학이 발달하고, 의료기술의 발달로 수명이 연장되었지만, 그것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 것은 확실하다. 환경이 아무리 바뀌어도 삶의 질은 바뀌지 않으며, 생활이 아무리 편리해져도 사람은 더 행복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어거스틴이 고백한 대로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하나님께로 나아갈 때 시작된다. 하나님은 변하지 않으시지만, 믿음의 사람들을 날마다 새롭게 하신다. 가장 높은 곳에 거하시면서 가장 낮은 자들과 함께 하신다.

하나님을 신뢰하고, 성경을 사랑하는 김남준 목사의 고백이 한 권의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거듭난 이후, 죄와 성화에 집요한 관심은 존 오웬의 영향 아래 시대를 초월하는 깊은 영성의 세계로 성도들을 이끌었다.

이 책은 로마서 1장 17절의 말씀으로 행한 여섯 번의 설교를 근거 삼아, 100가지의 질문을 던지며 답을 구한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조목조목 설명해 간다.

성도의 거듭남 즉 칭의가 홍해 도하 사건과 비교된다면, 거듭난 이후의 삶 즉 성화는 요단 도하 사건에 비교될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홍해를 건널 때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단강을 건널 때는 믿음을 요구받았다.

이미 갈라진 요단을 건넌 것이 아니라 보리 베는 시기에 가장 많은 물이 흘러넘칠 때, 법궤를 멘 제사장들은 요단강에 발을 디뎌야 했다. 칭의가 항거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은혜라면, 성화는 의지적 결단이 필요한 전투다.

“구원의 은혜를 간직하며 사는 일은 하늘로부터 부어지는 초월적 은혜와 함께 지성을 통해 설복하는 일상적인 은혜를 동시에 필요로 합니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의 사랑의 감화인 은혜를 간직하며 산다는 것은 매일의 삶 속에서 일방적으로 하늘에서 부어지는 하나님의 사랑도 누리고 일상의 경건 가운데 경험되는 하나님의 사랑도 누리는 삶입니다(6쪽)”.

은혜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은혜를 간직하며 사는 삶은 더욱 중요하다. 우리는 종종 은혜에서 떨어진다. 아니 미끄러진다.

성화는 신자 안에 내재한 완전히 박멸되지 않는 죄성과 싸우는 전쟁이다. 은혜에서 미끄러질 때는 죄와의 싸움에서 패할 때이다.

우리는 언제 죄에게 패하는가? 저자는 ‘죄를 경계하지 않을 때’, ‘세상 사랑에 빠져 총명을 잃을 때’, ‘정욕에 이끌릴 때’, ‘실천 없이 개념적인 지식만 쌓일 때’, ‘자기 부인이 사라져 갈 때’, ‘기도가 태만해질 때’라고 말한다.

결국 받은 은혜를 간직하지 못하는 일상이 지속될 때 죄에게 패하고 만다.

▲ⓒImage by Holger Detje from Pixabay

▲ⓒImage by Holger Detje from Pixabay

오래 전, 부흥회가 끝나고 집사님 몇 분과 대화를 나누었던 적이 있다. 한결같은 고민은 부흥회 때 받은 은혜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길어야 여섯 달, 짧으면 두 주도 가기 전에 이전 상태로 되돌아간다고 했다. 그러자 어떤 분이 ‘그럼 부흥회를 석 달에 한 번씩 하면 되겠네’라고 했다.

필자도 부흥회 때 받은 은혜를 간직하기 위해 한 달에 서너 번은 주기적으로 기도원에 올라가 부르짖어 기도했다. 목 놓아 부르짖고 나면 가슴이 뜨거워지고, 부흥회 때의 기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당시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왜 받은 은혜를 간직할 수 없는지를.

성도는 언제 은혜를 상실할까. 하나님을 망각하고, 세상을 바라볼 때이다. 불필요한 분주함과 경건의 습관을 하찮게 여기는 불경건한 마음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은 하나님을 망각하는 순간, 다른 무엇을 생각한다. 하나님을 열망하는 마음이 식어질 때, 이미 세상이 그 사람이 마음을 지배하고 있다. 요동치 않는 반석의 하나님을 의지적으로 신뢰할 때 은혜는 우리 안에 머문다.

“일들을 붙들고 산 사람들은 일의 성패를 따라 요동하고, 사람에 매여 산 사람은 관계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 인생의 동기인 사람은 어떠한 역경에도 요동하지 않는다(28쪽)”.

어떻게 하면 은혜를 간직할 수 있을까? ‘회심의 반복적인 경험(45쪽)’과 ‘머리에 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계속 가슴으로 내려오고 삶으로 표출(57쪽)’될 때, ‘성경을 사랑하고 말씀에 순종(77쪽)’할 때이다.

의지적 결단으로 우리의 입술과 언어, 손과 팔의 움직임, 생각과 관념들을 하나님께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더불어 ‘창조 세계의 아름다움을 묵상(99쪽)’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죄에 빠지면 일어나는 현상 중 하나는 하나님의 창조 세계에 대한 경이를 상실하고 무덤덤하고 권태로운 삶으로 퇴행하는 것이다.

주님은 제자들에게 일상의 소재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설파하셨다. 하늘을 나는 새, 들의 풀과 꽃, 농부의 하루, 건축가의 생각과 장사하는 자들의 이야기는 하나님 나라의 메타포들이다.

하나님의 경이는 일상 속에 스며 있으며, 하나님의 나라는 평범함 속에 숨겨져 있다. 은혜를 간직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일상’이라는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누군가는 습관이 된 종교의식을 거부하려 하지만 옳지 않다. 매일의 성경읽기, 하루를 시작하며 드리는 매일의 기도는 아름다운 습관이며, 하나님을 경험하는 아름다운 일상이다.

작지만 단단한 경건 습관은 은혜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돕는다. 날마다 쌓아가는 성경 읽기를 통한 거룩한 지식과 평범한 일상의 순종을 통해 성도는 성화되어 간다.

“진리를 아는 참된 지식은 우리를 거룩하게 만든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경험적인 이해를 통해 가슴으로까지 내려와 마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우리의 본성은 변화되어 갈 것이다(149쪽)”.

작지만 단단하고, 짧지만 깊이 있는 묵상 글은 경건을 사모하는 독자들에게 귀한 선물이 되리라 확신한다. 날마다 예수님을 닮아가고 싶다면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현욱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에레츠교회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

“‘현장에만 110만’ 10.27 연합예배, 성혁명 맞서는 파도 시작”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가 2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렸다. 지난 10월 27일(주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 예배는 서울시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광화문-서울시의회-대한문-숭례문-서울역뿐만 아니라 여의대로…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윤석열 대통령 참석’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공의, 회복, 부흥을”

“오늘날 대한민국과 교회, 세계 이끌 소명 앞에 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며 온전하신 뜻 분별해야” 윤상현 의원 “하나님 공의, 사회에 강물처럼 흐르길” 송기헌 의원 “공직자들, 겸손·헌신적 자세로 섬기길” 제56회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가 ‘…

이재강

“이재강 의원 모자보건법 개정안, 엉터리 통계로 LGBT 출산 지원”

저출산 핑계, 사생아 출산 장려? 아이들에겐 건강한 가정 필요해 저출산 원인은 양육 부담, 비혼 출산 지원은 앞뒤 안 맞는 주장 진평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 등이 제출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21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

다니엘기도회

다니엘기도회 피날레: 하나님 자랑하는 간증의 주인공 10인

①도대체 무엇이 문제입니까? - 이미재 집사 (오륜교회) ②모든 것이 꿈만 같습니다! - 박광천 목사 (올바른교회) ③어린이다니엘기도회를 기대하라! - 강보윤 사모 (함께하는교회) ④천국열쇠 - 강지은 어린이 (산길교회) ⑤용서가 회복의 시작입니다 - 최현주 집…

예배찬양

“예배찬양 인도자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는?”

“담임목사로서 어떤 예배찬양 사역자를 찾고 싶으신가요?” “평신도의 예배찬양 인도에 한계를 느낀 적은 없으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을 음악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가르치고 계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자들이 묻고, 담임목사들이 답했다…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

“학생 담뱃갑서 콘돔 나와도,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훈계 못 해”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세미나가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를 주제로 21일(목)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됐다. 이상원 상임대표는 환영사에서 “학생인권조례는 그 내용이 반생명적 입장을 반영하고 있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실상 법률…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