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gender) 개념의 유래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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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길 연세대 정신과 명예교수

▲연세의대 정신과 명예교수 민성길

▲연세의대 정신과 명예교수 민성길

이전에는 모든 사회에서 성(sex)이라는 말로서 충분했으며 젠더(gender)라는 말이 필요 없었다. (젠더는 주로 여성형 명사 남성형 명사 같이 언어에서 문법적 용도로 사용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젠더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 지금 그냥 젠더라고 번역하고 있다.

그래서 성과 젠더 사이 언어상 혼란이 있다.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남녀평등은 양성평등으로 표기하여야 한다.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쓰면, 이는 영어로 하면 젠더평등이 되고 이는 수많은 종류의 트랜스젠더를 인정하는 결과를 낳는다. 참고로 우리나라 여성가족부는 영문으로 the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MOGEF)로서 젠더를 사용하고 있다.

젠더라는 용어는 1950년대 죤 머니(John Money 1921~2006)라는 성심리학자가, 성전환시술을 통해 성 정체성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성공적 사례"를 발표하면서, 성 대신 젠더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그 사례는 다음과 같다.

1965년 태어난 브루스 리머(Bruce Reimer)라는 남자아이가 생후 8개월 때 포경수술의 부작용으로 음경을 상실했다. 머니는 그가 22개월 되었을 때 부모를 설득하여 고환을 제거(성전환 수술)하고 브렌다라는 이름의 여자아이로 키우게 하였고 여성호르몬을 투여하였다. 머니는 그 소년에게 질도 만들어 주자고 제안하였으나 부모는 거절하였다.

그 소년은 자신이 여자인줄 알고 자랐다. 사춘기에 성호르몬을 투여 받아 유방도 커졌다. 머니는 이 사례를 장기간 시리즈로 추적하면서, 학회에 간성이 아닌 사람에 대한 성전환 수술(transsexual operation)의 성공 사례로 발표하면서 유명해졌다.

그 소년은 의료계에 "John/Joan case"로 알려졌으며 그 성공(?)에 따라 미국 전역에서 성전환이 다수 이루어졌다. 머니는 타고난 성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젠더라고 불렀다.

그러나 브렌다가 사춘기에 이르렀을 때 자신이 남성적임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궁금해 하던 그에게 아버지가 과거 수술의 비밀을 알려 주었다. 브렌다는 충격을 받고 15세 때부터 "남자"로 살기로 하였다. (이는 성(젠더) 정체성은 인위적(사회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결정된다는 증거이다.)

그는 다시 데이비드라는 이름을 가졌다. 그는 여성과 결혼하고 세 양자를 두었다. 머니는 이 사실을 비밀로 하였다. 32세 때 그는, 다른 사람들이 유사한 시술을 받음으로 겪게 될 후유증을 막기 위해, 성학자인 밀턴 다이아몬드(Milton Diamond)에게 자신의 비밀을 공개하였다. 머니의 연구의 거짓됨이 대중매체에 폭로되었다. 이 사건은 사회적 스캔들이 되었다.

심지어 그가 어렸을 때 머니가 쌍둥이 형제인 브라이언과 동성애하는 행동을 강요하였다고도 폭로했다. 이에 대해 머니는 "건강한 성인 젠더정체성"(healthy adult gender identity)을 위한 "소아기 성적 연습 놀이"(childhood 'sexual rehearsal play)"라는 치료방법이었다고 강변하였다.
브라이언은 나중 조현병(정신분열병)을 앓게 되었고 36세 때 자살하였다. 데이비드도 38세 때 우울증과 부부불화와 경제적 문제로 자살하였다. 리머 부모는 리머 형제의 불행을 머니 탓이라 비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니는 이미 성행동 전문가로 명성을 얻었다. 관련학계에서는 머니는 성역할(sex role)과 구별되는 젠더역할(gender role)이라는 개념을 창안한 사람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유명한 사례는 거짓이었다.

거짓된 젠더 개념은 페미니즘(여성주의)에서 받아들여 꽃을 피웠다. 여성이 부여받은 사회적 역할이 여성의 타고난 본질적인 특질인가 또는 후천적 성질인가를 결정하는 데 있어 젠더 개념이 쓸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학자들이 여성해방을 연구하는데 있어, 성(sex)은 권위주의적 가부장제도와 희생적 모성 같은 전통적 남녀차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남녀 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용어부터 바꿀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페미니스트들 사이에 토론이 거듭되다가 1980년에 이르러서야 대부분의 페미니스트 연구자들이 성 대신 젠더를 사용하는 데 합의하였다. 그리하여 젠더는 빠르게 사회학과 여성학 연구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가 되었고, 대학의 한 학과목이 되었다. 이제 남자는 남성성(masculinity)으로, 여자는 여성성(temininity)으로 대체되었다.

페미니즘에서는 생물학적 성(sex)은 사회적인 젠더와 무관할 뿐 아니라, 남성성과 여성성이 "생물학적 차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남성중심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남성들에 의해 여성들에게 부당한 젠더역할이 부과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즉 젠더는 개인이 속한 사회의 구성물이기 때문에 사회가 합의하면 성(젠더) 역할과 정체성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 인물로 시몬 드 보부아르는 '"한 사람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극단주의자 버틀러(Judith Butler)는 생물학적 섹스(신체적 성)도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라 주장한다. 이는 젠더 뿐만 아니라 인간의 신체적 특징에 대한 인식 그 자체도 사회적 요인에 영향력을  받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는 이해하기 매우 난해한 이론이다. 여성학자들 모두가 이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상식적으로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고 남자는 남자로 태어난다.

문제는 트랜스젠더이다. 트랜스젠더란 몸은 남자지만 마음으로는 자신은 여자라고 생각하는, 또는 몸은 여자지만 마음은 남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극단적인 사례로 성전환증이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는 트랜스젠더란 정신장애의 하나로 보고 있다(병명 젠더불쾌증).

최근 인권 운동이 본격화 하면서, 트랜스젠더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젠더정체성이 남녀 양성에 걸맞는 사회적 지위를 얻고자 활동을 함에 따라 젠더 개념이 정치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중간적인 젠더, 두 가지 젠더, 여러 개의 젠더, 무젠더, 모호한 젠더 등 수십 개 종류의 트랜스젠더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들은 이 모두를 정상으로 인정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젠더개념은 자연과 어긋나고 하나님께서 인간을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셨다는 창조섭리를 부정하는 것이다.

젠더 개념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젠더가 엄연한 자연적인 신체의 중요성을 부정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이지만 "동물"이다. 신체가 없는 인간은 하나도 없다. 육체는 정신만큼 중요하다. 사람들은 눈으로 보고 남자인지 또는 여자인지 아는데, 본인만 아니라고 하는 것은 의사소통에 큰 장해를 야기한다.

그들은 자신들을 위해 전체 사회를 바꾸려고 한다. 그래서 이 문제는 사회적응인가 저항인가, 전통인가 혁명인가, 절제인가 인권인가 하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젠더란 실체를 무시한 개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모든 학자들이 젠더 개념에 동의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생물학주의자들은 "사회적 성도 생물학적이다"라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성 호르몬(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여성의 에스트로겐 등)에 따라 여성성, 남성성, 또는 여성 또는 남성의 사회적 기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어떤 급진적 페미니스트 학자들은 해부학적 성도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라고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 주장을 한다. 한편 트랜스젠더가 타고난다는 주장을 하는 학자도 있는데, 이는 젠더가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주장과는 모순된다.

페미니스트 중에서도 젠더 개념이 남녀의 차이가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만들어져 왔다는 것을 강조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결국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화된 범주(gender binary)를 보편화시킨다고 비판한다. 나아가 젠더 개념은 모든 여성을, 문화를 초월하여, 하나의 동질성을 가지는 보편적 범주로 보게 만들어, 다양한 여성들의 문제를 다루지 못한다는 한계점도 지적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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