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명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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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서평] 공동체와 나누는 십계명 강의

올인원 십계명
권율 | 세움북스 | 172쪽 | 9,000원

책을 처음 집어 둔 순간 드는 생각은 ‘참 부지런하다’였다. 사역을 하면서 집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집필은 단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도 아니다. 한 가지의 명료한 목표와 집념이 따라주지 않으면 결코 마침표를 찍을 수 없다.

‘올인원’ 주기도문과 사도행전이 나올 때만 해도, 뭐 이 정도는 쉽지 않지만 할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분량도 그리 많지 않고, 집중한다면 몇 개월이면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또한 권율 목사에게는 현장이라는 보물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설교와 필력을 동시에 시험에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출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는 저자의 집요한 노력이 필요하다. 초본을 쓰고, 다시 교정하고, 다시 퇴고하기까지의 과정을 겪고 나면 거의 탈진하다시피 한다.

출판사에 원고가 넘겨진다 해서 마무리가 되는 것도 아니다. 좋은 책이 만들어지려면 출판사와 끊임없이 연락하는 지난한 교정의 단계를 다시 거쳐야 한다. 그렇게 한 권의 책은 독자의 손에 들려진다.

그것으로 끝난다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판매량이 현저히 낮은 최근 기독교 출판 현황은 저자의 마음을 졸이게 한다. 책의 분량과 내용을 떠나,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 보냈다는 것만으로 칭송받을 만하다.

이 책은 단 한 마디로, 명료하고 집약적이며 실용적이다. 목회자가 되어 설교를 하게 되면, 암묵적이지만 의례적으로 하는 주제들이 있다. 순서가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십계명, 사도신경, 주기도문은 하게 된다. 이 세 가지는 개혁신학을 지향하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주제들이다.

십계명의 경우, 구약의 모든 율법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예수님은 모든 율법을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집약하셨다. 궁극적으로 계명의 원인이자 목적은 ‘사랑’인 것이다. 저자는 그 순서에 유의할 것을 말하면서 “하나님을 올바로 사랑하는 자만이 이웃을 제대로 사랑할 수 있다(78쪽)”고 말한다.

주기도문은 단지 기도의 방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주기도문의 내용은 궁극적으로 ‘하나님 나라 실현’이다. 주기도 본문 자체가 마태복음 안에, 산상수훈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마태가 강조하고 싶은 ‘천국’, 즉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갈망을 기도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사도신경은 성경 본문에 나와있지 않기 때문에 설교를 꺼리는 이들도 있지만, 옳지 않아 보인다. 사도신경은 가장 집약된 조직신학이다. 하나님에 대한 신론, 성육신에 대한 기독론과 고난과 죽음에 대한 구원론, 그리고 교회론과 종말론까지 몇 문장으로 이루어진 핵심 중 핵심이다. 그러므로 사도신경은 가능하다면 몇 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반복해 설교할 필요가 있다.

‘올인원 시리즈’는 주해와 설교, 소그룹 모임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내용 한 눈에 보기’에서는 글의 전반적인 구조와 흐름을 소개하고, 핵심 내용을 짤막하게 나열한다.

‘내용 연구하기’는 본문을 자세히 다룬다. 설교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깊이 있는 학문적 이야기나 학자들의 논쟁은 제외시킨다. 이것은 약점이자 강점이다. 설교와 책은 다소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학문적이기보다 실용적이다.

저자는 이러한 점을 보강하기 위해 주석을 달아 처리했고, 참고문헌을 마지막 장에 첨부했다. 평신도는 물론이거니와, 일반 목회자들도 ‘십’계명이 십이 아니라 ‘아홉’이나 ‘열 한’개라는 주장을 하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성경에는 엄밀하게 일, 이, 삼, 사… 이렇게 소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마태복음 5장이 팔복인지 구복인지 하는 논쟁과도 같다. 저자는 학문적 논쟁보다 “청중의 심령에 하나님의 말씀을 들리게 하는데(10쪽)” 방점을 두었다고 말한다.

▲ⓒ못생긴나무

▲ⓒ못생긴나무

모두 네 강으로 나누었다. 첫 강은 서문에 해당되는 본문으로 출애굽기 20장 1-2절을 다룬다. 2강은 1-4계명이 나오는 3-11절을 ‘하나님을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다룬다.

첫 계명의 핵심은 ‘하나님만 경배하라’이다. 둘째 계명은 ‘우상을 만들지 말라’이지만, 역시 ‘하나님 외에는 사랑하지 말라’이다. 저자는 둘째 계명을 ‘방식(48쪽)’으로 소개한다. 세 번째 계명인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는 하나님을 대하는 ‘태도(55쪽)’이다.

그럼 네 번째 계명은 뭘까? 저자는 예리하게 ‘기억하라’는 동사에 방점을 찍었다. 원문에는 한글 성경에 번역된 ‘지키라’는 나오지 않는다. 단지 문자 서두에 ‘기억하라’가 나온다. 동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히브리인들에게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문장 서두에 나오는 동사는 강조하려는 의도이다.

권 목사는 이 부분에서 ‘지키라’를 차라리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하라’”로 번역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한다(59쪽). 그건 정당한 것이다. 신명기에는 좀더 원문에 가깝게 ‘안식일을 지켜 거룩하게 하라’로 번역했다(참조 신 5:12). 권 목사는 ‘기억하라’에 초점을 둔 이유를 이렇게 마무리 한다.

“이제 정리하자면, 안식일은 하나님의 창조사역이 완성되었음을 ‘기억’하는 날이고, 또 언약 백성에게 주신 구원과 해방을 ‘기억하고 지키는 날’입니다(65쪽)”.

세 번째 강은 다섯 번째 계명부터 마지막 열 번째 계명을 다룬다. 이 부분은 이웃을 사랑하는 방식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십계명과 주기도문의 순서를 비교한다. 이는 매우 지혜로운 것으로, 주기도문은 엄밀하게 십계명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서두에서는 하나님이 누구신지, 그 다음은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 그 다음은 간구자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다. 결국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가진 이들이 하나님께 필요를 간구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78쪽).

그런 면에서 하나님에 대한 연장으로서 ‘부모님에 대한 계명’이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엄밀하게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부모님을 사랑하는 것이 서로 분리될 수 없기 때문(32쪽)”이다.

“따라서 그 어떠한 경우에도 십계명의 두 부분을 따로 떼어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곧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고, 또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이웃을 사랑하는 것으로 표현되어야 합니다(106쪽)”.

1-4계명도 하나님에 대한 것이고, 5-10계명도 하나님에 대한 것이다. 모든 계명은 ‘하나님을 경배하라’는 계명에 묶이고, 그 계명은 ‘이웃을 사랑하라’는 세부적 실천으로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두 계명은 한 계명인 것이다.

결국 저자는 이웃을 사랑하는 것 역시 ‘하나님을 얼마나 경외하고 얼마나 사랑하느냐(106쪽)’의 문제인 것이다. 마지막 네 번째 강은 ‘십계명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다룬다. 그런데 본문은 마태복음 22장 37-40을 잡았다.

십계명을 모세오경과 율법 속에서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기라성 같은 학자들의 논쟁은 차치하고서라도, ‘십계명’이란 키워드만으로 인터넷 서점을 검색하며 수백 권이 검색된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김용규의 <데칼로그>와 김지찬의 <데칼로그>는 500쪽이 훌쩍 넘어가는 책들이다. 그 외에 제임스 패커, 스탠리 하우어워스, 강영안, 마이클 호튼 등 수많은 저자들이 십계명에 관련된 책을 저술했다.

이러한 결과들은 그만큼 십계명이 중요하다는 반증인 동시에, 다양한 의견과 살펴야할 주제들이 많다는 의미하기도 하다.

놀랍게도 알라딘 서점에서 ‘십계명’을 검색하면 권율의 <올인원 십계명>이 가장 상단에 자리하고 있다. 이것은 단지 신간이기 때문이 아니다.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마 책을 읽어 본 독자라면 두 가지를 생각할 것이다. 하나는 간단명료하다는 점이다. 간단하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예리하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꼭 짚어준다.

다른 하나는 ‘내용 확인하기’ 부분만을 따로 떼어, 구역장 교재나 강의안으로 사용하고 싶은 실용적 충동을 일으킬 것이다.

십계명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교인이나, 십계명에 대해 설교와 강의를 하고 싶은 목회자들에게 좋은 책이다.

정현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에레츠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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