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변화, 하루아침 ‘로또’ 아냐… 꾸준히 쌓는 ‘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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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설교연구원 인문학 서평] 기본으로, 단순하게

독서와 글쓰기로 설교를 변화시키는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수강생들의 인문학 서평을 매주 소개합니다. 고전부터 최신간까지, 인문학이 주는 인포메이션(정보)과 인사이트(통찰력)를 누려보시길. -편집자 주

격몽요결
이이 | 이민수 역 | 을유문화사 | 232쪽 | 10,000원

예수님의 가르침은 단순했다. 모든 율법을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두 문장으로 요약했다.

삶은 더 단순했다. ‘사랑’ 하나였다. 3년 동안 사랑이라는 한 가지 삶을 사셨다. 사랑 때문에 구유에서 태어나, 사랑 때문에 십자가까지 걸어 가셨다. 예수님은 단순했다.

바리새인들은 복잡했다. 안식일 하나 지키는 것도 복잡했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을 앞에 두고도 복잡한 이론이 먼저였다. 한 끼 밥을 먹을 때도 절차가 복잡했다. 바리새인들은 복잡했다.

신앙은 단순하지만, 종교는 복잡하다. 진리는 복잡하지 않다. 꼭 필요한 말은 언제나 단순하다.

지혜도 그렇다. 복잡하지 않고 선명하다. 단순하지만 그 속에 길이 있다. 방황을 끝낼 수 있는 방향이 있다. <격몽요결(击蒙要诀)>이 그렇다.

이 책은 율곡 이이(李珥)가 학문을 시작하는 이들을 돕기 위해 쓴 간략한 책이다. 이이는 격몽요결 서문에서 자신의 책을 이렇게 소개한다.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아무런 향방도 알지 못할 뿐 아니라 더욱이 확고한 뜻이 없이 그저 아무렇게나 이것저것 물어 보면 서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에 간략히 책 한 권을 써서 여기에 자기 마음을 세우는 것, 몸소 실천할 일, 부모 섬기는 법, 남을 대하는 방법 등을 대략 적고 이것을 <격몽요결>이라고 이름했다.”

이 책은 학문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방향을 알려 주기 위해 짧게 기록한 책이다. 단순하다. 그래서 선명하다. 1577년에 기록한 단순한 책. 그 속에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가 있다.

<격몽요결>은 앞머리에 저자의 서문이 있고, 뒤이어 10개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문에서 학문을 이렇게 소개한다. “학문이란 무엇인가? 이것은 아비가 된 자가 그 아들을 사랑할 것, 자식된 자는 부모에게 효도할 것, 남의 신하가 된 자는 그 임금에게 충성을 다할 것, 부부간에는 마땅히 분별이 있어야 할 것, 형제간에는 의당 우애가 있어야 할 것, 나이 젊은 사람은 어른에게 공손해야 할 것, 친구 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학문은 복잡한 이론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삶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후 10장은 이 평범함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모습을 말해주고 있다.

1. 입지장(立地章)

이 장에서는 학문을 위해 뜻을 세워야 함을 말한다. 사람의 외모는 바꿀 수 없지만, 마음과 뜻은 바꿀 수 있다. 그래서 학문하는 사람은 반드시 뜻을 세워야 한다. 그렇게 뜻을 세우면 누구나 성인(聖人)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타고난 용모가 추한 것을 바꾸어 곱게 할 수도 없고, 또 타고난 힘이 약한 것을 바꾸어 강하게도 할 수 없으며, 키가 작은 것을 바꾸어 크게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오직 한 가지 변할 수 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마음과 뜻이다. 마음과 뜻은 어리석은 것을 바꾸어 지혜롭게 할 수 있다.”

<격몽요결>의 입지장을 보면서,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떠올랐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학문이듯 삶이든 신앙이든, 뜻을 세워 방향을 정하지 않으면 결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2. 혁구습장(革舊習章)

학문을 할 때 떨쳐버려야 할 잘못된 옛 습관 8가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 습관들을 단호하게 끊고 반복적으로 떨쳐버려야 학문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구습들은 뜻을 견고하지 못하게 하고 생실을 착실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므로 오늘 행한 것을 내일에 가서도 고칠 줄 모르고, 아침에 일어나서 후회하면서도 저녁에는 또 다시 되풀이하게 마련이다.”

“칼로 쳐서 뿌리를 잘라 없애서 마음 속에 터럭만큼도 그 줄거리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자주자주 언제나 구습을 맹렬히 반성하기에 힘써야 한다.”

변화는 하루아침에 주어지는 복권이 아니다. 꾸준히 쌓아가는 적금이다.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은 변화가 아니라 변덕이다. 변덕에 단호함으로 물을 주고 꾸준함으로 가꾸어야, 변덕이 변화로 자란다. 잘못된 습관을 끊기 위해서는 단호함과 꾸준함이 필요하다.

3. 지신장(持身章)

여기서는 학문하는 이의 마음가짐을 말한다. 한 마디로 마음을 지키라는 말이다.

“마땅히 자기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해서 겉과 속이 한결같아 어두운 곳에 거처해서도 밝은 곳에 있는 것처럼 하고, 혼자 있어도 여럿이 있는 때와 같이 한다.”

“죄 없는 자를 한 사람 죽여 천하를 얻는다고 해도 나는 이것을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슴 속에 두어야 한다.”

D. L. 무디가 말한 “참된 경건은 참된 경건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당신의 모습”과 결이 같은 말이다. 삶을 지키는 방법은 마음을 지키는 것이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 4:23)”

▲율곡 이이.

▲율곡 이이.

4. 독서장(讀書章)

학문을 하려거든 독서를 하라고 말한다. “이치를 궁리하려면 먼저 글을 읽어야 한다.” 하지만 읽는 것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실천이라고 말한다.

“글 구절마다 반드시 자기가 실천할 방법을 구해본다. 입으로만 글을 읽을 뿐 몸으로 행하지 않는다면 무슨 유익함이 있겠는가?”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다. 행함이 없는 학문은 죽은 학문이다. 책은 몸으로 읽을 때 가치가 드러난다.

5. 사친장(事親章)

부모에 대한 효를 강조하는 장이다. 이이가 생각하는 학문은 삶이다. 그 삶에 으뜸을 효라고 말한다.

“누구나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으면서도 효도하는 자는 드물다. 그것은 자기 부모의 은혜를 깊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군인들에게 가장 아픈 단어는 ‘어머니’다. 부모님과 떨어진 순간 비로소 그 은혜를 깨닫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효도를 다짐한다. 순종은 은혜의 결과다.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으면 순종하게 된다.

6. 상제장(喪制章)
7. 제례장(祭禮章)

상제는 장례에 대한 내용이고 제례는 제사에 대한 내용이다. 부모님의 장례를 치르는 것도 제사를 지내는 것도 결국 공경하는 마음과 효를 행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효성이 지극하지 못하고 억지로 예(장례 예식)을 따르려고 한다면 이것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고, 부모를 속이는 일이 된다.”

“초상이란 슬퍼하는 것이 부족하고 예법에만 흡족하기보다는 차라리 예법에는 부족하더라도 많이 슬퍼하는 것이 나은 것이다.”

“제사를 지낼 때 만일 집이 가난하면 형편에 어울리게 하라.”

형식이 사라지면 본질을 지키기 어렵다. 그러나 본질을 넘어서는 형식은 언제나 짐이 되기 마련이다.

결혼식을 준비하다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사랑이라는 본질보다, 형식에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예배도 기도도 찬양도. 본질에 집중할 때 역사가 일어난다.

8. 거가장(居家章)

집안을 다스리는 법을 기록하고 있다. 형제간의 우애와 부부간의 예를 차리는 모습. 자녀를 교육하는 법. 집 안에 있는 종들을 대하는 법 등을 이야기 한다. 특히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가르침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 중에서 형제에 대한 내용은 바울이 고린도전서에서 말하고 있는 한 몸 공동체의 비유를 떠올리게 한다.

“형은 주리고 아우만 배부르거나, 아우는 춥고 형만이 따뜻하게 있다고 한다면 이것은 한 몸 안에 있는 사지 중에서 어느 한 편은 병들고 다른 한쪽은 튼튼한 것이나 마찬가지니. 이렇게 되고 보면 그 몸과 마음이 어찌 편안함을 얻을 수 있을까?”

그러면서 형제 간에 우애를 부모님 사랑으로 연결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형제끼리 사랑하지 않는 것은 모두 부모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그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어찌 그 부모가 낳은 자식(형제)을 사랑하지 않겠는가?”

교회 안에서 지체를 서로 사랑하는 비결은 하나님을 뜨겁게 사랑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양들을 맡기기 전, 양들에 대한 사랑을 묻지 않았다. 예수님에 대한 사랑을 물으셨다. 하나님을 사랑하면 지체들을 사랑하게 되기 때문이다.

▲격몽요결. ⓒ문화재청

▲격몽요결. ⓒ문화재청

9. 접인장(接人章)
10. 처세장(處世章)

접인장은 사람을 대하는 방법이고, 처세장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접인장에서는 좋은 친구를 사귀라고 말한다. 또한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먼저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령 남이 나를 헐뜯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는 반드시 자기 몸을 돌이켜 보아서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실제로 남에게 헐뜯음을 받은 만한 행동이 있으면 허물을 고쳐야 한다. 만일 나의 과실은 몹시 적은 일인데도 더 큰 잘못이 있는 것처럼 보태서 말을 들을 때가 있다.

비록 그 사람의 말은 지나쳤을지라도, 나에게 비방 받을 까닭이 조금이라도 있으니 그것을 고쳐야 한다. 끝으로 나에게 아무런 허물도 없는데 빈말을 만드는 것이라면 이런 사람은 망령된 사람이니 어차피 따져봐야 무익하다.”

처세장에서는 지나치게 과거시험에만 관심을 가지는 세태를 비판한다. 그러면서 벼슬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라고 말한다.

<격몽요결>은 1577년에 기록된 책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삶에 적용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지혜들을 담고 있다. 그 이유는 삶에 기초가 되는 태도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란 쉽다는 뜻이 아니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다시 돌아보고 또 돌아보아야 하는 것이 기초이고 기본이다. 그래서 이이(李珥)는 <격몽요결>에서 그 기초만을 간추려서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힘들면 “기도하라. 예배하라. 말씀 보라”고 이야기한다. 가장 기본이다. 그 속에 길이 있다. 정답은 복잡하지 않다. 단순하고 선명하다. 언제나 답은 그 속에 있다.

복잡한 문제와 삶에서도, 언제나 말씀이 답이다. 하나님이 답이다.

박명수 목사
사랑의침례교회 담임. 저서 <하나님 대답을 듣고 싶어요>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https://cafe.naver.com/judam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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