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인 설교를 하고 싶은가? 편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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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설교연구원 인문학 서평] 창조는 편집이다

에디톨로지
김정운 | 21세기북스 | 372쪽 | 25,000원

인간의 창조, 無에서 有 만드는 것일까
하나님 이미 만들어놓은 것 발견하는 일
해 아래에는 새 것 없어… 찾아내는 것

이지성은 <에이트>라는 책에서 인공지능 시대에 인공지능의 주인이 되는 능력은 공감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제 창조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문제는 어떻게 창조하느냐이다. 곧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창조라고 생각하면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분은 창조주 하나님밖에 없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창조는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솔로몬은 전도서 1장 9절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에는 새 것이 없나니”. 인간이 창조한 것은 새 것이 없다. 하나님께서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찾아내는 것이다.

신조어 ‘에디톨로지’ 의미, ‘창조는 편집’
통섭, 융합, 크로스오버, 콜라보… ‘편집’
‘창조 아이콘’ 스티브 잡스도 결국 ‘편집’

창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쓴 책 중 하나가 김정운 소장이 쓴 <에디톨로지(editology)>다. 저자는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문화심리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독일 베를린 대학교 전임강사 및 명지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는 여러가지 문제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에디톨로지(editology)’는 김정운 소장이 만든 용어로, ‘창조는 편집이다’는 의미이다.

저자가 말하는 에디톨로지는 그저 섞는 게 아니다. 그럴듯하게 짜깁기하는 것도 아니다. ‘편집의 단위(unit of editing)’, ‘편집의 차원(level of editing)’이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는, 인식의 패러다임 구성 과정에 대한 설명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에디톨로지는 ‘편집학(編輯學)’이다. 세상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된다. 이 모든 과정을 나는 한마디로 ‘편집’이라고 정의한다.

신문이나 잡지의 편집자가 원고를 모아 지면에 맞게 재구성하는 것, 혹은 영화 편집자가 거친 촬영 자료들을 모아 속도나 장면의 길이를 편집하여 관객들에게 전혀 다른 경험을 가능케 하는 것처럼,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건과 의미를 각자의 방식으로 편집한다. 이 같은 ‘편집의 방법론’을 통틀어 나는 ‘에디톨로지’라고 명명한다.”

실제로 편집과 비슷한 개념들이 많이 있다. 통섭, 융합, 크로스오버, 콜라보레이션등 유사한 개념들이 많이 있다. 저자는 이런 개념들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이 너무 세분화되어 서로 전혀 소통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왜 저자는 굳이 통섭이나 융합이 아니고 ‘에디톨로지’라고 말하는 가?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통섭이나 융합은 너무 힘이 들어갔다. 뭐 그럴 듯해 보이기는 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모르겠다. 구체적 적용도 무척 힘들다.

자연과학자와 인문학자가 그저 마주 보며 폼 잡고 앉아 있다고 통섭과 융합이 되는 게 아니다. 내가 이야기하고픈 에디톨로지는 인간의 구체적이며 주체적인 편집 행위에 관한 설명이다.”

창조의 아이콘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스티브 잡스다. 2011년 스티브 잡스가 죽자 <아웃이라어>, <블링크>를 쓴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말콤 그래드웰(Malcolm Gladwell)은 ‘편집(editing)’이야말로 스티브 잡스의 창조성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은 디자인이나 비전이 아닌, 기존의 제품을 개량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편집 능력에 있다.”

넘치는 정보들, 편집 능력이 관건인 세상
오늘날 지식인·천재, 정보와 정보의 관계
남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엮어내는 人

정보가 부족한 세상이 아니다. 정보는 넘쳐난다. 정보와 정보를 엮어 어떠한 지식을 편집해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인 세상이다.

편집의 시대에는 지식이나 천재의 개념도 달라진다. 예전에는 많이, 그리고 정확히 아는 사람이 지식이었다. 남들이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정보를 외우고 있으면 천재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이제 지식인은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검색하면 다 나오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지식인은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잘 엮어내는 사람’이다. 천재는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남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엮어내는 사람’이다.

인터넷 주소로 매번 처넣어야 하는 ‘www’의 의미야말로, 변화하는 지식 편집의 권력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월드 와이드(world wide web)’란, 단어 뜻 그대로 세상의 모든 지식이 그물망처럼 얽혀 있다는 뜻이다. 이 그물망에는 계층적으로 체계화되어 있거나 조직화되어 있는 지식권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식과 문화, 관점과 공간, 마음
에디톨로지의 구체적 사례 설명
재미와 창조는 심리학적 동의어
열심히 하자→ 유희이자 놀이로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지식과 문화의 에디톨로지’에서는 마우스의 발명과 하이퍼텍스트가 핵심 주제다. 마우스라는 도구의 발명이 인간 의식에 가져온 변화를 중심으로, 지식과 문화가 어떻게 편집되는가에 대해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2부 ‘관점과 공간의 에디톨로지’에서는 원근법을 중심으로 공간 편집과 인간 의식의 상관관계를 다루고 있다. 원근법의 발견이 가져온 혁명적 변화의 내용을 이야기를 하면서, 역사학에 밀려 있는 공간학 혹은 공간 연구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3부 ‘마음과 에디톨로지’는 심리학의 본질에 관한 설명이다. 먼저 심리학의 대상이 되는 인간, 즉 개인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편집되었는가를 이야기한다. 아동과 청소년이란 개념의 탄생 과정, 즉 개인의 편집 과정에 역사 발전이라는 근대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작용하고 있는가를 정리하고 있다. 아울러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성립과 몰락이 심리학이라는 근대 학문 형성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를 메타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저자는 오랜 시간 ‘재미는 창조다’라는 주제로 창조의 본질에 관해 주장했다. 저자는 재미와 창조는 심리학적으로 동의어라고 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다.

“새벽부터 벌떡벌떡 일어나면 성공하는, 아주 어설픈 일본 작가의 <아침형 인간>이 100만부 이상 팔렸다. 흥분한 우리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아침형 인간을 대통령으로 뽑기도 했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아침형 인간’이 성공하는 산업사회는 오래 전에 끝났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얼리버드(early bird)론’은 콩쥐팥쥐 이야기만큼이나 식상한 전설이 되었다.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설사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치자. 그럼 일찍 일어나는 벌레는 뭔가? 일찍 잡혀 먹히기밖에 더하겠느냐는 거다. 그러는 거 아니다!

‘열심히 하자’는 이야기는 충분히 했다. 이제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한다. 모든 창조적 행위는 유희이자 놀이다. 이 같은 즐거운 창조의 구체적 방법론이 바로 ‘에디톨로지’다. 세상의 모든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또 다른 편집이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하나도 없다! ‘창조는 편집이다’.“

인간, 無에서 有 창조할 수 없지만
편집 통해 새로움 창조할 수 있어
목회자들의 설교도 일종의 ‘편집’
인문학, 인본주의 아닌 인간 이해

인간은 하나님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을 편집함으로 그동안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목회자로서 설교도 편집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말하는 편집은 다른 설교를 짜깁기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 말씀과 인문학적 요소를 잘 편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의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만 잘 해석해도 괜찮았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창조적인 사고를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창조적 설교를 해야 한다. 창조적 설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메시지에 인문학적인 요소를 잘 입혀서 전해야 한다.

인문학은 인본주의가 아니다. 인간이해를 위해 필요한 학문이다. 설교자는 설교자의 입장에서 설교하는 것이 아니라 청중의 삶의 자리를 생각하고 설교해야 한다. 청중을 이해하고 갈급함을 채워주기 위해서는 분명 인문학적인 요소가 필요하다.

삶도 일종의 편집이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삶을 기준 삼아, 우리가 본받고 싶은 삶과 나다운 삶을 잘 편집할 때,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창조적인 삶도 살아갈 수 있다.

창조는 편집이다. 창조적인 설교를 하고 싶은가? 편집하라. 창조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은가? 편집하라.

이재영 목사
대구 아름다운교회 담임
저서 ‘말씀이 새로운 시작을 만듭니다’ ‘동행의 행복’ ‘희망도 습관이다’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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