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근대적 시민 출현하게 한 기독교 통해 일어나”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민경배 박사, 100주년 기념 컨퍼런스서 강조

한국교회 전국적 네트워크 통해 확산
기독교가 양성 배출한 지도자들 주도
평양대부흥과 3.1운동으로 정점 올라

▲컨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컨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3.1운동 100주년 기념 컨퍼런스가 ‘3.1운동의 의미와 한국교회가 한국 사회에 끼친 영향들’이라는 주제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 이영훈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민경배 교수(백석대 석좌)가 ‘3.1독립운동과 한국교회: 한국교회의 세계사’를 주제로 발표했다.

민경배 교수는 “한국교회는 지금 격랑 속에 있다. 좌우갈등 문제로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악의 내분, 격랑, 혼미 속 미증유의 격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전국의 교파와 교회는 두말할 것 없이, 전 종교와 전 민족, 전 계층이 혼연일체 한 마음으로 결속해 일시에 궐기했던 일이 있었다. 바로 100년 전 1919년 3.1독립운동”이라고 말했다.

민 교수는 “3.1독립운동은 기독교적 구도를 가진 강력한 운동이었다. 이는 일제 신문 보도에는 ‘3.1독립운동은 기독교 주동’이라는 보도가 넘쳤다”며 “일본은 지금도 그런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에서도 ‘3.1운동은 기독교를 사용한 선동이었고, 주도자의 과반수가 기독교 지도자들이었다’고 평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3.1운동 당시 붙은 격문을 보면, 성경 말씀으로 한 주일 내내 연독하고, 매일 3시에 기도하고 주일에는 금식하라고 돼 있었다. 가령 월요일에는 ‘이사야 10장을 읽으라’는 글도 있었다”며 “당시 기독교인은 1.7%에 불과했으나, 일제 군경 독립운동 관계자 검속에서 기소자는 기독교인이 25%, 기독교인 입감자는 15%였다”고 보고했다.

민경배 교수는 “3.1독립운동의 성공은 전국적인 동시 궐기였다는 데 있었다. 전국 지도를 놓고, 교회의 전국 분포도와 3.1독립운동 궐기 지역을 비교하면 정확히 겹쳐진다”며 “3.1운동은 한국교회의 전국적 유기적 네트워크 덕분이었다. 1907년 한국 장로교회는 독노회 조직을 통해, 한국 최초의 전국적 자발적 민족 동력 동원체제가 입체화됐다”고 분석했다.

민 교수는 “기독교의 강력한 힘은 각 ‘교회’에 있었다. 교회는 민주주의 대의적 지역대표제로 전국 조직망을 확보하고 있었다”며 “공동의회부터 제직회, 당회, 시찰회, 노회, 대회, 총회까지, 교회는 전국적 구도를 갖게 되는 골조를 보유했다”고 했다.

반면 함께 3.1운동을 주도했던 천도교는 지방을 72개 대교구로 분할하고 있었으나 그 밀도가 임시적이었고, 3.1독립운동 이후 급격한 조직 이완이 눈에 띄었다고 한다.

그는 “3.1독립운동을 거국적 운동으로 불타오르게 했던 것은 기독교가 이 땅에 들어온 첫날부터 지도자를 양성 배출했기 때문”이라며 “이승만, 안창호, 서재필, 유길준, 이원긍, 박승봉, 길선주, 최병헌, 한석진, 함태영 등 근대 한국 지도급 인사들은 대거 기독교회 출신 인사들이었다”고 전했다.

▲민경배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민경배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민경배 교수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2월 20일 ‘3.1운동 100주년 기념 담화’에서 ‘한국 천주교가 당시 시대의 징표를 제대로 읽지 못했고, 민족의 고통과 아픔에 무감각했다’며 뉘우쳤다”며 “반면 한국교회는 묘하게 처음부터 세계적 시계(視界)를 자랑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기독교 자체의 세계성은 물론이고, 선교사들을 통한 세계적 네트워크와 한국 자체의 광활한 세계의식이 처음부터 한국교회를 세계 무대 위에 세워놓고 있었다”며 “1892년 첫 찬송가부터 ‘만왕, 만국, 만민’이란 글귀가 자주 등장한다. 1907년 독노회 조직 때는 망국의 비통 가운데서 만국기를 펄럭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제의 혹독한 보도관제에도, 3.1독립운동 피해 규모 등의 기록 보존 고발에 있어 한국교회는 실로 예언자적 품위와 용기가 찬란하게 빛났다”며 “1919년 10월 4일 제8회 장로회 총회록을 보면, 전국 12개 노회 모두 ‘조선독립 만세사건’에 대한 피해 통계가 자세히 보고되고 있다. 당시 3.1독립운동에 대한 보도나 피해 상황에 대해 이처럼 대대적으로 공개한 곳은 교회가 유일했다”고 적었다.

또 “여기에 선교사들의 제암리, 간도 새노루바위 사건 등 헌신적 현지 답사, 사진 촬영과 기록 및 보고서까지 합하면, 3.1독립운동 실록 증언의 유일한 문고(文庫)는 교회뿐”이라며 “기독교인들은 당시 유일하게 민족의 장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부류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민경배 교수는 “3.1독립운동은 민족 전체의 일시(一時) 일체(一體) 동참이 실현 유지됐다. 그러나 그런 것은 동시에 위기일 수 있다. 절대 선이 아니면 절대 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놀라운 것은 기독교가 그 인과(因果)를 다 일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길 망정이지, 다른 세력이 주도했다면 위급한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 교수는 “3.1운동은 이 땅에 근대적 시민층과 중산층의 출현을 가능하게 한 기독교회를 통해 일어났다. 교회의 일사불란한 전국적 조직과 근대교육을 통한 강력한 지도자층도 한몫을 했다”며 “3.1운동 이후 교인 수도 1919년 25만여명에서 3년만인 1922년 37만여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한국교회는 1907년 평양대부흥과 1919년 3.1독립운동으로 세계사의 정점에 있음을 만방에 선포한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후 박명수 교수(서울신대)가 ‘1919년 3.1운동 관점에서 본 한반도 현 정세와 기독교의 역할’, 박용규 교수(총신대)가 ‘프로테스탄트 정신과 한국민족 독립운동’을 각각 발제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국제신학훈련원은 2019년을 마무리하면서 지난 1년간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를 돌아보며 이번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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