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발전 위한 기독교교육 방향’ 기독교교육학회 학술대회
1980년대 이후 E·S 경영 소홀히 하면서 게토화
예수님, 제자들에 ‘세상 향해 나아가라!’ 명하셔
ESG 경영 정신·전략, 기독교 위기 타개에 도움
2022 한국기독교교육학회(회장 김정준 박사) 추계학술대회가 지난 12일 서울 연세대학교 원두우 신학관에서 ‘지속가능발전(SD)을 위한 기독교교육의 방향’을 주제로 개최됐다.
발표에 앞서 회장 김정준 박사는 “지속가능발전(SD)은 ‘지속 가능한 발전(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ESSD)’ 개념에서 도출됐다”며 “1987년 환경과 개발에 관한 세계위원회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 보고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미래 세대가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ESSD 개념이 확립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주제발표는 이호영 박사(연세대 경영학과)가 ‘ESG와 기독교’, 이종민 박사(총신대)가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에 근거한 기독교교육의 실천가능성에 관한 연구’를 제목으로 각각 전했다. 특히 이호영 박사는 경영학 관점에서 ESG를 소개하고, 기독교적 적용점을 살피며 관심을 모았다.
이호영 박사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의 약자인 ESG는 2004년 유엔 글로벌임팩트(UN Global Compact)와 20개 대형 금융기관 공동 발간 보고서에 처음 언급됐다”며 “투자의사 결정 시 피투자기업 환경 및 사회적 성과와 윤리적·효과적 지배구조를 가졌는지 고려 목적으로 처음 제시된 후, 온실가스·환경오염에 따른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극심한 가뭄과 산불, 해수면 상승 등 인류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위협이 대두되면서 다시 관심을 받게 돼, 세계 각국 정책과 제도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박사는 “ESG 경영의 사회적 관점은 기업 존재 목적에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들자의 공동 번영을 추가한다는 관점이 반영됐다. 전통적으로 기업 주인을 주주로 봤다면, 기업의 사회적책임 수행을 존립 목적으로까지 확장한 관점”이라며 “이러한 사회책임 경영은 이익 일부를 지역 공동체에 제공하는 자선활동을 넘어, 기업 존립을 가능하게 하는 협력업체, 고객, 지역사회 등 외부 이해관계자와 내부 구성원의 성장 및 행복과 사회 전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경제학·경영학 주 관심사로 떠오른 ESG 경영의 이론적 관점 및 다양한 사례를 성경 말씀과 연결해 논의한다면, 교회와 세상 간 소통의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ESG는 세상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이니 세상의 일은 세상에 맡겨두고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원론적 접근이 더 이상 설득력을 유지할 수 없는 환경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개신교는 극심한 일제의 탄압을 경험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믿음을 지키며 예수의 사랑을 사회에 실천하면서 100년 가까이 이어져 왔다. 이는 ESG 경영 중 사회적 가치(S) 경영을 실천해온 것”이라며 “이후에도 구제 활동과 양질의 교육 제공, 문화 등 평생학습 기회 부여, 불평등 감소 등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하나님 명령인 E와 S 경영을 소홀히 하면서 세상과 분리된 게토(ghetto)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라!’고 말씀하셨다”고 강조했다.
이호영 박사는 “예수님은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마 10:16)’고 하셨다. 뱀같이 지혜로우라는 것은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영악하고 불법과 타협하라는 의미가 아니다”며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되, 이웃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분별하고 제한된 자원을 고려해 지혜롭게 주어진 삶을 선하게 경영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예수님의 당부는 ESG 경영 정신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ESG 경영의 G와 관련, 기업의 불법적·비윤리적 행위가 한순간에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듯, 교회도 지도자의 비윤리적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전횡·불법행위가 통제되지 않을 경우 교회 공동체에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IT와 SNS 등 정보통신기술 발전으로 ESG 경영은 기업 매출과 직접 연결되고 있다. 이처럼 교회도 불투명한 재정운영과 비리, 비윤리적 행위 소식 등이 더 이상 교회 안에만 머물지 않고 SNS, 온라인 매체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사회에 신속하게 알려진다. 교회의 윤리성과 이중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증폭시킬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ESG 경영은 혁신으로 효율적 운영을 가능케 해, 원가 절감을 가져올 수 있다”며 “젊은 세대가 교회를 떠나고 가나안 성도가 점점 늘어나는 주 요인은 교회의 물질주의적 행태와 불합리한 운영방식, 일부 리더들의 비윤리적 행태에 실망해 교회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잃어버렸기 때문일 수 있다. 이를 개선시킬 ESG 경영 정신과 전략은 성경적이면서도 기독교계가 가진 위기를 타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교회의 ESG 성과는 재정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교회 재정 문제 공론화가 성스럽지 못하다고만 볼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 확장과 이웃 사랑의 선한 목적을 위해 귀하게 쓰일 수 있는 자원이 급격히 줄어드는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며 “1970-80년대 고도성장기 이후 타성으로 인해 교회 갱신과 선한 영향력 제고의 관점에서 부족했다. ESG 경영이 제시하는 다양한 전략은 오늘날 한국교회가 경험하고 미래에 경험할 어려움을 극복하는 유용한 아이디어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ESG 경영을 조직 내에서 내재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듯, 한국교회도 교단과 개교회 모두에서 지배구조(G)에 어떠한 변화를 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교회가 사회적 성과관리(S)에 부족했음을 인식하고 회개하자. 환경과 생태(E), 지역사회(S)에 기여할 고민도 필요하다. 교회는 ESG 경영에서 오늘날 위기를 타개할 교훈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이원론적 사고를 지양하고, 겸손함으로 배움과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논찬에 나선 박상진 교수(장신대)는 “ESG가 기독교 교육에 주는 시사점을 살피면서, 향후 기독교교육학 연구 과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독교교육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필수적이고, 한국교회와 기독교를 다시 건강하게 회복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며 “ESG에 대한 교육신학적 접근을 통해,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에 대한 성경적 요청을 분석하고 지표화해 기독교교육 평가 및 교육과정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진 교수는 “이미 기독교교육학 영역에 있지만 활발히 다루지 못한 창조·환경·생태 교육 등 환경(E), 정의·평화·공정·평등 교육 등 사회적책임(S), 만인제사장·섬김의 리더십·기독교 윤리 교육 등 건강한 지배구조(G)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커리큘럼에 반영해야 한다”며 “교회 성장 도구로서 교회학교 성장주의에 함몰된 전통 ‘성장주의적’ 교회교육을 반성하고 돌이켜야 한다. 이를 위해 ESG가 기독교교육 내용에 포함돼, 교회학교·기독교학교·기독교대안학교 등 교육기관 및 단체 운영이 ESG에 합당한 방식이어야 한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경영학과 기독교교육학의 학제간(interdisciplinary) 연구도 요청된다. 지금까지 경영학 연구 결과를 기독교교육에 응용하는 지혜와 ESG 관련 학제간 융합 연구 등이 필요하다”며 “특히 지배구조(G) 연구가 요청된다. 목회와 교육의 지배구조는 물론, 기독교 사립·대안 학교 이사회 및 교직원 조직에 대한 기독교적 경영 연구는 기독교 건학이념 구현을 위해 필수 과제이다. 건강한 기독교교육을 위해선, 건강한 기독교 교육기관 운영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기초이론분과, 성인교육분과, 영성교육분과, 신진학자연구분과 등 분과별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앞선 개회예배에서는 총무 김정희 박사 사회로 방연상 박사(연세대 신과대학장 및 연신원장)가 설교 및 축도를 맡았다. 발표를 전후해 작은음악회와 <미래 세대와 기독교 교육> 출판기념회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