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 교회 사명 이끌 뿐 아니라
설교로 비전 나누고 방향 제시해야
설교철학과 교회는 분리될 수 없어
성도와 지역 사회 변화에 영향 줘야
확고한 설교 철학과 선명한 교회론
날줄과 씨줄 삼아 엮어 랜드마크로

팀 켈러 앤디 스탠리
▲팀 켈러 목사와 앤디 스탠리 목사. ⓒ크투 DB
팀 켈러의 리디머 장로교회, 앤디 스탠리의 노스포인트 교회보다는 더 가까운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필자가 개척한 잇는교회(Connecting Community Church)는 하나님과 세상을 잇고, 사람과 사람을 이으며, 사람과 세상을 잇는다는 사명을 가진 교회입니다. 교회 이름처럼 잇는 교회로 자라가기 위해, 잇는교회가 가진 사명을 이루기 위해 가장 먼저 하나님의 사랑에 잠기고, 그 사랑을 배우고 닮아가야 할 것입다.

또 마음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해야 합니다. 예수 십자가의 의미와 정신을 깊이 배우고, 깨우쳐야 합니다. 동시에 아직 예수를 모르는 미그리스도인과 지역 사회를 끌어안고, 사랑해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하늘과 땅을 잇고, 사람과 세상을 잇는 사역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어떻게 이런 사명을 이루는 교회로 자라가고 성장하고 깊어질 수 있을까요? 가장 큰 동력이 설교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설교자는 교회의 사명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아야 합니다. 새벽 3시에 곤히 자는 설교자를 깨워 교회의 사명이 무엇인지 묻더라도,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명료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설교자는 목회자요, 목회자가 설교자이기 때문입니다.

설교자는 교회의 사명을 끌어안아야 할 뿐 아니라 그것을 설교로 담아내야 합니다. 지역교회의 존재 이유와 사명을 마음과 뼈에 새기고, 끊임없이 설교를 통해 이 비전을 나누고 방향성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교회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이 사명을 향해, 교회의 비전을 향해 걸어갈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실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광주은광교회에서 선임목사로 6년간 사역하는 특권을 누렸습니다. 광주은광교회는 ‘사람을 키워서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킨다’는 사명 선언문 아래 힘차게 달려가는 교회입니다.

전원호 담임목사님은 거의 모든 시간 다음 세대에 대해 강조하고 또 강조했습니다. 다음 세대와 관련해 말씀을 선포할 때면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고,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북받치는 감정에 못 이겨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거의 매번 그랬습니다.

사람을 키워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해 광주은광교회는 세품기독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합니다. 매년 상당한 재정을 쏟아부을 뿐 아니라, 온 성도가 세품기독학교를 위해 기도합니다.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다음 세대를 키우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광주은광교회는 주변에 주일학교가 좋은 교회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다음 세대를 키워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자고 담임목사가 설교하기 때문입니다. 온 성도가 담임목사의 리더십을 따라 마음을 쏟기 때문입니다.

설교 철학과 교회는 결코 따로 분리된 것이 아닙니다. 팀 켈러가 사역했던 리디머 장로교회를 보아도, 앤디 스탠리가 사역하는 노스포인트 교회를 보아도 다르지 않습니다.

팀 켈러 목사는 그의 설교로 리디머 교회의 DNA를 만들었고, 앤디 스탠리 목사는 그의 설교로 노스포인트 교회의 DNA를 만들었습니다. 실로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목사가 교회다’. 신학대학원을 다닐 때 들었던 말입니다. 저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불편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설교자의 설교로 그 교회만의 독특한 테루아르(Terroir)가 만들어지고, 그 교회만의 DNA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목사가 교회다’는 정의에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습니다.

설교를 통해 교회의 사명을 이루는 교회, 설교를 통해 그 교회만의 테루아르와 DNA를 만들어 가는 교회는 아름다운 교회입니다. 교회로 모이는 성도들의 삶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그 교회가 자리잡은 지역 사회에 선하고 아름다운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나아가 지역 사회의 지형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확고한 설교 철학과 선명한 교회론을 날줄과 씨줄로 삼아 엮어낼 때, 세상을 변화시키는 교회, 칭찬받는 교회, 지역 사회의 ‘랜드마크(Landmark)’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설교자는 자신의 설교 철학을 반드시 정립하고 성경에 뿌리내린 교회론을 정립해야 합니다. 어떤 교회를 세워갈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고민을 설교에 녹여내야 합니다. 지난한 작업임이 틀림없습니다. 동시에 무한한 영광이요 특권임이 틀림없습니다. 좀 과하게 표현하자면, 목숨을 걸 만한 충분한 이유입니다.

지혁철
▲지혁철 목사.
지혁철 목사

잇는교회 개척
<설교자는 누구인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