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생 신임 NCCK 총무
▲김종생 신임 NCCK 총무가 18일 취임 인사를 전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명성교회 문제는 고난의 세습이 아니라 영광의 세습이었다는데 본질이 있다. 영광의 자리가 아닌 고난의 자리가 제가 서 있어야 할 자리임을 고백한다.”

김종생 목사(예장 통합)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총무 취임 감사예배를 드리고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친(親) 명성교회 의혹을 떨쳐내기 위한 다짐도 반복적으로 했다.

“NCCK가 본래 정체성 회복하길”

김 목사의 취임 감사예배가 17일 오후 2시 한국기독교연합회관 3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순창 목사(예장 통합 총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예배에서는 윤창섭 목사(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회장)의 기도와 조진호 사관(구세군한국국군 인사국장)의 성경봉독에 이어 강연홍 NCCK 회장(기장 총회장)이 설교했다.

‘모세가 구하여 이르되’를 주제로 설교한 강 회장은 “하나님께서 모세를 들어 사용하신 것처럼 김 목사님을 하나님께 구하고 아뢰는 중보자 역할로 감당케 하실 것”이라며 “NCCK가 다시금 본래의 정체성을 회복해 한국교회를 이끌어나가는 화살촉이 되게 하실 줄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후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대주교(한국정교회)의 축도로 예배를 마쳤다.

2부 감사와 축하 시간에서는 박동신 주교(대한성공회 부산교구)의 인도로 정훈 목사(예장 통합 교회연합사업위원회 서기)가 김 신임 총무를 소개했다.

소개에서는 “사회와 소통을 모범적으로 해왔으며 한국교회봉사단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연합과 일치를 성공시켰다.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의 중재자로 피스메이커 역할을 감당했고, 원폭 피해자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앞장섰다. 일본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교회에 공론화시켰고,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직간접적으로 도왔다. 청년 시절 ‘한울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국가 폭력의 피해자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이어 축하와 격려를 전한 에큐메니칼 원로 안재웅 박사는 “우리는 이런저런 일로 아픔을 이겨내며 살아간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이고, 여러 공동체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픔은 반드시 치유돼야 한다”며 “김 신임 총무님은 치유자의 사명을 잘 감당하고, 많은 교단의 협의체로서 다양한 의견을 적절히 조정해 바람직한 결론에 도달하도록 해 달라. 세계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여성·청년 참여율 높일 구조 개선 요청

김종생 신임 NCCK 총무
▲교계 관계자들에게서 축하받는 김종생 신임 NCCK 총무. ⓒ송경호 기자
이상호 회장(지역NCC전국협의회)은 “아날로그 시대와 개발시대를 거쳐 점차 작은 것으로, 중앙에서 지방으로 힘이 집중되는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지역의 활동이 든든히 자리잡힐 때 일치와 연합을 향한 교회운동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며 “NCCK가 숫자와 돈에 좌우되지 말고, 하나님의 말씀과 시대정신에 입각해 선구자적 역할을 선명하게 감당해 달라”고 당부했다.

안미정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총무는 “100년의 긴 세월 동안 NCCK라는 항해선은 낡고 깨지고 변형되기도 했으나, 다시 고치고 온전한 항해를 나아갈 때”라며 “조직에 여성의 참여 비율과 기회를 확대해 차별 없이 동등하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정책을 세워 달라”고 요청했다.

김정현 NCCK 청년위원회 위원장은 총무 선출 과정에 대한 실망감을 재차 피력하며 청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문제 제기에 대한) 김 총무님의 미온적 태도를 보며, 앞으로 한 발 나아가고자 하는 청년들의 발걸음에 맞추지 못할 것이라는 실망감을 가졌다”며 “청년의 의사 참여 비율을 높이고 편하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 달라”고 전했다.

“고난 아닌 영광의 세습이 문제 본질”

취임 감사말씀을 전한 김종생 총무는 “거룩한 부담과 두려움을 갖고 기도로 이 자리를 준비했다. 자랑스러운 지난 100년의 역사를 회고하는 것 못지않게 새로운 100년을 다짐하는 자리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저에게도 해당된 세습 문제는 대를 이었다는 것에 있다기보다, 고난의 세습이 아니라 영광의 세습이었다는 데 그 본질적 문제가 있다”며 “영광의 자리가 아닌 고난의 자리가 제가 서 있어야 할 자리임을 고백한다. 박수를 받기보다 고난의 현장에 다가가는 현장의 사람이 되겠다”고 전했다.

이어 “NCCK는 우리 사회의 약한 이들, 지치고 힘들고 답답하고 억울한 이들의 입이 되어주고, 공교회로서 한국교회와 세계교회가 더불어 가고, 기후 위기 시대 생태를 보존하고, 남북 분열시대 평화 통일의 다리가 되고, 민주화운동 시절처럼 약자를 대변하는 예언자적 역할, 생명과 정의와 평화의 숨을 불어넣는 포용적 공동체를 구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맘몬에 굴복하지 않겠다. 십시일반 NCCK를 살려나가는 데 마음을 함께 모아 달라. 초심을 잊지 않고 나아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