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미션
▲2023 크리스천 아트 포럼 현장. ⓒ김신의 기자

크리스천 아트포럼이 코로나 사태 이후 4년 만에 대면으로 열렸다. 2023 크리스천 아트포럼은 ‘생명 돌봄의 예술’을 주제로 1일 경동교회 본당에서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채문경 명예교수(이화여대)의 ‘코스모스(Kosmos für orgel-1)’ 파이프오르간 연주와 김홍태 테너(건국대 교수)의 ‘주기도문('Lord's Prayer)’으로 시작됐다.

개회사를 전한 천동옥 회장은 “1998년 창립된 아트미션은 기독교 문화 지평을 넓히고자 전시·포럼을 개최해 기독교 미술의 정체성, 향방을 모색해 왔다”며 “생명돌봄과 문화돌봄의 소명을 받은 청지기로서 지난 7월 ‘생명돌봄의 예술’이란 주제로 제25주년 기념전을 열었으며, 이와 주제를 같이하여 크리스천아트포럼도 개최하게 됐다”고 했다.

천 회장은 “2023년도 제21회 크리스천아트포럼은 전 세계적으로 직면한 환경, 생태, 인권, 생명 문제 등 창조계의 존귀한 생명 돌봄의 예술을 2022년에 이어 다시 모색하고자 한다. 비대면으로 개최된 지난해의 한계를 극복하고 주제의 중요성을 확인하면서 하나님의 창조질서 회복과 아름다운 예술을 통해 치유와 빛을 밝히는 문화사역이 되고자 한다”며 “예술이 어떻게 생명을 돌볼지 확장된 사고로 거듭나는 귀한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말씀처럼, 삶 속 공동체 회복에 아트미션이 함께할 것이다. 하나님의 크신 은총에 감사한다”고 했다.

이어 이영신 고문의 대표기도 후 임영섭 목사(경동교회 담임)가 축사를 전했다. 임 목사는 “성령의 충만함을 입어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한 분들을 성경 저자·기자라 부른다. 이분들의 중요한 역할은 하나님의 뜻을 전달하며 성경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과 영혼 속에 그림을 그려 주는 것”이라며 “예언서를 읽다 보면 다양한 이미지, 은유, 상징이 우리 마음 속에 펼쳐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예언의 말씀은 예언자적 상상력, 그림 같은 상상력을 불러 일으킨다. 예수님의 언어도 그림 언어라 부른다”고 했다.

임 목사는 “기독교 예술가는 단순한 감각적 즐거움을 전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선포할 사명을 가지고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와 섭리,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진솔한 신앙 고백을 상징과 은유, 이미지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 예술가들의 역할이다. 여러분은 하나님의 예언자고 그리스도의 사도이고 하나님의 제자”라며 “오늘 생명 돌봄의 주제의 예술 포럼을 진행하게 된 것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 여러분의 귀한 하나님의 사명을 다시 일깨우고 결단하는 복된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오전 포럼에서는 신국원 교수(총신대 명예), 라영환 교수(총신대 신학과)가 각각 ‘생명 돌봄: 회복된 문화-예술의 소명’, ‘샬롬으로서의 기독교 예술’을 발표했다.

신국원
▲신국원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신국원 교수는 “생명 살림과 돌봄은 성경의 대주제다. 우리는 그것을 자주 영혼 돌봄으로만 축소하곤 했다. 전인적 생명 돌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창조주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듣기 위해 대대적 인식의 전환이 요청된다”며 “하나님은 세상을 생명이 충만하고 번영하는 아름다운 곳으로 지으셨다. 그 뜻은 세상이 죄로 인해 악과 죽음의 그늘 아래 신음하게 된 후 변치 않았다. 구원의 완성은 이 땅이 치유되고 회복되는 것이다. 천국, 곧 하나님 나라는 생명이 아름다움으로 꽃 피는 곳이라는 성경의 비전도 중요하다. 생명 돌봄은 하나님의 본래 계획을 다시금 인식함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그는 “세상은 사랑과 생명이 충만한 곳으로 창조됐다. 그래서 아름답다. 성경은 생명의 번영이 창조의 궁극적 목적임을 분명히 보여 준다. 생명은 창조의 극치다. 그것의 번영이 창조의 궁극적 목적이다. 그리스도인은 성경의 근본 진리인 생명 존중과 돌봄을 말과 삶으로 증언하도록 부르심을 받은 제자들이고, 교회는 그들의 공동체다. 우리가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은 그 생명의 온전한 회복을 향한 하나님의 역사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코로나19를 통해 닥친 위기를 하나님의 사랑을 증언할 기회로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현대 문명에서 자연을 정복과 착취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성경적 세계관과 배치된다. 세상은 지극히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완벽하고 선하던 창조 세계가 생명을 돌봐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함으로 지금 매우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 위기는 하나님의 뜻을 거역한 오만한 자율적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탐욕과 무절제한 생활 방식과 이를 부추기는 물신 숭배적 문화엔 생명을 파괴하는 제도와 장치가 가득하다”며 “창조의 청지기로서 인류의 문화 창조는 생명의 번영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동시에 자연은 피조물이며, 숭배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하는 바른 성경적 세계관 위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현대 문화의 가장 큰 아이러니 하나는 문화나 예술의 이름으로 생명을 멸시하는 것이다. 우리가 처해 있는 생태의 위기의 극복을 위해 환경 보존이나 생명 윤리의 정립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전반의 태도를 바꿔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며 “복음의 실재는 교회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 속에도 하나님의 임재가 나타난다. 마코토 후지무라는 문화를 돌보는 이들을 ‘메악스타파’라고 했다. 경계를 걷는 사람을 뜻하는 고대어다. 오늘날의 예술가들은 사회 주변부에서 강력한 통찰과 경고, 성찰, 열망을 보여주는 문화의 청기지요 정원사다. 예술가들은 무너져 오랫동안 황폐해진 곳을 다시 세운다. 문화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돌보도록 부름받은 자원, 아름답게 가꿔 가야 할 정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는 사회적·문화적 돌봄의 책임을 가진다. 문화 돌봄이란 창조 세계의 모든 구성원이 번영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문화 돌봄은 영혼 돌봄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우리가 할 일은 타인을 위해 신실한 존재로 공공선을 위한 복음적 삶을 사는 것이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 통치를 인정하며 오늘 여기 세상 속에서 장차 도래할 샬롬을 증언하는 것”이라며 “고도화된 문화 사회 속 생태환경의 위기, 공동체 파괴로 피조세계 전체가 위험한 오늘의 시대에 성경의 근본 진리인 생명 돌봄의 신앙이 그리스도인의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희망을 제시할 때다. 특히 문화 돌보의 비전은 이념 갈등과 진영 논리로 황폐해진 우리 사회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동체를 살리고 공공선에 이바지하는 문화 돌봄의 비전과 실천이 생태환경 위기의 총체적인 위협에 직면한 우리 모두에게 절실하다. 삶의 비전을 제시하는 예술이 치유와 돌봄을 통한 샬롬의 도구, 평화의 사신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라영환 교수는 “기독교와 문화에 대한 분리적 태도는 종교개혁의 전통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이 하나님으로부터 나왔다는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며 “종교개혁은 거룩한 것과 거룩하지 않은 것을 분리하는 중세의 이원론적 세계관을 거부하고 모든 것이 거룩한 것이라 보았고, 직업 소명설과 만인 제사장설이 여기서 출발한다. 종교개혁 이후 직업은 소명의 통로로 이해됐고, 칼빈은 직업을 넘어 삶 전체를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반응으로 확장했다. 종교개혁가들은 삶의 현장을 하나님의 부르심의 현장으로 보았다”고 했다.

라 교수는 “소명의 회복은 문화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가져 왔다. 종교개혁이 일어난 국가들의 세계관과 문화를 변혁시켰다. 종교개혁은 문화를 파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화를 하나님의 목적 안에서 성취하고자 했다. 화가들은 풍경화·풍속화라는 장르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이어나갔고, 그 속에서 자신의 소명을 발견했다. 이들에게 있어 소명은 자신의 재능을 통해 성경의 진리를 드러내는 것이었다”고 했다.

또 그는 “샬롬은 우리가 알고 있는 평화, 평안 이외에도 온전, 번영, 안녕, 건강, 화평, 구원 등의 의미를 지닌 역동적 개념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샬롬의 핵심적 의미는 온전함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샬롬은 창조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며 “성경은 의와 공평이 이뤄지는 상태를 샬롬이라고 말한다. 샬롬은 하나님의 법에 순종하는 책임 있는 공동체가 마땅히 가져야할 삶의 태도다. 그리스도인은 샬롬을 위해 분투해야 한다. 크리스천 예술가는 작품을 통해 샬롬 없는 세상에 샬롬을 말해야 한다. 타락한 세상에서 아픔과 고통과 상처가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샬롬이 무엇인지 보여 줘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먼저 고통받는 인간의 실존을 다루어야 한다”며 인간의 실존을 다룬 루오(Georges Rouault, 1871-1958), 반 고흐(Vincent Van Gogh, 1583-1890), 조혜경, 이영신 등 작가들의 작품을 살폈다.

라 교수는 “문화를 세속적 영역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 사명은 모든 것 속에서 그리스도의 주권을 선포하는 일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세상으로 들어가야 한다. 크리스천 예술가는 그들의 예술적 작업을 통해 세상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선포한다. 예술은 하나님을 섬기는 방식”이라며 “문화는 타락의 산물이 아니라 창조의 열매다. 타락한 문화가 원래 창조된 의도대로 회복되도록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문화의 방향은 문화의 사역자인 인간이 하나님과 맺는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는 하나님의 창조와 하나님의 창조로부터 비롯된 모든 것에 대한 하나님의 주 되심을 고백할 뿐 아니라 타락한 문화를 하나님의 뜻대로 회복하는 소명을 감당해야 한다. 크리스천 미술이 외면받는 것은 종교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신앙고백을 넘어 밖으로 확장되지 않는 데 있다”며 “크리스천 예술가들은 하나님의 눈으로 타락하여 고통받고 신음하는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이 답을 하지 못하는 문제들에 대해 자신의 예술적 작업을 통해 답을 줘야 한다. 샬롬 없는 세상에 샬롬이 무엇인지 보여 줘야 한다. 세상 속에 세상과 다른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세상의 언어로 담아내야 하는 사명이 크리스천 예술가에게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