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가정교회 예배 중 무슬림이 흉기로 위협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집주인이라 주장하며 예배 중단 요구

▲인도네시아 국기. ⓒUnsplash

▲인도네시아 국기. ⓒUnsplash

인도네시아에서 무슬림들이 예배를 드리던 한 가정교회 성도들에게 정글도를 휘두르며 살해하겠다고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모닝스타뉴스에 따르면, 지난 8월 29일 저녁 서부 수마트라 지방에 있는 베델인도네시아교회(Gereja Bethel Indonesia, GBI) 교인들이 파당 루북 베갈룽 지구 바누아란의 한 임대 주택에서 모임을 갖고 있던 중, 한 무슬림 여성이 돌로 집 창문을 깨고 안에 있는 이들에게 예배를 중단하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히아타니 지두후 히아(Hiatani Ziduhu Hia) 목사는 레이더섬바닷컴(Radarsumbar.com)과의 인터뷰에서 “그 여성은 공격 당시 자신이 집주인이라고 주장했다”며 “이후 그 여성의 남편이 큰 칼을, 다른 남성은 나무 몽둥이를 들고 왔다. 그들은 정글도를 휘두르고 목을 자르겠다며 성도들에게 예배를 중단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목사는 “우리는 계속 기도했고, 그들도 계속 우리에게 예배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며 “우리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그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교회가 예배를 드릴 수 없다’고 계속 주장했던 그 여성은 이후 집주인의 친척으로 밝혀졌다. 우리는 집세를 내기 때문에 집주인이 그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우리 돈을 받는 이들도 우리가 가끔 이곳을 예배 장소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동네 이장도 이미 우리의 활동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입자인 주니 안톤 자이(Juni Anton Zai)는 B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에서 20명의 성도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을 때, 뒷마당에서 한 여성이 소리를 지르며 다가와 창문을 깨는 소리를 들었다”며 “우리는 충격을 받았고, 예배는 중단됐다. 내 아들도 충격을 받았고, 어머니가 비명을 지르면서 우리의 예배는 취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나머지 성도들은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중에 그 여자와 남편, 두 명의 동생이 다시 돌아왔고, 그 여자의 남편은 ‘그곳은 부모님의 집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예배를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내가 이 문제에 대해 차분하게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그들은 거절했다”고 했다. 

이어 “그들은 좋은 말을 하기는커녕 박해를 했다. 그의 남동생도 정글도를 들고 와서 우리에게 겁을 줬다. 다른 남동생은 나무 몽둥이를 가지고 와서, 오토바이에 앉아 있던 나의 가족을 때리려고 했다”고 했다. 

히아타니 목사는 “이번 사건이 현장에서 교회 예배가 처음 중단된 것”이라며 “이를 파당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주니의 변호사이자 지역법률방어팀장인 유티아사 파코(Yutiasa Fakho)는 9월 1일 경찰에 가해자들이 날카로운 무기를 사용한 위협, 기물 파손, 인권 침해 등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고 신고했다.

BBC에 따르면, 그는 경찰에 기소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이를 ‘이웃 윤리’에 대한 ‘오해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그 여성의 남편이 ‘정신 장애를 앓고 있다’고 주장하며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서부 수마트라 종교 간 조화 포럼’(Forum Komunikasi Umat Beragama, FKUB)은 경찰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지역적인 지혜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제안했다.

반면 인권 싱크탱크 ‘세타라 연구소’ 할릴리 하산 사무총장은 “당국과 FKUB가 정의를 ‘무시’했으며, 기독교인의 예배의 자유 권리가 침해됐다”고 했다. 할릴리는 “가장 위험한 것은 법 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방치된다는 것”이라며 “공정한 법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2022년 세타라 인스티튜트(Setara Institute) 보고서에 따르면, 파당은 인도네시아에서 세 번째로 ‘관용적이지 않은 도시’이기도 하다. 

기독교교회연합(Persatuan Gereja Indonesia, PGI) 정의평화부 사무총장인 헨렉 레크라(Henrek Lekra) 목사는 성명을 내고 “우리는 살해 위협으로 이어진 기독교 가정 예배를 해체하는 무정부주의적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와 같은 행동은 헌법에 어긋날 뿐 아니라 사랑, 정의, 평화를 우선시하는 모든 종교의 가치와 가르침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했다.

레크라 목사는 “앞으로 나쁜 선례를 남기고 사회 불안을 확산시키지 않도록, 예배를 중단하기 위해 저속한 죽음의 위협을 가한 가해자에 대해 경찰이 즉각 강경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범죄 행위에 대한 기소와 더불어 심의와 대화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중재는 보안군에 의해 진행돼야 하고, 지방정부는 피해자에게 압력을 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 조코 위도도(Joko Widodo)는 최근 중부 자바 페칼롱간에서 열린 2023년 국제수피회의 개막식에서 “인도네시아에서 다양성의 조화가 계속 장려되지만, 여전히 편협한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불관용의 사례가 여러 건 있다”며 “인도네시아와 세계의 평화가 유지될 수 있도록 우리가 주목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는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인 오픈도어(Open Doors)가 선정한 2023년 기독교 박해국 목록에서 33위를 차지했다.

오픈도어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사회는 보다 보수적인 이슬람을 채택하고 있으며, 복음 전도 활동에 참여하는 교회는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표적이 될 위험에 처해 있다.

보고서는 “교회가 복음을 전파하는 것으로 보이면 곧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특히 농촌 지역에서 반대에 직면하게 된다”며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비전통적인 교회들이 교회 건물 허가를 받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당국은 종종 그들의 서류 작업을 무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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