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의도였다 해도 서류 조작한 것은 잘못 인정”
인터넷과 라디오 방송으로 북한 인권을 위해 활동해 온 ‘자유북한방송(www.freenk.net)’ 김성민 대표가 탈북자들의 지원금을 빼돌려 기소됐다는 언론사들의 보도에 대해 자유북한방송 측은 “고의적이고도 악의적인 편파보도”라고 말했다.
자유북한 방송은 13일 ‘언론은 언론다워야 한다 (언론의 원칙과 개념을 망각한 KBS의 편파보도)’라는 제목의 반론 보도를 통해 “뉴스를 내보내기 전에 사건의 진실성을 확인하는 것이 기자의 사명이자 본분”이라며 명예를 회손 시킨 KBS와 국민일보에 법정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일은 KBS와 국민일보가 12일 차례로 ‘김 대표가 상습적으로 직원들의 고용지원금을 가로채온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기소됐다’고 보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보도에 따르면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자유북한방송 김 대표가 탈북자들을 고용한 사업주에게 지급하는 1인당 월 50만원씩의 정부 지원금을 상습적으로 가로채 왔다고 서울 남부지검이 발표했다. 지원금은 고용 직원에게 1백만원 이상의 월급을 제공했을 때만 지급된다.
김 대표는 원고를 기고한 탈북자들에게 원고료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탈북자들의 명의를 도용, 이들을 고용한 것처럼 속여 지원금을 받아온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검찰이 김 씨를 여러 차례 소환 조사한 가운데 혐의를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 대표는 행사 차 일본에 출국 중이며 13일 귀국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류조작은 탈북 직원 돕기 위했던것, 지원금 빼돌린 적은 결코 없어”
하지만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자유북한방송 측은 일부 사실을 확대 왜곡 해석한 악의적인 보도라는 입장이다.
반론보도에서 자유북한방송은 “온갖 적대세력들의 집요한 도발과 방해 속에 방송을 만들어간다는 것은 필사 각오와 불굴의 토지 뼈를 깎는 노력이 없이는 이룰 수 없다”며 “돈에 욕심이 있었다면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방송국 소속 김대성 기자는 전화통화에서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분명히 달게 받겠지만 상습적으로 지원금을 가로챘다는 보도는 악의적인 오보”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개국 초기 어려운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30만원, 50만원 밖에 주지 못했다. 1백만원을 준다고 서류를 처리했던 것은 그렇게 해야 정부의 지원금이 나오고 그것으로 직원들에게 도와주려고 했던 것이지 결코 가로채거나 빼돌린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당시에는 직원들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하루에 도시락을 두 세 개씩이나 가지고 출근했다. 다들 가정이 있는 사람들인데 힘들지 않았겠느냐”며 “최근 검찰에서 김 대표님 뿐만 아니라 전 직원들도 수사를 받았다. 오히려 직원들이 ‘국장님 그런 사람 아니다 나 때문에 그런 것이다’라고 울면서 호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려운 상황에 탈북자들이 부탁을 해 인정때문에 자르지 못하고 타 준 것인데 마치 김 국장님이 중간에 가로챈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다. ‘내 명의로 돈 받아 먹었다’고 말을 맞추는 것도 한 두 명이지 13명이나 되는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김 기자는 외부 필진들의 원고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정 직원으로 서류를 작성해 지원금을 지급한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라고 말했다. “별다른 직장도 없는 분들이 객원 기자로 매달 두 세 개씩의 원고를 보내오지만 이들에게 줄 수 있는 돈은 30만원 정도 뿐이다. 직원으로 서류를 작성해 등록한 것이 잘못이라면 인정하지만 개국 초기에는 사비를 털어 원고료를 지급했던 분인데 원고료를 빼돌렸다는 보도는 억울하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서류를 조작한 부분은 분명히 잘못이다. 잘못된 점은 처벌을 달게 받겠다. 하지만 김 대표님이 그 정도의 혐의가 있다면 왜 일본으로 출국하는 것을 검찰이 막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탈북단체로서 정부로부터 회유도 제일 많이 받았다. 그래서 돈 좀 먹지 않았을까 라고 가정하는 것 같은데 다른 단체들의 편법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자유북한방송이 횡령했다고만 했다. 공정성 없이 불순한 눈으로 자유북한방송에 대해 보도했다”고 말했다.
또 자유북한방송은 반론보도에서 “남한 내에 친북 세력들이 방송 중지를 요구하며 자유북한방송을 음해하고 시기했다. 탈북자의 돈이나 가로채는 소인배로 몰아가는 KBS야말로 제 정신을 가진 언론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며 이번 보도가 현 정부의 친북 성향과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김 기자는 “13일 김 국장님이 일본에서 돌아오시면 공식적으로 성명서를 내고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자유북한 방송은 지난 99년 탈북한 김 대표가 2004년 동료 탈북자들과 함께 출발해 2005년 12월 본격적으로 대북 단파를 쏘아 올리면서 시작된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및 라디오 방송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북한선교위원회가 지난 2006년 4월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2백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47%가 청취하거나 방송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고 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다.
전 북한노동당 비서였던 황장엽 씨가 매주 ‘황장엽 강좌’를 맡아 김정일 체제에 대한 비난을 계속하고 있으며 북측이 방송을 중단하라는 협박성 성명을 10여 차례 보내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