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로크릭에 문제점은 없나(기자의 눈)

김영빈 기자  ybkim@chtoday.co.kr   |  
매우 상반되는 세미나 두 개가 비슷한 시기에 개최돼 기자의 흥미를 자아냈다.

지난 17-20일에는 한국 개혁주의 설교연구원 주최의 개혁교회 관련 세미나가, 지난 24일에는 윌로크릭코리아 주최의 목회자 리더십 관련 컨퍼런스가 진행된 것이다.

전자에 강사로 나선 반즈(Barnes) 교수는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모으고 있는 윌로크릭 커뮤니티 교회를 날카롭게 비판했던 반면, 후자에는 바로 그 비판의 대상이었던 윌로크릭 교회의 담임 빌 하이벨스 목사가 강사로 나서서 많은 한국의 목회자들을 제압했다.

1975년 하이벨스 목사를 포함한 30여명의 젊은이들이 극장 하나를 빌려 시작해 오늘날 성도 수1만 8천명 이상의 규모로 성장한 윌로크릭 교회는 제임스 몽고메리 보이스의 말대로 '미국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교회'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교회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윌로크릭 협회에 가입된 교회만도 백여 개가 넘는 상태다.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극장식 예배당 및 호수 공원을 갖춘 본 교회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그러한 시설적인 요인 외에도 박진감 넘치는 찬양, 그리고 드라마, 영상 등의 현대적 감각에 맞는 다양한 자료들을 이용해 흥겨운 축제 분위기로 예배를 진행한다는 점에 있다. 활발한 소그룹 활동 및 불신자들을 위한 '구도자 예배'를 실시하는 것도 사람들이 윌로크릭으로 몰려드는 이유다.

이번에 방한한 빌 하이벨스 목사는 평상복 차림으로 강단에 올라 창의성, 독창성, 열정을 통해 불신자들을 전도하고 신자들을 양육하는 방법을 힘 있게 강연했으며, 강연 중간 중간에는 역동적이고 영감 넘치는 찬양 공연이 진행됐다.

한편 소수의 참석자들이 모인 행사장에서 반즈 교수는 윌로크릭 교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반즈 교수는 우선 "윌로크릭 교회는 사람들을 각성시키는 복음을 제시하기보다 그들을 기쁘게 하는 공연을 베푸는데 강조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즈 목사에 따르면, 윌로크릭에는 십자가 형상이나 찬송가도 없다고 한다. 반즈 목사는 '온 교회와 이 일을 듣는 사람들이 다 크게 두려워하니라'는 사도행전 5장 11, 13절을 인용하며, "성경적으로는 불신자들의 존경을 얻는 것이 그들을 기쁘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둘째, 반즈 교수는 "윌로크릭 교회에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자들이 구도자들의 느낌을 추구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심사숙고한 시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이벨스의 강조점은 거룩하시고 진노하시는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올바른 사람이 될 것인가에 있기보다는 어떻게 보다 나은 관계를 완성하고 세울 것인가에 있다."고 언급한 후, "기독교는 하나님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죄인들을 하나님께 나아오도록 하는 것을 추구한다. 구도자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은 성령께서 하나님을 찾도록 이끌지 않는 한 죄인들이 하나님을 찾지 못한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봤다.

셋째, 반즈 교수에 따르면, '매체는 메시지' 라는 말에서 보듯 영상 매체는 중립적인 것이 아니다. 영상 매체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것은 복음주의적 교리를 한쪽으로 치우치게 한다면서, 반즈 교수는 영상 매체를 통해 얼마나 많은 이들을 믿음으로 이끌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다음으로 반즈 교수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는 것으로부터 마음에 찔림을 받게 하는 것으로 전환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사람들이 교회에 나오는 것이 재미있는 교제를 나누고 아주 유쾌한 시간을 가지며 보다 나은 관계를 형성하고 자기 개발을 강조하는 모임 때문이라면, 어떻게 부정한 영혼이 하나님 앞에 바로 설 수 있겠는가?"라고 질문했다.

끝으로 반즈 교수는 "교회의 첫번째 임무는 전도가 아니라 성도들을 온전히 세워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라는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이러한 반즈 목사의 강연에서는 율법주의적인 엄격한 면도 엿보였지만, 듣는 이의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드는 부분들도 있었다.

우선 드라마, 영상의 사용, 교회의 흥겨운 분위기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라면 그 비판에는 문제가 있다.

예수님이 화를 내고 청중을 저주하면서 그들에게 말씀을 선포하신 것은 아닐 것이다. 고통스런 세상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한 주를 살아온 교인들에게 안식일날 축제 같은 예배를 통해 하나님의 위로와 평안을 전해줄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 그리 큰 잘못일까. 무겁고 점잖은 분위기에서만 경건한 예배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열렬히 찬양하는 이들에게서 하나님 앞에서 힘을 다해 춤 추었던 다윗 안에 있었던 순수함 같은 순수함이 보인다.

또한 그동안 사탄에게 빼앗겼던 미디어들을 교회가 다시 들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값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벤허 같은 영화는 휼륭한 선교 도구이지 않은가.) 사람은 들은 것의 95%를 72시간내에 잊어버리는 냉정한 현실 앞에서 시청각 자료를 포함한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메시지를 쉽고 인상적이게 전달하는 것은 문명의 이기를 이용한 효과적인 복음 전달이 될 것이다.

그러나 반즈 목사의 주장대로 윌로크릭 교회에 십자가 형상이 없고 또 사도신경 암송도 실시되지 않고 있다면, 또 교인 중 많은 이들이 하나님과의 교제보다 사람과의 교제를 위해서 출석하고 있다면,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행사에서 시작하는 기도와 마치는 기도 없이 강연을 진행하던 하이벨스 목사의 모습도 다소 눈에 거슬렸다.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유쾌함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죄는 아니지만, 그것이 문화적으로 유연하게 행하며 복음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오히려 복음을 세상과 타협하는 차원에 이르게 된다면, 그것은 큰 문제다.

'구원 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는'(행 2:47) 하나님의 도우심 없이 교회는 부흥할 수 없기에, 윌로크릭 교회가 부흥한데는 그 안에 하나님을 향한 나름의 순수한 신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윌로크릭 교회는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직시하고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할 시점에 처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윌로크릭 교회를 비롯한 대중적인 교회들의 문제들은그들 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이들을 본받고자 하는 세계 수많은 교회들의 문제들로 확산될 위험성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번 세미나장에도 윌로크릭한테 배우려는 수천의 한국 목회자들이 운집했던 바 있다.

이에 썩은 부분이 있다고 무조건 그 이를 뽑아버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썩은 부분을 적절히 치료하면 그 이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것처럼, 여러 문제점들을 지니고 있는 윌로크릭 교회를 포함한 현대적 감성을 추구하는 교회들도 적절한 치료의 과정을 거치면 오늘날 여러 교회들의 휼륭한 모델 교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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