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명섭 칼럼] 신비주의의 선구자 이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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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명섭 박사 (서울신대 성결교회역사연구소 전임연구위원)
▲허명섭 박사 (서울신대 성결교회역사연구소 전임연구위원)

이용도(李龍道, 1901-1933) 목사는 한국교회 신비주의 운동의 선구자였다. 33세의 길지 않은 생애를 ‘고난 받으시는 그리스도의 신비주의’로 담아내던 것이다. 이용도의 신비주의는 ‘선교사 후견의 시대’에서 ‘한국적 교회 수립의 시대’로 전환되던 시기에, 한국교회 신앙의 한 형태로 실험되었다. 하지만 그 실험은 1933년 초 황해도 해주에서의 집회를 마지막으로, 그가 역사의 무대에서 뒤안길로 사라짐에 따라 표면상으로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가 ‘천적애(天的愛)’에 바탕을 두고 뱉어낸 고고한 신비적 숨결은 한국교회 저변에 꺼지지 않는 생명력으로 흐르고 있다.

이용도가 처음부터 신비주의의 길로 매진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1919년부터 독립운동에 연루되어 4차례나 체포되고, 3년여의 감옥생활을 할 정도로 민족애의 열병을 앓던 민족주의자였다. 하지만 이후 평안남도 ‘강동의 체험’과 강원도 ‘통천의 체험’을 거치면서, 이용도의 신비주의는 ‘부패한 교회와 세상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깊이를 더해 갔다.

그는 1925년 24세의 나이로 협성신학교에 입학하여, 신학수련을 하던 중 ‘폐병 3기’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 당시 폐병 3기는 죽음의 선고와도 같았으며, 이용도는 여기에 망연자실했다. 가족과 친구들은 그런 이용도를 억지로 이끌어 평안남도 강동으로 요양을 보냈다. 그곳은 절친했던 교우 이환신의 고향이었다.

그런데 그곳의 시골교회가 서울에서 신학생 2명이 내려왔다는 소식을 듣고, 부흥회를 인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예기치 않은 부탁을 받은 이용도는 떨리는 마음에 밤새도록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도로 밤을 밝히고 새벽강단에 섰다. 그때 이용도의 심정은 “주님께서 불러 세우시는 것이었으니 이 자리에서 한마디라도 외치고서 당장 죽어지리라”는 것이었다.

이에 강단에 서니 그것이 열정과 열변으로 불타 올랐으며, 찬송을 불러도 눈물이요, 기도를 올려도 울음이었다. 설교도 해 내려가다 울음에 떨려 말소리가 흐려졌다. 그 와중에 이용도의 심중(心中)은 이상한 열로 끓어올랐다. 그리고 청중들은 이용도가 무슨 말이든지 꺼내면 통곡이요, 감동이요, 감격이었다.

이후 ‘울음과 눈물’은 이용도가 이끄는 부흥회의 한 특징이 되었다. 심리학적으로 눈물은 마음을 치유하는 힘과 청결케 하는 의식적인 매개물이다. 심리적인 장벽들과 그림자들을 치유하는데 울음과 눈물보다 효과적인 것은 없다고 한다. 사실 초기 한국교회는 울음과 눈물을 통해 자기변화와 치유를 경험하던 특이한 현장이었다. 한국인의 감성적이고 정서적인 영이 예수의 복음과 만나면서 회심의 눈물과 은혜의 눈물이 넘쳐흘렀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교회부흥의 터가 되었다. 강동의 체험은 이용도의 생애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

이후 이용도는 전혀 새로운 사람이 됐다. 질병의 도전 앞에 꺼져가던 생명력이 소생되었으며, 신비한 영적 세계에 대해 체험적 눈이 열리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한 주일 동안을 하고 나니 원기왕성, 의기충전, 밥은 전보다 배나 먹을 수 있고 주먹을 꽉 쥐어보니 기운이 산도 무너뜨릴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편에서 자진해서 근처의 다른 교회로 가서 부흥회를 열었다. 밤 열한시까지 집회를 끝내고 60리 길을 다섯 시간에 걸어 집에까지 돌아왔어도 피곤도 모르고 원기 왕성하였다.”

한편, 이용도의 통천 체험은 강동 체험과 함께 그를 더욱 깊숙이 신비주의의 길로 이끌었다. 그는 1928년 1월 신학교를 졸업하고, 첫 임지로 통천읍교회를 배정받았다. 하지만 첫 목장에서의 사역은 평탄치 않았다. 신앙의 확신이 없이 이리 저리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그는 박재봉(朴在奉이)이라는 교회청년과 함께 산에서 10일간 금식기도를 하고, 이를 계기로 신앙적 확신을 갖게 됐다. 이후 그는 어느 곳에서든지 기도에 매달리는 사람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1928년 성탄절 전야에 있었던 그의 ‘승마체험’(勝魔體驗)은 이후의 사역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그날 새벽 3시쯤 되어 그는 여느 때처럼 성전으로 나갔다. 이때에 문득 깨달아 지는 바가 있어 “아버지여 나의 혼을 빼어 버리소서. 그리고 예수에게 아주 미쳐 버릴 혼을 넣어 주소서. 예수에게 미쳐야겠나이다. 예수에게 미치기 전에는 주를 온전히 따를 수 없사옵고 또한 마귀와 싸워 이기지 못하겠나이다”라고 기도했다. 이렇게 몇 시간을 기도로 몸부림치고 있을 때, 마귀가 나타나 이용도를 농락했다.

마귀의 형상은 몸집은 크고 까맸으며, 수족에는 삼지창 같이 검고 날카로운 손톱 발톱이 있었다. 그리고 눈망울은 사발같이 크고 둥글거렸으며, 이빨은 사자의 이빨 같은 것이 앙상히 드러내고 있었다. 또한 머리에는 두 큰 뿔을 가졌고, 사람도 짐승도 아닌 생전 보지 못하던 무서운 형상이었다. 그런 형상의 마귀들로 성전이 가득했다. 그 마귀들은 때로는 웃는 형상으로, 때로는 그 무서운 눈망울을 부릅뜨고, 혹은 손을 내밀어 낚아채려고 하는 등 이용도의 머리맡에 서서 그를 위협하며 기도를 방해했다. 실로 가슴이 서늘하고 소름이 끼쳐지는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이용도는 피투성이가 되도록 그런 마귀들과 싸우고 그것들을 멀리 쫓아버렸다.

이 일 후에 올라선 강단은 불을 뿜는 듯했으며, 통천읍교회에는 회개의 역사와 함께 큰 부흥이 일어났다. 50-60명에 불과하던 신자는 몇주일 후 150-160명으로 늘어나 예배당이 꽉 들어차게 되었다. 물론 그 배후에는 이용도의 기도가 있었다. 그는 기도에 대해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기도가 없을 때 나의 영이 메마르는 때입니다. 가뭄이 오래면 논과 밭 그 바닥은 갈라지고 터지는 것처럼 기도의 가뭄이 오래될수록 나의 마음 밭은 풀썩풀썩 먼지가 날 뿐 아니라 갈라지고 터지어 나의 영은 아픔을 느끼고 있습니다. 기도로만 나의 영은 윤택하여지고 은혜의 비에 젖게 되는 까닭입니다. 기도가 없을 때 나의 영은 괴로운 때입니다. 기도는 나의 기쁨이요 나의 의미요 나의 생명이요 나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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