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토론한 70명 목회자 “정상회담서 섣부른 협정 없어야”
노무현 대통령이 내달 평양에서 열리게 될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평화협정 서명 용의를 전달할 예정인 가운데 국내외 70인 목회자들이 한국정부가 베트남의 공산화를 부른 키신저의 협정에서 보인 실수를 이번 정상회담에서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서울교회 이종윤 목사, 영락교회 이철신 목사, 새문안교회 이수영 목사, 해오름교회 최낙중 목사 등 국내 목회자들과 미국 베델한인교회 손인식 목사, 웨스트힐장로교회 김인식 목사 등 해외 한인 목회자 70인은 ‘북한 인권과 자유평화를 위한 목회자 회의’를 27일과 28일 1박 2일간 영락교회에서 열고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의제들에 대해 집중 토론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후원하고, 북한 자유를 위한 KCC가 지원한 이번 회의에서 목회자들은 “이 민족의 안보는 또 다시 큰 위기의 소용돌이에 빠질 기로에 놓였다”며 “신앙의 자유 또한 공산당의 손에 빼앗길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큰 것임을 우리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이 논의되는 데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목회자들은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정리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남북의 지도자들이 회담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회담에 임하는 남북의 지도자들이 누구인가에 더 주목하기를 원한다”며 “북한의 지도자는 기독교를 탄압하고 선교의 자유를 전면 차단하며 북한의 지하성도들을 온갖 악행으로 처벌함으로 종교의 자유를 철저히 압살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평화협정 논의에 대해서는 “베트남전쟁의 종전과 평화회담을 추진한 키신저의 협상 결과 수백만의 베트남 자유시민들이 자유와 재산을 박탈당했으며 보트피플이 돼 남중국해에 수장됐다”며 “월남의 모든 종교 지도자들과 신도들과 시민들이 학살당하고 수용소로 유배당하며 생업을 몰수당한 것을 불과 수십 년 전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생생히 지켜봤다”며 섣부른 평화협정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 목회자들은 “이같은 역사의 전철을 분명히 알면서도 1천만 기독교인들과 수만 개의 교회들, 수많은 성직자들은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를 향해 말 한마디 외치지 못하고 있다”며 “땅을 치고 통곡하며 에스더처럼, 기드온처럼 일어나 물질문명에 마비된 이 시대 성도들을 깨우고 다시 한번 민족의 운명을 구해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이 우리에게 맡겨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목회자들은 “적화통일과 인권말살의 공산통치를 조금도 바꾸지 않은 북쪽의 지도자와 통일 협상을 추진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민족적 운명을 해치는 중대사”라며 “국내외 70인 목회자는 원칙을 외면한 그 어떠한 평화선언이나 평화협정 추진도 불법이요 무효임을 만천하에 선언한다”고 공표했다.
목회자들은 남북정상회담에서의 원칙으로 △북한동포의 인권회복과 북핵폐기가 반드시 의제가 될 것 △대한민국의 안보와 통일문제는 김정일 정권과 협상하지 말 것 △북한 내 지하 기독교인들에 대한 탄압은 반드시 중단시킬 것 등을 제시했다.
베이징 올림픽 앞두고 ‘중국 내 탈북자 자유선언’
목회자들은 이날 남북정상회담에서의 평화협정 논의에 대한 우려와 함께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내 탈북동포들의 인권탄압이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도 발표했다.
목회자들은 “무자비한 북한정권의 독재와 기아상황을 면하기 위해 북한을 탈출한 수많은 탈북동포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중국 땅에서 인간 이하의 처우를 당하거나 팔려 다니고 있다”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중국정부를 행해 탈북동포들에게 자유와 인권을 회복시킬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올림픽과 같은 인류의 평화와 번영의 축제를 주최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나 굶주림과 탄압을 피해 중국 땅에 들어온 탈북동포들을 체포하고 북송하는 인권유린은 중단되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베이징 올림픽에 참여할 세계의 모든 나라와 민족들이 중국정부의 이중성을 비웃고 비난할 것이며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에 막대한 장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목회자들은 “중국 내 탈북동포들의 인권을 회복해 그들에게 난민지위를 부여하거나 그들이 원하는 제3국으로 떠날 권리를 부여하라”며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중국 내 탈북자들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뭉쳐질 것임을 선언하며 더불어 베이징 올림픽에 참여할 세계 모든 민족과 나라들에게 호소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