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계도 교과서 비판, “교회가 학교만 세웠나”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박명수 교수, 현 역사교과서의 개신교 평가절하 지적

				▲서울신대 박명수 교수가 금성출판사의 역사교과서에 대해 “개신교의 역할을 왜곡·축소했다”며 비판했다. ⓒ류재광 기자
▲서울신대 박명수 교수가 금성출판사의 역사교과서에 대해 “개신교의 역할을 왜곡·축소했다”며 비판했다. ⓒ류재광 기자

성결교회역사연구소(소장 박명수 교수)가 26일 오전 ‘한국 기독교와 역사교과서’라는 주제로 제12회 영익기념강좌를 개최했다. 기존 역사교과서가 한국 근·현대사 서술에 있어 개신교의 역할 평가절하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한 이번 강좌는,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기존 역사교과서의 사관을 비판하며 대안교과서를 출간한 시기와 맞물려 큰 관심을 모았다.


이날 발제자로 나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기독교 서술의 문제점’을 주제로 강여한 박명수 교수(서울신대)는, 특히 현 6종 교과서 중 일선 고교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을 뿐더러 가장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박명수 교수는 이 교과서가 한국 근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두 측면인 ‘민족’과 ‘근대화’ 중 민족의 문제만 지나치게 부각시킴으로써, 한국사회 근대화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개신교의 역할을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성출판사의 교과서에는 개신교가 단편적이면서도 간헐적으로 언급돼 있고, 그것도 문단의 형태로 설명되고 있는 곳은 한 군데 뿐”이라며 “그것도 개신교 선교가 아니라 개신교가 학교와 고아원을 세운 것을 설명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조차도 천주교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유교, 불교 유입 과정은 있는데 개신교는 없다”

특히 박명수 교수는 유교와 불교의 경우 우리나라에 유입된 과정과 역사에 미친 영향이 자세히 서술돼 있는 반면, 현재 한국 인구의 20%에 달하는 개신교의 유입 과정에 대한 설명은 없다는 점도 비판했다. 박 교수는 “개신교의 유입은 불교, 유교의 유입과 함께 한국의 문화를 설명하는 중요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한 금성출판사의 역사교과서가 개신교에 대한 설명에는 인색하면서도 평가는 냉혹하다는 점에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이 교과서가 “서양 종교의 이념은 전통적인 가치관과 충돌하여 민중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특히 지나치게 복음주의를 강조하여 제국주의 열강과 일제의 침략을 옹호하기도 하였다”고 서술한 데 대해서 “역사에 대한 무지 혹은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개신교의 이념이 조상숭배와 같은 유교의 전통적인 가치관과 충돌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현상의 배경에는 민주사상과 과학사상이라는 요소가 담겨 있다”는 점과 “유럽 교회의 선교가 제국주의 확장과 무관했다 할 수는 없지만, ‘복음주의’의 경우 정교분리를 주장하며 제국주의와는 거리를 두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명수 교수는 그러면서 역사교과서가 개신교의 서양문화 유입 통로 역할 수행, 평등 사상 전파, 자본주의 문화 형성, 독립운동, 계몽운동, 대한민국 건국, 통일운동, 한민족 세계화 등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역사교과서의 서술이 왜곡됐거나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현상의 원인을 ▲과거 역사 계승에만 관심을 기울인 나머지 오늘의 한국사회 뿌리를 추구하는 데 게을렀다 ▲지나치게 폐쇄적인 민족주의 입장에서 쓰여졌다 ▲지나치게 정치 중심적으로 쓰여졌다는 등으로 꼽은 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의 역사학자들과 한국 개신교 교회사가들간의 대화가 있어야 하며 ▲현재 역사교과서에 대한 보충자료를 만들어 기독교인 역사교사들과 미션스쿨에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좌파 사관, 민족·민중주의 편향도 문제”

박명수 교수의 발제에 대해 논평한 이은선 교수(안양대학교 기독교문화학과)도 박 교수의 입장에 대체적으로 찬성을 표하며 “앞으로 기독교계가 더욱 분발하여 기독교가 한국 근현대사에 기여한 부분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한편 박 교수가 금성출판사 교과서의 좌파적인 시각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박 교수에 앞서 ‘서양의 근대화와 개신교, 그리고 그 한국적 파장’을 주제로 발제한 이주영 명예교수(건국대학교 사학과)는 기존 교과서의 민족·민중주의에 편향된 사관을 비판했다. 그는 민족주의에 대해서는 “한강의 기적은 대한민국의 국민의 공이지 인민공화국의 공이 아니”라고, 민중주의에 대해서는 “역사 발전에 있어 엘리트의 역할을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영익기념강좌는 성결교회역사연구소에 설립 기금을 기증한 고(故) 김영익 집사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봄에 열리는 학술강좌로, 1997년 시작된 이래 올해로 12회를 맞았다. 영익기념강좌는 그간 ‘현대사회와 복음주의’, ‘복음주의와 영성’, ‘한국교회와 1907년 대부흥운동’ 등 한국교회와 복음주의 운동의 굵직한 이슈들을 다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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