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자 요한과 나사렛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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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교수] 예수의 역사성과 진실 (11)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말라기의 예언이 끝난 후 세례자 요한의 등장까지는 약 2백년이라는 긴 침묵의 기간이 있었다. 그것은 새벽이 다가오기 전 더욱 어두워지는 것과 같다. 이 기간은 예언자들의 약속 활동이 끝나고 다가오는 메시야 시대를 예비하는 기간이었다. 이 공백기간은 질흙같은 암흑기였으나 하나님의 구속섭리가 진행되는 시간이었다. 2백년 동안의 공백을 깨뜨리고 출현한 자가 바로 세례자 요한이었다. 그는 광활한 유대광야에서 “주의 길을 예비하라. 그의 첩경을 평탄케 하라”(마 3:3) 광야의 소리로서 나타났다. 이 요한은 광야에서 생활한 자로서 당시 에세네파 종교의식의 영향을 받은 자였다.

나사렛 예수의 복음 사역은 세례자 요한의 하나님 나라 예비사역 속에서 조명될 수 있다. 4복음서는 예수의 공적 출현을 그의 길을 준비하는 세례자 요한의 사역의 맥락 속에서 설명하고 있다. 세례자 요한은 당시 에세네파 공동체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자였다. 그는 오시는 메시야를 예배하는 자로서 자기의 사명을 이해하였다. 예수는 세례자 요한에게서 세례를 받으셨고, 요한의 설교를 계승하셨다(막 1:9, 14, 15) (Otto Betz, Was wissen wir von Jesus?, 1967). 나사렛 예수는 세례자 요한이 설교에서 증거한 바로 장차 오실 자였다.

세례자 요한: 주의 길을 예비하는 자

세례자 요한은 쿰란 공동체가 기대하는 하나님의 오심이라는 종말의 지평에서 그의 사역을 전개하였다. 복음서 기자들은 세례자 요한을 “광야에서 야훼의 길을 예비하라”(사 40:3)라는 이사야의 예언의 말씀으로 소개한다. 쿰란 공동체 소속인들에게 이 이사야의 말씀은 의미심장한 메시지였다. 세례자 요한에 대하여 복음서 기자 마가는 하나님의 오심의 길을 예비하는 광야의 소리(막 1:2-4)로서, 복음서 기자 누가는 엘리야의 정신과 능력을 가지고 야훼의 길을 예비하는 자로 소개하고 있다: “저가 엘리야의 심령과 능력으로 주 앞에 가서 아비의 마음을 자식에게, 거스리는 자를 의인의 슬기에 돌아오게 하고 주를 위하여 세운 백성을 예비하게 하리라”(눅 1:16-17)

누가는 세례자 요한의 출생이 하나님의 구속의 섭리 가운데서 이루어졌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는 제사장 샤가랴의 아들로 태어났다. 샤가랴와 그의 아내는 늙도록 아이를 가지지 못했다. 두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온전한 삶을 살았다: “이 두 사람이 하나님 앞에 의인이니 주의 계명과 규례대로 흠이 없어 행하더라”(눅 1:4). 샤가랴가 하나님 앞에 제사장의 규례대로 분향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천사가 나타나 요한의 잉태를 알린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네게 아들을 낳아주리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라”(눅 1:13).

세례자 요한은 제사장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광야로 나가 하나님의 말씀을 받고 회개의 세례를 선포한다. 그는 백성들을 불러 그들의 마음과 정신에 새 방향을 주고 다가올 심판을 예비하는 삶을 살아라고 촉구한다. 그는 회개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으로부터 죄의 용서를 받은 표시로 요단강에서 세례를 주었다. 세례자 요한은 제사장의 아들로서 레위 족속의 순수성을 보유했다, 그는 세속에 물들지 않는 순수한 자로 보존하기 위하여 경제적으로 독립했다. 그는 광야의 빈들에서 살았고,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 당시 광야의 유목민들 처럼 낙타의 가죽옷을 입었다(막 1:6). 그는 쿰란 공동체를 향하여 정신적으로 근접했고 그의 생활도 쿰란 공동체 구성원들과 비슷했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은 쿰란 공동체 구성원들만이 아니라 온 세상을 향하여 “회개하라”는 설교를 했다. 회개란 쿰란 공동체에서 파문당한 사람에게도 해당된다. 하나님의 구원은 제도화된 공동체 밖에도 나타난다는 것을 말한다. 그는 모든 사람들을 향하여 회개의 설교를 함으로써 장차 올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였다(눅 3:7-9). 쿰란 공동체가 행한 바와 같이 세례자 요한은 종말론적이고 완전한 정결의 행위로써 성령으로 행하는 세례를 지향하였다(막 1:8). 복음서 기자 마태는 세례자 요한의 메시지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회개하고 요단강에서 회개의 침례(浸禮)를 받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때에 예루살렘과 온 유대의 요단강 사방에서 다 그에게 나아와 자기들의 죄를 자복하고 요단강에서 그에게 세례를 받더니”(마3:5-6). 그러나 세례자 요한은 회개하고 세례받은 자들을 수도원의 금욕적 생활에 머물게 하지 않았다. 그는 이들이 전에 가졌던 직업과 일상적 신분에 돌아가도록 하였다(눅 3:10-14). 그는 소수의 제자들과 함께 광야에서 머물면서 생활하였다. 세례자 요한은 쿰란공동체가 매일 반복하는 목욕 대신에 단 한 번의 침례를 베풀었다.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사명을 말하고 있다: “나는 너희로 회개케 하기 위하여 물로 세례를 주거니와 내 뒤에 오시는 이는 나보다 능력이 많으시니 나는 그의 신을 들기도 감당치 못하겠노라. 그는 성령과 불로 너희에게 세례를 주실 것이요”(마 3:11). 세례자 요한은 앞으로 오시는 메시야의 길을 예비하기 위하여 회개하라는 징표로써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런데 자기 뒤에 오시는 자는 능력이 많으시며,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 “성령과 불”이란 오순절 성령 강림 때에 이루어졌다. 세례자 요한은 앞으로 오시는 메시아는 종말론적 심판자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손에 키를 들고 자기의 타작 마당을 정하게 하사 알곡은 모아 곡간에 들이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물에 태우시리라”(마 3:12).

예수는 나중에 공적 사역을 하시면서 세례자 요한이 옥이 갇힌 후에 그에 대하여 평가하신다: 그는 “선지자보다 나은 자”(마 11:9)이며 “주의 길을 예비하는 자”이며 “여자가 낳은 자 중에 세례자 요한보다 큰 이가 일어남이 없도다”(마 11:11), “오리라 한 엘리야가 곧 이 사람”(마 11:14)이다.

세례자 요한의 메시지: 회개하라

세례자 요한은 유대 광야에서 회개의 메시지를 전파한다: “회개하라 하나님 나라가 가까웠느니라”(마 3:1). 세례자 요한은 종교지도자인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이 세례 베푸는 곳에 나아오는 것을 보고 회개의 열매를 맺으라고 이들을 책망한다: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를 가르쳐 임박한 진노를 피하라 하더냐. 그러므로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고 속으로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고 생각지 말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나님이 능히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시리라”(마 3:7-9). 세례자 요한은 유대의 종교지도자들에 대하여 “독사의 자식”이라고 질책하며 아브라함의 자손이란 혈통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회개를 통한 마음의 변화를 통하여 이루어짐을 말하고 있다. 혈통이 하나님 나라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구원은 이제 유대 민족주의에서 영적 이스라엘로 옮겨가고 있다. “이미 도끼가 나무 뿌리에 놓였으니 좋은 열매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어 불에 던지우리라”(마 3:10). 이 말씀은 하나님의 심판과 진노의 불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종말론적 메시지이다. 모든 사람들은 삶의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말씀이다.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받음: 죄인과 동일시 되심

예수께서는 공생애를 시작하기 전에 요단강에 나아가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려고 하신다. 예수는 놀라운 겸허를 그 마음에 지니시고 요한에게 나아갔던 것이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가 메시야임을 알아보고 말한다: “내가 당신에게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당신이 내게로 오시나이까”(마 3:14). 그러나 예수님은 허락하라고 말씀하신다: “이제 허락하라. 우리가 이와같이 하여 모든 의를 이루는 것이 합당하니라”(요3:15).

그리하여 예수는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는다. 이것은 죄인의 대표자가 되신 예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죄인과 세리의 친구로서 힐난을 받으셨다. 그는 인간이 되신 하나님의 아들로서 인간의 죄악의 육신에 들어오신 것이다. 예수는 죄인인 인간을 대표하여 세례를 받으신 것이다. 예수는 세례를 받으심으로써 자신을 죄인과 동일시하신 것이다.

삼위일체적인 징표

마태는 예수께서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시고 물위로 나올 때에 일어난 현상을 신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곧 물에서 올라 오실 쌔 하늘이 열리고 하나님의 성령이 비둘기 같이 내려 자기 위에 임하심을 보시더니 하늘로서 소리가 있어 말씀하시되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 하시니라”(마3:16-17). 마태는 물 위로 올라오시는 아들,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 하늘에서 들리는 성부의 음성이 있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 장면은 예수가 시작하실 메시야적 사역에 대한 하나님의 공적 인준이다. 하나님은 성령의 충만한 기름을 그에게 부어주시고 그의 사역을 인준해 주신 것이다. 이 장면은 마태가 보는 신앙의 눈이다. 신앙의 눈이 없으면 역사적 예수의 비밀을 알 수 없다. 마태는 독특한 신앙의 눈으로 예수의 요단강 세례가 갖는 신학적 의미에 관하여 우리들에게 신비스럽게 기술해주고 있다. 그 의미는 역사적 예수의 공적 사역을 위한 세례 예식에 나타나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역에 대한 증언이다. 여기서 삼위일체적 징표는 침례 받으시고 물 위로 나오시는 나사렛 예수 성자, 그 분 위에 비둘기 모양으로 임재하시는 성령, 그리고 예수가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아들임을 인정하시는 성부의 음성이다. 성부, 성자, 성신의 임재가 그의 메시야적 공적 사역의 시작을 알리시는 것이다.

세례자 요한의 증거: 예수는 하나님의 어린 양, 하나님의 아들

세례자 요한은 예수께서 자기에게 나아오심을 보고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로다. 내가 전에 말하기를 내 뒤에 오신다고 말한 사람”(요 1:29) 라고 증언한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에 대하여 그가 자기보다 앞선 것은 “그가 자기보다 먼저 계심이라”(요 1:30)고 증언한다. 이것은 나사렛 예수가 성육신하신 하나님이심을 말한다. 이런 동기에서 복음서 기자 요한은 요한복음 1장 1절을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세례자 요한은 자기가 예수가 메시야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자기가 예수에게 세례를 줄 때에 성령이 비둘기 같이 하늘로서 내려와 그의 위에 머무른 것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증언한다. 세례자 요한은 “자기가 그를 알지 못하였으나 그를 보내어 물로 세례를 주라 하신 이”(요 1:33)의 지시를 받았다고 말한다: “성령이 내려서 누구 위에든 머무는 것을 보거든 그가 곧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이인 줄 알라.”(요 1:33) 그래서 세례자 요한은 그에게 세례를 받은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요 1:34)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증언한다.

복음서 기자 요한은 그의 복음서에 세례자 요한이 메시야인 예수의 길을 예비한 자로서 자기에게 나아오는 나사렛 예수에 대한 3가지 증언을 한 것을 기록하고 있다. 첫째, 예수는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요 1:29)이시요, 둘째, 예수는 태초에 하나님과 같이 계신 말씀(요 1:1)이시요, 셋째,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요 1:33)이라는 것이다. 복음서 기자인 요한은 예수를 3년간이나 따라 다니면서 역사적 예수의 원천과 비밀을 성령이 주시는 은혜로서 알았던 것이다. 4복음서 가운데 요한복음이야 말로 역사적 예수의 영원하신 원천으로 우리를 이끈다. 곧 나사렛 예수가 태초에 계신 하나님의 말씀(요 1:1)이요, 아버지 품 속에 있는 독생하신 하나님(요 1:18)이요, 세상 죄를 대속하시는 하나님의 어린양(요 1:29)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이야말로 복음서만이 우리들에게 증거하는 나사렛 예수의 역사성과 진실에 관한 놀라운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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