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목회4-1] “별세(別世)는 죽음 아닌 또 다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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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한신교회 이윤재 목사의 기획목회 (上)

				▲분당한신교회 이윤재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분당한신교회 이윤재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목회 환경 변화와 함께 목회 현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목회포럼(공동대표 이성희 목사)이 주최한 ‘2009년 기획목회, 사역설명회’가 지난 10일 연동교회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성희 목사(연동교회), 지용수 목사(창원양곡교회),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 이윤재 목사(분당한신교회), 원팔연 목사(전주바울교회), 이효상 목사(교회건강연구원장) 등이 함께한 이번 설명회는 건강한 한국교회를 위해 다양한 목회 현장을 소개하고 목회 정보를 공유,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본지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2009년 새해 목회 설계와 미래목회 방향 설정에 도움을 제공하고자 설명회에서 제시된 내용을 미래목회포럼과 함께 기획, 총 8편을 매주 수요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이윤재 목사는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조직신학, 신학석사)과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조직신학, 목회학 석사)을 졸업, 전주 희년교회와 서울 능동교회 담임목사를 거쳐 현재 분당한신교회 담임으로 목회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소천한 이중표 목사를 이어 이 교회의 두 번째 담임목사가 된 이 목사는 지난 3년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교회를 꾸준히 성장시키며 미래 목회에 대한 비전을 키우고 있다. “한 사람의 꿈은 꿈으로 남지만 만인의 꿈은 현실이 된다”(징기즈칸) 이 말을 늘 가슴에 새기며 목회에 임하고 있는 이윤재 목사. 그의 목회 실험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 목사는 지금까지 자신의 목회를 ▲준비 ▲방향 ▲한신비전포럼 ▲참여와 운영 ▲선포와 예상된 결과로 나눠 소개한다. 준비와 방향을 먼저 싣는다.

“분당 주민들은 자아를 실현할 통로를 찾고 있었다”

“우물쭈물 살다가 내 끝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 이 말은 희곡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비문에 쓰인 말이다. 죽음 앞에서도 마지막까지 사람을 웃게 했던 버나드 쇼의 여유와 기지가 단연 돋보이는 말이다. 그러나 분당한신교회는 지금 이 말을 편하게 들을 수만은 없다. 당면한 판교시대 앞에 우물쭈물 하고만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분당한신교회의 지난 10년은 허허벌판에 외롭게 떠 있는 섬 같았다. 교회환경이 안 좋아도 그렇게 안좋을 수 없었다. 지하철은 물론이고 마을버스 하나 안 다니는 교회, 돌아봐도 주변에 집 한 채 없고 외로운 돌멩이만 굴러다녔다. 광야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노숙한 지 7년, 2005년부터 하나님은 이 지역에 판교개발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주셨다. 그것은 존치의 기적과 함께 하나님이 주신 은혜의 선물이었다.

필자는 이 교회의 고난과 영광의 한 정점에서 2005년 9월, 제2대 목사로 부름 받았다. 그리고 3년, 지나간 3년의 역사는 교회와 필자에게 자기 죽음으로 별세를 배우는 과정이었다. 이중표 목사님의 빈자리는 컸고 열악한 교회환경은 교회성장에 크게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교통편이 없으면 오고 싶어도 못 오는 교회, 대한민국에서 가장 불편한 교회, 그 곳에서 우리가 붙잡았던 것은 하나님의 선하심과 올바른 목회였다.

1. 준비

그러나 하나님은 미래의 비전을 위해 구체적인 준비를 하게 하셨다. 준비는 몇 단계로 진행됐다.

(1) 목회자의 금식
하나님이 열악한 환경을 가진 교회를 목회하게 하시기 위해 준비시킨 첫 번째 과정은 목회자의 기도였다. 매년 5월, 전국목회자세미나가 끝나면 한가한 틈을 이용해 하나님이 기도하게 하신 것이다. 그래서 2006년 이후 매년 3주 금식을 해 오고 있다. 금식은 목회자를 연단시켰고 교인들에게 믿음을 주었다.

(2) 100일 작정기도회
미래 교회를 위해 교회는 나름대로 기도해왔으나 본격적인 기도는 이번 봄에 실시된 100일 기도였다. 매일 헌금을 드리며 100일 동안 계속된 기도를 통해 교인들은 판교시대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하나님의 능력에 대한 신뢰와 개인적인 영적 체험을 갖게 되었다.

(3) 자체 심포지엄과 교회탐방
판교시대의 준비는 매월말 한 번씩 갖는 자체 심포지엄으로 발전했다. 교회의 필수적 사역을 주제별로 나눠 그 분야의 전문가 두 분을 초청하여 강의하고 질의,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자체 심포지엄을 통해 교회는 새로운 전망에 눈뜨고 교회 문제에 대한 자발적 참여의 계기를 마련했다. 매달 한 두 차례 실시한 모델교회 탐방도 교회 발전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도전을 주는 데 도움이 되었다.

(4) 소그룹대화
판교시대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는 다양한 교인 소그룹과의 대화를 통해 이루어졌다. 교회는 ‘교인들을 위한 교회가 되지 말고 교인들의 교회(not for the people, but of the people)’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교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임목사가 겸손히 듣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남녀신도임원 그룹, 장로 그룹, 원로장로 그룹, 안수집사 그룹, 증경여신도총회장 그룹, 젊은 남신도 그룹, 청년목자 그룹, 교사 그룹, 목자 그룹, 교회 내 전문인력 그룹 등 다양한 그룹과 식사를 겸한 대화를 했다. 대화의 내용은 교회발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이야기로 주제의 제한이 없었으며 담임목사의 문제를 포함한 모든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때는 주제에 안 맞는 이야기도 나왔고 어떤 때는 담임목사가 듣기에 불편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인내를 가지고 들었고 들을 뿐만 아니라 행정목사를 통해 일일이 메모하게 했다. 소그룹 대화는 교인들이 가진 생각의 현주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동시에 담임목사의 목회 철학을 공유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2. 방향

이상의 과정을 중심으로 판교시대의 교회 방향에 대한 문제인식이 시작됐다. 그저 큰 교회, 부흥하는 교회가 우리의 목표는 아니다. 도대체 한신교회는 어떤 교회를 지향하는가? 이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목회자의 고민과 기도는 계속되었다.

(1) 분당지역 분석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지역 분석이었다. 한신교회가 자리한 곳은 분당, 판교지역이다. 그러면 분당은 어떤 지역인가? 두 말할 것 없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사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잘 산다는 말은 경제적 수준뿐 아니라 지적, 문화적 수준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어떤 멘탈리티를 가지고 있는가? 마슬로우의 욕구분석에 나타난 것처럼 그들은 이미 의식주에 대한 욕구를 성취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관심은 부를 유지하는 것과 함께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공동체에 소속감을 갖기 원하며 자아를 실현할 통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소속감을 통해서는 잘 살기는 하지만 여전히 외로운 인생의 목마름을 채우기를 바라고 자아실현을 통해서는 잘살기 위해 그동안 쌓아온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실현해보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일반적인 특징은 분당권에서 잘되는 교회들을 분석해도 같은 해답이 나온다. 분당권에서 잘되는 교회는 이러한 분당지역을 잘 이해하고 그들의 정서와 필요를 만족시켜주는 교회들이다. 크게 네 가지 방향의 교회들이 이 필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첫째, 예배에 열정이 있는 교회, 둘째 소그룹을 통해 소속감을 만들어 내는 교회, 셋째 지역사회 봉사를 통해 신앙의 의미를 극대화시키는 교회, 넷째 무엇인가 희생하고 섬기면서 ‘성공을 넘어선 의미(significance beyond success)’를 추구하는 교회. 이것이 분당에서 성공한 교회들의 특징이다.

(2) 판교신도시
판교신도시도 분당이 갖는 일반적인 특징을 같이 가질 것으로 본다. 다만 거기에 몇 가지 특징이 더 가미되어야 한다. 첫째는 교육의 중요성이다. 판교에 입주하는 주민증 많은 퍼센트가 젊은 부부다. 젊은 부부의 관심은 당연히 교육이다. 유치원교육부터 시작하여 체계적인 영어교육 그리고 부모 자신을 위한 다양한 성인교육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레저의 필요성이다. 신세대 감각으로 교육받은 젊은 층은 교회를 다만 예배공간으로만 보지 않을 것이다. 교회는 그들에게 삶의 의미와 행복을 주는 놀이터 같은 곳이어야 하고 자녀들과 함께 배우며 살아가는 평생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노인세대에는 더 말할 것이 없다.

(3) 별세의 새 부대
누가 무엇이라고 해도 한신교회의 대표브랜드는 별세다. 별세는 고 이중표 목사님의 순교자적 이미지와 함께 한신교회를 특징짓는 대표이미지이다. 필자는 그의 제자로서 이 브랜드를 공유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나 자신 같은 믿음의 전승위에 서 있음을 밝힌다. 그러나 어느 시대나 통하는 신학은 없으며 어느 한 신학적 용어로 성경의 모든 진리를 닮아내려고 하는 것은 무리이며 동시에 불가능하다는 믿음도 가지고 있다. 문제는 별세의 폐기가 아니라 별세의 발전이다. 별세가 한 특정인의 특별한 사상이 아니라 성경의 본류를 흐르는 중심메시지라면 그것을 현대인에 맞게 재해석하고 표현하는 것은 가능하고 필요한 일이다. 다만 현대인이 별세를 싫어하기 때문에, 교회성장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폐기하려고 하지 말고 새 시대에 맞는 옷을 입혀야 한다. 별세의 묵은 포도주는 유지한 채 별세의 포도주 부대를 바꿀 때가 되었다.

(4) 세상을 살리는 그 교회
이 문제를 위해 오래 기도하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 ‘세상을 살리는 그 교회’라는 표지를 주셨다. 그것은 별세의 본질화와 현대화의 갈 등속에 있는 필자에게 놀라운 응답이었다. 그것은 그동안의 별세가 지나치게 ‘죽음’으로만 인식되고 있는 것에 대한 현대적 대안이었다. 그렇다. 별세는 다만 죽임이 아니다. 우리는 죽기 위해 별세하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별세하고 더 나아가 살리기 위해 별세한다. 따라서 살려야 별세요, 살려내야 교회다. 세상을 살리는 교회는 제2기 한신교회 민족성전의 영구적 표제로 교회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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