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 목사 선교일기 2-8] 마지막 선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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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과 몽골에서의 이야기

2007년 9월 28일

홀리 히말라야 호텔의 아침식사는 매우 맛있다. 한 잔의 커피에 계란, 토스트, 약간의 과일 샐러드가 모두이다. 우리 일행 일곱 명은 항상 기뻤다. 우리는 아침을 먹고 봉고를 하나 빌려 여덟 시에 다딩베쉬로 향했다. 운전기사는 호텔에서 소개해준 청년인데 매우 재미있는 사람이다. 항상 운전할 때면 네팔 전통 음악을 틀어놓고 모자를 비스듬히 쓰고 차가 움직일 때마다 몸을 함께 움직이면서 춤을 추며 장단을 맞추는 식으로 운전을 했다. 가끔은 흥겹게 노래 가락을 따라 불렀다.

카트만두를 떠나서 다딩베쉬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우리의 형제 차트라는 이번 기회에 다딩베쉬 교회들이 돌아와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우리를 데리고 어렵더라도 다딩에 가기를 소망했다. 한국에서 올 때 다딩에 못간다고 말한 연락을 받았을 것인데도 못들은 척하는 듯했다. 그만큼 그는 다딩베쉬에 내가 가는 일을 중요시했다. 우리는 기분좋게 출발을 했는데 가는 도중에 문제가 생겼다. 노중에 모택동 반란군과 정부군과의 교전이 있다고 알려왔다. 많은 차들이 길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늘어서 있었다.

나는 차트라에게 물었다. 우리가 혹시 아프간 사태처럼 인질로 잡히는 일은 없을 것 같냐고 하니까 그는 절대 그런 일은 없으니 안심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차트라는 “오늘 중으로는 다딩에 도착할 것입니다”라고 태연하게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두 시간이 넘게 기다리며 어떤 사람들은 이야기도 하고 볼일도 보고 했다. 나도 소변을 참을 수 없어서 한참을 깊은 산으로 올라가서 볼일을 보는데 산 속에서 어떤 여인네들이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무척 당황스러웠는데 그녀들도 역시 놀라서 내가 볼일을 다 볼 때까지 풀섶에 서서 기다려줬다. 나는 순진한 그들이 매우 고마웠다. 결국 2시간 걸릴 곳을 7-8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우리는 다딩베쉬 센트럴시티에 도착해 모임 장소로 이동했는데 모임 장소는 고아원이고 산꼭대기에 있었다. 고아원을 하는 다딩베쉬의 형제는 만바하드라는 형제인데 엄청 순수하고 단순하게 생긴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나에 대해 변절한 형제로부터 너무나 나쁜 말을 많이 들어서 혼돈이 좀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Y라는 친구는 그들의 교회는 관심이 있지만 고아원에 대하여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불쌍한 고아들에게 관심이 많은 것을 보고 매우 신기해하며 위로를 받았다.

나는 그곳에서 한 편의 매우 간단한 메시지를 전하고 돌아왔다. 그 메시지의 제목은 하나님의 역사의 순환(A cycle of God’s work)이었다.

하나님의 역사의 순환(a cycle of God’s work)


창세기 1장 1절은 하나님의 원초적인 창조이다. 그때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신 것이다. 오늘의 우주는 엿새동안 지으신 것이 아니라 그 이전 언제인지 모르지만 수없는 세월 이전에 지어진 것이다. 오늘날 이런 진리를 받지 않는 분들이 있지만 그런 분들은 이 지구나 천체의 생겨난 것이 6천년 전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어거스틴이나 어떤 교부들처럼 태양이 창조되기 이전의 3일은 무한한 시간의 하루라고 말하려 하는가? 그렇다면 간단히 제7일째 안식일은 오늘날의 개념과 다른 하루라는 말인가? 엿새동안 일하고 나서 제7일에 안식하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란 말인가? 그렇지 않다면 다른 어떤 방식으로 말할 것인가? 결국은 이런 말씀으로 받지 않는다면 이 천지가 창조된 것은 6천년 전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주장하는 분들 때문에 많은 지식인들이 성경을 믿지 않는 상태로 떨어지게 됐으며 과학도들이 성경을 반대하게 됐다. 많은 화석들을 보거나 동굴들을 볼 때 그 모든 기괴한 모습들은 6천년으로는 어림도 없는 역사의 자취를 지닌다.

어떤 학자들은 무조건 하나님의 말씀을 믿으라고 말하며 6천년 창조설을 밀고 나간다. 그러나 성경이 그것을 증거하는 것은 아니다. 성경은 많은 구절들을 통해 창세기 1장 1절의 창조가 원창조이며 3절부터의 창조는 재창조요, 수복의 창조인 것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첫째날 빛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은 어딘가에 빛을 불러내셔서 이땅 위에 있게 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빛을 지으셨다고 한 것이 아니라 빛이 있으라고 하셨다. 셋째날 뭍을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뭍이 드러나라고 하신 것이다. 이것은 회복의 창조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창세기 1장 1절과 2절 사이에 긴 간격이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다(이에 대하여는 본인의 창세기 강해서를 참고하기 바란다).

언제나 하나님이 역사하신 다음에는 사탄의 개입이 있다. 아담의 창조 후도 동일하고 하나님이 예수를 보내셔서 일을 하게 하셨을 때도 동일하게 사탄의 개입이 있었다. 그분은 40일간 금식하신 후에 주리신 때 사탄의 시험을 받았고 그분은 시험을 이기셨다. 바울 시대의 교회도 동일하다. 그는 다니면서 교회를 세웠고 그런 다음 사탄의 역사가 있으며 다음은 회복의 역사가 있다. 사실 바울의 많은 서신들은 세워진 교회들에 있었던 사탄의 역사에 대한 회복의 서신들이다.

사탄이 한참 대적할 때 하나님은 잠잠하시고 역사가 없는 듯하다. 그러나 사탄의 대적이 있을 때 하나님은 하늘에서 웃으신다. 하늘에 있는 자가 웃으심이여(시 2:4). 그분은 결국 승리하시고 회복하시는 하나님이다. 이는 성경 전체의 개념이다. 이스라엘이 동일하고 교회가 동일하다. 결국 이러한 회복의 역사에 참여하여 하나님과 동역하는 무리가 이기는 자들이다.

이것이 다딩베쉬에서 전한 한편의 메시지의 요약이다.

나는 성도들 앞에서 하나님이 웃으신 말씀이 어디 있는가 찾아보라고 했다. 성도들은 아주 재미있어했고 나는 시편 2편 4절을 읽어주었다. 열방이 분노하고 민족들이 허사를 경영하고 세상의 군왕들과 관원들이 기름부음 받은 자를 대적할 때 하늘의 하나님은 웃으신다고 했다. 나는 창세기 1장 1절과 2절 사이에 하나님은 크게 웃으셨을 것이라고 말했고 네팔에 7년의 긴 공백이 있었고 대적하는 많은 역사가 있었으며, 따라서 혼돈과 공허와 흑암이 있었으나 하나님이 하늘에서 웃으셨을 거라고 말했다. 하나님은 시작하신 것을 이루시는 분이시다. 이제 네팔에서 하나님이 원래 계획하시고 시작하신 회복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는 창세기 1장 3절의 말씀과 성령의 회복의 역사를 말한다.

네팔의 형제들

▲네팔 다딩베쉬의 고아원 어린이들과 네팔 형제들과 함께.


민족마다 사람들의 특성이 다른데 네팔 사람들도 매우 특이한 성질들을 지니고 있다. 물론 우리가 만난 형제들은 매우 건전하고 좋기에 다른 네팔 사람들의 못난 점들을 갖고 있지 않다. 우리 형제들은 매우 사랑스럽고 귀하다. 이들은 그들의 가난한 삶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아무 데나 팔지 않고 물질적인 유혹들도 과감히 뿌리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차트라, 앙템바, 만바하드 등 매우 좋은 그리스도인들이 있다. 나는 속히 한 번 더 가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몽골에서

2007년 11월 12일, 약한 자이나 강한 자들

몽골 방문길에 나섰다. 35-36회까지는 몇 번째인지 세면서 다녔는데 45회가 넘어서면서부터는 정확할 것 같지가 않아서 세는 것을 그만뒀다. 1991년도부터 대략 50회는 될 것이다.

내가 비행기를 600-700번 이상 탔을 것이지만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니 다시 낯설고 익숙하지 않게 느껴진다. 또한 근래에는 10여명씩 항상 같이 다니다가 아내와 달랑 둘이 나서니 공항 검색대에 들어와서는 이내 외로움이 밀려왔다. 조금이라도 짐을 더 가져가기 위해 아내는 무거운 가방을 핸드 캐리하고 나는 책을 가득 넣은 가방을 드니 무거웠다. 어제 성도들이 몽골을 위해 바자회를 했고 많은 옷가지를 싸서 보냈던 것이다.

몽골항공 비행기는 대한항공보다 가격은 싼 대신 좌석 간격이 너무 좁았다. 타자마자 답답함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비행기만 타면 생기는 ‘공황증’이었다. 아내는 당황하면서 손을 주무르고 했는데 나는 괜찮으니 그만두라고 했다. 계속 답답증이 가시지 않았다. 정신과 의사 말로는 이런 때 안정제 한 알을 먹으면 좋다고 했다. 나는 약도 상비돼 있지만 먹지 않고 버텼고 2-3분 후에는 진정이 돼 졸음이 밀려왔다. 이런 약한 사람이 어떻게 10-20 나라를 다니면서 수많은 교회들을 섬겨왔는가? 나는 사도 바울의 말이 사실임을 실감한다. “내가 약할 그때가 곧 강함이라”.

아마 많은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고 웃을 것이다. 실상 나는 처음부터 이런 약한 육체를 가지고 많은 나라 선교를 했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힘들다. 우스운 말이지만 김정일이 생각났다. ‘그 사람이 참 현명한 사람이야.’ 그는 결코 비행기를 타는 일이 없다. 이렇게 몸부림을 치는 가운데 비행기는 어느덧 베이징을 넘어 고비를 넘어 울란바토르에 도착했다. 한국 시간 밤 12시가 넘었고 온도는 영하 19도라고 알려왔다.

율법과 은혜의 차이

율법과 은혜의 차이는 무엇인가? 교리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체험적으로 말해보겠다. 나는 신학석사 논문에 율법과 복음에 관한 것을 썼으므로 얼마든지 교리적으로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교리적으로 복음과 율법을 말할 수 있다 해도 체험적으로 하나도 은혜와 율법이 차이를 체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가령 배가 수심이 적은 강물을 지날 때 암초에 부딪혀서 가지 못할 때 배 아랫부분이 깨지더라도 밀어붙이는 것이 율법이고 강물을 더 많게 해서 스무스하게 지나게 하는 것이 은혜이다.

내가 작년 이곳을 방문했을 때 지금 우리가 소모임 장소로 사용하는 아파트 지하 ‘예배당’에 대한 일이 있었다. 도착해서 형제들이 나에게 말했다. 지금 예배당 본 건물을 지어야 하는데 한 무리 형제들이 교회 전체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덥석 아파트 지하 1층 한 칸을 계약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들은 열심히 헌금하고 있었는데 3백만원이 모아졌다. 그 지하층의 가격은 천만원쯤 됐다. 분명히 작은 한 무리 형제들은 좀 더 여유를 갖고 형제들과 교제를 거치지 않고 일을 저질렀고 헌금을 하고 있는 많은 성도들의 마음을 합하지 못하였다.

교회는 이런 것이 문제가 되면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이다. 방문 첫날 자고 일어나서 나는 이곳 선교사 부부를 불렀다. 기도한 후 내가 말했다. “건물 짓는 것보다 이 지하를 삽시다. 내가 돌아가서 500만원을 책임지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건물을 짓기로 하는데 몽골 교회가 앞장서면 우리가 뒤따라 헌금하겠습니다.” 큰 물이 흐르자 배는 스르르 지나가고 말았다.

이번에 여기 오니 정말 교회에 빈 곳이 보였다. 그것은 선교하는 선교사 부부의 연소함에 있었다. 이들은 진정 복음에 열정이 있고 열매도 많았으며 이들이 하는 일에는 언제나 주님의 축복이 있었다. 그러나 젊은 관계로 아비 같이 푸근하게 모든 성도를 다 아우를 수 있는 품이 부족했다. 우리가 그런 이 젊은 부부에게 무엇을 더 요구하겠는가?

나는 새벽에 (2시가 넘어서 잠들었다) 일어나서 아내를 깨웠다. 간단히 기도한 후 나는 아내에게 “자나와 가립 부부를 불러올립시다. 그리고 당신이 통역과 이곳의 섬김을 위해 한동안 이곳에 머물러야겠습니다.” 아내는 동의했다. 물론 이내 한국에서 혼자 생활하게 될 나를 걱정했지만…. 나는 걱정말라고 했다. 주님을 위한 거라면 주님이 더욱 견딜 수 있는 은혜를 주실 거라고…. 이 사람은 유난히 아내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하나님의 종으로 좋은 자격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있다면 연약하고 부족한 것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결정하니 이곳의 부족함을 은혜로 채울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생겨났다. 아침 식사 후 서울로 전화했다. “김 전도사! 가립과 자나를 몽골로 보내세요. 여비는 어떻게 해서라도 마련해서요….”

나는 기쁨으로 몽골에 올 불가리아 두 전사들을 기다리고 있다!

11월 12일, 몽골 첫 메시지 요약

▲네팔 형제들과 함께.

주 예수님은 자신을 부활이요 생명이라고 하셨다. 그분(말씀) 안에 생명이 있다. 이 생명이 우리 안에 전달됐다. 오늘 우리가 얻은 이 생명은 바로 아들 안에 있던 그 생명이다. 그러므로 “아들이 있는 자는 생명이 있고”라고 한 것이다. 아들과 생명은 다른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들이 없는 생명은 있을 수 없다. 이 생명을 얻는 것을 구원이라고 하며, 거듭남이라 일컫는다. 이 생명으로 사는 것을 그리스도인의 생활이라고 한다. 이 생명이 확장되는 것을 복음전파라 하며 이 생명이 나타남을 간증이라고 한다. 또한 교회란 단순히 이 생명을 단체적으로 살아내는 무리라고 말할 수 있다.

주님이 이 땅에 오셔서 천국을 전파하셨다. 이 천국은 주님이 오시기 전에 있을 수 없다. 이 천국은 씨가 뿌려지는 것에 의해 비롯됐는데 이 씨는 말씀이요, 그 안에 있는 생명이다. 마태복음 5-7장은 이 천국 백성들의 헌법이다. 그렇게 높은 표준을 제시한 것은 주 예수의 생명이 그러한 표준이기 때문이다. 오른편 빰을 맞으면 왼편을 돌려대며,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 겉옷까지 주며, 억지로 오리를 가자는 자에게 십리를 가주는 것은 천국의 표준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증명한다.

7장은 이 문에 들어서는 문제를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문에 들어서지도 않고 길을 걸어간다고 말한다. 많은 이들이 교리나 사상을 정해 놓고 스스로 만든 함정에 빠진 채 좁은 길을 간다고 상심한다. 진정 좁은 길이라면 5-6장에서 말한 그 생명의 길일 것이다.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라고 한 것이다.

전적으로 문에 들어서지 못한 사람은 아직 길을 가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많은 성도들이 이러한 생명의 좁은 길을 걸어가기 바란다.

이것으로 선교일기 연재를 마칩니다. 새해부터는 유동근 목사의 전도서 강해가 이어집니다.

유동근 목사는

▲안수식을 마친 후 울란바토르 교회 장로들과 함께.

대전고, 충남대·대학원
Pacific Theological Seminary(Th.M, D.D)
온누리선교교회 담임목사, 美 퍼시픽 신학교 교수
국제선교신학원(IMC) 학장
現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연합총회 총회장
Fuller Theological Seminary D.Min GM Course
저서: 모세오경, 마태복음, 요한복음, 로마서, 서신서, 요한계시록 등 강해서(총 20권)

저자는 1991년부터 몇몇 동역자들과 함께 몽골,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네팔, 미얀마, 에디오피아, 잠비아, 이태리, 헝가리, 불가리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등 해외 선교를 주로 해온 선교사이며 복음전도자다. 위에서 소개되는 선교일기는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지금도 매년 저자와 그 일행은 일년에 한 번 이상 세워진 교회들을 순방하며 진리의 말씀을 공급하고, 교회들을 굳게 세우며 전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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