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투데이 월간 초대석] 연동교회 이성희 목사 편
크리스천투데이는 2009년부터 매달 한 번씩 교계 저명인사들을 만나 [월간 초대석]을 시작한다. 본지는 이를 통해 한국 및 세계 기독교 각종 현안들을 진단하고, 이 시대 교회와 교인들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점검할 방침이다. 1월의 [월간 초대석]에는 덕망 높은 목회자이자 저명한 학자로, 자신이 소속된 교단(예장 통합)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성희 목사(연동교회)를 만나 대담을 나눴다.
[대담=류재광 국장, 정리=송경호 기자, 사진=송경호 기자]
이성희 목사는 시종 차분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하면서도, 이따금 민감한 이슈가 나올 경우에는 단호하게 자신의 입장을 표현했다. 특히 목회자 납세, 이슬람 등 까다롭거나 쉽게 답변하기 어려운 문제에도 그의 주장에는 거침이 없었다. 한국교회가 이 시대에 맞는 ‘봉사’와 ‘문화’로 세상을 섬겨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리더십에 있어서도 상명하복식 리더십이 아닌 셀프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꼽았다.
-구정 새해가 밝았습니다. 이제 전환점을 맞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사역을 시작할 한국교회가 2009년 주력해야 할 지향점을 제시해 주신다면.
“현재 한국교회의 지향점이 잘못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향점이 잘못 설정돼 있으니 모든 게 다 흐려집니다. 많은 교회들이 ‘교회 성장’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교회가 지향해야 할 점은 포용력을 가지고 사회를 품어주는 것입니다. ‘사회적 기관’이 되는 것입니다. 교회가 세속화되거나 사회와 교회를 너무 분리시켜 생각하면 둘 다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섬김의 가장 중요한 두 축은 ‘봉사’와 ‘문화’
-그런 의미에서 예장 통합총회에서도 2009년 표어를 ‘섬겨야 합니다’로 정하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표어가 다소 진부하거나 평범해 보이기도 하는데요.
“전혀 진부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섬김의 종이셨듯이, 그를 따르는 교인들도 섬겨야 합니다. 우리가 소홀했던 본질을 찾아야 합니다. 전도란 ‘사회인’을 ‘교회인’, 즉 ‘교인’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은 예수를 믿으라고 졸라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도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6)고 하셨듯이 착한 행실, 즉 ‘섬김’을 통해 해야 합니다. 특히 섬김의 가장 중요한 두 축은 ‘봉사’와 ‘문화’입니다.”
-봉사와 문화를 강조하다 보면 본질이 소홀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봉사와 문화를 통해 섬기면서도 본질인 ‘복음 전파’와의 균형을 이룰 묘안이 있으신가요.
“복음 전파라는 것이 물론 케리그마, 즉 말씀 선포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소리가 먹히는 방법이 무엇이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봉사와 문화는 복음 전파의 한 방편입니다. 전도는 ‘삶’ 전체로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동안 너무 ‘말’로만 해왔습니다. 복음의 근본이 되는 3요소는 케리그마(말씀선포)와 디아코니아(봉사), 코이노니아(교제)인데 이 모든 것이 말씀을 떠나서는 안됩니다. 밥을 퍼주더라도 그 안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담는 것이 우리의 봉사입니다. 그러나 밥도 퍼주지 않고 말로만 해서는, 더욱이 현대사회에서는 복음 전파가 어렵습니다.”
-통합총회가 최근 ‘300만 전도운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운동과 ‘섬겨야 합니다’라는 표어 사이에는 쉽게 연관성이 느껴지지 않기도 하는데요.
“양 없는 질은 없습니다. 잘 팔리는 물건일수록 많이 만들고, 학교도 교육의 질이 높으면 학생이 많습니다. 양적 성장이라는 말 자체가 함정입니다. 전도를 싫어하는 사람들이나 구시대적으로 비판하지만, 성경에서도 양이 따라야 질적 전환이 옵니다. 말씀이 있으면 자동적으로 부흥이 옵니다. ‘섬겨야 합니다’라는 구호와 ‘300만 전도운동’은 결코 동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말씀 없는 성장은 있을 수 없습니다.”
교회 갈등의 원인은 ‘우선순위’를 상실했기 때문
-지난해에도 각 교단 및 기관에서 여러 갈등이 발생했었습니다. 한국교회가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그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한 것을 못해서입니다. 우선순위를 상실하면 그렇게 됩니다. 복음 전파와 하나님 나라 건설이 목적이라면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명예와 권력이 목적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안에 누구나 그에 대한 유혹이 있습니다. 예수님도 그 시험을 겪으셨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복음에만 관심을 가지면 그 시험을 이길 수 있습니다.”
-요즘 교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말 중 하나가 ‘신뢰 회복’입니다. 교회가 대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지요.
“가장 총론적으로 말하자면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어야 합니다. 크리스천들에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지 않으니 신실함이 바닥에 떨어지고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고, 겸손하고, 진실해야 합니다. 저는 주례할 때도 남편에게는 절대 집안에서 아내를 무시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집에서 대우받지 못하는 아내가 밖에서 대우받을 수 있겠습니까? 남자들이 가정에서부터 아내를 동반자로 인정해야 합니다. 교회에서도 먼저 교인들끼리 서로를 믿고 진실하게 대하면 사회로부터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신뢰 제고, ‘교회다움’과 ‘목사다움’ 회복해야
-또 한 가지, 기독교의 신뢰하락 원인 중 하나가 목회자의 도덕성 문제가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것은 목회자라는 직분에 대한 기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재산을 공개하라 하고 세금을 내라고 합니다. 재산 공개는 물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일반 회사에서도 재정은 투자자들에게만 공개합니다. 단지 우리는 세상이 교회에 재정을 공개하라고 하는 속내를 잘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라 ‘분배’하라는 것입니다.
세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목사가 목사답게 살라는 것입니다. 물론 저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목사들이 세금 내는 것 이상을 사회에 환원합니다. 혹 그렇지 못한 경우도 알고 보면 세금 납부 기준에도 미달되는 미자립교회 목회자일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교단만 해도 제법 규모가 큰 교단이지만 총 7,600여 교회 중 절반 이상이 미자립교회입니다.
저는 특별히 목회자가 ‘갑종 근로소득세’를 내는 것은 절대 반대합니다. 목사의 생활비가 근로의 대가가 아니지 않습니까? 목사는 노동자가 아닙니다. 차라리 다른 항목의 세금을 부과하고, 사회에 기부한 것에 대해서는 세금을 공제해 달라는 것입니다. 자꾸 교회의 생리와 목회자의 삶에 대해 깊이 알지도 못하고 평가하니 섣부르게 판단하게 됩니다.”
혼합주의적 기독교인, 타 종교 영향에 빠지기 쉬워
-평소 설교나 강연 내용을 듣다 보면 반기독교세력, 이슬람, 이단 등에 대한 강한 위기의식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위기의식을 갖게 되신 배경은 무엇인지요. 특히 이슬람 문제에 대해서는 기독교계가 과민반응한다는 비판도 있는 현실인데요, 그같은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지금은 영적 전쟁의 시대입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영들은 이슬람, 통일교, 무속신앙 등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무속인이 200만에 달한다고 합니다. 연간 복채 규모만 2조원입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무속인을 찾는 이들 중 30%가 기독교인이라고 합니다. 기독교인이 올바른 신앙을 가지지 못하고 혼합주의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혼합주의적 신앙을 추구하는 이들은 무속신앙뿐 아니라 통일교와 이슬람 등 다른 영의 영향에도 쉽게 빠집니다.
이슬람에 대해 과민반응한다구요? 그것은 그들의 생리를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이슬람은 스스로를 철저히 감춥니다. 평화의 종교라고 말하고, 교리 자체가 폭력적이지는 않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분히 그런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 자살 테러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포교를 위해 전세계적으로 오일머니를 퍼붓습니다. 아랍권 산유국이 부유하지만 그들이 국제사회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습니까? 그 엄청난 부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소위 오일머니로 반군을 지원하고 모스크를 건립하는 데에는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세계 평화와 기근을 위해서는 하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이런 모습들이 다 증명되고 있는데 왜 과민반응이라고 합니까? 이슬람의 실체를 바로 알고 대처해야 합니다.”
-이 시대 필요한 리더십은 어떤 리더십이라고 보십니까.
“예전같이 1인 중심의 리더십으로는 더 이상 목회가 잘 되기 어렵습니다. 대신에 팀 목회가 중요해졌습니다. 상대방을 포용할 관용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셀프 리더십(Self-leadership)입니다. 자기 스스로를 잘 이끄는 사람이 지도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수동적인 사람들이 많아서 상명하복식 리더십이 효과를 발휘했지만, 요즘엔 모두 자기중심적이니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심지어 대통령이 뭐라 해도 ‘나는 반대한다’는 식입니다. 여당 내에서조차 반발합니다. ‘거미형 인간’이라고 합니다. 거미줄을 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는 늘 한가운데에만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다른 사람을 이끌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잘 이끌어야 합니다. 그래서 리더는 먼저 자기관리가 철저해야 합니다.”
-명실상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구인 한기총이 창립 20주년을 맞았습니다. 한기총에 조언과 격려의 메시지를 남기신다면.
“제가 봤을 때에 한기총에 중요한 것은 자기 쇄신입니다. 타인이 자신을 바꾸기를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스스로가 시대에 적합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적응해야 합니다. 그래서 정말로 한국교회를 대표할 만한 기구가 돼야 합니다.”
이성희 목사는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교 신대원을 졸업했으며 이어 풀러 신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 겸임교수, 재단법인 한민족복지재단 명예이사장, 복지법인 연동복지원 이사장, 민들레영토 사목, CBS 리바이벌 클럽 총재, 한국교회 미래목회 포럼 회장, 사단법인 장미회(새누리 좋은 사람들) 대표를 맡고 있다.
